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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3,127
추천수 :
543
글자수 :
332,033

작성
20.02.24 21:31
조회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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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51화 - 첫 단계부터

DUMMY

다시 병원에 가보니, 의사가 면회를 허락한다. 아이의 상태가 나아졌고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중요하다던가 뭐라던가. ...내가 진짜 부모는 아니지만 말이지.


“별님아, 괜찮니?”


누워있는 별님이를 살펴본다. 정말로 그런 건지 아니면 내 눈에만 그런 건지, 많이 야윈 듯이 보였다. 안타깝다.


“아버지...”


별님이는 웃으면서 나를 반긴다. 아니, 웃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잘 웃지는 못한다.


“많이 힘들지?”

“...네”


별님이는 솔직하게 수긍한다.


“아빠가 미안해”

“?”


별님이는 내 사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나 때문에 네가 감기 걸린 셈이니깐, 내가 미안하지. 생각만 할 뿐 구차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별님아”

“네”

“옛날 일은... 안 떠오르지?”

“옛날이라 하면... 언제 말씀인가요...?"

"내려오기 이전에 말이야"

"내려오기... 그건... 옥상에서...?”

“응, 사람이 되기 전에 말이야”

“네... 딱히 기억나는 건 하나도...”

“그래...”


쓰담쓰담. 별님이를 쓰다듬어주었다. 더 해줄 말도, 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조용히 쓰다듬어주는 것 외에 가능한 것이 없었다.


“하룻밤만 더 자렴, 그러면 나을 거란다”

“...네”


한참을 별님이를 보살피다가 밖으로 나갔다. 우선 별님이가 아픈 걸 낫게 하고 보자.




그래서 내가 한 것은, 빚을 지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별것 아니었다. 집문서를 챙겨서 은행으로 향한다. 집을 담보로 하고 싶다고 말한 뒤에 어떤 집인지 알려주니, 2층으로 안내받는다. 그곳에서 높은 사람인 듯한 은행원과 상담한다.

이 집은 얼마고 어쩌고저쩌고. 복잡한 얘기는 잘 알지도 못한다. 결론만, 빠르게. 재촉해서 거래를 빨리 끝낸다.

...그래도 너무 빌리면 무서우니깐 5억만 빌린다. 5억이 적은 돈이라는 건 아니지만! 돈 액수가 너무 커지니 금전 감각이 슬슬 없어지려고 하는데, 조심해야지, 음음.

그리고 다음 단계는 집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 집에 있는 것이다. 혼자서 현관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그러면...

띵동.


“안녕하셔, 주인어른! 먼~나라 귀한 보물 있다해!”

“들어와요”


역시. 돈이 많이 생기면 행상인이 방문한다.


“이렇게 환대해주니 기쁘구만해~”

“엘릭서”

“자, 오늘 소개할 물건은...”

“엘릭서”


다른 물건은 뭐 들을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은 엘릭서, 만병통치약뿐이다.


“그건 지금 없다해~”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전혀 기대하지 않던 것이다.


“뭐...?”

“매진이다 해~ 다음에 물건 구하면 또 보여주겠다해~”

“장난해? 매진이라니? 그게 팔려?”


게임 플레이어는 난데 또 누가 산다는 거야.


“미안하게 되었다해~”

“엘릭서나 내놓으라고!”


생각지 못한 사태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나 말고 살 사람도 없잖아!”

“지, 진정하라해~”

“얼른 내놓기나 하라고!”

“어, 없다해~”


순간 화가 나서 거칠게 대했지만, 없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첫 단계부터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 엘릭서로 별님이를 치료한다는 것부터 막힐 줄이야.


“좋아... 엘릭서 말고, 다른 약은 없어?”

“약은 없다해... 그것보다 이건 어떤가해? 종이에 쓰면 신에게 가는 편지다해! 지금은 세일해서 500만 원에 판다해!”

“필요 없어”

“참 희귀한 건데~“

“그보다 엘릭서, 엘릭서는 언제 들어와”

“모른다해~”

“상인이 자기가 취급하는 아이템이 언제 들어오는지도 모른다고?”

“엘릭서는 나도 어렵게 구하는 거다해~ 정령계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거다해~”

“정령계에서만? 정령계 어디서 파는 거지?”

“파는게 아니다해~”


지나치게 꼬이기 시작한다.


