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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태 님의 서재입니다.

창궁귀환(蒼穹歸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고이태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3
최근연재일 :
2021.06.03 17: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20
추천수 :
381
글자수 :
92,643

작성
21.05.21 17:47
조회
745
추천
19
글자
10쪽

호환(虎患)

DUMMY

“이 산만 지나면 이제 북경이라. 어라? 남궁현 시주께서는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오?”


“뭐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사제, 그게 무슨 뜻이야?”


“저도 잘 모르겠네요. 숨이 막힌다 해야 할까요. 잘 모르겠군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뒤로하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해가 약간 기울고 산 중턱에 들었을 무렵이었다.


‘아! 알겠다. 이건 전생의 전장에서나 느꼈던 불안감. 설마···.’


“마차 세워!”


“공자님, 갑자기 그게 무슨?”


화살이 말 머리 한가운데에 박혔다. 만약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면 분명 가마에 명중했을 것이다.


“뭐야? 병아리나 다름없는 애송이들이라 들었는데 어떻게 눈치챈 거지. 거기다 소림의 땡중까지 있잖아. 그놈이 준 정보가 틀린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다면 그 자식이 일부러?”


우거진 수풀 속에서 이제 갓 오십을 넘긴듯한 중년이 손에 활을 든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가 팔을 들어 신호를 보내자 주위에서 일제히 산적들이 튀어나왔다.


“산호(山虎), 백준. 녹림채주인 당신이 왜 여기에?”


“보자. 오, 반갑다. 네가 남궁현 맞지? 네놈한테는 할 말이 많아. 3년 전에는 내 동생이 신세를 많이 졌다. 설마 잊어먹지는 않았겠지. 네 스승이 죽인 수로채주, 내 동생 말이다.”


“이 미친 짓을 한 이유가 복수 때문이냐? 저 가마 안에 누가 타고 계시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만약 알려진다면···.”


“아, 다 아는 얘기는 그만. 당연히 잘 알고말고. 그게 무슨 상관이냐. 관이 두려웠다면 죽음이 두려웠다면 동생과 함께 탈영은 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럼 다시 시작할까. 자, 모두 앞으로!”


백준은 다시 화살을 활에 걸었다. 새로운 화살이 날아옴과 동시에 숨어있던 산적들이 튀어나왔다.


“이런 씨발! 남궁현 왜 네놈이랑 있으면 왜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거냐?”


“헛소리 말고 적이나 막아. 잠깐, 녹림채주는 어디에?”


“부하들을 미끼로 던지고 숨어서 사냥을 시작할 생각인가 본데.”


“시주들, 미약하지만 그자의 기운이 느껴지오. 소승이 쫓아갈 테니 여러분은 여기를 맡아주시오.”


“알겠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걱정하지 마시오. 그럼 이만.”


*


“쳇, 땡중까지 따돌리는 건 역시 무리였나. 이럴 줄 알았으면 밑에 놈을 더 데려오는 건데. 이번 일이 끝나면 그 자식을 한 번 만나야겠어. 일부러인지 실수인지.”


“여기구나. 숨어있지 말고 앞으로 나오라!”


“나오라고 나오라는 자가 있겠나? 나 같으면 바로 도망쳤을 거야. 굳이 여기까지 오다니.”


백준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 정형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대 같은 악인을 두고 그냥 갈 수는 없다.”


“이야, 미래에 소림사 방장 자리를 이을 자가 날 이리 좋아할 줄이야. 이거 가문의 영광이야. 그런 의미에서 네놈 목을 소림사에 공양하도록 하지.”


“그 입 다물라!”


“그러고 싶으면 잡아 보던가.”


내공을 실은 화살들이 쉼 없이 쏟아졌다. 정형은 겨우 피하는 것에 그쳤다.


“내가 왜 산호(山虎)라고 불리는지 아나? 련주님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날 잡지 못했거든, 산속에 있는 한.”


“후우···.”


정형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자세를 바꿔 잡았다.


