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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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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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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1화 - 재미없다

DUMMY

언제나처럼 밤에 상황을 체크하는 중이었다. 아이들의 스테이터스에 변화 없고, 미션이나 NPC 창에도 변화 없고... 퀘스트 클리어 보수는 이번엔 복권으로 받았다. 딱 500만 원이 당첨되는 복권을 준비하다니 참 용하긴 하네.


“유광씨...”

“우왓!”


신님에게 받은 500만 원, 쓴 돈에 비하면 워낙 적은데... 신님이면서 쩨쩨하게 굴지 말고 통 좀 크게 쏘시지. 이런 불평을 하고 있던 와중에 보솜씨가 들어와서 놀랐다.


“신님께서 하실 말이 있다고 합니다”

“불평해서 죄송합니다!”

“네?”


갑작스러운 나의 사과에 당황하는 보솜씨.


“아니 그, 물론 500만 원은 큰돈이지만, 근 며칠간 금전 감각이 완전히 박살 나 버려서 저도 모르게 불평을 했네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테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이게 아닌가? 나는 사과를 멈추고 보솜씨의 표정을 살펴본다. 평소에 알던 얼굴 그대로다. 아직은 신님이 오진 않은 것 같다.


“아직 신님이 강림 안 하신 거죠?”

“네“


머쓱.


“괜히 그랬군요... 그, 무슨 말씀이라고 하시던가요?”

“그게 말이지”


보솜씨의 말투가 확 바뀐다. 표정도 평소랑 달리 건방지면서도 자신만만해진다. 너무 급작스럽게 등장하시잖아요.


“깜짝이야, 갑자기 바뀌시면 놀란다고요”

“한마디만 할게”


흠흠. 헛기침하며 신님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너 있잖아”

“네”

“재미없어”

“네...?”


신님은 팔짱을 낀다. 명백히 불만이 가득하다는 신호다.


“최근 하는 거 계속 보고 있거든? 뭐 다 좋다 이거야... 미션 내린 것도 깨고, 회사도 잘 다니고, 연애도 열심히 하고...”

“연애라뇨, 그 정도는 아니고 썸 타는 거지...”

“양다리까지 할 정도구먼 뭘 썸이야”

“양다리라뇨, 그런 건 더더욱 아닙니다”

“아 그래?”


신님이 이죽거리기 시작한다.


“보솜이랑 소연이랑 둘 다 건드리려고 하잖아?”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 지금은 보솜이 완전히 안에 가뒀어. 우리 얘기 전혀 못 들어”

“아니라고요”

“아~ 좋아, 그러면 둘 중에 누구야? 보솜이야, 소연이야?”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입니다”

“거짓말하면 못 쓴다”

“아니라니까요...”


실랑이할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 신님은 여기까지 듣자 더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럼 그렇다고 하지. 그것보다 말이야, 재미없다고”

“무슨 소리입니까... 하라는 데로 미션도 깨고, 준비해준 상황에서 연애로 부가 게임까지 열심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애들은?”

“열심히 키우고 있잖아요. 미션도 깼고요”

“흠...”


신님은 더 말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것인지, 계속 팔짱은 풀지 않은 채다.


“그런데 재미가 없어”

“아니...”

“좀 재미있게 해 봐”

“어... 게임 방송 다시 할까요?”

“프크는 질렸어”

“프크 방송 좋아하셨잖아요”

“그렇긴 한데... 솔직히 너도 할 수 있는 거 다 해서, 나중엔 맨날 컨텐츠 없다고 징징거렸잖아”

“그야... 프크만 몇 달을 내내 했으니깐요...”


프크, 프린세스 크리에이터는 애초에 PC 게임, 게다가 고전 게임이다. 옛날에 만들어진 비 온라인 게임으로 할 수 있는 컨텐츠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발굴하고 버그까지 활용해도, 100메가도 안 되는 용량에 담긴 컨텐츠는 제한된 것이다.

더군다나 장르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한 번 깨고 나면 재미가 급속도로 떨어지는 장르다. 격투 게임이나 전략 게임은 상대가 점점 잘하면서 계속 실력 경쟁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이 장르는 PvP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게임 만들어줬잖아”

“이건 현실이잖아요”

“그리고 게임이지”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조금 용기를 내서 신님에게 반발해본다.


