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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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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3,122
추천수 :
543
글자수 :
332,033

작성
20.02.07 21:30
조회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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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40화 - 계획대로

DUMMY

“아마... 그런 거 같네요”


한참의 침묵을 깨고 대답한다. 그 대답에 소연씨는 터질 듯한 미소를 겨우 참는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그 미소와 함께 대답이 나오려는 순간, 누군가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오, 소연씨 오랜만이에요”

“어머, 이정씨”


소연씨가 아는 사람인지 반갑게 인사한다. 잘 차려입은 멋진 남자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멋있다. 연예인인가?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디더라? TV가 아니라 직접 본 것 같은 사람이다.


“이번에도 오셨군요?”

“아하하, 네... 감사히도 초대받아서 말이죠”

“다시 만나 반가워요”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청하는 남자. 소연씨는 남자와 악수를 한다.


“여기는...?”

“아, 소개할게요, 한유광씨에요”

“안녕하세요”

“유광씨, 이쪽은 이정씨... 이름은 들어본 적, 있으시죠?”


이정, 이정... 아, 진짜로 연예인인가? TV를 워낙 안 보니 연예인을 잘 모르지만, 어쩌다가 이름을 들어보거나 얼굴을 본 것 같다. 그런 것 치고는 묘하게 익숙하지만.


“저희한테 일을 맡겨주신 분이세요”

“아”


기억났다. 지금 맡은 사람 중 하나. 그리고 저번에 소연씨랑 같이 학교에 가서 처리한 일을 맡긴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이 사람이 그 꼬맹이의 아빠라고? 예의 바르고 잘생기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그 싹수없는 꼬맹이의 아빠?


“소연씨, 이쪽은...”


내가 놀라고 있는 사이에, 남자는 궁금해하다가 말을 잇는다.


“남자친구?”


그 말에 우리 둘 다 잠시 아무 대답하지 못한다. 침묵은 긍정이라고 했던가. 남자는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저번에는 혼자 오더니, 이번에는 같이 왔네, 잘됐네”

“아하하, 그렇죠?”

“응, 멋진 남자분이시고... 소연씨한테 어울려요”

“제가 뭘 소연씨한테...”

“아니에요, 정말로 둘 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 부러울 정도로”


그렇게 말하며 남자가 잠깐 씁쓸한 표정을 짓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예의까지 바르니... 소연씨에게 참 잘해주겠네”

“네”

“한유광씨는 참 좋겠어요”

“아하하, 과분할 정도죠. 감사합니다”


남자의 칭찬을 우리 둘은 받아들였다.


“저번에 일, 잘 해줘서 고마워요. 아들놈 때문에 속만 썩이고 있는데, 덕분에 그나마 걱정을 더네요”

“아니에요, 일을 맡겨주시니 더 감사하죠”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문내고 있으니, 곧 연락이 갈 거예요”

“그러실 필요까지야”

“뭘요, 그렇게 잘해주시는데 이 정도라도 해드려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는 웃는다. 아무리 봐도 그 진상 꼬맹이의 아빠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예의 바르고 좋은 남자다.


“에휴, 우리 아들이랑 마누라는 언제 철이 들지... 나만 힘들어 나만”

“속을 많이 썩이나... 봅니다?”

“그렇지요, 아직 어려서 철이 없네요... 둘 다 말이지요”

“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들뿐만 아니라 마누라도 철이 없다고 말하다니.


“음, 아무튼 나는 다시 저기로 갈 테니, 심심하면 저한테도 와줘요”

“네, 이정씨”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두 분”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가버린다. 정말로 인사만 하러 온 거였나.


“이정씨, 예의 바른 남자죠?”

“네... 그렇네요...”

“고객 중에서도 편한 분 중 한 분이세요. 요구하는 것도 잘해주시고...”

“오호“


그러고 보면 저 사람 일 처리할 때는 서류가 이미 다 구비가 되어있어서 좀 편하긴 했다.


