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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3,109
추천수 :
543
글자수 :
332,033

작성
20.02.26 21:30
조회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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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53화 - 신님과 대화

DUMMY

신님과 접촉할 방법은 내가 아는 한 이것뿐이다. 애초에 그를 만난 곳, 그리고 그와 거래를 한 곳. 물론 그가 응답해줄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렇다면 그가 나에게 응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이크를 켜고, 입을 연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너무 오랜만에 왔나...”


아직도 시청자는 0명. 팔로워 3명의 접속 상황을 체크하면, 모두 오프라인. 하지만 신님이니깐 내가 떠드는 것 정도야 알아주겠지.


“아무튼,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그... 미카님!”


방송에서 ‘신님’이라고 부르면 NG겠지? 이전에 태블릿을 팔려고 할 때마다 불가능했던 걸 떠올린다. 잘못하면 방송 강제 종료 당할지도 모른다. 그의 닉네임을 기억하고 그 이름으로 부른다.


“일단... 갑자기 보솜씨랑 연락 끊고 그러는 건 좀 너무하잖아요?”


사람이 얼마나 충격을 받는데.


“그녀가 그렇게 충격받을 줄 당신이 몰랐을 리는 없고... 알면서도 그러다니,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요?“


사람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거기다가 별님이, 별님이는 왜 병에 걸리게 해요? 게임 재미없어서 재미있게 만들어준다는 게, 고작 저런 겁니까? 재미없거든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도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애초에 당신이 마련한 이 게임 자체가 노잼이에요. 육성 시뮬레이션이랍시고 프크를 따라 할 거면, 좀 잘 따라 하시든가요! 이건 뭐 잘 베끼지도 못했고... 짭이면 짭답게 잘 베끼기라도 하셔야죠!”


우선, 그가 만든 게임이 다른 게임의 아류작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린다.


“그리고 추가랍시고 넣은 요소들이 노잼이에요. 아니, 무슨 애를 3명이나 줍니까? 아이돌 키우는 게임도 처음에는 아이돌 한 명만 키우다가 플레이어가 익숙해지면 1명 더 맡기고 1명 더 맡기고 하거든요? 그런데 처음부터 3명?”


얼마나 힘든데!


“그러니깐 게임이 난잡해지잖아요, 이게 뭐예요! 애를 3명이나 맡으니 정신이 왔다 갔다 집중이 왔다 갔다... 덕분에 게임이 오히려 이상해지잖아요! 많이 때려 박기만 한다고 재미있어지는 거 아니거든요!”


두 번째로, 그가 만든 게임이 재미가 없다고 깎아내린다. 그가 야심 차게 넣은 요소가 재미없다고 할수록 효과가 좋다.


“그리고 무슨, 연애 요소는 왜 넣는데요? 이거 육성 시뮬레이션이잖아요! 그런데 플레이어에게 연애 요소까지 넣는다니, 도대체 이 게임 정체성이 뭡니까? 덕분에 애들을 키우는 것도 연애하는 것도 제대로 안 되잖아요?”


덕분에 참 고생 많이 했거든요?


“이러면 하는 사람도 재미없고 보는 사람도 재미없거든요! 내가 만들어도 이것보다 몇 배는 더 잘 만들겠네요!”


세 번째로, 내가 해도 이것보다 잘하겠다고 한다. 내가 뛰어도 너보단 잘 뛰겠다, 내가 해도 저 꼴통들보단 덜 잘 치겠다. 열심히 한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떤 영역이든 그 사람의 화를 돋우는데 참 좋은 방법이다.


“그거 좀, 애들 키우는데 능력치 오르는 거 구체적으로 보이게 해주고, 이벤트들을 좀 더 다양하게 넣고, 애들을 키워서 다른 애들이랑 경쟁하는 요소만 좀 넣어도 재미있어졌겠다! 아이템 사재기 좀만 하면 능력치 오르고... 그 능력치 얼마나 오르는지는 보이지도 않고... 난이도도 구리고 UI도 꽝이고, 게임 진짜 못 만드시네!”


게다가!


“연애 요소를 넣으실 거면 잘 넣기라도 하시든지요! 미연시를 만들 거면 ‘다양한 여주인공들 중에서 원하는 아이를 열심히 공략한다’는 거라도 충실하셔야지, 연애 대상이라고 넣은 건 한 명에 그것도 사귈래 말래? 묻는 수준의 난이도...”


망겜이네요 망겜!


“연애 요소를 빼든가, 차라리 연애 대상을 좀 늘리기라도 하든가... 내가 만들었으면 이런 똥망 요소는...”

> 미카 : 만들지도 못하는 게 불평은 더럽게 많네


드디어 접속자 1명. 신님의 반응이 나왔다.


