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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태 님의 서재입니다.

창궁귀환(蒼穹歸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고이태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3
최근연재일 :
2021.06.03 17: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22
추천수 :
381
글자수 :
92,643

작성
21.05.28 17:05
조회
510
추천
11
글자
7쪽

독이 든 병

DUMMY

“도착했습니다, 공주님.”


“지금까지 고마웠어요. 다음에 다시 볼 수 있길.”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유 호위께도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만 들어가시죠.”


“잘 가요.”


멀어져가는 뒷모습이 한 점 크기로 변할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눈가에 계속 맴돌았다.


“공주님도 무사히 도착했으니 우리도 헤어질 시간이군. 난 이만 집으로 가겠어.”


“나는 무당으로 바로 돌아갈 생각이야. 이번 일에 대해 전해야 하니까. 사제는?”


“아버지를 뵈러 가야죠. 그리고 할 일이 생겨서 좀 오래 걸릴 거에요. 그것만 끝나면 저도 무당으로 갈게요.”


“그래.”


또 사람이 줄었다. 지금껏 내 옆에는 줄곧 누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아무도 없었다. 혼자였다.


“나도 이만 출발할까.”


*


“이봐, 여기에도 없나?”


“네놈이 여긴 웬일이냐?”


“서생원(鼠生員)께서 여기 계셨구만. 아니지. 한림원주라 불러드릴까?”


“사람 비꼬는 건 여전하군.”


“그건 그렇고 재수 없는 꼬맹이는 어딨지?”


“하오문주? 그놈은 왜 찾나?”


“물어볼 게 있거든. 만나려고 낙월루를 찾았지. 거기가 그놈의 은신처잖아. 내가 깽판을 쳐놨으니 분명 거기에 숨어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이게 웬걸. 찾던 놈은 없고 소림의 땡중이 있지 뭐야. 그것도 루주에게 목줄이 채워져 있더라고.”


“지금 뭐라 했나?”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보던가. 땡중에 관한 정보를 숨기고 이젠 모습조차 보이질 않아. 이게 무슨 뜻인지 멍청한 난 잘 모르겠는걸.”


“나는 련주님께 가겠다. 너는 당분간 몸을 사려라. 밑에 있는 녹림도 마찬가지. 괜히 소란을 피우지 마라.”


“예이. 그렇게 합죠.”


*


“왔습니다, 아버지.”


“너는 집을 나가기만 하면 사고가 일어나는구나.”


“그냥 우연입니다.”


“그래. 그래서인지 요즘 녹림의 활동이 뜸해졌다. 표국은 지금 유례없는 호황이지.”


“잘됐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건 내가 사양이다.”


아버지에게 황궁에서 겪은 일을 말했다, 황궁을 덮칠 듯한 폭풍에 관한 이야기를.


“그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어쩌면 흑사련보다 더 위험할지도···. 내가 너무 오래 붙잡았구나. 이만 들어가서 쉬어라. 남은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네. 그런데 지금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


“응?”


나는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향했다. 작은 약병을 손에 꼭 쥔 채로 말이다.


“무슨 일이지?”


말투에 가시가 돋쳐있었다. 나는 손에 든 것을 앞에 놓았다.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어머니는 독에 대해 잘 아시죠?”


“내가 어디 출신인지 잊은 거니?”


“사천당가(四川唐家), 독과 암기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죠.”


“잘 아네. 그래서 부탁은?”


“이걸 살펴봐 주셨으면 합니다. 절 죽일 뻔한 독입니다.” “뭐···? 알았다. 이만 나가렴. 최대한 빨리 알아봐 주마.”


“감사합니다.”


어머니를 뒤로하고 나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


*


“독이라고?”


남궁현의 어머니인 당연경은 약병을 열었다.


“색은 투명하고···.”


살짝 향을 맡았다.


“아무 향도 나지 않아.”


실험용으로 키우던 쥐를 꺼냈다. 딱 한 방울을 먹이에 뿌렸다.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쥐는 피를 토하며 죽었다.


“말도 안 돼. 훈련된 놈이라 조금이라도 맛이 다르면 바로 뱉어버리는데. 거기다 어지간한 독에는 내성이 있건만.”


죽은 쥐를 마당에 묻고 방에 돌아왔다. 방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며칠 동안 누구도 나오지 않았고 들어가지도 못했다.


*


며칠이 지났을까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너 이걸 어디서 구했니?”


“그건 왜 물으십니까?”


“이건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무슨 뜻입니까?”


