8화 머리를 쓰려다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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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진짜... 레이~ ”
들켰다 싶었는데 약한 아귀힘에
바로 돌아보니 꼬맹이 녀석이
안간힘을 써 잡아당긴 것이다.
“ 누나까지 잡혀가면 어떡해. ”
“ 내 몸 아까운 거 아니까 쓸데없는
걱정 말고 숨어 있던 지 지금이라도
다른 애들한테 돌아가 있던 지 해. "
“ 그치만... ”
“ 울고 징징 대기만 해~ 그냥 가
버릴 테니까. "
내가 엄포를 놓자 짧고 도톰 거리는
두 손을 재빨리 들어 입을 막지만
레이의 커다란 두 눈은 금세 일렁이기
시작했다.
“ 기집애한테 뺏은 걸 자랑이라고.
루이, 네가 가지고 와. ”
“ 미친... ”
자기 거 손대는 걸 싫어하는 놈이라
루이를 건드린 걸 두고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잘못 판단했다. 루이를
움직여 서열 정리를 하겠다니
몬스터는 애초에 구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 멍청하게 저 놈의 심장이 뛰는 줄
착각했어. ”
난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조심스레
파이 곁으로 가 속삭였다.
“ 멍청한 티 내다가 루이한테 자릴
양보할 셈이야? ”
“ 너 뭐야? ”
“ 지금도 봐. 먹고 떨어지라고 신경
안 쓸 텐 데 구태여 여기 온 것만 봐도
너보다 루이를 아낀다는 거 아니겠어? "
최대한 숨죽여 라쿤 무리들과 섞인 듯
아닌 듯 헷갈리게 만드니 머리가 없는
녀석은 곧장
“ 이게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놀려~!! ”
나의 도발에 제대로 넘어갔다.
그렇게 파이가 몬스터의 허락도 없는
싸움을 걸자 라쿤의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파이와 맞붙었다.
그렇게 시선이 분산 되자
“ 쪽수가 밀리는 것 같은데? ”
“ ... ”
갑작스레 옆으로 다가 온 나를 경계하는
몬스터.
“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 할 시간에
파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 지를
고민해야지. "
----------꿈틀
“ 분명 나뉘어져 있는 구역을 침범
했다는 건 해보겠다는 심산 데
그럴 때마다 루이 같은 패를 하나씩
버리고 파이를 내 보낸다고 끝이
날까? "
“ 무슨 말이지? ”
“ 하... 내 선택이 의미 없어지려고
하네. ”
“ 똑바로 말해. ”
“ 한방 제대로 먹여 서열 정리를
깔끔하게 해 볼 생각 없냐고. ”
“ 뭘 믿고. ”
“ 원래 싸움은 주먹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거야. 내가 가진
정보라면 충분하지. ”
그렇게 말이 길어지니 파이가
지치기 시작했는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 확실한 건가? ”
“ 물론. 대신 조건이 있어. ”
“ 건방지게... ”
“ 내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없어.
그런데 내가 라쿤이 아닌 널
선택했다는 건 네가 더 우위에
있다는 걸 인정한 거야. 그래도
싫어? "
“ 말해. ”
“ 간단해. 저기 널브러져 있는
루이를 구해줘. ”
“ 우선 보여 봐.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생각해 볼 테니. ”
“ 벽난로에 불을 붙이지 않는 건
땔깜이 아까운 게 아니잖아. ”
다른 이였다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흘려들었겠지만 몬스터는
그걸 그냥 버릴 수 없었다. 왜냐면
벽난로에 숨겨둔 약들은 자신 외
그 누구도 알지 못하니.
“ 이제 믿을 만 해? ”
“ 라쿤을 정리할 수 있는 약점이라도
알고 있는 거야? ”
“ 물론. ”
없다. 당장은 없지만 확률은 내게
기울 거란 걸 믿었다. 당연히 라쿤의
머릿속을 죄다 긁는다는 전제 하에.
