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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령 님의 서재입니다.

회천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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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리형
작품등록일 :
2014.07.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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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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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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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DUMMY

육손 그는 원래라면 육가의 행사에 참여도 못할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육가의 방계로 있었으나 조부와 아버지의 능력이 차고도 넘쳐 본가를 넘을 정도였다. 육손은 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당조부인 여강태수 육강의 임지에서 성장했다. 본디 원술과 분란이 심해져 손책의 손에 목이 떨어졌어야 하나 그 임무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육강과의 일이 모두 끝나고 육손은 왕하와 독대를 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였다. 해봐야 열 살 남짓이나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겉모습은 아이인데 속은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이러하니 육강이 어린 육손에게 가문을 맡긴 것이겠지. 그래서 손권이 무서워 한 것이고.’


손권은 육손의 덕에 촉한을 물리치고 그의 덕에 황제의 자리에 올라놓고 팽을 시킨 것이다. 그것도 별 시답지 않은 일로 유배를 보내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것은 육손 자체에 대한 견제인 것이다. 그의 능력이 어린 나이에 이정도 일진데 장성하였을 때는 어찌 하였을까?


‘주유나 여몽, 노숙이 있었을 때는 그를 견제라도 했지 구신(舊臣)들이 죽고 나서는 홀로 육손을 대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다 육가에는 구원(舊怨)까지 있으니 육손을 죽여야 자신이 살았겠지.’


그러나 지금은 도리어 상황은 바뀌어 있었다. 육손이 직접 달려와 매달리는 형상이었다. 육강은 정당한 권력을 이양 받은 자신에게 검을 들이대었다. 특히 수적을 이용하였으니 그 죄는 실로 컸다. 그런 상황에서 육가가 받을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볼 마음으로 육손이 달려와 이를 고한 것이었다.


“차분하구나?”


육손은 왕하가 입을 떼자 찻잔만 지긋이 보며 차도 따르지 않던 육손이 그제야 왕하를 바라보았다. 육가의 대표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많이 어린나이였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조차 연기라면 대단을 넘어선 일이겠지. 고작 열 살쯤 된 아이인데.’


왕하가 말을 먼저 묻기로 하였다. 어린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결정하라고 하여서는 그가 원하는 답을 얻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하는 바는 단순한 이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말하지.”


“태수님이 원하는바 말씀이십니까? 강동의 육가가 태수님의 아래 무릎 꿇었습니다. 그것으로 부족한 것입니까?”


왕하는 웃음을 지었다. 부족한가? 많이 부족하였다. 겨우 강동의 육가 하나를 얻자고 자신을 도모한 가문을 멀쩡히 살려둔 것이 아니었다. 육가 하나를 살렸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득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나를 죽이려 한 가문일세.”


“전 가주의 독단이고 무능한 탓입니다.”


육손의 말에 왕하는 미래의 정치인을 생각나게 하였다. 자신이 속한 단체가 잘못을 했음에도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이끌던 이가 잘못한 것이라는 비겁하고 뻔히 보이는 거짓이었다. 물론 증좌가 없으면 붙들어 놓기 어려운 변명이기도 했다.


“정말 아무런 도움이 없었나? 없었을까? 돈이 흘러나간 것이 있을 것이다. 또한 가문에 사졸들이 모이고 나가는 것 그리고 그곳에 드나드는 인물들을 모두 모르는 일이라고 하지는 않겠지? 이미 그대의 판단은 늦고도 늦었다.”


“저희가문이 전가주의 독단을 막기 위해 어렵게 움직인 것을 이리 모욕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왕하는 웃음을 크게 지었다. 비웃음이 틀어져 나오는 것을 힘겹게 참으며 눈빛이 독해지며 육손을 바라보았다.


“육강이 나를 도모하려는 것은 꽤 오랜 전이다. 아는가?”


“모르는 바입니다.”


“모른다고?”


