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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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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47,234

작성
20.11.2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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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데뷔 전투

DUMMY

순간 모리츠 상병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 어떤 놈이 포탄 구멍에 똥 쌌어!!!!!!쌌으면 덮어 놓기라도 하란 말이야!!!”


옆에서 니클라스가 킬킬대며 말했다.


“포탄에 맞아서 뒷간이 무너졌거든. 그래서 요즘엔 다 저렇게 싸.”


안톤도 키득거리며 말했다.


“위생병들만 살판났지. 직접 변기통 안 버리러 가도 되니까.”


어쩐지 냄새가 더 심해진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바뀐 것은 냄새뿐이 아니었다. 뭔가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재네들은 뭐야?”


“신병들이야.”


그들은 한스가 처음 참호에 왔을 때 경악하던 표정을 그대로 짓고 있었다.


“이봐 신병들 환영한다!”


니클라스가 신병들에게 이야기했다. 그 때, 뮐러 병장이 와서 한스를 지목하며 말했다.


“이보게, 한스. 자네가 신병들 교육 좀 시키게.”


“네! 알겠습니다!”


‘내가 신병 교육을?’


한스는 김나지움에서 졸업반이었지만, 맨날 같은 반 놈들에게 얻어맞는 터라, 공부는 제법 잘 했지만 후배들을 상대로 가오를 잡아본 적도 없었다. 한스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고, 신병들 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서서 근엄한 척, 폼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 중에서 가장 벌벌 떠는 만만해 보이는 신병 앞에 가서 이야기했다.


“자네는 이름이 뭔가?”


“필립 마르세이유입니다!”


“벌벌 떨고 있군.”


한스는 자신이 무슨 장교나 되는 것처럼, 한껏 무게 잡으며 말했다.


“단 한 번의 전투에서 살아남으면, 1년 간 생존 확률이 50프로로 올라간다. 3 번의 전투에서 살아남으면, 그 때부터 베테랑이라 불린다. 첫 전투에서 오줌을 지리는 겁쟁이들도, 내가 모두 베테랑으로 만들어준다. 알겠나!”


신병들이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멀리서 요나스, 니클라스, 안톤이 한스를 바라보다가 서로 속삭였다.


“쟤는 뭘 저렇게 엄하게 하냐? 같은 이등병이잖아.”


“한스도 생각이 있겠지.”


한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참호전의 팁을 모조리 말해주었다.


“유산탄은 정말로 위험하다네. 대다수의 병사들이 유산탄 파편에 맞아서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지. 휘파람 소리는 포탄이 오고 있다는 신호일세. 그 소리가 들리면, 바로 땅에 엎드리게. 이게 포탄 소리인지, 휘파람 소리인지 생각하다 보면 이미 머리는 박살 나네.”


신병들의 얼굴이 겁에 질리자, 한스는 더욱 더 무게 잡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항상 발의 위생관리를 똑바로 하게. 양말은 하루에 2번 씩 갈아 신고 휴식 시간 때는 발을 주무르도록. 참호족에 걸려 발을 절단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저···저기···”


“궁금한 게 있나?”


“독가스에 대한 소문은···진짜입니까?”


“아, 물론이지. 독가스 공격이 있으면 바로 방독면을 쓰게. 방독면을 하찮게 보고 챙기지 않던 얼간이들은 모두 야전병원에서 폐가 천천히 망가져가며 죽었다네. 차라리 총에 맞아 죽는 전우들을 부러워했을 거야.”


신병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갔다.


“낮은 지대에 있을 때는, 방독면을 절대 늦게 벗으면 안되네. 독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깊은 곳에는 오래 머물거든. 방독면이 없을 때는 가급적 고지대로 가게.”


“신병 교육을 아주 잘 하고 있군.”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롬멜 소위였다. 한스는 롬멜 소위에게 경례를 했다. 롬멜 소위가 말을 이었다.


“신병 교육은 꼭 필요한 일이야. 훈련소에서는 쓸데없는 제식 훈련이나 하는데, 생존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수고하도록.”


롬멜 소위가 떠났고, 한스는 더 의기양양해져서 신병들에게 교육을 했다. 가오를 잡고 신병들에게 존경을 받기 위해서였지만, 한스는 정말 필요한 생존 팁들을 쏙쏙 골라서 신병들에게 말해주었다.


