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벌써 웃으면 곤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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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건은 분명 사고를 가장한
살인 사건입니다~~! "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 간다 하나
이렇게 성미가 급해서야 파이는
자신이 좌중 해야 할 상황임에도
빠져나가는 먹이를 놓치기 싫어
대기실에서 나와 성급히 나의 말을
잘라냈다.
“ 발언을 허락 받지 않은 자는 엄숙히
침묵을 지키도록. ”
“ 헥터 영식께서 놓치신 것이 있기에
이리 무례를 범한 것입니다. ”
신성한 재판정에서 허락받은 이의
증언을 그것도 귀족의 입에서 나오는
결정적 말을 가로 막았다는 건 무례를
떠나 처벌까지 각오했다고 해도
무관하다. 그렇기에 수석행정관이
타이르듯 기회를 주지만
“ 무엇을 놓쳤는지 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가능할까요? ”
자신의 통발에서 빠져나간 몬스터와
라쿤을 어떻게 다시 밀어 넣을 지
궁금해졌다. 이미 녀석의 머릿속을
충분히 헤집은 터라 준비된 패가
바닥났음을 알기에 녀석의 능력이
보고 싶어 아량을 베풀었다.
" 헥터영식께서 자리하신 곳은
나무들과 수풀로 인해 전부가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뒤늦게 도착하여
공녀님을 해한 자와 실랑이를 벌이던
동안 아이 하나가 끼어들어 무언가를
챙겨 달아났습니다. "
“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걸까? ”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루이까지 끌어들이려고 하다니
분노가 치밀었지만 혹시라도 나를 알아
볼까 봐 겨우 냉정을 찾은 뒤 물음을
던져 파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재빨리 칼을 찾았다.
“ 여기 있습니다. ”
“ 우리의 의뢰인을 안심 시켜야겠지? ”
칼이 나를 향해 살짝 손을 들어 흔드는
데 손에 들려 있는 건 문제의 주머니가
확실했다.
“ 그것이... ”
“ 내 발언을 미루면서까지 시간을
주었으면 뭐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
계속되는 내 질문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즉흥적으로 말하려다 보니 말이
꼬여 주저하기에 난 본색을 드러냈다.
" 자네의 주인은 개를 아직 제대로
다루질 못하나 보군. 목줄을 끊고
난동을 부리는 꼴을 보니. "
"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허나 헥터
영식께서 보신 것이 다가 아니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주인을 잃은 개가
울부짖는다 생각해주시면 안되겠
습니까? "
" 그러니까 자네의 말대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라는 거야. "
" 그것은.. 앞서 증언에서 말씀 올렸지만
분명한 증거물인 양산의 장신구 3개가
그 자리에서 분실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에 있던 아이가 그것을 훔쳐
갔을 거라 생각해 감옥에 잡혀 온
아이에게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
" 지금 자백이라고 했어? 이런...
존경하는 재판관님 이 곳의 재판정은
너무나도 순수 한 가 봅니다. 한낱
사용인에 불과한 이도 감옥에 있는
이를 심판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너무~나도~ 넓은 아량이군요. "
중앙재판정과는 다른 곳이기는 하나
엄연히 규율이 엄격한 신성한 장소임은
분명하다. 그것을 비꼬기라도 하듯
재판관을 향해 말을 올린 뒤 곧바로
두 명의 행정관을 바라보며 그들의
기억을 훔쳤다.
" 지하 감옥에서 증언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설명해보겠나. 카이트행정관 "
그리고 파이가 매수한 자를 찾아내
몰아세우니 카이트 행정관은 안절
부절하며 시선을 여기저기로 흘렸다.
