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이제는 진짜가 나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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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을 다시 한 번 들어 펼쳐
보여주시겠습니까? "
수석행정관은 파이에 말에 따라 양산을
펼쳐 관중들이 볼 수 있도록 높이자
" 영애께서 평소 아끼던 고양이를 본
딴 장식이 살대 끝마다 하나씩 달려
있는 것이 자세히 보시면 3개가 분실
되었음을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
" 이것이 무엇을 증명할 수 있나 ? "
" 만약 누군가 공녀님의 물건을
훔치려 했다가 들켜 실랑이를 벌이던
중 끔찍한 일을 당했을 거란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
“ 자네 말은 양산을 훔치려다 공녀를
물에 빠뜨렸을 거란 말인가? ”
“ 살 때 끝에 양산의 레이스 장식이
함께 뜯긴 걸로 보아 분명 힘으로
잡아 당겼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것을 들고 있던 것만
확인한 저로선 추측에 불과한
입장이나 억울하게 사고를 당한
공녀님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판단을 거듭 부탁 드리겠습니다. "
녀석들에겐 마지막 기회를, 재판관에겐
그들 중 하나는 분명 범인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제각각 보내 본분을 다했다.
“ 둘에게 구걸 받겠다는 건데 공녀가
아무리 이미 죽은 이라지만 그걸
이용하면 안 되지. 그러다 너 진짜
벌 받는다 파이. "
많은 대중들과 재판관을 속일 순 있어도
내 눈은 절대 피할 수 없다. 왜냐면 넌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 몬스터에게서 빼앗은 주머니 아직
가지고 있어? ”
“ 그건 왜? ”
" 뺏은 게 아니라 찾은 거야 이제부터. "
“ 그게 무슨 소리지? ”
“ 우선 그걸 줘봐. ”
뜬금없이 주머니를 내놓으라니
의심 스런 눈초리로 가만히
있으니까.
“ 네가 들고 있으면 네가 범인이
될 텐데 상관 없어? ”
“ 무슨 소린 지 알아듣게 얘기해~ ”
“ 거기에 든 건 돈이 아니라 이제부터
이게 될 거니까. ”
파이가 라쿤에게 건넨 건 고양이
모양으로 본 뜬 크리스탈 3개였다.
“ 이건... ”
“ 그냥 봐선 흔하고 흔한 크리스탈 같아
보여도 해가 뜰 때 이걸 빛에 비추면
다양한 색으로 바뀌지. "
그건 바로 아슬란왕국에서만 채굴 되는
다이아스포어였다. 이는 진상품으로만
들어오는 것이라 황제께서 친히 공녀의
생일에 맞아 하사한 것으로 쉘에게
특별히 가공을 부탁해 만든 것이다.
“ 파이 이 자식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
그냥 찍었다고 해도 고가의 물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것은 의외였다. 솔직히
이 부분에선 괜히 질투심마저 들 정도.
“ 이럴 줄 알았으면 루이를 따라 국립
도서관에 일하러 갈 걸. ”
어찌 되었든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재판관에게 말하지 않은 것까지 건진
난 조금 더 그들의 거래 장면을 훔쳤다.
" 넌 이걸 루이에게 돌려줘. "
“ 내가 왜 이걸 다시 줘야 하지? ”
“ 하... 이걸 가지고 있으면 난 널
범인으로 지목해야 해. 그러길
원하는 건 아니지? ”
“ 알겠어. 알겠다고 이걸 루이에게
돌려줘서 몬스터랑 같이 엮어두란
말 아니야? ”
“ 그렇지. 넌 루이를 잡아 몬스터를
오게 만들었지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 ”
“ 큭큭, 그 자식에게 협박을 한 셈이
되겠는데? ”
“ 그것도 모르고 다시 찾아갔으니. ”
“ 히야~ 상상만 해도 짜릿한데? ”
몬스터를 빌빌거리게 만들 생각에
벅차는 지 기분이 금방 올라가는
단순한 라쿤. 파이는 루이가 가지고
있던 돈주머니를 장식물을 숨긴
주머니로 둔갑 시킬 셈이다.