“자네들은 정말 운이 좋아. 우리는 이런 것들을 교육 받지 못 했기에, 전투를 거치면서 스스로 터득했어야 하는데 말이야.”


한스는 무게를 잡으며 신병 앞을 걸어 다니며 이야기했다.


“무인지대에 구덩이들은 좋은 엄폐물이네. 하지만 비가 온 직후에는, 깊은 구멍에는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게. 그 곳에 빠지면 진흙탕이 서서히 자네들의 발목을 끌어당기거든.”


어떤 신병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아, 그리고 불발탄을 주워서 이것 저것 만들어 보려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게. 손이 날아가고 싶은 게 아니면 말이야.”


‘배고프네···’


신병들 앞에서 가오를 잡는 것도 왠지 지겹게 느껴졌다.


“그럼 대피호로 가서 쉬도록.”


말을 마친 한스가 무게를 잡으며 걸어갔다.


‘이 정도면 내 인상이 제대로 박혔겠지?’


“퍽!!”


“으악!”


참호 바닥은 질척이는 것을 방지하고, 물이 빠지게 하려고 널빤지들을 바닥에 깔아 놓았다. 그런데 한스가 널빤지의 끝을 발로 밟는 바람에, 반대편 끝이 툭 튀어나와 한스의 고환을 때린 것 이다.


“푸읍!”


신병들 무리에서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너무 아파서 신병들에게 화를 낼 여유도 없었다.


“으으···.”


“이봐, 자네 괜찮나?”


안톤이 걱정하며 말을 걸었다.


“의무병 불러줄까?”


요나스가 물었다.


“으으···.괜찮네.”


한스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


‘염병할 신병들···.열심히 교육해줬는데 날 비웃어? 포탄에 다 뒈져 버려라···’


그 날, 롬멜 소위가 뮐러 병장, 모리츠 상병, 슈타이너 상병, 한스를 불렀다.


‘설마 또 정찰 가는 것은 아니겠지?’


한스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었다. 롬멜 소위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조만간 탱크 부대가 아군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네.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모두 전멸할 가능성이 높네.”


“장애물을 더 설치할까요?”


“탱크의 기동력은 상상 이상이라 들었네. 장애물이 효과가 있다는 보장이 없네. 적군이 저격수를 두었기 때문에 병사가 무인지대에서 작업하는 것도 위험하네.”


한스가 불쑥 말했다.


“수류탄을 여러 개 모아서 던지는 것이 어떨까요?”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스에게로 쏠렸다. 한스는 당황해서 더듬거렸다.


“6개 정도 묶어서 던지면 태···탱크도 폭발할 수···”


싸한 분위기에, 한스는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주제 넘은 말을···’


롬멜 소위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슈타이너 상병이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말했다.


“둥근 막대에 양 쪽에 이렇게 6개 정도 단단히 묶으면 던지기도 쉬울 것 같습니다.”


롬멜 소위가 명령했다.


“좋아. 당장 병사들을 시켜 제작하도록.”


독일군의 기존 막대형 수류탄은 길다란 막대에 하나의 수류탄이 달려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한스가 제안하였고 슈타이너 상병이 고안해 낸 수류탄은, 길다란 막대에 6개의 수류탄이 육각형 모양으로 달려있었다. 이른바 대전차용 수류탄이었다. 병사들은 이를 ‘기발트 라둥’ 이라 부르기로 했다.


모리츠 상병이 기발트 라둥을 살펴보며 말했다.


“이게 효과가 있을까?”


슈타이너 상병이 대답했다.


“그러길 바래야지.”


. 한스는 자신이 고안한 작품이 병사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뿌듯했다. 어쩌면 다음 전투 때 전차가 밀려온다면, 이 ‘기발트 라둥’이 처음으로 전투에 선보이는 데뷔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롬멜 소위는 나를 신임하고 있어!’


한스는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았다. 끔찍한 탱크의 악몽에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부탁한다. 나의 무기여.’


한스는 기발트 라둥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 날 오후는 포격 소리가 없고 조용했다. 그런데 보초를 서고 있는 대원들이 웅성이며 병장과 장교를 불렀다.


“저기! 이상한 상자 같은 것이 오고 있습니다!”


