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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태 님의 서재입니다.

창궁귀환(蒼穹歸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고이태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3
최근연재일 :
2021.06.03 17: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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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2,643

작성
21.05.14 04: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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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8쪽

집으로

DUMMY

날이 밝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보다 몸이 훨씬 가벼운 것이 느껴졌다. 자신이 진정 일류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 확실히 실감이 났다.


“일어났느냐. 짐을 다 챙겼으면 바로 출발한다.”


어제 미리 싸놓은 짐을 들었다.


“짐은 이리 다오.”


“제가 들겠습니다. 이제 팔도 아프지 않은걸요.”


“네가 내공이 늘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다. 그 어떤 고수도 뼈 그 자체를 강하게 하진 못해. 잔말 말고 내놔라.”


객점 밖에는 작은 말과 수레가 있었다. 노도사는 말 위에 올라탔다.


“넌 뒤에 타라. 안 떨어지게 조심하고.”


노도사는 말고삐를 크게 흔들었다. 말은 크게 울며 앞으로 나아갔다.


*


“여기가 네 집 맞지? 남궁세가라는 이름값은 제대로 하는구먼. 아주 으리으리해.”


말의 속도가 느려지며 대문 앞에 멈췄다. 예정 없는 방문에 대문을 지키는 두 무인은 경계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손님.”


“미리 약속은 하셨습니까?”


“아니.”


“그럼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돌아가 주시죠.”


“그건 싫은데.”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태도에 두 무인은 당황했다. 어쩔 줄 모르며 발만 동동 굴렸다. 나는 수레에서 내렸다.


“괜찮습니다. 이 분은 제 손님입니다.”


“앗! 소가주님, 꽤 일찍 오셨군요. 몇 주는 더 있어야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일이 좀 있었습니다. 아버지께는 제가 말씀드릴 테니 들여보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여기 말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들어오시죠.”


세가의 정문이 열렸다. 두 무인인 중 하나는 말을 마구간으로 끌고 갔다. 세가에 들어가니 소혜가 반갑게 맞이했다.


“와! 도련님, 이게 얼마 만이에요. 근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세요?”


“날 도와주신 분이야. 아버지를 뵈러 오셨어. 아버지한테는 내가 갈 테니까 너는 이 분을 손님방으로 안내해 줄래?”


“네. 절 따라오세요”


“알았다.”


나는 곧바로 아버지의 방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차를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절을 올렸다.


“일어나라.”


“예.”


“아무 의미도 없는 경험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류의 경지는 언제 든 것이냐?”


“눈치채셨습니까? 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열심히 설명했다. 제갈첨을 만난 일, 노도사와의 인연, 수로채주 등 하나도 빠짐없이 말했다. 남궁일은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향시를 치지 못한 건 아쉽지만, 별 상관없겠지. 거기다 수로채주라···. 까닥 잘못했으면 초상(初喪)을 치를 뻔했어. 다음부턴 절대로 그러지 말아라. 그런데 무당파의 도사라? 특별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는데···.”


“지금 손님방에 계십니다. 직접 가서 뵙는 게 어떠십니까?”


“음, 그러자꾸나.”


자리를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강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별고(別故) 없으셨습니까, 소가주님?”


“네, 강운 대주.”


“자네도 우리랑 같이 가지. 현이가 중요한 손님을 데리고 온 듯하네.”


셋이서 손님방으로 발을 옮겼다. 노도사는 소혜가 가져다준 차와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노도사는 남궁현을 보고 마시던 찻잔을 내려두고 말했다.


“역시 남궁일, 네가 그 아이의 아비였군. 남궁연, 그 친구의 자식은 너 하나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남궁일은 노도사를 보자마자 표정이 변하며 공손히 한쪽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인사를 올렸다.


“무림말학(武林末學), 남궁일이 귀선(鬼仙), 청강(淸江) 진인(眞人)님께 인사 올립니다.”


내가 아는 아버지는 절대 남에게 굽히지 않는 분이셨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난생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당황했다.


“강운, 자네는 현이를 데리고 밖에 가 있게.”


아버지의 말에 나는 의문을 풀지 못한 채 강운과 밖으로 나갔다.


“저분이 어째서 여기에···. 소가주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강운에게도 내가 겪은 일을 설명했다.


“그렇게 된 일이군요. 하지만 갑자기 이리 나타나시다니 무슨 일이신지 모르겠군요.”


‘설마 저 도사님이 귀선님이실 줄이야. 20년 전의 전쟁을 겪은 자 중에서 저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참혹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말 그대로 귀신처럼 사라지셨다. 그리고 함께 세상을 등진 정(正), 사(邪), 마(魔)의 일곱 거인(巨人)을 일컬어 죽림칠현(竹林七賢)이라 불렀다. 그러고 보니 저분이 돌아오신 게 이맘때 즈음이었지.’


