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이태 님의 서재입니다.

창궁귀환(蒼穹歸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고이태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3
최근연재일 :
2021.06.03 17: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19
추천수 :
381
글자수 :
92,643

작성
21.05.29 17:42
조회
498
추천
10
글자
7쪽

위협

DUMMY

아무리 기다려도 저번의 그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항상 그랬듯 오늘도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뭐야?”


땅이 불타고 있었다. 정확히는 끝없이 이어지는 횃불의 행렬이 그렇게 보였다. 불의 행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푸드덕! 푸드덕!


“날갯소리?”


웬 올빼미가 있었다.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말똥말똥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여기 근처에서 이런 올빼미는 처음 보는데.”


잘 보니 올빼미의 다리에 종이가 묶여있었다. 올빼미는 종이를 가져가라는 듯 한발을 쭉 내밀었다. 나는 종이를 뜯어 펼쳐 보았다.


-주위상(走爲上)-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올빼미는 갑자기 내 소매를 물어 당겼다.


쾅!


대문 쪽이다. 밖을 내다보았다. 그 행렬이었다. 그들은 강제로 문을 열고 있었다. 아까는 멀어서 보이지 않던 깃발이 또렷이 보였다.


“동창?”


올빼미는 아까보다 더욱 강하게 잡아당겼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일단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


“문이 열리자마자 즉시 돌입하도록. 음?”


안에서 문이 열렸다. 남궁일이 찾아온 밤손님을 맞이했다.


“누군가 했더니 해공공께서 오셨군요. 동창의 수장 되시는 분이 여긴 어쩐 일로?”


“히히, 제가 설명할 의무는 없지요. 자, 다들 시작하라!”


“그만!”


남궁일이 검을 뽑자 뒤따라 세가의 모든 인원이 검을 들었다.


“이유도 없이 남의 집을 헤집다니 동창이 이렇게 경우 없는 집단이었습니까?”


“힘으로 해볼 생각이신지? 감당하실 순 있습니까?”


“강도 떼가 집안을 휘젓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딨소?”


“강도 떼라···. 그냥 곱게 끝내고 싶었는데 이러 나오신다면야.”


해공공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는 대명(大明)의 천자(天子)이시자 옥새의 주인이신 황제 폐하의 칙서이다.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일은 명을 받들라. 자, 이래도 길을 막을 셈인지 묻고 싶습니다만.”


“지금은 보내드리겠소. 그러나 나중에 꼭 이 일에 관해 확인하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함께 온 인원들이 세가를 이 잡듯이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연경이 끌려 나왔다.


“제독, 물건을 찾아냈습니다.”


“보자. 수고했다. 류 의원이 보여준 것과 똑같은 약병이군. 세가의 안주인께 묻겠습니다. 이건 어디서 구했습니까?”


“...”


“뭐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다 알고 왔으니까요. 그래서 정작 그놈은 어딨지?”


“모든 곳을 살펴봤습니다만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만 방에서 온기가 느껴진 걸 보면 이미 도망친 듯합니다.”


“그럼 멀리 가진 못했겠지. 모든 관문을 봉쇄하고 찾아내.”


“존명!”


*


올빼미가 날아가는 곳을 따라갔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세가가 한낮처럼 밝았다. 어느 순간 올빼미는 날갯짓을 멈췄다.


“이리로.”


“이 목소리는···.”


어둠 속의 그자, 지금껏 기다린 자의 목소리와 같았다. 그는 어느 허름한 폐가로 날 이끌었다.


“아, 반가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저번에 내가 보낸 선물은 어땠지?”


날 이끈 자는 젊은 청년 옆을 지켰다. 그는 다리를 꼰 채로 앉아있었다. 히죽거리는 표정이 뭔가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묻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많지만 일단 당신은 누구지?”


“적의 적, 그러니까 곧 너의 친구가 될 사람.”


“내가 왜 당신을 친구로 맞이하지?”


“싫어도 그렇게 될걸. 이제 나 말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테니까. 동창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해? 바로 너야. 거기다 곧 금의위도 움직일걸.”


“나를 왜?”


“왜냐하면, 넌 지금 황후를 독살한 자로 의심받고 있거든.”


“황후께서 지금 돌아가셨단 말이야?”


