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가후의 말에 신료들은 술렁였고 왕하는 숨을 들이쉬었다. 왕하는 가후가 올린 빈 비단을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가 붓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일필지휘로 글을 써내려갔다. 그 내용은 파격이었다.
'들으라. 본 태수는 옳은 일을 행하려한다. 백성들을 다시 살펴 부당함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수적과 부랑민도 포함한다. 무릇 살기 위해 노략을 한 것이라면, 여강성의 관아로 와 심문을 받으라. 그리한다면 늦게라도 바른 의를 세운 상을 내리겠다. 농지를 바란다면 필요한 땅을 내어줄 것이오, 군에 들어 공명의 기회를 내어 주겠다. 더 이상은 악한 윗사람 걱정 할 필요도 국적(國賊)이 되어 관군에게 두려워 할 필요도 자손의 장래를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나의 이름을 걸고 하는 약속한다.‘
가후는 왕하가 써낸 방을 받고 예를 표했다.
“현명하시옵니다. 주군의 선언은 불씨가 되어 수적들을 흔들 것입니다.”
가후는 손을 이리저리 자르는 시늉을 하면서 말하였다.
“수적들은 서천의 토벌군에 밀려 이리저리 찢어져 내려 왔을 것입니다. 토벌에 지친 그들은 하지 않던 생각도 할 것입니다. 그들은 주군의 선언 하나에 한번쯤 다른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 의심하고 위는 아래를 믿지 못하고 아래는 위를 원망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후는 뜸을 드리고 손을 내밀어 무엇인가를 쥐는 행동을 하고는 왕하를 보았다. 왕하는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가후의 한마디 한마디를 자신의 머리에 담고 있었다.
“결국에는 주군의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가후는 육강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맞지 않는 듯 한 표정이었다. 가후는 그 후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계녕공의 도움이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지요.”
가후가 말하는 도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육강의 심정을 흔드는 어떤 계라는 것이 보이는 가후의 말투였다.
"말해 보세요. 여강의 백성을 위하는 일이라면 계녕공이 거부할일이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육강의 얼굴에 티가나지 않을 정도로 욱신거림이 있었다. 하기야 이 자리에서는 거부하기 힘든 일이었다. 단순히 육강과 왕하의 거래가 아니라 수많은 공증인들이 모인 대전 가운데서 이루진 현 태수가 육가를 책임지는 권족의 대표에게 내리는 명과 같았다. 만일에 이를 거부하고 나선다면 육가와 태수와의 전쟁은 기정사실이 될 것이었다.
'백성이라는 방벽도 가문화의 말에 모두 무너졌다. 흉악한 말이 아니고서야 그의 제안을 막을 수가 없다. 원술의 확장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인가?'
육강의 가슴 속에서는 걱정과 근심이 차올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합당한 일이라면 신이 어찌 거부할수 있겠습니까?"
'합당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말인가? 자존심 한번 대차네'
가후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 흘렀다. 반면 가후의 속내를 모르는 육강은 안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가후는 왕하에게 예를 올리고 자리로 돌아가 육강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며 말했다.
"육가의 식객인 저 두 인물들을 이번 계의 중심으로 삼고자 하옵니다. 부디 그들을 설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육강은 보기좋게 인상이 찌푸렸다. 가후가 한말의 뜻을 이해한 것이다. 그들을 육가의 식객이 아닌 정식적으로 왕하군 편제로 들어오게 하라는 뜻이었기에 육강은 쉬이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저들이 비록 수적의 무리라고는 허나 지금 의를 세우기 위하여 온 것을 어찌 쉬이 제가 그들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
왕하는 도리어 고개를 갸웃하고는 육강을 바라보고 답했다.
"지금 그들을 벌하겠다는 말이 아닌 것으로 아네만? 어찌 그리 성급하게 판단하는가? 않그렇소이까? 군사"
가후는 왕하가 자신의 장단에 맞추어 주어 고맙게 생각 하며 왕하를 향해서 고객를 숙이고 육강을 향하여 말했다.
"그저 그들을 본보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 입니다. 아무리 저들이 의를 세운다고 하나 군적도 없는 수적에 불과 합니다. 어찌 그들을 믿고 군략을 같이 세우겠습니까? 또한 서쪽에서 내려오는 수적을 막은 후에는 어찌 저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가후는 양손을 펴서 마치 문제를 들고 있는 듯한 행동을 했다. 그리고 그의 손이 움직이자 모든 신료들은 그의 손에 집중 하고 있었다. 가후의 말에 홀린듯 모든이가 똑같은 방향을 향했다. 가후가 주먹을 쥐자 흡하는 소리가 들리며 가후의 말을 기다렸다.
"차라리 이번에 저들을 공개적으로 아군에 들이면서 적에게는 약속을 지키는 면모를 보이고 승리만 하는 아군에는 위기감을 부여할 것입니다."
국의도 고개를 끄덕였다. 패배를 모르는 기주군 지금은 북기라 칭하며 왕하의 제일군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자긍심이 어느 군에나 필요하나 과하면 자만이 되는 것이었다. 특히 기후가 다른 강동에서 자만은 치명적이었다.
'부장들은 한껏 긴장하겠지 토박이 군이 영입되면 자신들 보다는 그들이 우선적으로 쓰일테니'
왕하의 성정상 친한이들에게 군공을 먼저 세울 기회를 주기보다는 효율적인 편제를 할 것이고 그 결과는 북기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었다.
쑥덕거리는 소란속에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짓는 가후와 분함이 가득한 육강 그리고 고민하는 여러 장수들이 있었다.
- 작가의말
손견: 내가 말이야 강동갔으면 한방에 끝났을 텐데
왕하: 육강도 한방에 갔겠죠.
육강:....
정사에서는 육강이 그렇게 쉬운 인간이 아닌데 ㅋㅋㅋ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