“뭐야, 이렇게 쉽게 나올 거면 빨리 나오시든지”

> 미카 : 듣자 듣자 하니 못 참아서 나왔다

“참을성도 없네요, 그... 잘난 게 맞기나 해요?”

> 미카 : 여지까지 나한테 받은 게 얼만데 네가 그런 말을 할래?


받은 게 많긴 하죠.


“빚이 말이죠!”

> 미카 : 그런 빚도 원래 받지 못했을 놈이 건방지긴!

“빚을 줬는데 뭘 고마워합니까! 이 빚 어떻게 갚을지 생각하면 눈앞이 얼마나 캄캄해지는데!”


덕분에 첫 며칠 동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위가 계속 아팠거든요?


> 미카 : 됐다

“됐다뇨, 아직 제 불만 안 끝났거든요!”

> 미카 : 불평은 그쯤 하고

> 미카 : 왜 불렀냐?

“지금까지 불러도 불러도 안 나와놓고는!”

> 미카 : 부른 적, 없잖아

“아니... 애초에 보솜씨랑 연락을 끊은 게 누군데”

> 미카 : 그건 신보솜이 그런 거야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예요? 보솜씨가 끊었다니? 보솜씨는 당신이 끊었다고 했는데...”

> 미카 :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

> 미카 : 아무튼 연락이 끊긴 거였으니깐

> 미카 : 내가 끊든 그녀가 끊든 같은 느낌일 거고

“그녀가 왜 당신이랑 연락을 끊어요? 연락 끊기고 나서 얼마나 넋이 나갔는데”

> 미카 : 그거야 그렇겠지

> 미카 : 신과 합일된 인간이 갑자기 끊어졌으니깐

> 미카 : 마치 신이 인간으로 격하된 기분일걸?

> 미카 : 그 내동댕이쳐지는 기분

> 미카 : 너는 짐작하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고.


“왜 그녀가 당신이랑 연락을 끊냐고요...”

> 미카 : 아마도...

> 미카 : 너 때문 아닐까?

“네?”

> 미카 : 그 아이

> 미카 : 이런 생각을 했어

> 미카 : 신님이 아닌 내 의지대로 살면 어떻게 되지?

> 미카 : 진심으로 생각하더라고

> 미카 : 그리고 자연스럽게

> 미카 : 자신의 의지로 사는 걸 생각했지

“그거야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잖아요“

> 미카 : 물론 당연하지

> 미카 : 문제는 그 생각 속에

> 미카 : 나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아주 조금이라도 섞이는 게 문제지

“그게 무슨 문제인데요? 당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도 항상 의문을 가졌는데요?”

> 미카 : 그건 상관없어

> 미카 : 너는 나랑 연결된 건 아니잖아

> 미카 : 하지만 연결된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면

> 미카 : 그녀 안에 있는 나를 부정해버리는 꼴이 되지

> 미카 :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부정해본 적 있나?

“어... 그야...”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보지 않나?


> 미카 : 진심으로 그런 인간은 제 목숨도 끊으려고 하더군

“......”

> 미카 : 그런 거야

> 미카 : 나를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부정했으니

> 미카 : 제 안에 있는 내가 끊어져 버리는 거지

“당신 너무 약한 거 아닙니까?”

> 미카 : 신이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원래 그런 거야

“네?”

> 미카 : 이 얘기는 끝

> 미카 : 다른 묻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일방적으로 얘기를 끝내버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묻고 싶은 게 많으니 넘어가자.


“별님이는, 어떻게 하면 낫게 할 수 있나요?”

> 미카 : 글쎄

“글쎄라뇨?!”


화가 나서 목소리가 커졌다.,


> 미카 : 나도 잘 몰라서 그래

> 미카 : 그 아이가 속세의 질병에 면역이 없을 줄은 몰랐어

> 미카 : 애초에 신에 속했던 아이

> 미카 : 마음만 멀쩡하면 몸은 아무 이상 없어

> 미카 : 중요한 건 그 아이 자신의 마음이거든

> 미카 : 그 아이가 처음에는 괜찮았던 것,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듣고 보면 확실히 이상하다. 면역성이 없어서 병에 걸릴 거면 초반부터 걸렸어야 한다.


> 미카 : 초반에는 네가 있으니깐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 미카 : 너를 든든하게 여기고, 아버지가 있으니 자신은 괜찮다고

> 미카 : 신의 아이니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 미카 : 그것만으로도 보호막이 생겨

> 미카 : 정신력이 튼튼하면 몸도 튼튼해진다는 거지


그건 사람도 그렇지 않나.


