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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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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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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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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글자수 :
332,033

작성
20.01.3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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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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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DUMMY

“이렇게...”

“네”


괜히 긴장된다.


“바에 와서 칵테일 마시는 거, 해보고 싶었어요”

“...네?”


깔깔깔. 기분 좋게 웃는 소연씨.


“비싼 술 한 잔 시켜놓고 폼나게 마시는 모습, 종종 보잖아요?”

“뭐... 영화라든가...”

“네, 영화라든가 게임이라든가 말이에요”


게임이라는 말에 괜히 뜨끔했다.


“최근에는 칵테일 바에서 일하는 게임도 해봤거든요”

“게임 좋아하시나 봐요”

“네~”


다시 칵테일 잔을 한 모금 마시는 소연씨. 마신다기보다는 입술을 적시는 것에 가까웠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해보니 어떤가요?”

“응~”


생각해보는 소연씨.


“칵테일은 생각보다 별로네요. 아니, 맛있긴 한데... 뭐랄까, 얘는 너무 달아요”

“단 걸 시켜서 그래요. 제 거 한번 마셔볼래요?”

“그리고 분위기도! 생각보다 시끄럽네요”

“오늘 금요일이라 사람이 많으니까요”

“거기에 이 테이블 자리도.. 의자가 생각보다 불편해요”

“등받이도 없는 의자니깐요”

“거기에 높이도 잘 안 맞아요”


그렇게 말하며 빙글 한 바퀴 도는 소연씨. 그 움직임에 술잔이 떨어질 뻔한 걸 내가 잡는다.


“어머나”

“괜찮으세요?”

“네~”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해주는 소연씨.


“이렇게 뱅글뱅글 도는 거 하나만 마음에 드는 의자란 말이죠”

“별로시군요”

“술도 분위기도 의자도 별로인데!”


소연씨가 나를 보며 배시시 웃는다.


“좋네요”

“그래요?”

“네”

“다행이네요”


초대한 입장에서 별로라고 하면 좀 미안해지거든요.


“역시 술자리에서 중요한 건 사람이에요”

“......”


잠시 말문이 막혔다. 호감을 표현해주는 게 부끄럽고 고맙다.


“그런데 유광씨는... 술, 세네요?”

“아녜요, 그냥 보통이에요”

“주량은?”

“소주 1~2병?”

“거짓말”


그렇게 말하면서 소연씨는 내 코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그러면서 지금 마시는 건”


내 앞에 있던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셔보는 소연씨.


“으엑”

“아주 독하죠?”

“엄청 독하네요”


저도 잘 모르고 아무거나 시킨 거라서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거든요.


“이런 걸 마시면서 얼굴색 하나 안 변하시면서...”

“조금씩 마시니깐요”

“저는 이미 기분 좋게 취했는데요~?”

“그거, 석 잔 째세요”


저는 이게 첫 잔입니다, 소연씨.


“흐응, 그런가~?”

“그럼요”

“그래도 앞에 두 잔은 너무 맛있어서 그만”


그렇게 말하며 웃는 소연씨.

지금이 좋은 타이밍인 것 같은데, 어쩔까. 원래 계획은 오늘도 그저 친목을 위한 권유였을 뿐이다. 생각대로라면 좀 더 친해진 다음에 권해야 하는데... 분위기상, 지금 질러도 잘 통할 것 같다.

하지만... 양심에 찔리긴 한다. 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이 사람에게 고백한다면, 그건 속이는 꼴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말이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소연씨. 나는 그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다음에 좋은 타이밍이 생기면 질러봐야겠다. 속으로 결론은 내린 채로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좋은 타이밍은 나오지 않았고, 나와 소연씨는 즐겁게 떠들다 그대로 헤어지게 되었을 뿐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집 문을 열고 들어오지만, 평소와 달리 뛰어오는 애들은 없다. 당연한 거다. 시간이 12시를 넘었으니 이미 자고 있겠지.


“오셨어요?”


주방에서 신보솜씨가 나오며 나에게 인사한다.


“먼저 주무시지”

“괜찮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나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애들은 별일 없었죠?”

“음...”


음?


“무슨 일 있었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잠시 와보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주방으로 안내하는 신보솜씨. 식탁 위에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문어 모양 소시지에, 스파게티...?


“제가 오늘 늦게 온다고 말씀드렸는데...”

“네, 하지만 이건 제가 차린 게 아닙니다”

“그럼 누가?”


말하고 나서 깨닫는다. 신보솜씨가 차린 게 아니라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애들이요?”