라쿤이 아닌 몬스터가 아이를 밀었고
그 때 라쿤이 근처를 지나다 루이가
아이의 물건 챙기는 걸 보고 붙잡아
몬스터가 오게 만들었다고.
“ 근데 그 여자애가 보석을 못 봤다고
우기기라도 한다면. ”
" 그건 걱정 마. "
“ 안돼~~ ”
루이가 위험하다. 재판 과정을 보면
모를까 며칠을 아이들과 감옥에서
힘들게 보낸 터라 자칫 파이의
거짓말에 속을 수도 있다.
“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게 일을
빨리 해결하겠단 말도 안 되는 말이라도
한다면. "
물론 쉽게 믿진 않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똑똑한 머리가 정상
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 본능에
더 가깝고 아이들이 지쳐가는 걸 더는
보지 못하는 상태라면
“ 수장님을 찾는 것 같습니다. ”
“ 너도 느꼈어? ”
“ 어쩌시겠습니까? ”
“ 내겐 나쁠 건 없잖아? 빚은 늘수록
좋은 거니까. ”
칼은 자신을 찾는 듯 급하게 대기실에서
나와 두리번거리는 아펠을 보며 기분
좋게 2층에서 내려와 근처로 향했다.
" 이제껏 본 재판 중에서 제일 흥미로운
걸? "
느긋하게 감상평을 늘어놓는 칼에게
난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이 자의
도움이 필요함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지하 감옥에 대공가의 증인이 가지고
있는 키의 위치를 아는 자가 잡혀
있습니다. 그 자에게서 그 물건을 찾아
주세요. "
“ 이유는? ”
“ 수장님께서 원하시는 대가는 물론
기쁨을 함께드리려면 그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칼을 발견하고 잠시 스친 그의 기억엔
멀어서 정확하지 않지만 내게 꽤 관심이
컸다. 아마 모엘신부의 능력을 본 탓일
테지. 그렇기에 난 슬쩍 상태만을 훔쳐
칼에게 흘리니
“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나 보군. ”
“ 선점을 못할지언정 최소 저 녀석과
똑같은 선에서 움직이고 싶습니다.
어찌 되었든 저자는 일개 사용인이고
전 반쪽이나 엄연히 귀족이니 기우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아요. "
“ 좋아, 내가 찾아야 할 건? ”
“ 이걸 그 자에게 보여주면 그것이 어디
있는 지 알려줄 겁니다. ”
혹시 몰라 자린이 나와 루이에게 똑같이
만들어 준 매듭 팔찌를 풀어 칼에게
넘겼다.
“ 그리고? ”
“ 네? ”
“ 그 자에게 물건을 찾아온다면 위험
해지지 않을까. ”
“ 어차피 그 자가 거처 했던 공간이
경비대에게 짓밟혀져 그 때 물건이
분실 될 수도 있으니 그저 잘
모르겠다고만 하라 전해주시면
됩니다. "
“ 바보로 만들어 버리면 쉬울 텐데. ”
--------흠칫
모엘신부의 능력을 은연중에 흘리다니
마치 내가 신부님의 능력을 알고
있는 지 없는 지를 떠보기라도 할
생각이었던 건지 난 최대한 표정을
숨기려 애썼다.
“ 어차피 겁이 많고 아둔한 자라
시키는 대로 잘 할 겁니다. ”
“ 큭... 알겠다. 아? 깜빡할 뻔 했군.
피카스? ”
그의 말에 피카스가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 이것은 무엇입니까? "
" 몸집은 작아도 열다섯이나 먹은
소년의 목소리에서 여자아이 특유의
소리가 묻어 나는 게 거슬린단 말이지. "
" 그건..... "
" 어찌 되었든 네가 이겨야지 내가
얻는 게 더 많지 않을까? "
그렇게 건네받은 상자를 열어보니
거기엔 남자들의 목을 감싸주는
장식인 크라바트가 들어 있다.
“ 그건 평범한 크라바트가 아니야.
