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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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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7
추천수 :
543
글자수 :
332,033

작성
20.02.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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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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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54화 - 수애, 소연씨

DUMMY

> 미카 : 신과 인간이 거래한 이상

> 미카 : 그 거래는 반드시 지켜야 해

> 미카 : 서로 다른 차원의 존재가 거래한 것이거든

> 미카 : 세상의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만든 거래

> 미카 : 억지로 만들어낸 그 특수한 규칙을 어기면

> 미카 : 어긴 놈은 가장 큰 형벌을 받아야 하는 거지

> 미카 : 그러니깐 음소연에게 알리지마

“......”


괜히 친절하 설명해주는 걸 보면, 스스로 어쩔 수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깐 나에게 설명도 상세하게 해주면서 하지 말라는 거겠지. 소연씨에게 내가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리면 정말로 죽는 모양이다.


“...그, 알리면 말이에요...”

> 미카 : 그런 생각도 하지 마!

“정확히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냥 그 자리에서 픽하고 쓰러지나요?”


죽는다고 해도 방법은 여러 가지잖아요.


> 미카 : 비슷해

> 미카 : 네 몸에서 네 영혼을 뜯어내는 거니깐

> 미카 : 픽하고 쓰러지겠지

“그거... 아픈가요?”

> 미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카 : 영혼을 떼어내는데 육신의 고통을 논하다니 웃기는구먼

> 미카 : 아픈 건 없겠지

> 미카 : 단지 영혼을 뜯어내는 것일 뿐

“뜯어낸다고 하면 아플 거 같은데요”

> 미카 : 말 그대로 뜯어내는 거니깐 뜯어내는 것이라고 할 뿐

> 미카 : 현세에 붙어있는 네 몸을 현세에서 떼어내는 거거든

> 미카 : 네가 현세에 얼마나 엮여있느냐에 따라 그 뜯어내는 과정이 힘들 수는 있겠지만

“제가요?”

> 미카: 뜯기는 너도, 그리고 뜯어내는 세상에도 말이지


그건 무슨 소리래?


> 미카 : 너 20대였지?

“네”

> 미카 : 그럼 한 20분 정도면

> 미카 : 세상이 너랑 육체를 영혼에서 뜯어낼 거야

> 미카 : 그러면 완벽히 죽는 거지

> 미카 : 현세의 수단으로는 되살릴 방법도 없어

> 미카 : 그러니깐 허튼 생각일랑 하지 마

“......”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다니, 이건 뭐 뼈에서 살을 발라내는 것보다도 무섭게 들린다.


> 미카 : 얼른 게임이나 제대로 해

> 미카 : 보솜이도 정신 차렸으니깐

> 미카 : 지금 중간보스 이벤트 같은 거로 생각하고

> 미카 : 열심히 애들이나 제 상태로 찾아와

> 미카 : 알았냐?

“......”


나는 그 말에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신님의 말대로 열심히 복구하는 게 플레이어의 일일 거다. 잃어버린 동료를 되찾고, 망해버린 레벨을 복구하고, 열심히 회복하고... 하지만 탐탁지 않다.


> 미카 : 대답 안 할래?

“흥입니다”

> 미카 : 이 새끼가?

> 미카 : 빚 늘린다

“아휴 여부가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요”


그렇게 신님과의 이야기는 끝났다.




집으로 돌아온 수애를 보솜씨가 돌봐준다. 같이 목욕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빗질한다. 매일 집에 늦게 들어와서 몰랐지만, 자기 전의 일상이었던 모양이다. 보솜씨도 수애도 익숙하게 진행한다.

...여기에 별님이랑 단아도 같이 있었겠지. 특히 단아는 머리가 기니깐, 빗질도 많이 해줘야 했을 것이고.

할 일을 다시 체크해본다. 별님이는 내일 다시 병원에 가보고, 단아는 태화씨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지만, 내일 다시 태화씨의 집에 가보고 없으면 메모라도 남기고 와야지.

잘 부탁드린다는 식의 말을 쓰면 될 거다.

그다음에... 마지막으로 남은 게 소연씨인데...

괜히 핸드폰을 다시 확인해본다. 문자도 카톡도, 그 어느 쪽도 소연씨로부터 답은 와 있지 않았다. 혹시 차단이라도 한 걸지도. 음... 당해도 싸지.