“네, 별님이랑 수애가...”

“허...”


늦게 들어간다는 연락을 조금 늦게 했더니, 이런 결과를 낳았구먼.


“애들이 저녁을 차려 먹은 거군요?”

“아니에요, 이건 다 유광님을 위해 차린 거예요”


그 말에 멈춘 나에게 신보솜씨는 설명을 이어갔다.


“아빠... 한테 선물을 하고 싶었나 봐요”

“왜죠?”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요”


하지만... 신보솜씨는 나를 바라보며 계속 말한다.


“아빠랑 같이 저녁을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저랑 같이...”

“네, 유광님 최근에는 저녁을 매일 밖에서 드시고 오셨으니깐요”

“그건 그...”


일 때문이라고 변명하려는 입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일 때문이시죠. 그건 잘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

“죄송합니다, 제가 잘 보살폈으면 아이들이 외로워하지 않을 텐데”

“아니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이 사람은 왜 다 자기 탓으로 돌리려는 거야.


“제가 일찍 돌아와야 했는데”

“......”


식어버린 파스타와 문어 소시지. 특히 파스타는 시간이 오래 지난 덕분에 불어있다.


“파스타는 수애가 만들었나요?”

“네, 그리고 소시지는 별님이가...”

“이렇게 자른 건가요?”

“네, 칼질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가르쳐줬습니다”


서툴면서도 귀여운 문서 소시지. 문어 끝부분을 사 등분 한 간단한 모양이지만, 비뚤비뚤해서 다리가 얇고 두껍고 제멋대로지만... 그게 사랑스러울 정도로 귀여운 모양이었다.


“그렇군요...”


그렇게 말하며 식탁 앞에 앉는다. 젓가락을 꺼내 파스타를 한 입 먹는다. 식고 불어서 식감이 좋지는 않다.


“유광님, 배가 고프다면 제가 뭐라도 차려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그냥.


“애들이 만든 거니깐 먹어야죠”


오히려 늦게 먹어줘서 미안하네요.


“그러면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라도 하시죠”

“으응, 아니에요. 이대로도 맛있네요”


미안해서요. 이 말은 신보솜씨에게 하지는 않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식어버린 요리를 그대로 다 먹어버렸다.




“이건 뭐야!?”

“...돌돌이”

“돌돌이? 특이한 이름이네”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돈을 넣으면... 돌돌 거리니깐...”

“돌돌?!”

“응... 막 흔들려...”

“해볼래!”

“응, 여기 타 봐...”

“응!”


단아가 해맑게 웃으며 말 모양의 놀이기구에 올라탄다. 수애는 내가 준 용돈을 꺼내 돈 투입구에 넣는다. 그 순간 단아가 수애를 껴안는다.


“응...?”

“같이 타자!”

“나도?”

“응!”

“...”

“재밌을 거 같아!’

“내가 넣어줄 테니 같이 타 봐”

“.,.응”


별님이가 수애에게서 돈을 받는다. 수애가 단아 앞에 올라타자, 별님이가 돈을 넣는다. 덜컥덜컥. 말 모양의 놀이기구가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진짜다!”

“......”


금세 빠른 속도로 덜컥거리기 시작하는 놀이기구. 수애가 돌돌이라고 불러서 그런 걸까? 흔들리는 소리가 돌돌돌 하고 들리는 것도 같다.


“아하하!”

“.....”


단아는 신난다는 듯이 까르륵 거리는 목소리를 높인다. 수애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말의 머리를 꽉 잡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둘을 별님이가 옆에서 조용히 바라본다.

금세 말이 멈춘다. 천 원으로는 1분도 안 태워주는 모양이다.


“재미없다!”

“그래?”


말이 멈추자 단아가 놀이기구에서 뛰어내리면서 외친다. 조금 전까지 재미있게 타던 거 아니었어?

단아가 내리자 수애도 미련 없이 내린다. 수애는 이런 육체적인 것에는 큰 흥미가 없는 모양이다. 옆에서 보던 별님이도 두 아이가 흥미를 잃자 같이 흥미를 잃는다.


“아빠! 아빠!”

“응”


뒤에 앉아있던 나에게 단아가 뛰어온다.


“별로였어?”

“응! 시시해!”


어... 이 아이에게는 자극이 필요한 모양이다.


“다른 거 탈까?”

“응, 저거!”


