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이성을 이길 수 있는 건 각성한 본능이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 얘들아~ 우리 아가씨에 대한 소문
그거 진짜였나봐~~ "
호들갑스럽게 들뜬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하녀들이 하나 둘 그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 레나, 큰일 날 소리를 공작님이나
마님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
" 아까 서쪽 발코니 쪽으로 음료
심부름이 있어 갔다가 우리 아가씨와
헤론백작님을 뵈었는걸. "
" 자비원의 일을 상의하시는 모양이지. "
“ 으흥으흥~ 눈치 1도 없는 누가 봐도
알 수 있겠던데? 완전 화기애애
한 것이 꺄~ ”
“ 세상에 이름 모를 분이 헤론
백작님이라니 믿겨 지지 않아. ”
“ 귀족가에서 연애라니 역시 우리
아가씨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
그렇게 하녀들이 두 사람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던 차
“ 다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연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잡담을
늘어놓고 있어. ”
" 에이미~ 넌 진작에 알고 있었지? "
“ 뭘 말이야? ”
“ 우리 아가씨를 사로잡으신 분
넌 아가씨를 모시니 잘 알 거
아니야. ”
“ 대체 무슨 말을. ”
“ 에이~ 시치미 떼긴. 그러지
말고 우리한테만 살짝 알려주면
안돼? ”
“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쓸
시간 없어. 다들 기다리고
계신다고 자자~ 어서 움직여~! ”
" 치사해 에이미~ "
안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아가씨를 두고
살펴야 할 하녀들이 나서서 소문을
부풀리니 걱정스러운 에이미는 레나를
비롯한 하녀들을 단속 시킨 뒤 서둘러
키온영애를 찾기 시작했다.
" 아가씨~ 아가씨~ "
" 아~ 제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
봅니다. "
" 아니에요.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걸요. “
오랜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같이 너무나
편한 시간이었기에 눈치 없는 에이미의
등장이 야속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하아... ”
평소 기억하고 있던 우아하고 부드러운
인상에 볼 수 없었던 사랑스러움을 찾아
설레이는 마음에 심장이 고장 난 헤론.
자신의 방으로 돌아 왔지만 다정했던
헤론의 모습이 생각에서 떠나지 않아
얼굴의 온도가 올라가 버린 엘레나.
아무래도 두 사람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 같다.
‘ 그만... 그만... 좀~!! ’
“ 백작님? ”
인지도에도 불이 붙었겠다 이제 거기에
맞게 속도를 맞춰 진행할 계획에 대해
설명 하려는 데 자선 연회 부작용 마냥
계속 그 날의 기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통에 돌아버리겠다.
“ 아..아~ 미안 하네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
“ 지금 다른 데 정신 팔릴 새가
없습니다. ”
“ 집중하도록 하지. 그러니 어디까지
이야기하였나. “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나중에 엘레나가
혹시라도 아니라 말을 하게 되면 얼마나
무너져 내릴지 걱정이 들어도 너무 든다.
“ 이번 자선 연회에 모습을 비춘 건
확실히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키온공작님께서도 백작님에게 호감을
가지시고 무척 궁금해 하셨던 모양인
듯합니다. "
“ 그래? ”
“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자신이
약해졌을 때 사심 없이 도와드렸던 것이
꽤 인상에 남으셨을 겁니다. 뭐 그 덕에
키온공작가에서부터 백작님에 대한
이야기가 잘 만들어져 이제껏 지지
부진했던 인지도도 제법 상승하게
되었으니 조금은 마음을 놓으셔도
될 듯합니다. "
“ 그래도 황녀님이 쉽게 포기하실 분이
아니라서. ”
“ 당연 어떻게든 백작님을 깍아 내리려
안간힘을 쓰실 테지만 백작님에 대한
소문에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역으로 궁금해질
테니 쉽사리 일을 벌리진 못하실 겁니다. "
“ 그래도 안심하기엔 일러. 사교계의
큰 손이었던 폰쉬백작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만 봐도. "
“ 그렇게 정 불안하시다면 예의
주시하고 기다리기보다 먼저 선수를
쳐 황녀님이 그 어떤 일도 벌리지
못하게 할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
“ 어떻게 말인가? ”
“ 오늘부로 독신을 철회하겠다는 말을
주변에서부터 천천히 퍼지도록
알리세요. ”
“ 그게 무슨...?? ”
“ 사람들이 백작님에게 약혼자가
있는 것은 아닌 지 궁금해 할 정도면... ”
“ 약..약혼자라니~~ 그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
“ 저 아직 다 말하지 않았는데 왜 그리
놀라고 그러십니까? ”
“ 어? 어.. 그게 그러니까 아니~
그것이 생각지도 못한 말이라. ”
이 정도면 중증이 분명하다.
약혼이란 단어 하나에 곧장
키온영애를 떠올리다니 진짜
이러다 차이기라도 하면
그걸로 날 얼마나 괴롭힐지
끔찍한 생각이 들어 곧장
휘저은 뒤
“ 그리고 그 약혼자가
키온영애인 거야? 하는
의문을 추가한다면... ”
“ 풉---- ”
‘ 하~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진짜. ’
“ 아... 아니 거기서 키온영애가
왜 나오는 건가? ”
“ 이건 결코 나쁘지 않은 제안이
될 겁니다. 왜냐면 키온영애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
“ 영애를 둘러싼 말도 되지 않는
소문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
“ 역시 들으셨군요? ”
모를 수가 없지. 남 이야기 좋아하는
누군가로 인해 듣고 언짢았으니까.
" 백작님~~ "
보육원 막내 마리가 헤론을 발견
하자마자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안겼다.