‘그래. 저자를 온전히 상대하기엔 나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니 하나를 포기한다.’


‘뭐지? 갑자기 바위 마냥 가만히 서 있잖아. 화살에 맞고 싶다 이건가. 그럼 소원대로 해주지.’


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정형은 피하지도 않고 왼팔로 화살을 막았다.


“거기··· 있었구나.”


정형은 비명을 참으며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다리는 벌리고 어깨에 힘을 빼며 팔은 최대한 뒤로 보낸다. 주먹에 내공을 싣고 허리를 축으로 삼아 강하게 뻗는다.’


“백보신권(百步神拳)”


“이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응축된 기(氣)가 바람을 타고 백준의 복부를 강타했다.


“큭, 이거 자존심 상하는군. 내 나이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꼬마에게 이 꼴이라.”


‘너무 방심했어. 갈비뼈가 하나 부러졌나. 괜히 그 땡중의 후계자가 된 게 아니다 이건가. 더 무리해서는 안 되겠어. 이걸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대가 졌다. 저항하지 말고 항복하라. 굳이 피를 볼 생각은 없다.”


“그래. 맞아. 자네가 이겼어. 하지만 자네‘들’은 어떨까?”


“뭐라고?”


백준은 남은 힘을 짜내서 활을 쏘았다. 앞으로 있을 모든 일이 시작이자 모든 운명을 바꾼 하나의 화살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


“이 녀석들 단순한 산적들이 아니야. 제대로 훈련받은 정예들이야. 남궁현, 너는 공주님을 지켜.”


“알았어.”


‘하지만 이상하다. 그저 포위하며 위협만 가할 뿐 실질적인 공격은 하지 않고 있어. 대체 무슨 목적이지? 녹림채주도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텐데.’


대치가 계속 이어졌다. 갑자기 세 명의 산적이 나에게 덤벼들었다. 나보다는 한 수 아래였지만 셋의 합공(合攻)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화살이 세 명 사이를 절묘하게 지나며 팔에 정확히 꽂혔다.


“으아악!”


평소였다면 여유롭게 피할 수 있었으나 산적의 공격에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팔에 상처를 입었다. 화살이 박힌 걸 확인한 산적들은 곧바로 울창한 숲 사이로 도망쳤다.


*


“이 비명은 남궁현 시주인가. 설마 아까 쏜 화살이?”


“명중. 원래 계획은 그 빌어먹을 애송이의 머리를 가져가는 거였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이번 일의 목적이 남궁현 시주의 목숨이었나?”


“좋아. 나한테 한 방 먹인 상으로 말해주지. 그 애송이의 목숨은 내 개인적인 이유다. 본래 목적은 그냥 한바탕 크게 소란을 피우는 거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계속 나하고 있어도 괜찮나? 아직 내 화살은 많이 남았어. 시체는 하나면 충분하지 않겠어, 응?”


“큭.”


정형은 분한 표정을 짓고선 원래 마차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현명한 판단이야. 그럼 나도 이만 가볼까.”


백준은 손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소리를 들은 산적들은 모두 백준 앞으로 모였다.


“이만 련주님께 돌아간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계획은 성공했다고 서신(書信)을 보내. 나는 갈 곳이 있으니.”


*


“남궁현 시주, 상태는 괜찮소?”


“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그냥 팔을 좀 다쳤을 뿐입니다. 화살은 뽑아냈으니 이제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녹림채주는 어떻게 됐습니까?”


“물러났소. 그런데 그자의 목적이 시주의 머리라고 하였는데 짐작 가는 이유라도 있소?”


“아마 그자의 동생인 수로채주가 제 스승님의 손에 죽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꽤 오래전 일인데 지금에 와서야 이럴 줄은···.”


“아무튼, 다들 무사하니 다행이오.”


마차에서 주혜연이 내렸다.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나를 보고는 자신의 신분도 잊은 채 곧바로 다가갔다.


“괜찮아요? 아까 비명은 이 상처 때문인가요.”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화살도 뽑았으니 조금만 쉬면 낫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요. 북경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군을 소집하여 저들을 토벌해야겠지요. 어라? 잠시만요. 피가···.”