“ 어라? 구경꾼인가 했더니 하나
가지고는 부족했나 보지? ”
앞으로 나온 나를 두고 라쿤은 흥미가
생긴 듯 이리저리 뜯어보더니
“ 안 그래도 요 녀석이 반항을 하는
바람에 얼굴을 건드려서 팔릴까
걱정했는데 그 녀석까지 같이 묶어
팔면 되겠어. "
내가 여자라 경계조차 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듯 빙글거리며 내가
속을 긁기 좋게 눈을 마주쳤다.
‘ 할 수 있어. 괜찮아 침착하게. ’
더러운 걸 한꺼번에 들이키면 자칫
내가 위험해질 수 있겠지만
내 브레이크인 자린을 머릿속에
먼저 집어넣은 뒤 심호흡을 한 후
녀석을 들여다봤다.
" 작고 귀여운 분홍 장미가 가슴 팍에
가득하게 수놓아진 노란드레스에
어깨까지 구불 거리는 붉은 머리를
질끈 묶은 푸른색 리본.... "
싸움이라도 붙을 요량으로 나왔나
싶더니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에
라쿤 무리들이 하나 둘 비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능글 거리던
라쿤의 눈과 입이 서서히 풀리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 제국 내에서 가장 큰 호수인
발트호수는 노을이 예쁘기로 유명하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점심시간 이후로
산책을 하거나 꽃을 보며 기다리는
공원이야 하지만 그보다 더 호수가
유명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지.
그건 큰 나무들이 우거진 곳이 들키지
않을 일을 숨겨주는 역할을 하는 걸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지. "
‘ 조금만 더... ’
겨우 찾아낸 조각들로 인해 당황한
녀석의 틈이 생기면서 추가되는
장면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멈출 수
없기도 해 난 곧장 뱉어내며 압박했다.
“ 발트호수는 너무나 깊어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도 찾을 수도 없지. 그래서
안심하고 있나 본데 어쩌지?
작고 귀여운 공주님의 하얀 레이스가
가득한 양산을 누군가 챙겨갔거든. "
자린을 쥐어 짜내듯 떠올리며 겨우
겨우 정신을 잡은 난 끝까지 라쿤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완전히 무너진
라쿤이
" 잡. 아.. 잡으라고~!!!! "
내가 더 달싹 거리려 모양새를 취하기
무섭게 소리 지르자 파이와 대치하고
있던 몇 몇이 나를 향했다 이에
“ 루이를 챙겨~!! ”
비틀 대며 나는 나대로 그러나 몬스터가
루이를 떠안고 나오는 걸 확인하자마자
앞만 보고 내달렸다.
“ 으...응.... ”
“ 일..일어났어~!! 아펠누나~!! ”
따가운 레이의 소리에 난 누워있는
루이 곁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 이제 좀 정신이 들어? ”
“ 어떻게 된..거야.. ”
“ 보면 몰라 모노한테 가려는 걸
내가 막은 거지. ”
“ 미친... 네 등이 그렇게 넓진 않아. ”
“ 몬스터가 널 업고 뛸 거란 생각은
진짜 못했는데 내가 무섭긴 한가
보네. ”
“ 심장이 뛰진 않아도 머리는
굴러가니까 그랬겠지. 대장은
절대 손해 보는 짓은 안 해.
그 보다... 파이는? "
“ 넌 그 자식 걱정이 되냐? ”
“ 그럴 리가... 대장보다 더 싫은
놈을 내가 왜 걱정을 해. ”
“ 버렸어. ”
“ 뭐? ”
“ 진짜야 언니 돌아온 날 파이
오빠는 없었어. ”
아이들이 흥분하며 어젯밤 일을
루이에게 들려줬다. 녀석들 역시
믿기지 않을 수밖에. 자기가 아닌
파이를 버렸을 거라곤 루이조차
멍해져서는
“ 어떻게 된 거야? ”
“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힘으로만 하는 싸움은 끝이
없다는 걸 몬스터가 안 거지.
재수 없게 머리까지 똑똑하고
소름 끼쳐. "
“ 아펠 너 설마... ”
“ 그래그래. 라쿤의 약점을
상납하고 얻은 거야. 내가
확실하게 라쿤을 눌러버릴 수
있다고 하니까 "
“ 너 진짜 괜찮은 거야? "
눈치 빠른 루이는 이내 박살 난
자기보다 능력을 무리하게
사용하진 않았을까 그것부터
걱정했다.