“그래. 그것도 네가 의원한테 넘긴 그 독으로 죽었다. 누가 봐도 네가 제일 수상하잖아. 거기다 지금쯤이면 네 어머니한테 준 독도 발견되었겠지.”


“내가 아니야. 이건 누명이다.”


“아, 잘 알고 있어. 너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알고 있으니까.”


“잠깐만! 너는 대체 누구지? 황궁, 어머니, 그리고 나까지 이 모든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소개가 늦었군. 친구한테까지 정체를 숨겨서는 안 되지. 거지들의 집단인 개방이 낮을 꿰고 있다면 밤은 우리의 영역이지. 점소이, 기녀, 수배자, 밀수업자 모두 나의 손발이다.”


“설마···.”


“나는 하오문주. 그리고 흑사련주의 목에 바람구멍을 내고 싶은 한 명이지, 바로 너처럼.”


“흑사련주?”


“녹림채주를 움직여 네 팔에 화살을 박은 것도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도 모두 흑사련주의 명으로 이루어진 일. 그래서 나는 너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려 한다.”


“말해봐.”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황궁에 있는 흑사련주의 협력자가 저지른 일이다. 나조차도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지. 그놈을 잡는 걸 도와다오. 만약 성공한다면 너는 누명을 벗고 흑사련주는 목이 잘리겠지. 어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잖아.”


“믿을 수가 없어. 처음 본 너의 뭘 믿고 내가 따라야 하지?”


“내가 준 선물은 잊었나? 그 약병 말이야.”


“네가 판 함정일지도 모르지.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줬을지 어떻게 알지?”


“이건 좀 유감인데. 뭐, 생각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 당분간 숨어 지낼 곳을 마련하지. 한순간도 나오지 말고 가만히 기다려.”


*


“폐하, 놓쳤습니다.”


“제독, 그대는 나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할 때 이래서야 쓰겠나?”


“죄송합니다. 땅으로 꺼지기라도 한 듯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의 눈을 피할 정도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공이 있으니 한 번은 넘어가지. 그렇다면 스스로 나오게 해야지. 그대는 돌아가서 그놈 아비의 목을 베라. 그리고 저잣거리에 내걸어.”


제독은 침을 삼켰다. 흔들리는 표정을 다잡고 대답했다.


“명을 받드옵니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제독은 바쁘게 움직였다. 황제는 혼자 남아 기분 나쁘게 웃었다.


“황후, 그대는 내 최고의 배우자요. 죽어서도 이렇게 날 재밌게 하다니. 이런 일을 꼬맹이가 혼자 벌이지는 않았겠지. 어쩌면 다른 누군가 했을지도. 다음은 어떻게 움직여 나를 기쁘게 하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창궁귀환(蒼穹歸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의 연재 21.06.04 104 0 -
공지 연재시간 21.05.13 618 0 -
22 죽은 자의 매장 21.06.03 347 7 7쪽
21 참(斬) 21.06.01 385 9 7쪽
» 위협 +1 21.05.29 499 10 7쪽
19 독이 든 병 21.05.28 510 11 7쪽
18 아름답다 21.05.26 602 10 7쪽
17 불청객 21.05.25 647 12 8쪽
16 달이 지는 자리 21.05.23 678 13 9쪽
15 황궁 21.05.22 709 14 10쪽
14 호환(虎患) 21.05.21 745 19 10쪽
13 초대장 21.05.20 801 15 10쪽
12 전야(前夜) +1 21.05.19 897 18 11쪽
11 명경지수(明鏡止水) 21.05.18 909 18 11쪽
10 자신만의 검 21.05.17 927 17 11쪽
9 직(直), 곡(曲), 원(圓) +2 21.05.16 978 18 9쪽
8 달빛 아래서 +3 21.05.15 1,030 22 12쪽
7 무당 +4 21.05.14 1,098 23 9쪽
6 집으로 +1 21.05.14 1,115 21 8쪽
5 징조 21.05.13 1,170 20 10쪽
4 흰 고래 +1 21.05.12 1,231 22 10쪽
3 만남 +1 21.05.12 1,346 19 10쪽
2 제갈세가의 망나니 +1 21.05.12 1,454 28 11쪽
1 귀환 21.05.12 1,925 3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