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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태 님의 서재입니다.

창궁귀환(蒼穹歸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고이태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3
최근연재일 :
2021.06.03 17: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28
추천수 :
381
글자수 :
92,643

작성
21.05.20 17:24
조회
801
추천
15
글자
10쪽

초대장

DUMMY

몇 년 만에 집에서 맞는 아침은 새로웠다. 그렇다고 그렇게 특별한 일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다시금 익숙해졌다. 무당에서 그랬듯이 시간이 남으면 사저와 함께 수련하였다. 장소만 달라졌을 뿐 똑같은 일상에 아직도 무당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밖이 소란스러웠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내 누군지 깨닫고 밖으로 나갔다.


“제갈첨!”


“어? 뭐야. 벌써 와있었나. 그때 이후로 몇 년 만이지?”


“3년 정도인가.”


“그래. 혹시 귀선님께서 뭐라 하진 않았지? 그때는 내가 잘 몰라서 좀 선을 넘긴 했는데.”


“스승님이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잖아. 네가 누군지 벌써 잊었을 거다.”


“그럼 됐고.”


“잠깐, 뒤에 함께 오신 분은 설마 정형 스님 아니십니까?”


건장한 체형의 스님은 한 손으로 합장하며 말을 걸었다.


“맞습니다. 처음 뵙습니다. 설마 절 알아보실 줄은 몰랐군요.”


‘모를 리가 있나, 현 소림의 장문인인 혜원 대사의 제자이자 미래의 장문인을.’


“혹시 이번에 있을 일 때문에 오신 겁니까?”


“맞습니다. 보통 큰일이 아니지요. 제 스승님께서도 각별히 주의를 가하라 하셨습니다.”


‘북숭소림(北崇少林), 남존무당(南尊武当)으로 불리는 구파일방(九派一幇)을 대표하는 두 문파와 오대세가의 둘이 움직일 정도의 일이라. 아버지가 왜 날 불렀는지 알겠어. 그렇다면 그분도 같이 갈려나. 생각해보니 그분을 뵈지 못한 것도 꽤 되었군.’


일단 다들 세가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미리 나와 있었다. 사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반갑습니다. 방금 도착하였기에 지치시겠지만 바로 출발해주시면 좋겠소. 그분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러기 전에 이제 말씀해주시겠어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뭐죠?”


사저의 물음에 아버지는 곧바로 대답하였다.


“얼마 전에 황궁에서 서신(書信)이 하나 도착했소. 곧 있을 황궁의 연회에 무림의 후기지수(後起之秀)들이 참가해달라는 요청이었소. 황후전하의 생신을 기념하는 자리지. 관(官)과 무림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지만 황제 폐하의 명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거기다가 얼마 안 있어 또 하나의 서신이 더 도착했소.”


“거기엔 무어라고 적혀있었습니까?”


“두 번째 서신은 황궁에서 온 것이 아니오. 현 황제 폐하의 동생 되시는 안휘성의 성주(省 主)님이 보낸 것이지. 자신의 딸도 같은 자리에 초대받았는데 가는 길 호위를 부탁하는 내용이었소. 이제 아시겠소, 이 얼마나 중한 일인지?”


“확실히 그렇군요. 황제 폐하의 부름과 그 호위라니.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다간 역모(逆謀)로 몰릴지도 모르겠군요.”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소. 폐하께서 무림의 인사들을 부른 것은 의례 있었던 일이고 황족을 건드리는 정신 나간 것들은 없을 테니. 그럼 다들 이만 출발해주시오. 그분께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계시니.”


설명이 끝나자 다들 말을 하나씩 받고 올라탔다. 그리고 안휘성의 성도인 합비(合肥)로 향했다.


‘황궁, 원래는 내가 갈 자리가 아니었다. 전에는 아버지가 직접 가셨는데 나한테 맡기실 줄···. 그러고 보니 모두 끝내고 돌아온 아버지는 매우 불쾌해하셨다. 쉽게 화낼 성격이 아니신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


*


“공주님,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봅니다.”


“그대가 저와 만난 지 얼마나 됐지요?”


“2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넘는 시간을 함께 알고 지낸 벗이 있습니다. 몇 년간 만나지 못한 벗이 지금 이리로 오고 있을 테니까요.”


“저는 모르는 사람이겠군요. 어떤 분인가요?”


“좋은 사람이에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히 해주는 사람. 제 유년기의 추억, 그중에서도 즐거운 기억 한편에는 모두 그 사람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아, 그렇죠. 저에게 있어 당신의 스승님처럼 소중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까?”


지체 높은 가문의 여식으로 보이는 여인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곁을 지키는 한 여인도 있었다.


*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달렸기에 여정은 평소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며칠을 달려 합비에 도착했다.


“시주의 저택도 매우 화려했는데 이곳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아마 황궁 다음으로 가장 큰 저택이겠지요. 여기도 정말 오랜만에 옵니다.”


“여기를 잘 아시나 봅니다.”


“어릴 적에 자주 와보았습니다. 스승님을 따라 무당에 들어가고서는 한 번도 오지 못했지만요.”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는 사이 성문이 열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검을 허리춤에 찬 여인이 나왔다.


“들어오시지요. 공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에 따라 복잡한 미로 같은 저택을 지나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방앞에 멈춰섰다.


“공주님, 다들 오셨습니다.”


“들어오세요.”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긴 머리의 여인이 옅게 웃으며 맞이했다. 과하게 치장되지 않은 장신구가 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짙은 검은빛의 머릿결과 대비되어 더더욱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주혜연이라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주와 맞이한 일행 전부 무릎을 꿇고 공손히 인사를 받았다.


