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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태 님의 서재입니다.

창궁귀환(蒼穹歸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고이태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3
최근연재일 :
2021.06.03 17: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17
추천수 :
381
글자수 :
92,643

작성
21.05.26 18:05
조회
601
추천
10
글자
7쪽

아름답다

DUMMY

“시주, 멍하니 뭐하시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른 분들도 방금 돌아왔습니다.”


옆 방에 가니 사저와 제갈첨이 있었다. 둘 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거기다 제갈첨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일 바로 떠나자고. 공주님은 왜 하필 황궁에서 주무시는지. 아침에 바로 모시고 출발한다. 공주님도 그 꼴을 보셨으니 따라오시겠지. 아, 맞다. 너 이 황자와 술을 마셨지. 느낌이 어땠어?”


“응? 글쎄다. 말하기는 그렇지만 술과 노래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놈팡이. 그거면 충분할 거 같은데.”


“그렇단 말이지. 내가 아는 바와 똑같아. 오늘 꼬라지를 보면 지금까지의 모습은 연기인가. 그리고 연기를 끝냈단 말은···. 젠장, 잘못하면 조만간 피바람이 불겠는데.”


“혼자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설명을 해봐.”


“오늘은 지쳤어. 내일 돌아가는 길에 말하지.”


방에서 쫓겨났다.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일단 자기로 했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황궁을 찾았다.


“제갈첨, 나는 잠시 어디 다녀와야겠어.”


“엥? 이번엔 뭔 사고를 치려고 그러시나.”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부탁할게.”


“알았어. 금방 다녀오라고.”


류 의원과 처음 만났던 장소로 발을 옮겼다. 굳게 닫힌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얼마 있지 않아 문이 열렸다.


“무슨 일입니까? 혹시 몸에 이상이라도 생겼습니까?”


“아닙니다. 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좋습니다. 다만 빨리 끝내주시죠, 곧 황녀님이 오실 시간이니.”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불청객이 준 선물을 꺼냈다. 오늘을 위해 미리 두 군데로 나눠 담았고 그중 하나를 넘겼다.


“뭡니까?”


“여기 담긴 걸 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남궁세가에 서신을 보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알겠습니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으니 해드리죠. 황자님의 억지에 어울려주시기도 했으니.”


“감사합니다. 이만 가겠습니다.”


일을 끝내고 공주님이 계신 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도착하니 다들 이미 모여있었다.


“왔나. 이 기분 나쁜 곳은 당장 떠나자고.”


제갈첨의 재촉에 공주님과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황궁 밖으로 떠났다. 나는 공주님께 말을 걸었다.


“공주님, 녹림채주와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곧 금의위가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폐하께서 큰 관심을 가지시더군요.”


“잘됐군요.”


‘금의위가 직접 움직인다면 걱정할 건 없겠지. 일단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도록 할까. 아무리 녹림채주라도 금의위의 손을 피하긴 어려울 테니까.’


황궁을 벗어나고 북경의 성문에 도달했을 때였다. 줄곧 침묵을 지키던 정형 스님이 입을 열었다.


“시주들, 본인은 여러분과 함께하지 못할 듯합니다.”


“스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계속 생각했습니다.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해야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먼저 가십시오.”


“저희와 가시지 않는다면 대체 어디로 가십니까?”


“지옥!”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하시는군요.”


“남궁현, 그냥 버리고 가자고. 눈을 보니 말로 해서 들을 상태가 아니야. 낭비할 시간도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갈첨은 말리는 나를 끌고 갔다. 점점 멀어질수록 정형 스님의 모습은 작아졌다. 그 모습은 뭔가 후련해 보였다.


“휴우, 이제야 좀 맘이 놓이네.”


“자, 이제 설명해봐, 어제 연회의 일을.”


“썩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야.”