“ 이젠 열이 내렸나보구나. ”
“ 백작님~ 백작님~ 진짜에요? ”
“ 응? 무얼 말이냐? ”
“ 엘레나언니와 백작님께서 결혼
하신다는 말이요. ”
귀족들은 거르지만 확실히 순진한
소녀들은 가문의 담장을 곧장 넘겨
버렸나 보다. 점찍어 둔 하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한 듯 키온영애 소문의
남자가 헤론백작이란 말이 벌써 보육원
꼬맹이들 귀에까지 들어 우리에게
돌아오다니.
“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야 마리? ”
“ 응응~ 언니들이 그랬어요. 두 분이
올해 안에 결혼 하실 거라고. ”
“ 그~래에~? 마리는 만약 그게
진짜라면 어떨 것 같아? ”
말할 순간을 놓친 누군가를 대신해
마리에게 묻자 곱슬 거리는 주홍색
머리칼을 손가락에 걸어 잠시 배배
꼬다가 이내 얼굴 가득 해맑은
미소를 올리며
“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
확실히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한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존재일 테지
난 오랜만에 받은 감동으로 아이를
포옥 안아준 뒤 에이미가 정성스레
구운 바닐라쿠키와 초코머핀이 담긴
바구니를 건네줬다.
“ 자네가 원하는 대로 된 것 같군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게. ”
“ 불손한 소문의 주인공이 분명해지니
확실히 달콤하게 바뀌었군요. ”
“ 이게 뭔가~ 키온영애를 위한 것이라
더니 오히려 근거도 없는 소문에 무게만
더한 꼴이지 않나? "
“ 그 덕에 헤론백작님의 성적 취향이
확실해지지 않았습니까. ”
“ 자네~~! 나를 건지기 위해
키온영애를 곤경에 빠뜨린 게 좋은
결과라니 그 말 같지도 않은..."
“ 백작님께서 제게 주신 의뢰는 분명
황녀님께서 흘린 소문을 덮어 달란
말이었습니다. 기왕이면 없애면
더 좋고. "
“ 지금 논점은 그게 아니지 않나. ”
“ 저는 분명 백작님에게 받은 의뢰를
확실하게 해결해 드렸는데 무슨 문제가
더 남았을까요? "
“ 자네 설마 키온영애에게 일부러
접근을 한 것인가? 나와 연관 짓기
위해서? ”
“ 글쎄요? ”
나의 모호한 대답에 제대로 약이 바짝
오른 백작. 하지만 그렇다 해서 내게
화도 낼 수 없다. 왜냐면
“ 계약서에 대한 내용을 기억하신다면
생각이 나실 겁니다. 거기엔 분명
『제가 행하는 방식에 그 어떤 의문도
달지 않을 것.』이란 문구를 말입니다. "
“ 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날 완전 양심 없는 나쁜 놈으로
만들다니. ”
“ 더 원하시는 것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
“ 당연.. 아니 잠깐 자네 설마? ”
“ 이제부터 하시는 말씀에 따라 새로운
의뢰를 받을지 말 지를 결정 하도록
하지요. 설마 아직까지 착각을 하시고
계시진 않으시겠죠?
저는 결코 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제대로 일을 했을 뿐. "
빙글 거리는 내가 얄미울 테지만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짝사랑하고
있는 이를 자신의 손으로
망칠 수는 없을 테니.
“ 그녀를 구해주게. ”
제발이란 수식어가 빠져 아쉽지만
절실함이 가득한 백작의 단호한
말투가 구질 거리지 않아 마음에
드니 이제 그만 놀려도 될 듯하다.
“ 좋습니다. 백작님의 두 번째 의뢰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따로 계약서를
쓸 테지만 그 전에 구두로 먼저 확답을
받았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
“ 말해보게. ”
“ 이번도 제가 하는 그 어떤 것에
의문을 갖지 마시고 끝까지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
“ 물론이지. 난처한 상황이 와도
상관없네. ”
‘ 으음~ ’
말랑거리기만 해선 갖지 못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 제대로 약이 오른 걸
확인한 난 손으로 입을 가려 웃은 뒤
“ 확고한 의사까지 들었으니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겠군요. ”
“ 자네 설마 이것까지 염두 한 건
아닐 테지? ”
“ 제가 괜히 천재 해결사이겠습니까?
앞을 좀 내다보는 것 정도야 뭐 훗~ ”
이쯤이면 보통 욕이 튀어 나올 만 한데
인자 하신 헤론백작님은 그저 인상만
구길 뿐이다. 그 덕에 나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 이번 의뢰는 백작님 의지에
달렸습니다. ”
“ 개입이 필요하단 것인가? ”
“ 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어 이렇다
할 답을 드릴 순 없으나 백작님께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뉘게 될 테니. "
“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군. ”
‘ 내가 마음먹고 덤비면 해결 못할 것이
없었지만 사람 감정만큼 어려운 문제는
없었지. 늘 예상을 벗어나 유일하게
실패한 것이니까. '
그래서 그 감정의 주인들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1%의 가능성이라도
보인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까.
“ 굉장히 쉬울 수도 있고,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을 수
있지만 헤론백작님께서 현명하게
대처하시리가 믿습니다. "
항상 확고하게 매듭을 짓던 내가 조금의
여지를 둔 말에 살짝 걱정을 내비쳤지만
이내 자신을 다독이려는 듯 키온영애의
상심을 떠올렸다.
‘ 확실히 희한한 감정이야. 저렇게 무른
인간을 단단하게 만드는 걸 보면 ’
어찌 되었든 내겐 조금은 모험이 될
두 번째 의뢰가 기대된다.
늘 의문이었던 감정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기회니까.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