착용해서 중앙에 박혀 있는 붉은
자수정을 눌러봐. "
“ 어?? ”
분명 내 입을 벌렸는데 나오는 건
전혀 다른 목소리다. 이에 깜짝 놀라
크라바트와 칼을 번갈아 보니
“ 특별히 제작 의뢰한 것이니 잘
쓰도록 해. ”
목울대를 자극해 생기는 미세한
떨림으로 높낮이를 조절한다니
목소리를 억지로 짜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워
" 이건 잘 사용했다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아니, 판돈도 없이 도박 하는 인간이
어디 있다고. "
" 그치만... "
" 자신이 없나 보지? "
“ 전혀 아닙니다. "
" 그래 바로 그거야. 그렇게 내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만 해. "
확신이라... 크라바트를 받고 나서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허나 이미 룰렛은 돌아간 상태라
파이 쪽에서 먼저 움직이기 전에 칼이
먼저 찾기를 바라면서 파이 다음으로
증언을 하기 위해 준비했다.
" 재판관님 2번째 목격자이신 헥터가의
비네 인토르 헥터영식입니다. "
행정관의 인도로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나의 등장을 알리는
수석행정관의 목소리를 따라
자리에 서서 선서를 한 뒤 착석했다.
‘ 적당해. ’
대기실에 나서기 전 발성과 음의 고저를
조절해 조금 더딘 성장으로 이제 막
변하기 시작한 목소리에 가깝게 만든 뒤
몇 번의 연습 후 선서를 시작으로
긴장을 했었지만 다행히 누구도
어색함을 발견하지 못한 듯 헥터의
목소리로 사람들의 귀에 자연스럽게
섞였다.
" 헥터영식은 사실에 근거하여 본
그대로에 대해 말할 것을 맹세한 바
그 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빠짐없이
전하도록 하게. "
" 그 날은 집에 있기가 너무 싫을 만큼
좋았습니다. "
안정에 지칠 대로 지친 내게
“ 날을 그냥 보내면 왠지 후회될 것
같은데 발트호수정도면 멀지 않고
적당하지 않을 까요? "
“ 봄 날은 영애들에게만 오진 않나
봅니다. ”
“ 정원의 페고니아는 너무 약해서
전 강한 들풀이 보고 싶네요. 거기서
자란 페고니아라면 왠지 위안도
받을 것 같고. "
그렇게 가정교사인 슈테른공을 졸라
난 공녀가 나섰던 그 날 자연스럽게
발트호수에 나가 있었음을 재판관
머리에 그려줬다.
“ 영식이 그 곳에 도착한 시각이
언제였는지는 기억하는가? ”
“ 아침 이슬이 갓 마른 시점
쯤이었으니 오전 9시 전후였을
겁니다. ”
“ 그렇다면 공녀가 오기 전 이란
말인데... ”
“ 저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
그렇게 말을 꺼냄과 동시에 자리에
일어나 불편한 다리를 끌다시피 해
앞으로 나섰다.
“ 어릴 적 낙마 사고로 인해 지금까지도
걸음이 똑바르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괜한 시선에도 예민한 편이라. "
파이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장인 쉘의
비밀을 공개한 것처럼 나 역시 비등한
무언가를 내어줘야 한다.
‘ 귀족들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지. 마치 동물들의
본능처럼. ’
약한 동물일수록 어떻게든 상처
입은 것을 감추려 애쓴다. 이건
천적에게 들켰을 시 곧장 잡아
먹힐 걸 본능적으로 감지하기 때문.
“ 명심해야 할 게다. ”
티처는 마지막 수업 날 결과물에 만족
한 듯 하나의 팁을 귀뜸 해 주었다.
“ 티처가 더 가르치고 싶어 안달을
하더니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네. ”
“ 무슨 말씀이십니까? ”
“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을 뺏을
기세라는 거지. 욕심도 많고 머리도
좋아서인가? 약점을 드러내지
말란 걸 뒤집을 생각을 하고 큭큭. "
“ 하지만 고작 그걸로 재판관을 설득
할 순 없을 텐데요. ”
“ 당연하지 대공이 어떻게 고른
인간인데. ”
아직 아펠의 실력이 미더운 피카스는
신중하기를 바랬지만 칼은 재미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쭈욱
빼 다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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