“그러하옵니다. 가주의 행동을 제약할 힘은 제게 없습니다.”


“힘이 없다라? 웃기는 일이군 돈을 움직이는 장로와 창고를 관리하는 장로를 수족처럼 다루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것을 모른다고?”


육손은 놀라 왕하를 바라보았다. 육가내부에 사람이 있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할 무렵 왕하는 거세게 몰아 붙였다.


“재물을 움직이는 두 장로가 너와 가까이 하는데도 그를 몰랐다 하는 것은 네가 엄청나게 무능하거나 이를 숨기고 있는 것이지. 두 가지 모두가 내가 육가를 살려둘 필요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군을 움직여 육가를 뒤지고 모조리 찾아냄이 우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뒤는 그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참하고 연좌의 죄를 물어 육가를 강동에서 지워야겠지.”


왕하의 말에 육손은 덜덜 떨 뿐이었다. 왕하는 그리고 온순한 봄바람처럼 바뀌어 육손에게 물었다.


“그러니 내 말에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명분이라는 놈은 이미 내손에 있다. 그대가 벗어나려고 하면 나는 가볍게 칼을 들면 그뿐이다.”


“허나 저희가 없다면 강동을 차지한 후가 어려울 것입니다.”


왕하는 그런 육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못할 것 같은가?”


그리고 왕하는 죽간 뭉텅이를 꺼냈다.


“이것은 육강이 사졸을 모을 때 이리저리 변통하고 모은 자금이지 거기다. 여기에 관련된 가문에 그들이 가담한 시기까지 모두 여기 있다. 과연 여강 하나만 연관 되어있을 것 같나? 강동의 사성이라는 육가의 가주이다. 그의 입김이라면 강동이 들썩였을 것이다. 강동이 모두 내게 약점을 잡힌 것이다.”


“그들이 이것을 알면 죽기 살기로 달려 들 것입니다.”


“채찍과 당근을 같이 주면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당근을 받기 위하여 한마지로를 다하겠지.”


으득 하는 소리와 함께 육손이 눈을 내리깔았다.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를 이해를 한 듯싶었다.


“무엇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그대들이 선도하여라. 귀족의 진정한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라.”


“그것이 무슨 뜻 입니까?”


“나의 앞잡이가 되어 강동의 귀족의 근원을 근본부터 바꾸어라. 나는 법가와 같이 모두에게 같은 법을 적용할 것이오. 강한 법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유가의 말대로 교육을 부흥할 것이다. 단지 그 범위는 묵가와 같이 겸애하여 강동의 모든 백성을 가르칠 것이다. 상업을 장려하여 천하가 좁다고 상인들이 돌아다니게 할 것이다. 그리고 잡가와 같이 옳은 생각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일이 없게 할 것이다. 사상을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지파를 열 수 있는 강동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 것이다.”


육손은 놀라 자리에 일어나서 왕하를 노려보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눈이 서릿발과 같았다.


“태수 역천을 바라고 있음이오?”


“역천? 그것이 어찌 역천이지?”


“한은 고래로 유가를 신봉하고 따랐소. 그 어찌 역천이 아니겠소?”


말투가 변화한 것을 보았다. 이것을 진정 역천이라고 보는 것인가? 역시 이시대의 인물일 뿐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은 어찌 되었는가?”


왕하는 격분하듯이 말을 하였다.


“그래서 한은 어찌 되었는가 물었네. 한이 언제 한번 백성이 안락을 누렸는가? 분란은 끊임이 없었고 평안의 시간은 현군의 한 대에 머물렀네. 아니 그것은 백성의 안락이 아니라 권족들의 안락이겠지만 말이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르렀네. 진과 한의 차이는 몇 대를 지났는가의 차이일 뿐이네. 결국에는 백성들은 고통 받았고 백성들의 난에 의하여 뒤집어 졌다는 것이다.”