“아버님도 지금 이 자리에 계셨으면 여러분을 반갑게 맞이했을 텐데 아쉽군요. 내일 바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짧은 하루겠지만 편히 쉬시지요. 그리고 남궁현 공자께선 끝나고 남아주시겠어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와 길을 안내한 여인만이 남고 모두 자리를 물러났다. 사저는 나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대도 나가주겠어? 오랜만에 만난 벗과 단둘이 있고 싶거든.”


“성주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버님은 지금 다른 곳에 계시잖아. 응?”


“하아, 알겠습니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선 그 여인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말 오랜만이네. 이게 얼마 만이지?”


“해가 몇 번은 바뀌었죠. 저도 오랜만에 공주님을 뵈니 반갑습니다.”


“우리 둘밖에 없는데 말 편히 하지, 어릴 적 기분도 낼 겸?”


“무슨 큰일 날 말씀을. 아까 그 여인은 누굽니까? 처음 보는 분이군요.”


“유가연, 네가 무당으로 간 사이 새로 들인 호위지. 이번 길에도 따라갈 거야. 좀 고지식한 면도 있지만, 실력이 대단해. 너도 쉽게 이기지 못할걸. 아, 맞다. 줄 게 있어.”


주혜연은 서랍을 열고 검집을 꺼냈다. 그러고는 나에게 건넸다.


“꽤 무겁네. 한 번 들어봐.”


검집에서 검을 뽑고선 가볍게 휘둘러 보았다.


“어때?”


“좋은 검이군요. 제가 원래 쓰던 검도 꽤 괜찮은 물건인데 비교가 안 됩니다.”


“저번에 네 동생 선물로 준 운철(隕鐵)과 같은 거야. 원래 같이 선물로 주려 했는데 갑자기 무당으로 가버려서 주지 못했지 뭐야.”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야. 너도 이만 쉬어.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럼 내일 뵙지요.”


나는 방에서 나갔다. 주혜연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가 나가는 걸 본 유가연은 다시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렇게 기다리시던 분인데 어떠십니까?”


“생각했던 그대로예요. 겉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속은 변한 게 없어요. 먼 길을 떠나는 건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엔 꽤 기대되네요. 그대도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어요.”


“공주님 곁을 떠나 그럴 순 없습니다.”


“그대도 생각했던 그대로네요.”


하루가 지나 아침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아침부터 곧 출발할 여정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네 사람은 저마다 각각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주님, 겨우 이정도 인원으로 괜찮겠습니까?”


“그대와 함께 강호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모였습니다. 쓸데없는 인원을 늘려봤자 방해만 될 뿐입니다. 거기다 여기서 인원을 늘렸다가 일정에 차질을 입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래도 혹시라도···.”


“아니요.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다 늦으면 더 큰 화가 닥칠 겁니다. 그대와 저 뿐이기에 하는 말이긴 하지만 현 황제 폐하는 위험하니까요. 작은 흠이라도 잡히면 안 됩니다.”


마침내 성문이 열리고 마차는 앞으로 나아갔다. 호위인 유가연이 마차를 몰고 네 사람은 마차를 둘러싸듯이 말을 움직였다.


“제갈첨, 하나만 묻자. 너 황궁에 대해 얼마나 알지?”


“황궁이라···. 충고 하나 하지. 어떤 거지 같은 꼴을 보더라도 절대 흥분하지 마. 관과 무림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 그딴 헛소리는 믿지 말고. 관은 귀찮아할 뿐이니까. 그들의 눈에 우리는 언제 칼을 들지 모르는 도적 떼나 다름없으니까. 명분(名分)만 생기면 바로 움직이고도 남지. 네 사저한테도 내 말 잘 전해주고.”


“사저는 갑자기 왜?”


“겉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한 가닥 하게 생겼는데. 특히 굽힐 줄 모르는 성격이야. 연회에서 황제를 직접 만난다면 내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게 될 거다.”


‘황제···.’


저 녀석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의문을 뒤로하고 계속 말은 달려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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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죽은 자의 매장 21.06.03 347 7 7쪽
21 참(斬) 21.06.01 386 9 7쪽
20 위협 +1 21.05.29 499 10 7쪽
19 독이 든 병 21.05.28 511 11 7쪽
18 아름답다 21.05.26 602 10 7쪽
17 불청객 21.05.25 647 12 8쪽
16 달이 지는 자리 21.05.23 678 13 9쪽
15 황궁 21.05.22 709 14 10쪽
14 호환(虎患) 21.05.21 746 19 10쪽
» 초대장 21.05.20 802 15 10쪽
12 전야(前夜) +1 21.05.19 897 18 11쪽
11 명경지수(明鏡止水) 21.05.18 910 18 11쪽
10 자신만의 검 21.05.17 928 17 11쪽
9 직(直), 곡(曲), 원(圓) +2 21.05.16 979 18 9쪽
8 달빛 아래서 +3 21.05.15 1,030 22 12쪽
7 무당 +4 21.05.14 1,098 23 9쪽
6 집으로 +1 21.05.14 1,116 21 8쪽
5 징조 21.05.13 1,170 20 10쪽
4 흰 고래 +1 21.05.12 1,231 22 10쪽
3 만남 +1 21.05.12 1,346 19 10쪽
2 제갈세가의 망나니 +1 21.05.12 1,455 28 11쪽
1 귀환 21.05.12 1,925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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