내일 회사부터 가보자. 회사에 가서 소연씨를 잠시 기다렸다가, 안 오면 사표나 내고 회사를 나오자. 그다음에 태화씨를 만나고 병원에 가서 별님이 상태를 다시 확인해보면 되겠지.


“......”

“응?”


정신없이 생각하던 와중에 누군가가 내 옷을 잡아당겨서 정신을 차렸다. 내려다보면 수애가 내 티셔츠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다 빗었구나”

“...네”


보송보송해진 수애를 쓰다듬어준다.


“오늘 어땠니?”

“......”


대답하지 않고 계속 나를 보는 수애.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최근 내 모습 때문이겠지.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반겨주디?”

“...네”


다행이다.


“수애야,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어때?”

“...친절하셔요”

“그래?”

“...네... 맛있는 것도 주시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잘 됐구나”


쓰담쓰담. 수애를 다시 쓰다듬는다.


“수애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노는 게 좋아?”

“...네...”


좋아.

나는 무릎을 굽혀서 수애랑 눈높이를 맞췄다.


“수애야”

“...?”


갑자기 눈높이를 맞춰서 그럴까, 수애가 조금 당황한다.


“만약에 말이야, 그 할아버지나 할머니랑 같이 지낸다고 해도... 괜찮겠니?”

“......”


내 말을 들은 수애가 대답하지 않는다. 마주치고 있는 눈동자가 흔들린다. 종종 흔들리며 나를 피하는 듯하기도, 아니면 생각을 열심히 하는 듯도 보인다.


“...아빠, 어디... 가요?”

“......”


이 아이는 눈치가 참 좋다. 똑똑한 거지. 아니면, 내가 어디로 갈까 그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거나.


“아니야, 어디 가진 않아~”

“......”

“수애를 이대로 내버려 두고 어딜 가겠니?”

“...네...”


그 말을 믿어주는 수애에게 미안해진다.


“근데 만약에 말이야, 아빠가 잠깐 자리를 비우거나 혹은... 그런 일이 생기면 말이야”

“......”

“잠깐 할아버지랑 할머니 집에서 머물면서 기다려주거나 그럴 수 있겠니?”

“......”


역시 이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겠지. 또 버림받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을 거다. 그러니깐 수애를 다시는 버리지 않을만한 사람들에게 가야 한다. 이 상처는 깊고, 깊은 상처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깐.

수애는 대답하지 못하고 내 눈동자를 본다. 가끔 시선을 피하며,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을 계속 고른다. 입을 열었다가 다문다. 그러기를 반복한다.

자, 이제 이 아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수애라면 내가 어딜 가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할 거다. 이런 말까지 꺼냈으니, 어딜 가는 거냐고 묻거나 가지 말라고 빌거나 그럴 수도 있겠지.

어디 가는 건 아니라고 말했고... 가지 말라는 말에는 뭐라고 설명을 해줘야 할까? 이미 어딜 간다고 전제하는 말이니깐, 계속 어디 안 간다고 말해서 넘겨야 할까?

그러다가 수애가 겨우 말을 꺼냈다.


“...네...”


부정하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줄까 고민만 하던 참이라, 수애가 수긍하자 나는 잠시 멈춰버렸다.

곧 수애를 안아주었다. 미안한 마음과, 그리고 고마운 마음과,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가 섞여서 나도 잘 모르겠는 마음들. 그 마음의 결과였다.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는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안녕하세요~”


괜히 빈 사무실에 인사를 크게 해본다. 혹시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 누군가 있을지도 모르니깐. 내가 기대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


역시 아무도 없다. 그런데 괜찮은 거야? 회사가 3일 동안 놀고 있는데? 정말 이 회사 이대로 괜찮은 건가?

아니 생각해보면, 소연씨 혼자 일할 때도 있었으니깐, 그때 소연씨가 휴가를 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지. 그러니깐 별 이상 없는 거겠지?

...이제 나가려고 하는 내가 이런 걱정을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아쉬웠다. 준비해온 사표를 꺼내서 책상 위에 올리고 나가기만 하면 될 텐데, 그 단순한 행위가 힘들었다.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힘이 빠진다. 이러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잘못했으니 떠나야 한다. 소연씨한테서 내가 없어져야 된다. 그게 그나마 지금 할 수 있는 사과일 거고, 소연씨의 인생을 되돌릴 방법이겠지.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독촉한다. 얼른 놓고 나가자. 그걸로 끝내자. 그러면 된다.