“ 당연 괜찮을 리가 너 데려다 주고
성당으로 가던 중에 쓰러져서
빈트에게 업혀갔지. ”
“ 이런... 신부님 안 그래도 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
“ 걱정 마. 빈트가 자린이랑
신부님한테 안 들키고 내 방에
데려다 줬으니까. ”
“ 그래도... ”
“ 원래 나이가 들면 안 하던
걱정도 하고 그래서 잔소리도
느는 거야. ”
“ 뭐라는 거야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
“ 생각하기는 무슨~ 그러면
내가 제대로 능력을 조절하도록
도와주셔야지 무조건 안 된다고
만 하지 말고. "
“ 네가 부족해서 그런 거지.
지금도 봐 둘 중 하나는 살아야
되니까 위험해도 모른 척 한다
해 놓고. "
말과 행동이 다른 나를 보며
루이 역시 잔소리다.
“ 어휴~ 구해줘도 난리야. ”
“ 그보다 라쿤의 약점을
알고 있는 거야? ”
“ 그러니까... ”
“ 충분히 확인했을 텐데. ”
중간에 말을 자르며 몬스터가
끼어들어 손을 까딱거렸다.
“ 알았어. ”
“ 조심해. ”
“ 걱정 마. 여차하면 약점 잡아서
꼼짝 못하게 만들 거니까. ”
“ 미친~ 그 전에 죽을 수도 있어. ”
그렇게 신신 당부를 하는 루이를
꼬맹이들에게 맡긴 뒤 나는
몬스터에게로 갔다.
“ 어제 내가 녀석에게 등을 보인
값을 줘야지. ”
꼴에 자존심은 라쿤에게서
도망친 것을 두고 열이 받아
있는 게 우습긴 해도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 라쿤이 아무래도 건드려선
안 될 걸 손댄 듯해. ”
“ 네가 어제 지껄이던 것과
관련이 있는 거야? "
“ 옷차림으로 봐선 절대 일개
제국민이나 부호상의 자식은
아니야. 그런 아이를 어떻게
한 것 같은데. "
“ 한 게 아니고? ”
“ 그건 좀 더 알아봐야... ”
“ 대충 얼버무리는 거로는
안 되지. "
정확해야 라쿤을 제대로 밟을 수
있으니 어줍잖은 정보를 가지고
흔들기만 해선 소용이 없다.
“ 붉은 머리도 흔하지 않으니
조만간 아이를 찾으러 방이
붙을 거야. 만에 하나 우리가
아는 것보다도 더 고귀한 혈통의
아이라면 분명 한바탕 소란이
일 테니까 몬.. 아니 대장이 그걸로
압박한다면 기어오르지 못할 거야. "
“ 아니, 고작 그런 거 하나로
협박하는 건 아무 의미 없어.
파이를 버리고 온 만큼 네가
쓸모 있다는 걸 증명하도록 해. "
“ 아니 굳이 그것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라쿤을... ”
“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라. ”
언제고 먹힐 수도 있는 자리
다툼에서 서열은 중요한 것이니까.
“ 너 어쩌려고 그래~ ”
“ 어쩌긴 시내로 나가봐야지. ”
“ 대장이 얼마나 끈질긴 인간인데
파이까지 버린 마당에 하... ”
“ 무식한 게 힘만 세서는 그걸로
네들 협박이나 하고 언제고 이번 일
아니라도 버림받기 딱 좋았다고. "
하지만 기어코 절뚝거리며 나를
따라 나서겠다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팔과 다리를
대충 동여 맨 뒤 중앙 거리로
향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사안이 심각한 것 같다.
입구에 현상금이 걸린 대자보가
붙여진 것은 물론 골목이 아이의
초상화로 도배 되어 있었다.
“ 뭐야... 그냥 그렇고 그런
귀족 자제가 아닌 거야? ”
“ 어느 정돈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
“ 아무래도 일이 커질 것 같은데
어쩌냐? ”
“ 잠시만 넌 여기 좀 있어 봐. ”
대자보를 확인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드는 것에
루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놓은 뒤 곧장 사람들 곁으로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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