물론 왕하의 말도 빈틈투성이였다. 모든 국가의 흥망은 사람에 있는 것이다. 사람이 올바르다면 제도가 엉망이라도 국가는 이어나가고 제도가 완벽하더라도 사람이 타락하면 국가는 무너지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왕하는 육가를 다른 가문들을 선도해 나가는 가문으로 만들기 위하여 움직인 것이다.


‘이들이 움직이면 다른 가문들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나의 주변의 가문들은 어차피 나를 따라 움직일 것이니 그것이 유행이 되고 문화가 될 것이다.’


육손은 패배를 시인하고 밖으로 나설 수밖에 밖에 없었다. 그러나 육손의 표정은 밝기만 하였다. 마치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다는 것처럼 말이다. 장로들이 모여 육손에게 물음을 하자 육손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장로들이 거리를 유지하였다.


“별 것 아닙니다. 저희는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별것이 아니라니요. 가주 단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문은 유지 될 것입니다. 단지 우리는 주공이 되신 태수님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태수님을 이끄는 것입니까?”


“아니요. 주공께서는 손으로 가르키기만 할 것입니다. 길을 내는 것은 우리가 해야 겠지요.”


“그것은 앞잡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저희는 태수의 화살받이가 된 것입니다. 권족들의 질타는 우리가 받을 것입니다.”


육손은 손을 내저었다.


“단지 그것만 있지는 않습니다. 태수께서 향하는 길은 옳은 길이니 그곳의 길잡이가 된다면 우리 가문은 강동제일 가문이 아니라 천하가(天下家)를 노려볼만 할 것입니다.”


“순씨나 두씨와 같이 말입니까?”


“예, 주공의 길은 험난하지만 잘 따르면 우리는 만세를 살아가는 가문이 될 것입니다.”


육손의 모습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저울질하고 마지막까지 시험을 한 것이리라. 그러나 마음속에는 충성이라는 그림이 그려갔다.


‘단순히 강동의 제패할 인물 정도여도 충성을 다하려했다. 헌데 인물됨이 그를 넘어 만세의 길이 남을 인물이지 않은가? 만방의 문물과 사람이 모여드는 강동이라 빨리 보고 싶구나.’





가후가 국의와 함께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국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군사, 그런데 그 뭣이냐 백개선생께서 만든 전서 한 장으로 유요를 낙양으로 쫒아버릴 심산 아니었습니까?”


가후는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장군께서는 그냥 이런 물건을 주면 바로 달려가겠습니까?”


“의심부터 할 겁니다.”


“그것입니다. 저들도 절박하게 만들고 우리도 절박한 것처럼 해야 믿는 것이지요.”


“옳은 말씀입니다.”


“군사선생 헌데 저들을 급박하게 만드실 요량입니까?”


“목 끝에 칼이 들어오게 생긴 것이 급박한 일이지요. 북기는 단숨에 말릉 앞까지 진군 할 것입니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가후는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시세를 가늠하였다.


“아니요. 북기에게는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을 준비해야지요. 유요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국의는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가후를 바라보다 말고삐를 쥐었다.


‘가선생의 말대로 유요 만 있는 것이 아니지. 엄백호라는 인물과 왕랑, 허씨일가와 결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긴장을 푸는 순간 주공의 염원은 날아가 버린다. 주공의 기반 내가 만들어 드릴 것이다.’


그러나 가후의 그림 속에 북기의 진군은 딱 말릉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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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천의(天意) +1 16.10.11 7,839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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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설득 +1 16.09.19 7,423 104 5쪽
70 설득 +2 16.09.17 7,769 113 5쪽
69 설득 +5 16.09.12 8,069 111 6쪽
68 인연 +5 16.08.31 8,042 106 7쪽
67 인연 +4 16.08.28 8,222 107 5쪽
66 인연 +7 16.08.27 8,419 109 8쪽
65 군웅할거-終 +5 16.08.15 8,110 1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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