“근데 부인분이 좀... 낭비벽이 있어서 고생하시는 게 불쌍하네요”

“아”


그 말을 듣고 보니 깨달았다. 저 남자, 정산이나 세금 계산할 때 소비한 돈이 어마어마해서 놀랐었는데... 부인이 쓴 돈이었구나.


“결혼을 정략결혼 비슷한 걸 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시대에요?”

“요즘 시대라고 해도 잘난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끼리 어울리나 봐요”


어깨를 으쓱하는 소연씨. 하긴, 잘난 사람들은 시대에 상관없이 그러겠지요. 하지만 저 남자는 좀 불쌍해지네요.


“......”

“......”


남자가 가고 나니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다시 조용해지면서 밤바람도 차게 느껴진다. 조금 전을 다시 생각한다. 남자친구에요? 소연씨는 긍정했고 나도 긍정했다. 물론 직접 말을 꺼내고 그래야겠지만 우리 둘은 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춥네요”

“다시 들어갈까요?”

“그럴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그 드레스, 춥겠네요”

“아하하, 드레스가 그렇죠 뭐”

“팔은 괜찮아요?”

“조금 춥긴 해요. 음...”


그렇게 말하더니 잠깐 고민하는 소연씨. 그러다가 나한테 팔을 내민다.


“춥네요 역시”

“따뜻하게 해드려요?”

“네”


그 말에 나는 소연씨의 팔짱을 낀다. 그리고 우리 둘은 다시 파티장으로 돌아가 이번엔 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내 생각대로 진행되니 기쁜 마음에, 그리고 소연씨가 나한테 잘 응답해줘서 만족스러운 마음에 술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서두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일 없이 술과 음식을 즐기고, 적당한 시간에 우리 둘은 크루즈 밖으로 나와 헤어졌다. 이대로라면 이번 주에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겠어. 잘 될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다녀왔습니다...”


늦게 집에 돌아오니 죄책감이 든다. 모두가 자고 있기를 바라며 조용히 문을 연다. 하지만 내 기대는 배신당한다.


“다녀오셨습니까”

“먼저 주무시라니까요 보솜씨...”

“하지만...”


마루에서 책을 읽고 있던 보솜씨가 나를 반겨준다. 미안한 마음에 구박아닌 구박을 했다가 후회했다. 기다려주는 사람한테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감사합니다... 그, 애들은 자나요?”

“네, 별님님도 방금 자러 갔습니다”

“별님이, 라고 부르세요”

“하지만...”


두 번째 하지만은 반박하고 싶다.


“애들은 보솜씨를 어머니처럼 보고 있으니깐요... 존댓말을 너무 하면 이상하다고요”

“하지만 신님의 아이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보솜씨가 키우는 아이이지요”

“저는 단지 보조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보조의 역할이 지금 어마어마하고요”

“그 정도까지는...”

“그 정도예요”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겨우 끝낸다.


“...보솜씨”

“네”

“항상 고마워요”

“별말씀이세요”


보솜씨는 이번엔 감정을 담아 대답해주었다.


“어쩌면 별님이에게는 이미 보솜씨가 보호자일지도 몰라요”

“제가 말인가요? 아니에요, 유광씨가 별님...이의 보호자예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실질적으로라고 해야 할까, 심정적으로라고 해야 할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갸웃거리는 보솜씨. 지금이야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에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별님이를 안 돌보실 건가요?”

“유광씨한테 별일이 생기다뇨,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신님이랑 게임하고 있는 거니깐,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


반박하지 못하는 보솜씨. 아니, 한 번 찔러본 건데 신님이 그렇게 변덕쟁이신 건가요. 이거 조심해야겠네.


“아무튼,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별님이는...”

“당연히 제가 돌봐야겠죠”


갑자기 결연해지는 보솜씨.