" 이 곳에 잡혀 있는 아이 하나와
대면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
“ 재판관님의 허락을 받았는가? ”
“ 시급을 다투는 문제라 증언 시
허락을 구할 것입니다. ”
“ 재판 중 관련 유무를 알 수 없는
이와의 대면은 반드시 허락이 있어야
하니 받아오도록 하게. "
“ 잠시만 됩니다. 공녀님의 사건에
결정적인 증거품을 숨기고 있어
그러하니 진짜 잠깐이니 이리 간청
합니다. 봐주신다면 제가 보상은
섭섭지 않게 해드리지요. "
“ 안되네. 자꾸 나를 곤란하게 한다면
사람을 부를... ”
" 비어지고 있는 아니, 지금은 빚으로
채워지고 있겠군요. "
" 자... 자네... 무슨 말을. "
" 다른 것으로 목까지 채워진다면
그 때는 늦어질 테니 답답해서
말입니다. "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 자신을
여유롭게 몰아세우는 증인 앞에서
갈등이 생겼다. 만에 하나 이 자가
자신에게 도박 빚이 있다는 걸
상부에 보고라도 한다면 곧장 파면
될 것이 뻔하다.
“ 정말 잠깐이면 되겠나? ”
어차피 거리 아이 하나 잘못 된다 한들
신경 쓰는 이가 누가 있을까 카이트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버렸다. 내가
자신의 기억을 훔칠 거란 생각을
하진 못할 테니.
' 법을 집행하는 곳에서 일하는 자가
도박이라니 어이가 없네. 그걸 또
알아내 협박을 했단 말이지? '
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카이트를 확실히 흔들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난 결국 루이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 재판관님, 자백을 했다는 이를
이 자리에 소환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
“ 영식께서 뒤늦게 일어나셔서
놓치신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
“ 그럼 자네는 확실하단 소리인가?
충성스러운 개라도 흥분하면 눈이
금방 흐려지게 마련이지 왜냐면
자신의 주인에게 맹목적이라 주인
외엔 모두를 적으로 간주하니까
그러니 누구의 눈이 정확한 지를
확인 하자는 것이야. "
주머니가 칼에게 있는 한 루이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매수를 실패
했으니 그렇기에 내 요구를 어떻게든
저지할 방법으로 머릿속이 엉망진창인
녀석에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귀족의 증언을 자른 것에 대해 죄를
물으려던 순간
" 제.. 제가 몸싸움을 벌인 이는....
바로 이 자입니다~!! "
" 무..무.. 무슨.... 야~~!!!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
갑작스런 태세 전환에 당황한 라쿤은
파이를 향해 핏대를 세웠다. 함께 탄
배가 위태 위태하니 바로 손절 당한
라쿤. 몬스터를 빠트리기 위해 미끼가
되기로 자처한 그 날을 땅을 치고
후회할 테지. 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아직은 흔들어야 할
파이에게
" 이자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던 중
어떤 거지 아이가 중간에 들어와 중요한
물건을 훔쳤고 넌 그걸 보았고 나는
보지 못했다? "
“ 멀어서... ”
“ 뭐 하는 짓이야~!! ”
난 파이를 지나 피고석에 있던 라쿤의
옷자락을 잡아 끌어 증인 석에 있는
파이에게 던졌다. 파이의 말에 흥분한
상태에서 눈앞에 있는 걸 확인한 라쿤은
곧장 녀석에게 덤벼들었다.
“ 조금만 기다리도록. ”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재판정을 정리
하기 위해 소속 가드들이 나섰으나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 저지했다.
" 말이 다르잖아~!!!!
나는 빠져나갈 수 있다고~!!!
네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
길거리에서 굴러다닌 시정잡배들의
무작위 손길과 철저하게 훈련된
손길은 차이가 있다. 이제 시작한
별 볼일 없는 실력이라면 모를까
한 번이라도 맞붙은 적이 있다면
곧장 꿰뚫어 볼 테지.
“ 이... 이거 놓고~~ 보고만 있으시면
어떡합니까~ ”
파이가 라쿤에게 깔려 소리치기 무섭게
흥미를 잃은 내 손이 다시금 움직이자
이를 확인 한 가드들이 라쿤을 붙들어
밖으로 나갔다.
" 호위 기사와 유모가 없이도 믿을만
하던 공녀의 그림자란 자가 처음도
아니고 뭐 그건 뒤로 하더라도 손까지
묶여 있는 자를 상대로 힘도 쓰 질
못하다니 설마 일부러 제압하지 않을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
" 무.. 무..슨 그런 억측을~~~ 여긴
신성한 재판정입니다. "
" 그냥 물어본 것에 너무 예민하게
구는군. 그럼 질문을 다시 하도록 하지.