“이건 게임이라기엔 너무하잖아요. 수애라거나 소연씨는 진즉에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별님이나 보솜씨도 신님이랑 관련이 있는 거지 현실을 살고 있고...”

“응”

“단아나 태화씨도 제가 몰랐던 세계의 주민이었을 뿐이지, 진즉에 현실로 존재하던 정령이잖아요”

“그렇지”

“그게 무슨 게임입니까?”

“그럼 왜 게임이 아닌데?”


신님은 칼같이 끊어낸다.


“게임이라고 해도 네가 말하는 건 비디오 게임인데... 그건 너무 좁은 범위의 게임이잖아? 게다가 애초에 현실의 사람이 만들었고 현실의 사람이 하는 이상 게임도 현실에 있는 것 아닌가? 연극이라든가 컴퓨터 없이 하는 놀이도 게임이고 말이지?”


나랑 게임에 대해서 떠들고 싶은 거야? 신님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됐다, 이런 재미 없는 논의는 집어치우고. 논의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재미없다는 거야”


신님은 일방적으로 얘기를 끊어버린다.


“이 게임을 시작한 건, 네가 불쌍해서 그런 것도 있었어. 나름 열심히 하는데 보답도 잘 못 받는 게 안타까웠거든?“


하지만 말이야.


“나라고 이런 걸 제공하는 게 쉬운 건 아니야. 그런데도 너에게 이런 환경을 마련해준 이유가 뭔 줄 알아?”


사람들이 게임 방송을 보는 이유랑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미있는 걸 보고 싶어서였어. 결국, 나를 재밌게 만들라는 것이었다고”


쿡. 신님은 손가락 끝으로 내 코를 찌른다.


“그런데 지금은... 너야 만족해서 생활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시청자인 내가 보기엔 너무 재미가 없단 말이지”


신님이 질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간단한 이치다. 스트리머가 무난하게 게임을 클리어해나가기만 하면, 혼자 즐겁기만 하면 보는 사람은 재미가 없는 것이거든.

하지만 너무 빠르다. 질린다고 게임을 끝내버리거나 하면... 내 계획에 지장이 생긴다. 더군다나 빚은 어떻게 되는 건데. 그것도 참 두렵단 말이지.


“아,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거예요”

“한 달 넘었는데?”

“그, 그렇지만... 프크에서 한 달이면 겨우 3턴이잖아요”

“그건 게임이잖아”


이 양반아, 이것도 게임이라며. 자기 좋을 대로 하는구먼!


“어떻게 해드리길 원하는 건가요?”

“그건 알아서 해야지”


나는 요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먹는 건 잘 먹어. 그러니깐 아무튼 맛있는 요리를 해 와. 신님의 요구는 이런 거지. 손님으로서는 마땅한 요구다.


“아니 하긴... 게임이 재미없다면 그건 만든 사람의 잘못도 있겠지...”


흠흠. 신님은 멋대로 요구하다가 다시 제멋대로 납득하기 시작한다.


“조금 도와주긴 하지. 하지만... 재미있게 해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무는 신님. 거기서 아무 말 안 하면 엄청 불안해지는데요.


“...알지?”

“모르는데요”

“네 인생 끝인 거야~”


나를 놓친다면 말이야, 네 인생 끝인 거야~ 정말로 경고하는 건지 아니면 장난으로 넘기는 건지, 노랫가락을 붙여가며 흥얼거리는 신님.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그리고 잠시 뒤, 소연씨가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정신을 차린 표정은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님이랑 그냥 얘기를 좀 했어요”

“그런가요...?”


여전히 보솜씨는 의아해하고 있다.


“왜 그러세요?”

“이런 적은 처음이네요... 신님이... 제 안에 들어왔는데 제가 정신을 잃다니...”

“처음이라고요?”

“네, 신님이 제 안에 들어와도 항상 정신은 공유했는데...“


나를 의아해하면서 바라본 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그런 건지 궁금해서였구나. 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기에 저에게 비밀로 해야 할 정도인 거죠? 그런 질문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왜일까요...”

“신님이 저한테만 경고하고 싶다, 뭐 그러셔서요”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왜 정신을 잃은 건지...”

“그거야 신님이 그렇게 만든 것 아닐까요?”