롬멜 소위와 뮐러 병장, 그 외 병사들은 서둘러 무인지대를 바라보았다. 이 전까지는 늘 전투 이전에 포격이 있었다. 무인지대에 있는 철조망과 장애물을 조금이라도 파괴해야 보병이 진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쪽에 보이는 그 사각형의 무언가는, 무언가에 걸리지도 않는 듯 점점 독일군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롬멜 소위가 망원경을 바라보다가 외쳤다.


“탱크다!!!!탱크가 진격한다!! 모두 방어 태세를 갖추어라!”


뮐러 병장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여태까지 모든 참호전의 방어는 요란한 공격 이후에 이루어졌는데, 편하게 잠을 자던 병사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뭐···뭐야?”


“아무 포격도 못 들었는데?”


병사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모두 수류탄을 들어! 수류탄!”


한 신병이 막대가 달린 거울을 참호 위로 들어서 바깥을 살펴 보았다. 잠망경이 없었기에 굴러다니던 재료로 혼자 만든 것 이었다. 거울 속에는, 커다란 탱크가 독일군 참호로 느리지만 강력하게 진격해 오는 것이 보였다. 그 탱크들은 철조망과 통나무로 만든 장애물들을 무슨 얇은 종이자락이라도 되는 양, 여유롭게 깔아뭉개며 진격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산전 수전을 겪으며 수많은 포격에도 살아남았던 슈타이너 상병이 중얼거렸다.


“저···저건 괴물이야!!!!”


참호전에서 기관총과 수류탄만으로 지옥의 끝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인류는 더 어마어마한 살상무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 이다. 전차의 벨트가 돌아갈 때마다 들리는 그 금속 마찰음은 더욱 더 괴기해졌다.


“끼기기긱···끼기기긱···.끼기기긱···”


한스는 기관총 탄 띠를 든 채로 기다렸다.


‘어서 와라···’


한스와 몇 병사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저 새로운 발명품에 대한 경이감을 느꼈다. 몸 안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있었다. 이것은 오로지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차가 불쾌한 소리를 내며 점점 다가올수록, 심장은 미친 듯이 피를 펌프질했다. 한 병사가 외쳤다.


“10시 방향! 적 전차가 구덩이에 빠졌습니다!”


전차 한 대가 구덩이에 빠져서 보이지 않았다.


“1시 방향도 빠졌습니다!”


“와!”


독일군은 환호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들의 표정은 다시 사색이 되어갔다. 전차의 그 빌어먹을 벨트는 끊임없이 굴러가며 저 강철 괴물을 구덩이에서 끌어올리고 있었다. 물론 모든 전차가 쉽게 빠져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두 전차는 완전히 구덩이에 빠져서 더는 전진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섯 대의 전차는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신이시여···..”


“엄마!!!”


“슈우욱 쿠왕!”


“쉬이잉 쿠왕!”


독일군 포병은 연락을 받고 무인지대를 향해 야포를 쐈다. 그런데 조준은 형편 없는 수준이었다. 포격 속에서도 전차는 끊임없이 이 쪽을 향해 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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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위 삽화처럼 영국의 마크 전차는 저렇게 궤도 양쪽에 y자 모양의 쇠사슬을 달고, 커다란 목재를 걸고 저 목재를 이용하여 진흙탕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 목재는 계속 필요해서 이후에도 운반하며 재활용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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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지옥 +7 20.11.26 4,330 101 11쪽
» 데뷔 전투 +6 20.11.25 4,441 111 11쪽
12 운수 좋은 날 +9 20.11.25 4,760 109 11쪽
11 탱크, 그리고 엠마라는 여자 +10 20.11.24 4,663 110 11쪽
10 천재 전략가 롬멜 소위 +12 20.11.24 4,683 114 11쪽
9 반갑지 않은 친구 +9 20.11.23 4,880 114 11쪽
8 연락병 아돌프 히틀러 +11 20.11.23 5,036 121 11쪽
7 도려내기 작전 +7 20.11.22 5,238 123 11쪽
6 보복 +3 20.11.22 5,474 125 12쪽
5 방심하는 순간 +5 20.11.22 5,648 128 11쪽
4 참호전의 생존 기술 +12 20.11.21 6,051 112 12쪽
3 기관총에 왜 오줌이 필요하지? +11 20.11.21 6,476 129 11쪽
2 첫 전투 +12 20.11.21 7,541 124 11쪽
1 왕따 한스 1차 대전에 참전하다 +27 20.11.21 11,577 16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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