*


“널 마지막으로 본 게 근 20년만인가? 얼굴에 주름이 좀 생겼군. 남궁연, 그 친구랑 아주 판박이야.”


“하하, 저도 좀 나이를 먹었습니다. 진인께선 이제 은거(隱居)는 그만두기로 하신 겁니까?”


“뭐, 그렇지. 슬 죽을 때가 되니 고향이나 다름없는 무당이 생각나서 말이야. 그러다가 우연히 자네 아들을 만났고 여기까지 온 거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너희가 죽림칠현이라고 부르는 그 친구들? 한 년 빼고 벌써 다 떠났다. 제 갈 길을 찾아가거나 하늘로 떠났지. 질문이 다 끝났으면 이제 내 용건을 말해볼까.”


“무엇입니까?”


“네 아들을 내 제자로 삼고 싶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군요. 그건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현이, 거기 밖에 있느냐?”


“네, 아버지.”


아버지의 부름에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앞에 앉아있는 자가 전대(前代)의 거인임을 알고 나니 이전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진인께서 직접 말씀하시지요.”


“그래. 아이야, 혹시 내 제자가 되는 건 어떠냐?”


“말씀은 감사하지만, 어째서 저를 제자로 삼으시려는 겁니까?”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본 너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인성도 괜찮은 편이고 나름대로 용기도 있고 말이다. 거기다 나름 가르칠만한 재능도 보였다.”


‘기회다. 이분의 가르침을 받는다면 화경, 아니 그 너머도 바라볼 수 있을 터.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그저 가볍게 웃을 뿐이었다.


“네 맘대로 가는 대로 해라. 네 인생이지 않으냐. 남궁세가도 소가주라는 자리도 신경 쓸 필요 없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 남궁현 청강 진인을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제자의 예를 다해 절을 올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좋다. 이제 너는 나, 청강의 제자다. 네가 날 스승으로 모시니 나는 스승으로서 널 지키겠다. 이제 그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리라.”


“제 아들을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당으로 데려가야지. 내 사제 놈들한테 얼굴도 좀 비추고 말이야. 그놈들한테도 이 녀석을 소개해야지. 아마 깜짝 놀라겠지. 20년 만에 나타난 사형이 갑자기 제자를 데리고 왔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여기서 편히 쉬시죠. 그동안 떠날 준비를 하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손님으로 왔으니 주인의 말을 따라야겠지. 좋을 대로 해라.”


짧은 소동이 끝났다. 다들 제자리를 찾아갔다. 나도 오랜만에 내 방에 누웠다.


‘너무 많이 변했다. 약초 하나 구하려던 게 이렇게 될 줄이야. 제갈첨을 만나고 겨우 며칠 빨리 움직였을 뿐이다. 그게 귀선님을 만나고 수로채주를 목을 베는 것으로 이어졌다. 거기다 이제는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니. 그래도 그 덕에 앞으로 할 일이 정해졌다. 그분의 가르침을 받아 더 높은 곳을 향한다. 그리고···.’


창을 열어 밖을 보았다. 스승님은 허공에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앞으로 10년 뒤 스승님은 돌아가신다. 앞으로 올 그날을 어떻게든 늦춰야 한다. 그 날만큼은 절대 잊을 수가 없지. 그 날이 있고 다음 날이 바로 전쟁이 시작된 날이었으니까.’


작가의말

내용을 자르기 애매해서 짧게 한 편 올립니다. 저녁에 또 올릴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3 하늘강
    작성일
    21.05.22 02:54
    No. 1

    1편에 온갖 영약을 받아 먹었다고 했는데. 여기선 풀뿌리 하나 먹고 2류에서 1류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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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참(斬) 21.06.01 385 9 7쪽
20 위협 +1 21.05.29 499 10 7쪽
19 독이 든 병 21.05.28 511 11 7쪽
18 아름답다 21.05.26 602 10 7쪽
17 불청객 21.05.25 647 12 8쪽
16 달이 지는 자리 21.05.23 678 13 9쪽
15 황궁 21.05.22 709 14 10쪽
14 호환(虎患) 21.05.21 746 19 10쪽
13 초대장 21.05.20 801 15 10쪽
12 전야(前夜) +1 21.05.19 897 18 11쪽
11 명경지수(明鏡止水) 21.05.18 910 18 11쪽
10 자신만의 검 21.05.17 928 17 11쪽
9 직(直), 곡(曲), 원(圓) +2 21.05.16 978 18 9쪽
8 달빛 아래서 +3 21.05.15 1,030 22 12쪽
7 무당 +4 21.05.14 1,098 23 9쪽
» 집으로 +1 21.05.14 1,116 21 8쪽
5 징조 21.05.13 1,170 20 10쪽
4 흰 고래 +1 21.05.12 1,231 22 10쪽
3 만남 +1 21.05.12 1,346 19 10쪽
2 제갈세가의 망나니 +1 21.05.12 1,454 28 11쪽
1 귀환 21.05.12 1,925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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