그런가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의 보솜씨였지만, 나는 그녀를 토닥이며 방으로 돌려보냈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경고를 할 줄이야. 신님이 혹시 나한테 뭐라 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했다. 갑자기 신님이 멋대로 게임을 끝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고 말이지. 그래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다. 신님이 내린 퀘스트도 깼고, 하라는 데로 충실히 하니깐 경고를 한다고 해도 나중에 그럴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신님은 벌써 경고를 한다.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잘 짐작이 가지 않는다. 똥꼬쇼라도 해야 하나? 똥꼬쇼를 하려고 해도 이 게임이 뭔지 파악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처음 하는 게임이란 말이다. 인생부터 초회차인데.

아, 회귀 마렵다. 보통 이때 쯤 되면 처절하게 게임오버당한 다음에 회귀해서 다시 완벽하게 게임을 해내는 게 수순 아닌가? 한 번 테스트 해 봐?

유치한 생각을 바로 접는다. 회귀라니, 그게 쉽게 가능할 리도 없고... 정말로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 그걸 알아보기 위해 테스트하기에는, 걸어야 할 판돈이 지나치게 크고 말이지.

한참을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머리를 굴린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지만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는다. 계획한 걸 그대로 진행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이 게임은 신님이 만든 거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보솜씨는 그걸 궁금해한 걸까? 신님이랑 내가 나눈 얘기가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오히려 왜 신님이 들어왔는데 자신이 정신을 잃은 걸 궁금해했다. 그 점이 이상했다.

...머리가 복잡해지다 보니 별 궁금증이 다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는구먼. 슬슬 자자. 이 상태에서 더 고민해봤자 좋은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도 학교에 다 보내고 잠시 편의점에 들린다.


“뭐냐”


태화씨, 저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는 표정은 짓지 말아 주세요.


“아니 그냥... 잘 지내나 싶어서요”

“......”


이번엔 아무 대답 하지 않는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하다.


“...할 만해요?”


표정에 굴하지 않고 말을 건다.


“뭐가 말이지?”

“지금 하는 일이요”

“인간들에게 돈을 받는 일 말인가?”

“어...”


표현은 이상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네, 그거요”

“할 만하지 않다”


태화씨는 캔을 하나 따서 마신다. 잠시만요, 점원이 상품 멋대로 먹어도 되는 건가요.


“인간들은 건방지고, 자신들밖에 모르는 데다가, 남을 대하는 태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더군”

“죄송합니다...”

“흥”


괜히 미안해져서 인간을 대표해서 사과한다.


“별 건 아니지만”


태화씨는 음료수를 다 마시고는 쓰레기통으로 던진다. 날아간 캔은 쓰레기통으로 그대로 들어간다. 저 각도에서 던진 것도 대단한데, 빈 캔으로 쓰레기통 뚜껑을 열 정도로 빠르게 던진 것도 어마무시하다.


“기술 좋으시네요”

“너희들이 약한 거다”


여전히 표정이 썩어있는 태화씨.


“저, 태화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지”

“만약에 제가 사라지면...”


그 말에 태화씨가 나를 확, 하고 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눈빛으로 나를 태워버릴 정도로 강렬한 시선이었다.


“...단아는 태화씨가 돌보나요?”


그래도 할 말은 끝까지 마친다.


“당연하다”

“그렇군요”


다행이다.


“하지만”


빠득.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태화씨의 손을 봤지만, 그 손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방금, 이빨로 낸 소리인가?


“그런 일이 생기면...”


꿀꺽. 심판을 기다리는 것 마냥 태화씨의 말을 기다린다.


“죽인다”

“저, 저를요?”

“반드시 죽인다”


태화씨의 눈은 진실을 고하고 있었다. 반드시 자신이 그렇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제야 내가 한 말이 단아를 두고 도망치고 싶다는 말로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도망치자. 오해를 풀기도 어렵고, 원하는 대답은 얻었으니 도망치자. 도망치기 전에 기분이라도 풀라고 뇌물 하나 건네는 게 좋겠지?

나는 1+1 음료수를 사서는 태화씨에게 하나 건네고 편의점에서 도망쳤다.


작가의말

언제나 봐주셔서, 그리고 답변과 피드백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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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 기도 20.03.06 135 3 11쪽
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8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60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45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43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45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243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56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201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59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53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66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62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9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8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11 6 12쪽
44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85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201 3 13쪽
42 42화 - 목격 +3 20.02.11 259 5 11쪽
»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9 5 12쪽
40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32 5 11쪽
39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34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32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37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58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53 6 11쪽
34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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