> 미카 : 하지만 그 아버지가 약속을 어긴 날

> 미카 : 그것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을 어겼을 때

> 미카 : 그 아이는 생각한 거지

> 미카 : 어쩌면 아버지는 못 믿을 존재일지도 몰라

> 미카 : 그 생각만으로 보호막이 깨진 거야


빌어먹을. 나 때문이었나.


> 미카 : 그러니깐 책임지고 별님이 치료해

“좀 도와주시죠...”

> 미카 : 그건 내 영역이 아니야

> 미카 : 살아있는 인간을 구하는 건 인간의 영역이지

“하지만 별님이를 내린 건 당신이잖아!”

> 미카 : 그리고 그 순간부터 별님이는 살아있는 인간인 거고

“제멋대로구먼!”

> 미카 :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미카 : 육신을 버리고 영혼만 남으면

> 미카 : 내가 잘 도와줄 수 있겠다만

> 미카 : 신은 인간과 정령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지금까지 돈을 주거나 서류 조작한 건 뭐에요?”

> 미카 : 그 정도의 간섭은 가능하지

> 미카 : 물건들이니깐

> 미카 : 최대한 꼼수를 쓰고 최대한 힘을 써서

> 미카 : 그 정도의 영향을 끼친 거야

> 미카 : 서류를 조작해서 좋은 의사를 병원에 보내는 것까진 할 수 있겠지

> 미카 : 하지만 만약 그 의사가 거절하거나

> 미카 : 그 의사가 와도 별님이의 병에 대해 잘 모른다면

> 미카 :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무능하구먼!”

> 미카 : 내가 인간 세계에서 유능하면 어떻게 하냐

> 미카 : 그러면 더는 인간 세계가 아니잖아


괜히 맞는 말을 하니 재수 없다.


> 미카 : 그러니깐 네가 최선을 다해 별님이를 살펴줘

> 미카 : 힌트도 많이 줬으니깐

“......”

> 미카 : 또 궁금한 거 있냐?

“...태화씨는, 뭐죠?”

> 미카 : 미안

> 미카 : 정령계는 내가 더더욱 간섭하기 힘들어

> 미카 : 그래서 잘 몰라


신이라면서?


> 미카 : 육신을 지닌 인간에게 간섭을 못 하듯이, 정신을 지닌 정령에게는 간섭하지 못해

> 미카 : 그리고 지금 태화는 온전한 인간이고

“온전하다는 건 무슨 뜻이죠?”

> 미카 : 그건 나도 잘 모르지


이 녀석, 알면서 넘어가려고 한다.


> 미카 : 그런 거로 해줘

> 미카 : 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에선 잘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야

“뭐 이래...”


불평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일단 태화씨에 대한 의문은 접어두자.


“좋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소연씨를 NPC에서 제외해 주십시오”


마지막 부탁이라도 해봐야지. 이 정도는 들어줘라. 당신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깐 말이야.


> 미카 : 불가능해

“당신이 NPC로 만들었잖아!”

> 미카 : 그랬지

> 미카 : 하지만 그걸 선택한 건 그녀 자신이야

“...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 미카 : 그녀에게 거래를 제안한 건 나야

> 미카 : 그 결과 그녀에게 NPC라는 역할을 부여한 것도 나고

> 미카 : 하지만 그 거래를 받아들인 건 음소연 그녀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야

> 미카 : 그래서 그녀를 NPC에서 제외하는 건 내가 할 수 없어

> 미카 : 그녀 자신의 의지로 해야지

“그러면...”


잠깐,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지금 게임 중인 걸 안 다는 소리죠? 그러면 제 진실을 말해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해가 안 가는 거고?”


그렇다. 이미 그녀가 거래를 받아들인 뒤라면, 게임에 자신의 의지로 참가한 뒤라면! 이 게임 관계자니깐 이게 게임이라는 걸 말해도 된다. 그녀에게 상처를 준 걸 제대로 사과할 수 있다.


> 미카 : 아니

> 미카 : 그녀가 받아들인 거래는 너의 게임과 별개야

> 미카 : 그래서 안 돼

> 미카 : 알렸다간 네가 죽는다


하지만 신이 말한 건 또 다른 사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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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 다 같이(완) +2 20.03.10 321 3 13쪽
61 61화 - 대면 20.03.09 180 1 12쪽
60 60화 - 기도 20.03.06 135 3 11쪽
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8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60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45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43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44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243 2 12쪽
»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56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201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59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53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65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62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9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7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11 6 12쪽
44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84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200 3 13쪽
42 42화 - 목격 +3 20.02.11 259 5 11쪽
41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8 5 12쪽
40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32 5 11쪽
39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34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32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37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56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53 6 11쪽
34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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