“그럼 어떻게 얻는 건데?”

“나도 모른다해~”

“하나도 몰라?”

“고귀한 행위의 부산물, 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너무 모호하다해~”


상인 말대로다. 고귀한 행위의 부산물이라고? 그런 말을 누가 알아듣겠어.


“하...”

“그것보다 주인, 이건 어떤가 해? 차고만 있으면 허리디스크가 완전히 낫는 복대다해~”

“필요 없어”


나는 상인이 하는 말을 흘려들으며,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지? 별님이를 엘릭서로 낫게 한다는 계획이 이렇게 쉽게 틀어질 줄이야.




어쩔 수 없는 건 내버려 둔다. 그다음으로 할 일은 단아를 찾으러 가는 일이다. 계속 태화씨에게 맡겨도 좋을 것 같지만... 그래도 데려와야지.


“어서 오세요”


언제나 태화씨가 있던 편의점, 이번에는 없다. 대머리 아저씨 한 명이 친절하게 인사를 할 뿐이다.


“저기... 다른 알바 분은 지금 안 계신가요?”

“다른 알바요? 누구 말이죠?”

“말이 짧고 성격이 강해 보이는 여자분인데...”

“아”


대충하는 설명에도 바로 알아듣는다.


“그분, 오늘 안 오셨는데”

“일하는 날이 아닌가 봐요?”

“아뇨, 무단결석이에요. 연락도 안 되고 그래서, 아마 사장님이 자르지 않을까 싶네요. 아휴, 진즉 잘랐어야 했는데 사장님도 참 사람이 좋아서...”

“그래요...”

“애초에 그 사람 성격이 너무 나쁘잖아요? 붙임성이 없는 거야 괜찮은데 손님들에게 제멋대로 화를 내고, 무슨 성격 더러운 개에요? 거기다가 알바 시간도 제멋대로 늦게 오거나 하고, 교대하러 와보면 정리한 건 하나도 없고...”

“잠시만요, 혹시 그분 연락처는 모르시나요?”

“아휴, 손님, 개인정보는 함부로 알려드리면 안 되는데”


여기서 이렇게 막힐 순 없다.


“아저씨, 그 여자분, 마음에 안 드시죠?”

“아이고~ 손님,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까지 개판을 친 걸 말했을 뿐이에요. 저는 단지 피해를 받았을 뿐이고 마음에 들고 안 들고 이전에...”

“마음에 안 든다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저도 그 사람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렇죠?”


맞장구를 쳐주니 바로 안색이 밝아진다.


“역시 그 사람, 주위 사람들이 다 싫어할 만한 타입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러니깐 제가, 그 이것저것 따질 게 있거든요, 그 여자한테”

“오우, 어떤 거예요?”

“그 사람 저한테 폐 끼친 것도 많고... 욕도 좀 하고...”

“와, 역시 그 여자 진짜 나쁜 사람이었네!”

“그럼요, 그리고 제가 그 사람한테 돌려받을 것도 있고...”

“아니, 뭐 빌려줬어요? 그런 여자한테?”

“뭐... 어쩌다 보니깐...”


정확히 말하면 빌려줬다기보다는 뺏긴 것이지만요. 아니, 받았다가 다시 가져간 거라 해야 하나?


“아이구, 손님 도대체 뭘... 왜 그런 여자한테 그리...”


계속해서 끊임없이 말을 하던 아저씨가 입을 다문다. 이 아저씨, 진짜 수다 떨기 좋아하네.


“손님, 아무리 예뻐도 속이 그런 건 버려야 해요~”


이 아저씨, 이제는 멋대로 짐작하고는 떠들기 시작한다.


“제가 이래 봬도 손님보다는 나이가 많지 않습니까? 오래 살다 보니 깨달은 건데, 여자는 외모보다는 역시 내면이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 그 여자는...”

“별로죠, 네, 그럼요”


말을 끊자.


“그러니깐 살짝만, 알려주세요. 이상한 데 쓰지도 않을 거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건 저희 규정상 안 되는 거라서”


그렇게 말하며 빼는 아저씨. 이 아저씨, 제멋대로 떠들기는 좋아하면서 자신에게 피해가 생길만한 일은 극구 피한다. 마음에 안 드네.