“무형지독(無刑之毒), 독을 다루는 자라면 누구나 목표로 하는 길의 끝. 아직 완성품은 아니지만 9할 정도 완성됐다 볼 수 있겠지. 당가의 주인이자 내 아버지가 오셔도 이런 건 못 만들어.”


“무형지독이란 게 가능한 거였습니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알려졌지, 지금껏 아무도 없었지만. 이걸 만든 자도 궁금하지만 널 살려낸 자도 궁금하구나. 어찌 됐건 어디서 구했지?”


“저도 모릅니다. 본적도 없는 자가 주고서는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런데 무슨 독인지 알아냈다면 해독제는 만들 수 있습니까?”


“재료와 배합만 알아내면 가능하겠지. 그런데 알아내기엔 양이 너무 적어.”


“그러면 구해보겠습니다.”


“누군지 모른다며.”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어둠 속의 그 남자, 다음에 만날 때 이야기하자 했었지. 그렇다면 알아서 찾아오겠지, 언제가 되었건 간에.’


*


“폐하, 즐거워 보이십니다.”


“아, 황후. 최근에는 너무나 지루했지. 그러나 이제는 아니오. 재밌지 않소이까? 기껏해야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호랑이가 돼서는 내 목을 물어뜯으려 하다니.”


“주제안, 이 황자가 호랑이라니요. 물론 저도 연회 때는 놀랐습니다. 그러나 글쎄요. 호랑이라기엔 이빨이 없지 않습니까?”


“사냥을 시작하면 그때 드러내겠지. 그전까지는 어딘가에 숨겨놓을 터.”


“그러다 제 아이, 아니 황태자가 죽는다면요?”


“그럴 리는 없지. 같은 호랑이라도 차이는 있는 법. 교활한 늑대가 호랑이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제 막 새끼 때를 벗어난 호랑이가 다 자란 호랑이를 물어 죽일 순 없지.”


“그렇군요. 쿨럭쿨럭.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목이 간지럽군요.”


“황후? 입에서 피가 나오지 않소?”


털썩!


바닥에 피가 흩뿌려지며 황후는 쓰러졌다. 거친 숨은 점점 옅어져 갔다.


“태의(太醫)는 어서 일로 들라!”


명을 들은 태의는 곧바로 나타났다. 황후를 세우고 맥을 짚었다.


“독입니다. 그런데 난생처음 봅니다.”


“그러면 네놈이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뜻이구나.”


“죄송합니다.”


“제독! 이 무능한 놈을 끌어내고 당장 류 의원을 데려오라.”


밖에서 대기하던 환관은 말이 끝나기에 무섭게 움직였다. 일각의 시간이 지나자 류 의원이 들어왔다.


“이미 늦었습니다. 숨을 거두셨습니다.”


“태의도 모르는 독이라 하던데 네놈은 무엇인지 알겠나?”


“예. 딱 한 번 본적이 있습니다. 그 독을 지금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구했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네놈이 이 발칙한 짓거리를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겠다.”


“받은 물건입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그게 누구냔 말이다.”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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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죽은 자의 매장 21.06.03 347 7 7쪽
21 참(斬) 21.06.01 385 9 7쪽
20 위협 +1 21.05.29 499 10 7쪽
» 독이 든 병 21.05.28 511 11 7쪽
18 아름답다 21.05.26 602 10 7쪽
17 불청객 21.05.25 647 12 8쪽
16 달이 지는 자리 21.05.23 678 13 9쪽
15 황궁 21.05.22 709 14 10쪽
14 호환(虎患) 21.05.21 746 19 10쪽
13 초대장 21.05.20 801 15 10쪽
12 전야(前夜) +1 21.05.19 897 18 11쪽
11 명경지수(明鏡止水) 21.05.18 910 18 11쪽
10 자신만의 검 21.05.17 927 17 11쪽
9 직(直), 곡(曲), 원(圓) +2 21.05.16 978 18 9쪽
8 달빛 아래서 +3 21.05.15 1,030 22 12쪽
7 무당 +4 21.05.14 1,098 23 9쪽
6 집으로 +1 21.05.14 1,115 21 8쪽
5 징조 21.05.13 1,170 20 10쪽
4 흰 고래 +1 21.05.12 1,231 22 10쪽
3 만남 +1 21.05.12 1,346 19 10쪽
2 제갈세가의 망나니 +1 21.05.12 1,454 28 11쪽
1 귀환 21.05.12 1,925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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