“아, 화살을 뽑느라 그렇습니다. 금방 멈출 겁니다.”


“그게 아니라, 당신 입을 봐요.”


“네? 어? 커헉!”


갑자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정신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의식이 사라졌음에도 피를 멈추지 않고 계속 토했다.


‘말도 안 돼. 이건 독? 그것도 전생에 내 목숨을 앗아간 그 독이다. 그게 왜 여기서?’


옅어지는 의식을 잡으려 했으나 결국 끊어지고 정신을 잃었다.


*


“갑자기 왜 이래요. 정신 차려요.”


주혜연이 몸을 흔들었으나 아무 반응도 없었다. 진령은 역시 당황했지만, 재빨리 상태를 살폈다.


“독입니다. 무슨 독인지는 모르겠지만 절정인 사제에게 어지간한 독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만들 정도면 엄청난 극독입니다.”


“어쩐지 순순히 물러나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화살촉에 독을 발라놨다니. 하지만 소승에게는 아무 증상도 없는데 굳이 시주에게만 독을 썼단 말인가. 잠깐, 그렇다면 시주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도 무슨 독인지 알 수가 없으니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빨리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이분을 제 마차에 실어주세요. 가연, 그대는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말을 몰아요.”


“네, 공주님. 아무나 한 분은 죽은 말을 치우는 걸 도와주십시오.”


“공주님, 저도 마차에 타겠습니다. 최소한 독이 퍼지는 걸 더디게 할 수는 있습니다.”


“알겠어요. 그대도 저와 같이 마차에 오르세요.”


긴박한 상황에 모두 바쁘게 움직였다. 마차에 연결된 말을 바꾸고 남궁현은 마차에 편히 눕혔다. 그 뒤를 이어 진령과 주혜연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말 고삐가 움직였다.


“죽으면 안 돼. 네가 없으면 난···.”


진령의 얼굴에는 평소와 같은 침착함이 보이지 않았다. 떨리는 손끝으로 계속 맥을 짚으며 자신의 내공을 흘려보냈다. 주혜연의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내색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가연, 북경까지 앞으로 얼마나 걸리나요?”


“이 속도면 아마 내일 아침 동이 트고 성문이 열릴 때쯤 도착할 겁니다.”


진령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낯빛은 점점 창백해졌으며 생기(生氣)는 점점 옅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두 사람의 낯빛도 똑같이 점점 창백해졌다. 애타는 모두의 속도 모르는지 죽음의 그림자는 고요히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조여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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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죽은 자의 매장 21.06.03 347 7 7쪽
21 참(斬) 21.06.01 385 9 7쪽
20 위협 +1 21.05.29 499 10 7쪽
19 독이 든 병 21.05.28 510 11 7쪽
18 아름답다 21.05.26 602 10 7쪽
17 불청객 21.05.25 647 12 8쪽
16 달이 지는 자리 21.05.23 678 13 9쪽
15 황궁 21.05.22 709 14 10쪽
» 호환(虎患) 21.05.21 746 19 10쪽
13 초대장 21.05.20 801 15 10쪽
12 전야(前夜) +1 21.05.19 897 18 11쪽
11 명경지수(明鏡止水) 21.05.18 909 18 11쪽
10 자신만의 검 21.05.17 927 17 11쪽
9 직(直), 곡(曲), 원(圓) +2 21.05.16 978 18 9쪽
8 달빛 아래서 +3 21.05.15 1,030 22 12쪽
7 무당 +4 21.05.14 1,098 23 9쪽
6 집으로 +1 21.05.14 1,115 21 8쪽
5 징조 21.05.13 1,170 20 10쪽
4 흰 고래 +1 21.05.12 1,231 22 10쪽
3 만남 +1 21.05.12 1,346 19 10쪽
2 제갈세가의 망나니 +1 21.05.12 1,454 28 11쪽
1 귀환 21.05.12 1,925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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