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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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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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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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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글자수 :
332,033

작성
20.02.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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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2화 - 목격

DUMMY

요즘은 소연씨랑 같이 점심을 먹을 때, 묘하게 조용해지는 때가 잦다. 이전까지는 서로 많이 떠들었다. 조용해졌을 때 어색한 것이 견디기 힘들어서 내가 말을 걸기도 했고, 소연씨도 잘 떠드는 타입이었기에 식사 중에 얘기가 끊기는 때는 적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조용히 밥을 먹을 때가 많다. 불편하지는 않다. 다만... 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종종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는 게 어색할 뿐이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넘기긴 했지만 말이지.

사무실에 있을 때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단둘이 있는 공간, 조용히 일하다가도 눈이 마주친다. 눈동자가 서로 마주치고, 괜스레 같이 웃고, 얼굴을 붉히고, 무언가... 직감적으로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럴 때마다 내면에서 어떤 충동이 휘몰아치지만 어떻게든 가라앉혔다. 아직은 본능대로 할 때는 아니다. 소연씨를 속이거나 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에게 내 아이들을 보여준 다음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었다.

내 진실을 알려주는 건 패착일지도 모른다. 짜잔, 사실 전 아이들이 있어요! 그것도 세 명이나요! 그런 저랑 사귀어 주실래요? 내가 그런 말을 듣는 입장이라면, 거절할지도 모른다. 최소한 그녀를 당황하게는 만들 거다. 그건 알고 있다.

그래도 이걸 알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도리일 거다. 그것도 알고 있으니 참는 거다. 그렇게 나는 절호의 타이밍들을 계속해서 넘기고 있었다.

수십번의 충동을 매번 참는 것도 한계는 있다. 하지만 내 계획을 생각한다. 그리고 보솜씨에게 온 문자도 본다. 퇴근하면 연락주세요. 애들이 기다리니깐요. 바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게 나에게 인내심을 준다.

그리고 몇 번 넘기다 보면 소연씨도 그런 눈치가 사라진다. 덕분에 나는 퇴근 시간까지 별일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빨리 소개할 타이밍이나 만들어봐야겠다.




퇴근할 때 즈음이었다.


“유광씨, 오늘 시간 되세요?”

“아, 네... 괜찮을 거예요”


소연씨와의 친밀도는 계속 올려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지 간에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올린다면 그게 최선이다. 그래서 3시간 전에 온 문자는 무시하기로 했다.


“바로 앞에 포장마차 보셨어요?”

“포장마차요? 아, 그 이상한...”

“네, 무슨 일본식으로 되어있던 나무 마차요”

“그거, 여기서 해도 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을까요? 이 동네, 신도시라고 불법 노점 검거 같은 건 빡세게 하니깐요... 그런데도 한다는 건 합법적이라는 거겠죠?”

“그렇군요”


소연씨의 말에 맞장구친다. 그녀를 본다. 그러면서 폰으로 문자를 쓴다.


“그거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어때요?”

“술집인가요?”

“술도 파는 거 같긴 한데, 라멘집이더라고요”

“이 시국에 일식이요?”


‘미안해요 오늘도 늦을 거...’

농담으로 던진 말에 소연씨가 웃어준다.


“유광씨애국...”

“그럼요”

“...보수세요?”

“가 아니라 아니요”


‘같으니까 애들이랑 먼저...’

시시한 농담 주고받기.


“어때요?”

“가보죠, 재밌겠네요”

“맛도 있으면 좋겠네요~”


‘식사하고 주무세요’

술까지 마시면 조금 많이 늦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주무시라는 말까지 포함해서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소연씨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재~미~없~게~“


한참을 깔깔대며 떠들던 소연씨가 갑자기 투정을 부린다. 마시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기에 바로 술을 따라주었다.


“유광씨는요, 왜!”

“네”


따라주니 바로 원샷하시는 소연씨. 취한 모양이다. 슬슬 조금씩만 따라줘야겠다.


“술~을~ 안 마시는데요~”

“아하하...”


애들이 있어서 술은 안 마시려고요. 혹시라도 모르잖아요. 애들한테 술 냄새 풍기고 그러는 건 왠지... 그러면 안 될 거 같네요.

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대답하지 않고 다시 잔을 채워준다.


“나만 마시구~”

“많이 취하셨네요”

“응!”