그렇게 외치면서 손가락으로 저 멀리 가리키는 단아. 그 끝을 따라 눈길을 돌리면, 사람들이 비명을 외치는 게 보였다. 롤러코스터라... 단아에게는 이르지 않나?

단아를 설득하려고 내려다보면, 단아가 눈동자를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거 진짜 재밌어 보여! 타자! 타고 싶어! 전력으로 외치는 눈동자였다.

가서 키라도 재보지 뭐. 작아서 못 탄다고 해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세 아이를 데리고 롤러코스터로 향했다.




토요일 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내가 정한 스케줄은 놀이공원 가기였다. 이 도시는 계획적으로 지은 덕분인지 한구석에 놀이공원까지 있던 걸 발견한 덕분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마을에 놀이공원이 있어? 하고 놀랐다. 뭐, 부자 동네이기도 하고, 그렇게 큰 놀이공원은 아니었기에 이내 수긍했지만.

다만 새로운 기구들이 깨끗했고, 작은 덕분에 재미있고 있어야 할 것들로만 꽉 찬 놀이공원이었다. 게다가 사람도 적절히 있어서, 놀이기구를 타는데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덕분에 아이들이랑 함께 이것저것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바이바이~!”


단아가 밖을 향해 손을 열심히 흔든다. 롤러코스터 아래를 내려다보면, 별님이랑 수애가 신보솜씨와 함께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나와 단아가 타는 롤러코스터를 구경만 하는 별님이와 수애. 둘에게는 좀 무서워 보였겠지.


“올라간다! 올라가!”

“응”


단아가 신나서 외친다. 나는 괜히 단아에게 내려와 있는 안전대를 한 번 더 손으로 확인한다. 애들도 탈 수 있도록 안전대를 잘 만든 롤러코스터라지만... 괜히 불안하단 말이지.


“내려간다!”

“응”

“간다!!!”


이윽고 롤러코스터가 수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단아의 소감은 짧고 강렬했다.


"굉장해!"


이 아이가 이렇게 신나는 목소리를 낼 줄은 몰랐다. 평소에도 언제나 신나게 놀고 있지만, 그것보다 윗 단계의 신나하는 목소리가 있을 줄이야.

완전히 신나서는 한 번 더 타자고 조르는 단아. 그리고 그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버린 별님이와 수애. 그렇게 나는 세 아이를 데리고 다시 한번 더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었다.


“...”

“덜컹거리네요”

“괜찮니?”

“물론이죠”

“꺄아~!”


신나서 목소리를 높여 비명을 지르는 단아. 단아야, 아직 올라가는 중인데 벌써 신나는 거니...

그와는 달리 별님이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무서운 거겠지. 막상 타고나서는 덜컹거리는 것조차 불안할 정도인 모양이다.


“괜히 탔지?”

“아니에요”

“무섭잖아?”

“아니에요”

“정말?”

“그럼요, 단아가 타면 저한테도 문제없어요”


그러면서 허세를 부리는 게 귀여워서 장난을 치게 된다. 그와 달리... 뒤를 힐끗 보면 수애는 아무 말 없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진짜 무서워하는구나. 장난치는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쫄아있다.

그래서 타기 전에 몇 번이고 물어봤는데. 정말 탈래? 아빠랑 함께 타고 싶다고 몇 번이고 말해도 말이지.


“내려간다~!”


단아가 외친다. 그 말과 함께 롤러코스터는 다시 수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 단아. 경악하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외치는 별님이. 그리고 눈을 꼭 감고 그저 견디는 수애.

그리고... 애들 앞이라 무서워하지도 못하고 그저 견디는 나. 애초에 나는 집에서 게임하는 거나 좋아하지, 이런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다만 애들을 위해서 나왔을 뿐이야.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변명과 핑계를 속으로 되뇌며, 나는 아침에 스스로 한 맹세를 후회했다.

오늘은 애들이 하자는 게 무엇이든 하자.

...아니, 그,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다고 할 줄은 몰랐는데요. 아침의 나를 말리고 싶다. 그런 실없는 반성을 하며, 나는 롤러코스터를 최대한 견뎌내고 있었다.


작가의말

예약을 해놨다고 생각했는데 깜빡했던 모양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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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 기도 20.03.06 135 3 11쪽
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8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60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45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43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45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243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56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201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60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53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66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62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9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8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11 6 12쪽
44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85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201 3 13쪽
42 42화 - 목격 +3 20.02.11 259 5 11쪽
41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9 5 12쪽
40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33 5 11쪽
39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34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32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37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58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53 6 11쪽
»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7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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