좀 전 너를 덮친 피고인을 데려간
가드의 얼굴을 기억하나? "
" 무슨 말씀이십니까? "
"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게 있다면
여기서 한번 말을 해보라는 것이지. "
" 이런 제가 판돈을 잃게 되겠군요. “
피카스가 쓰게 웃으니
“ 그만큼 또 열심히 일하면 될 일이지.
내 수하 중 네 몫이 가장 많으니까. "
“ 그보다 녀석이 수장님을 좋아할지
걱정이군요. ”
“ 그건 두고 볼 일이지. ”
성공, 실패 그 어디에도 기대를 올려
두지 않았다.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여차하면 루루로 보내버리면
그만이었으니 하지만 그 어디에도
보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는
칼이었다.
" 제가 그것을 어찌 압니까. "
" 왜? 저 자와 발트호수에서 싸울
때보다도 더 여유로운 데다 그때보다
더 가까이 있었으니 당연히 알고도
남을 일이지 않나? "
" 아니 그런.. 억지를... "
" 재판관님~!! 이 자는 정확하지도
않는 말로 신성한 재판정을 흐리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까요? 제 인내는 이미 바닥을
보인 듯 합니다만. "
" 끌어내게~!! "
" 아..아니~~!! "
조금이라도 버티려고 하는 파이의
곁으로 바짝 다가간 난 속삭였다.
" 그냥 조용히 페이가의 개로 남아라.
넌 짖을 만큼
짖었다. "
“ ...!!! ”
자신의 정체를 알 거라곤 생각을
못했을 테지. 순간 얼어붙어 말문이
막힌 파이는 그대로 아무런 저항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제 남은
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몬스터.
‘ 저런... 안심하면 안 되는데. 난 아직
이야기를 다 하지 않았어. 모노와의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거든. 두고 봐
평생 추운 겨울 속에 살게 해줄 테니
아무리 후회해도 결코 돌아오지
못할 거야. 너의 봄 따윈. '
난장판을 피우던 라쿤과 거짓증언을 한
파이를 정리한 난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마냥 녀석들이 잡았던 팔을
거칠게 털어낸 뒤 다리를 끌어 자리에
앉았다.
“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럴싸했던 파이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으니.
아니 일부였던가?
“ 어려운 건 없습니다. 억지를 부리며
자신이 잘못 본 것을 주장한 이의 말을
정정하면 그만입니다. 모든 것이 거짓도
아니고. "
“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여 정확하게 증언하도록. ”
“ 거기에 있었다는 것과 누군가와
몸싸움을 벌였다는 것, 공녀의 물건에
손 댄 자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증인과 몸싸움을 벌인 자는 아까
끌려 나간 이가 아닙니다. "
내 말에 무죄를 받을 줄 알았던
몬스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명
눈앞에 있는 날 눈치 채진 못해도
최소 내게 부탁을 받았을 거라
멋대로 판단했다가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으니.
“ 다이아스포어 3개를 훔친 자가 있단
말이 사실이라고? ”
“ 정확히는 그것을 훔친 자가 건넨 걸
받았습니다. 이는 몸싸움을 벌인 자를
제일 가까이 본 이도 되니 제 기억에
모습과 대조하시면 범인을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 물건을 숨기고 있는 자를 찾아야
확실해진다는 건데... ”
“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마침 제국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비 대장이 추포한
이들 중 섞여 있다는 걸 들었으니까.
그렇지 않나 카이트행정관..? "
" 예... 예..에??? "
" 카이트행정관은 정이 넘치는
가장입니다. 아까 안절부절 하지
못했던 것은 감옥에 있는 자들이
모두 막내딸과 같은 또래거나
더 어리다 보니 망설인 것일 겁니다.
걱정 마시오 카이트 행정관~ 그저
한 가지만 물어보면 되니 아이들에게
이걸 건네면 좀 불안함이 가실지도. "
그것은 자린이 아이들을 위해
사다 준 사탕. 아이들이 풀려날 때를
대비하여 가져온 것이다. 울음을
터트리는 녀석들 입에 쏘옥 직접
넣어주려 했지만 뭐.. 아무려면 어때
잠시만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리고
카이트에게도 한마디 속삭여 주는 걸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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