“에이, 저 자주 보셨잖아요? 저 계속 여기 사니깐, 귀찮은 일 안 만들 거에요”

“물론 손님은 믿죠! 손님은 믿는데, 저희가 규정이라는 게 있으니깐...”


알죠? 아저씨는 그렇게 눈을 한 번 크게 떠주며 넘긴다.


“제가 뭐 이상한 일 할 거 아니라니까요~”

“네네, 물론 알죠!”

“그러니깐 이렇게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거예요”

“네?”

“만약에 개인적으로 끝내지 못하면 저 경찰 부르고 그래야 하는데... 그러면 피차 피곤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내가 눈을 한 번 크게 떠준다. 알죠?


“물론 저야 상관없지만~ 규정도 정확하게 지키고 그러면 좋죠~ 그렇긴 한데~”

“아하하, 그렇군요”

“적당히 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 괜히 큰일 만들기 전에...”

“허어, 이거 안 되는데...”

“별일 없을 거에요, 약속해요. 저 여기, A동 35층 살아요, 3501호”

“에헤이...”

“주소까지 말씀드렸으니깐, 무슨 일 생기면 제 책임이라고 말해도 되잖아요?”

“......”


머리를 굴리는 아저씨. 괜히 경찰이 와서 귀찮게 하는 것이랑 혹시라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랑 비교하고 있는 것이겠지.


“일 잘 풀리면 사례도 해드릴게요”


그러니 그 비교하는 저울 한쪽에 한 마디 더 끼얹는다. 지금 균형이 맞는다면, 이 한마디만으로 무게 비교가 확실히 되겠지.

알겠죠? 내 말에 아저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안쪽 서랍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알려준 주소를 찾아간다. 바닷가 근처로 가서, 인기척이라곤 없는 길을 걷는다.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믿고 와봤지만...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 옆에는 바닷가와 부두가 보일 뿐인데.

계속 내비게이션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컨테이너 하우스가 보였다. 2층으로 되어 있는 컨테이너에는 창문도 뚫려서, 사람이 거주할 수 있게 되어있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건 공사 현장에서나 쓰는 건 아니었나?

핸드폰을 다시 본다. 내비게이션은 이곳이 알려준 주소가 맞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지만 다른 곳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컨테이너 하우스의 문을 두드렸다.


“태화씨? 태화씨 계세요?”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나오질 않았다. 역시 이상하지. 이런 곳에서 살 리가 없지. 사람이 아무리 궁색해도 공사장에서 쓸 법한 컨테이너에서 살 리가...

잘 생각해보면 군대에 있을 때 살아봤다. 그래, 가능하긴 하지. 그 생각에 다시 문을 두드린다. 반응이 없다. 조용히 문을 열어보았다. 누가 살 수도 있으니 확인해보자, 단아를 꼭 찾아야 한다.


“누구 없나요...?”


문은 잠겨있지 않은 덕분에 잘 열렸다. 안은 어둑어둑해서, 아무도 없다는 걸 분위기로 알려주고 있었다.

안은 싸늘했다. 말 그대로 싸늘했다. 난방 같은 건 되지도 않는 구조니 당연하겠지만, 난로나 어떤 난방이 될만한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취사도구조차 보이질 않는다.

구석에 테이블과 몇몇 잡동사니가 보인다. 또 침낭도 하나 보인다. 캠프에 가서 혼자 잘 때 쓰는, 애벌레 번데기 같은 침낭이다. 설마 이걸로 침대를 대신하고 있는 건가...?


“이건...”


테이블 위에 있는 잡동사니를 살펴본다. 몇몇 서류와 인감 등이 그대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서류를 보면 주민등록등본 따위의 인적사항증명 서류들이었다.


‘송태화’


거기 적혀있는 건 태화씨였다. 사진을 보면 내가 아는 그 태화씨가 맞다. 성씨, 송씨였나.

어차피 집 주소밖에 지금 그녀에 대해서 아는 건 없다. 그러니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나는 서류들을 살펴보면서 그녀를 기다리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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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8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60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45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43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45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243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56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201 2 11쪽
»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61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53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66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62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9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8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11 6 12쪽
44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85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201 3 13쪽
42 42화 - 목격 +3 20.02.11 260 5 11쪽
41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9 5 12쪽
40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33 5 11쪽
39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34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32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37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58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54 6 11쪽
34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7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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