정말 취하신 모양이다. 하긴, 제법 많이 마시긴 했다. 사케에 맥주. 혼자서 드셨으니...


“혼자 술 마시는 게~ 심심해서 같이 권했더니~ 또 혼자~”

“옆에 있잖아요”

“그건 그렇네”


투정을 부리다가도 금방 수긍해주는 게 귀여웠다.


“그치만!”


그리고는 다시 금방 투정한다. 그 모습도 귀엽긴 하다.


“왜 안 마시는 건데요~?”

“제가 약을 먹어서...”


대충 둘러대자.


“정말요? 무슨 약이요?”

“위가 안 좋아서요”

“그런데 밥은 잘 먹짜나요!”

“밥이야 먹어야죠”

“하긴 그렇네”


대충 넘어가 주니 고맙긴 하다.


“저는 무슨~ 애라도 있는 줄 알았짜나요~”


쿨럭! 재채기할 뻔한 걸 참는다. 이 말에 타이밍 좋게 재채기를 하면 너무 들키기 좋을 것 같잖아. 덕분에 죽는 줄 알았다.


“왜 그러세요오~?”

“아 그게, 신물이 올라와서...”

“어머~ 정말로 위가 안 좋으셨구나~”


쓰다듬어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내 명치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는 소연씨. 자연스러운 바디터치에 얼굴에 열기가 확 올라온다.


“사람들이 말이죠~ 보통 애가 있으면 술을 잘 안 먹더라구요~”

“그렇죠”

“사장님두 그렇구~”


사장님, 이미 결혼했구나.


“일로 만나는 사람들도, 애가 있으면 대부분~ 안 마시구~”


소연씨가 한 모금 홀짝인다.


“재미없게시리~”

“술, 좋아하세요?”

“아뇨~”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모금 홀짝. 소연씨, 말에 설득력이 떨어지세요.


“그치만~”

“네”

“외로운걸...”


소연씨가 갑자기 쓸쓸한 듯 중얼거린다.


“......”

“집에 가면 아무도 없잖아요~?”

“그쵸”

“집에 도착하면 말이죠~! 문을 탁! 열면!”


아무도 없다.


“그 어둠이 너무~ 짙어요~”

“노래 가사 같네요”

“그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말이에요.


“종종 맥주 사가서 돌아가거든요~”

“그래요?”

“네~ 그냥 맥주 하나 마시고 그러면~ 좀 밝아지는 거 같아서~”


외로운 걸 겨우 달래는 거다. 나도 그런 적이 있어서, 그 마음은 잘 안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좀 먹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잘 먹게 된 거군요?”

“네~ 그런 거죠~”


조용해지는 소연씨.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네요”

“뭐가 말이죠?”

“결혼하고, 애를 낳고, 가족이랑 같이 사는 거요”


그렇게 말하면서 소연씨가 나를 본다.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일 지도 모르겠다.


“애는... 좋아하세요?”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거 같긴 한데, 아이를 키우는 건 또 다른 얘기니깐요~”

“...저번에 봤던 수애는 어때요?”

“수애? 수애... 아, 학교에서 봤던!”

“네”


슬며시 수애 얘기를 던져본다.


“수애... 그렇네요, 그런 아이라면 귀엽고 좋겠죠~ 그렇지만 그 아이는 뭐랄까~”


고개를 갸웃하는 소연씨.


“보살핌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래요?”

“네~ 그냥 느낌이지만~”

“그걸 소연씨는 아는 거군요”

“아하하~ 그건 오버에요”

“아니에요, 그걸 아는 거예요, 소연씨는”


진지한 말투에 소연씨가 웃음을 멈춰준다.


“상처 입은 아이를 알아보고, 그 상처가 무엇인지도 짐작해내고... 그러는 거, 아무나 못 하는걸요”

“으음~ 낯간지럽네요~”


소연씨가 볼을 긁적인다.


“그리고 그 상처를 안 다면... 보살펴주는 것도 잘 해내겠죠”

“그래요...?”

“네, 그렇지 않을까요?”


소연씨는 내 말에 잠깐 생각해보는 듯 팔짱을 낀다.


“하긴... 그렇네요... 만약에 저도 제 상처를 아는 사람이 저를 보살펴줬다면...”

“줬다면?”

“...많이 달랐겠네요”

“좋은 의미로 그렇죠?”