“저야 신님에게 선택받고 제가 따르기로 했다지만... 별님...이도 이런 고생을 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당연히 제가 돌보고 고생시키지 않을 겁니다”

“어, 그, 네”


원하던 대답이 나와서 기쁘다. 한 편으로는, 갑자기 보솜씨가 심각해져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바보 같은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밤도 늦었고, 주무세요”

“배는 안 고프신가요?”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보솜씨는 인사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내 방으로 들어가 옷을 정리한다. 생각보다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것 같다. 1단계도 얼추 다 클리어해가고... 2단계로 진행해볼까?

나는 누워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은 이상하게 눈이 빨리 떠진다. 덕분에 이른 아침,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일어난 나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출근 준비를 하기에도 이른 시간이고, 아이들도 보솜씨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아, 책을 보지 말고 내가 아침 준비를 할까?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였다.


“......”


수애가 방에서 나왔다.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를 본다.


“잘 잤니, 수애야?”

“......”


수애는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대로 내 무릎 위에 앉는다.


“수애야?”

“......”


여전히 말이 없다. 수애는 내 무릎에 앉아 머리를 내 배에 기대고는, 그대로 머리를 비빈다. 그러면서 나를 올려다본다.


“......”

“......”


이번엔 나도 딱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조용히 수애를 안아주고는, 그대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수애는 내 반응에 만족하듯이 눈을 감고는 내 손길을 만끽한다. 한동안 조용히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문이 열리며 별님이가 인사한다. 수애는 어느새 내 무릎에서 일어나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서둘러 비킨 모양이다. 부끄러워하는 건가?


“잘 잤니, 별님아?”


별님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면, 별님이도 나에게 다가온다. 그대로 내 무릎 위에 앉는다. 조금 전까지는 수애 자리였는데. 수애는 조용히 나와 별님이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별님이도 쓰다듬어 주었다. 역시 별님이도 만족하는 눈치다.


“에헤헤...”


별님이가 웃는다. 평소라면 보지 못했을, 강아지처럼 꾸밈없이 웃는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좀 더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래도 별님이는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수애가 내 옆에 앉는다. 그대로 내 몸에 머리를 기댄다. 이대로 단아까지 나오면 완벽한 사면초가겠군.


“아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단아도 방에서 나온다. 어느새 별님이도 내 무릎에서 나온 뒤였다. 단아 발소리를 듣고 일어난 모양인데... 둘 다 뭐가 부끄럽다는 건지.

단아는 그대로 투다닥 뛰어온다. 역시나 내 품으로 다이빙한다. 윽, 아침부터 견디기엔 제법 강한 충격이다. 그러고 보면 얘, 체육대회 1등이었지. 압도적으로.


“잘 잤니, 단아야?”

“응!“


그대로 내 무릎 위에 앉아서는, 나를 꼭 껴안는 단아. 나는 단아의 머리도 쓰다듬어준다. 단아는 마치 강아지처럼 내 배에 계속 볼을 부빈다.

이번엔 별님이가 수애 맞은편에 앉는다. 그리고 내 옆구리에 몸을 기울인다. 왼쪽에는 수애, 오른쪽에는 별님이, 그리고 앞에는 단아. 나는 그렇게 세 딸에게 포위당한다.

남은 손으로 수애랑 별님이도 차례대로 쓰다듬어준다. 나에게 어리광부리는 걸 다른 애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워하는 수애가 귀여웠다. 그래도 단아가 동생이라고 단아 앞에서는 어리광을 참으려고 하는 별님이도 귀여웠다. 그리고 무작정 어리광부리는 단아도 귀여웠다.

우리는 보솜씨가 나올 때까지, 그렇게 소파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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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 기도 20.03.06 135 3 11쪽
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8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60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45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43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45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243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56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201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60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53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66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62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9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8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11 6 12쪽
44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85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201 3 13쪽
42 42화 - 목격 +3 20.02.11 259 5 11쪽
41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9 5 12쪽
»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33 5 11쪽
39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34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32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37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58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53 6 11쪽
34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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