잠깐만. 그 전에 소연씨를 조금만 기다려볼까? 아직 출근을 안 했을 뿐일 수도 있으니깐 말이지. 시간은 이제 9시다. 조금 늦게 오시는 날도 많았으니 기다리면 올 수도 있다.

꺼냈던 사표를 다시 안주머니에 넣고, 자리에 앉는다. 소연씨가 언제 올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니, 기다릴 동안 일이나 처리해놓자.

나는 컴퓨터를 켜고 밀린 일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일을 끝냈을 때는 11시 30분이었다. 최근에는 일이 적기도 했고, 애초에 그리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지도 않다.

...오늘도 소연씨는 회사에 나오지 않을 모양이다. 나는 책상 위에 있는 메모지에 간단한 메모를 써놓는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오늘부로 그만두겠습니다’

그리고 그 메모지와 함께 사표를 책상 위에 놓는다. 책상을 가볍게 정리한다. 애초에 물건을 잘 두지 않는 성격이었던지라, 정리할 건 별로 없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아”"


그렇게 사라지려고 했다. 이대로 나는 없는 사람이 되면 되는데. 막 사무실로 들어오려는 소연씨와 마주친다.


“......”

“...소연씨”


입을 뻐끔거리는 소연씨. 갑자기 말문이 막히면, 이 사람은 이런 반응을 보이곤 했다.


“죄송했습니다. 그럼...”

“잠깐만”


그대로 소연씨를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소연씨가 내 팔을 잡는다.


“잠깐만요”


어음, 도망치고 싶은데.


“어딜 가는 거예요, 일하다 말고”

“그쪽이 문제였어요?”

“......”

“......”


시답잖게 장난치며 넘어가고 싶어진다. 그 점에서 내가 지금 상황을 껄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잘 알겠다.


“있잖아요”

“네”

“생각해 봤거든요? 그... 여러 가지 말이죠”

“우리에 대해서요?”

“네! 그렇죠, 우리에 대해서죠”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소연씨가 이마를 짚는다.


“당신은 도대체 뭔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그리고 나는 왜 화가 안 나는 건지, 화를 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막 이것저것 생각해봤어요”

“......”

“그런데 말이에요, 이 모든 문제의 이유는 웃기게도 딱 하나더라고요”

“뭐죠?”

“당신이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


그렇게 말하면서 소연씨가 나를 째려본다.


“당신의 정체나 상황도 당신이 말해주면 알 거고, 내가 화가 안 나는 이유는 내 멋대로 당신에게 사정이 있을 거로 추측해서 그런 거고, 화를 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는 당신 사정을 들으면 정할 수 있을 거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는요?”

“그걸 지금 하고 있잖아요”


소연씨가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른다. 쿡쿡, 두 세 번이 아니라 열 번 가까이 찌른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듯이 빠르고 강하게.


“아픈데요”

“아프라고 한 거예요!”

“저를 찌르는 게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답이었어요!?”

“아뇨!”


그렇게 말하며 소연씨가 멈춘다.


“당신을 찾아서 무슨 일인지 듣는 거요”

“핸드폰으로 연락하시지!”

“안 받잖아요!”

“제가요? 소연씨가 제 연락 다 씹었잖아요?”

“30분 전에 차단 풀었어요! 그리고 답장했는데 왜 답을 안 하는 건데요?”


그 말에 억울하여 핸드폰을 꺼낸다. 이것 보라는 듯이 화면을 켜서 알림을 보여준다. 알림에는 소연씨가 보내온 메시지들이 가득하였다.


“어... 그렇네요?”

“이 멍청이!”


그런데.

그 메시지 안에... 다른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단아님을 챙긴다면 12시 30분까지. 내 집 앞으로’


태화씨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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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 다 같이(완) +2 20.03.10 321 3 13쪽
61 61화 - 대면 20.03.09 180 1 12쪽
60 60화 - 기도 20.03.06 135 3 11쪽
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8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60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45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43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44 4 12쪽
»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243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55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201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59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53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65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62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9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7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11 6 12쪽
44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84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200 3 13쪽
42 42화 - 목격 +3 20.02.11 259 5 11쪽
41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8 5 12쪽
40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32 5 11쪽
39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34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32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37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56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52 6 11쪽
34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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