“네”


다시 소연씨의 잔에 술을 채운다.


“그런 아이 보살피는 거, 싫나요?”

“아뇨, 괜찮아요... 만약 그런 처지에 처한다면...”


으음~ 소연씨는 제법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상처 입은 처지요?”

“아뇨, 그런 아이를 키우는 처지요~”


으음~ 으음~...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잘 될 거예요”

“그렇지만”


소연씨는 이제 다시 나에게 눈을 맞춘다.


“열심히는 할 거 같아요”


나는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로 화제를 돌려 잡담을 하다가, 포장마차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서 나왔다. 시계를 보면 11시. 이미 집에 돌아가면 다들 자고 있겠지.


“으하하,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바로 자야지~”

“세수는 하고 자세요”

“네 아빠~!”


장난기 담아 말하는 소연씨의 목소리만이, 사람 없는 도로에 퍼진다.


“내일 오전 땡땡이칠래요?”

“그래도 되나요?”

“어차피 우리 둘만 사무실 나오는데요 뭐!”

“사장님 나오시면요”

“외근 갔다 왔다고 뻥 치죠 뭐!”


절레절레.


“농담이에요! 그렇지만 30분 정도는 늦게 출근할래요!”

“그러죠 뭐”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에 나도 익숙해졌다. 30분 정도야 아무 문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일 봐요, 소연씨”

“에~”

“에, 가 아니라 들어가셔야죠”

“에~”

“어허이”

“에~”


투정 섞인 목소리로 어리광부리는 소연씨를 다독거린다. 소연씨는 못마땅한 듯 저항하다가도, 천천히 발걸음을 제집 방향으로 돌렸다.

그렇게 소연씨를 돌려보낸다. 밤바람에 피로가 섞여 나른해진다. 나도 얼른 돌아가서 자자. 발걸음을 돌려 나는 내 집으로 방향을 돌린다.

그리고 그 방향에는 보솜씨가 서 있었다.


“보솜씨?”


집 근처가 아니라 회사 근처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첫 번째로 당황한 이유는 그거였다. 두 번째로 당황한 이유는... 직감해서였다.


“언제부터 여기 계셨어요?”


이 사람은 방금 나온 게 아니다. 한참 전에 나와서 나를 기다렸다. 그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게...”


보솜씨는 머뭇거린다. 설마, 몇 시간이고 여기 있었던 건 아니겠지?


“방금...”


다행이다.


“그전에도 나왔지만요...”

“어...”


다행이 아니었다.




오늘 저녁도 늦는데요.

신보솜이 아이들에게 그 말을 전했을 때, 아이들은 실망했다. 매일 밤늦게 들어오는 아빠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슬슬 지칠 때다. 아빠가 빨리 돌아오면 좋겠는데! 단아가 그렇게 외치고, 나머지 두 아이도 그런 눈치를 보낸다.

그래서 신보솜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6시 즈음이 퇴근 시간이라고 알고 있다. 직장 위치도 대략 알고는 있다. 자신은 그를 보조하는 입장이니 그에 대해서는 최대한 파악하고 있었다.

신보솜은 아이들을 데리고 한유광의 직장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가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 거다. 야근하는 거면 잠깐만 사무실 앞에서 보면 되고, 회식하는 거면 회식 자리로 이동하는 사이에라도 보면 된다.

그런 생각에 향한 사무실 앞에서 본 것은, 한유광과 음소연이었다. 단둘이 사이좋게 웃고 떠들면서, 사무실 앞의 포장마차로 향한다. 그가 늦는 이유는 여자 때문이었던 것이었나?

물론 자신이 신경 쓸 것은 아니다. 그가 자유롭게 연애하는 게 안 될 이유가 있는가? 하지만 무언가 탐탁지 않다. 애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가슴 속에 가득 차버린다. 이건 대체 뭘까.

신보솜씨와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따라갈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이들을 재우고 신보솜은 혼자 나와서 한유광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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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 기도 20.03.06 135 3 11쪽
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8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60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45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43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45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243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56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201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60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53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66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62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9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8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11 6 12쪽
44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85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201 3 13쪽
» 42화 - 목격 +3 20.02.11 260 5 11쪽
41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9 5 12쪽
40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33 5 11쪽
39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34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32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37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58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54 6 11쪽
34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7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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