녀석이 말하는 걸 주의 깊게 들었다. 다 듣고 나니 어제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이 황자와 황녀는 이미 죽고 없는 후궁의 자식. 반면에 황태자와 삼 황자는 현 황후의 피를 이었지. 혈통도 특별한 뒷배도 없는 이 황자는 지금까지 몸을 사리며 지냈다. 어제 네가 말한 것처럼 놈팡이 짓을 해서 말이지. 그런데 어제 연회에서 보인 행동은 지금과의 모습과 정반대였어. 그게 뭘 의미할 것 같아?”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내가 왜 빨리 벗어나려 했는지. 조만간 큰일이 터질 거야. 사실 황궁에 뭔 일이 나든 우리와는 별 상관없지. 거기서 일하는 관리들이 신경 쓸 일이고. 하지만 자칫하다 발을 담그기라도 하면 별일이 되는 거야. 이럴 땐 빨리 튀는 게 상책이다.”


*


밤이 되었다. 정형은 가슴 속에 깊이 박힌 지상의 광경을 또 한번 보았다. 두 번째이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모두가 웃고 떠드는 낙원에서 유일하게 아는 곳, 낙월루를 다시 찾았다. 저번과는 달리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마다 즐기느라 누가 왔는지 안중에도 없었다. 입구를 담당하는 기녀만을 빼고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루주님을 뵙고 싶습니다.”


“루주님은 오늘 약속이 잡혀 있지 않습니다. 미리 약속되어있지 않다면 만나실 수 없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안 됩니까?”


“네. 이에 예외는 없습니다.”


“이게 누구신가요. 여긴 어쩐 일로. 저번에 마시지 못한 술 한잔이 생각나기라도 한 건가요.”


“루주님!”


“이분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들어가렴. 따라오시죠.”


저번처럼 가장 위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밟는 발걸음이 걸을수록 점점 무거워졌다.


“자,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만난 순간부터 지워지지 않습니다. 끓어오르는 욕망이 제 발끝부터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불이 붙었다면 꺼야 하건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느낍니다.”


“스님께서 늦바람이 드셨군요. 제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저는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고. 그분이 아니면 그 누구도 제 마음을 가져가지 못한다고.”


“상관없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당신과 만남으로써 온 세상의 번뇌가 제 등 위에 지워진 듯합니다. 그러나 그대의 눈을 본 순간 약간이지만은 가벼워졌습니다. 사랑, 관심, 연민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그대 옆에 서 있기만을 허락해주십시오.”


“문지기 일을 드리죠. 수준이 낮은 손님은 받지 않지만, 가끔 술에 취해 날뛰는 분이 계십니다.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하세요. 적당한 옷을 드리겠으니 낡은 승복(僧服)은 이제 버리세요. 머리도 앞으로는 길게 기르시고.”


“알겠습니다. 이름을 가르쳐 주실 순 없습니까?”


“취옥(翠玉).”


“감사합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 한마디면···.”


작가의말

Belle-notre dame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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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죽은 자의 매장 21.06.03 347 7 7쪽
21 참(斬) 21.06.01 385 9 7쪽
20 위협 +1 21.05.29 498 10 7쪽
19 독이 든 병 21.05.28 510 11 7쪽
» 아름답다 21.05.26 602 10 7쪽
17 불청객 21.05.25 647 12 8쪽
16 달이 지는 자리 21.05.23 678 13 9쪽
15 황궁 21.05.22 709 14 10쪽
14 호환(虎患) 21.05.21 745 19 10쪽
13 초대장 21.05.20 801 15 10쪽
12 전야(前夜) +1 21.05.19 897 18 11쪽
11 명경지수(明鏡止水) 21.05.18 909 18 11쪽
10 자신만의 검 21.05.17 927 17 11쪽
9 직(直), 곡(曲), 원(圓) +2 21.05.16 978 18 9쪽
8 달빛 아래서 +3 21.05.15 1,029 22 12쪽
7 무당 +4 21.05.14 1,098 23 9쪽
6 집으로 +1 21.05.14 1,115 21 8쪽
5 징조 21.05.13 1,170 20 10쪽
4 흰 고래 +1 21.05.12 1,231 22 10쪽
3 만남 +1 21.05.12 1,346 19 10쪽
2 제갈세가의 망나니 +1 21.05.12 1,454 28 11쪽
1 귀환 21.05.12 1,925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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