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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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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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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천재 전략가 롬멜 소위

DUMMY

수류탄이 폭발하면서 불발탄도 같이 폭발했다.


“하하!! 지들 포탄에 죽다니!”


니클라스가 옆에서 적군을 비웃었다.


“고쳤다!”


슈타이너 상병이 우렁차게 소리치며 다시 적진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였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드드드드!”


튀어나오는 탄피가 수북히 쌓이면서, 근방에 있는 적들은 모조리 낙엽처럼 쓰러졌다. 슈타이너 상병의 조준 실력은 뛰어났다. 철조망에 적들의 시체가 빨래처럼 널려 있었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시체는 최소 20구는 될 것 같았다. 슈타이너 상병이 다시 장전을 하는 동안, 한스는 막대형 수류탄을 있는 힘껏 던지고 고개를 숙였다.


“퍼엉!”


슈타이너 상병이 수류탄 소리에 놀라, 실수로 기관총 뜨거운 부분에 손을 갖다 대었다.


“으악!!!”


아주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손가락 피부는 순식간에 타 들어갔다.


“아아악!! 젠장! 의무병! 의무병!”


“적군이 몰려옵니다!!!!”


한스가 소리치자, 슈타이너 상병은 손가락의 통증을 참고, 다시 기관총을 손에 쥐었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드드드드!”


슈타이너 상병이 기관총을 잡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쭈욱 긁었다. 철조망을 가위로 자르고자 제일 앞에서 돌격하던 적군 병사들이 좋은 표적이 되었다. 그들은 가위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자기 동료와 철조망에 이리저리 걸리게 되었다. 그들의 시신은 묻히지도 못할 것 이다. 적군 지휘관은 독일군의 기관총에 수 천 명의 병사를 잃고 나서야 공격을 중지했다.


“쥐가 토실토실하게 살이 찌겠군.”


모리츠 상병이 철조망에 걸린 시체들을 보며 이야기했다. 슈타이너 상병은 치료를 받으러 의무병한테 갔다. 한스는 아직도 뜨거운 김이 펄펄 나오는 기관총을 탐이 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도 잘 쏠 수 있을 것 같은데···.’


슈타이너 상병이 기관총을 대충 긁어대기만 하면 수십 명의 병사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슈타이너 상병의 손가락은 괜찮을까?’


가벼운 상처도 비위생적인 참호 환경 때문에 곪아서 죽음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한스는 슈타이너 상병이 죽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는 경험이 많고 믿을만한 군인이었다. 하지만 다음 전투 때 한번쯤은 한스도 직접 기관총을 쏴보고 싶었다. 그 때, 핀이 옆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와, 멋있는 거 다루네.”


핀은 학교에서처럼 깐죽대고 있었다.


“이거 하나면 수십 명이 몰려와도 싸그리 청소되잖아.”


“난 부사수야. 사격은 슈타이너 상병이 직접 하고.”


한스가 대꾸하였지만, 핀은 옆에서 계속 실실거리며 기관총을 바라보았다.


“이봐, 뜨거우니 건드리지 마.”


“한스 너 많이 컸네?”


“응? 뭐라고?”


핀의 말에 한스는 정색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냥 너 대단하다구.”


핀은 여전히 실실거리다가 대피호로 들어갔다. 한스는 주머니 안에 있는 권총을 꽉 쥐었다.


‘저 쥐새끼 같은 놈이···.’


한스도 운동을 즐겨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핀도 마찬가지였다. 키도 한스가 핀보다 조금 더 컸다.


‘총 없어도 내가 두들겨 팰 수 있을 것 같은데···’


전쟁으로 인해 대학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스는 대학 진학 때문에 고등학생 때 주먹을 한 번도 휘두르지 않았던 일이 너무 후회되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루카스나 율리안한테 의자라도 날려 보는 건데···’


“이봐, 자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소위가 한스에게 말을 걸었다.


“네!”


여태까지 장교가 자신한테 말을 건 것은 처음이었기에, 한스는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관총 총기 불량은 없나?”


“가끔 연사 불량이 발생하지만 쓸만합니다!”


“고장나면 큰일이겠군···”


소위의 말에, 옆에 있던 뮐러 병장이 이야기하였다.


“저 쪽에 기관총이 한 정 더 있습니다.”


“두 정 모두 작동해야 하네. 전투 때야 박격포, 수류탄 등이 있지만, 야간 기습이 걱정이네. 연사 불량이 발생했을 때, 자네는 어떻게 대처했나?”


소위가 한스에게 물었다.


“불발탄이 떨어진 곳으로 수류탄을 던졌습니다.”


“흠···잘 처리했군. 자네, 이름이 뭔가?”


“한스 파이퍼입니다!”


소위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며 한스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이보게. 자네라면 야간 기습을 막기 위해 어떤 전술을 쓰겠나?”


놀랍게도 그 소위는 한스에게 전술 전략을 물어보고 있었다. 한스는 긴장한 채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긴 실에 탄피나 못이 들어 있는 깡통을 매달아서 발목 높이에 설치하면, 적의 야간 기습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꽤 영리한 친구로군.”


소위가 말했다.


“이보게, 뮐러 병장. 이 친구가 말한 대로 설치하게.”


“네!”


소위와 뮐러 병장이 자리를 떠나자, 한스는 긴장을 풀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어후···”


순간, 옆에 있던 요나스가 말했다.


“롬멜 소위가 뭐래?”


“롬멜?”


“롬멜 소위도 몰랐어? 무지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해. 근데, 저 사람 지휘대로만 하면 백전 백승이래.”


“저렇게 젊은데?”


“응. 다른 장교들도 저 롬멜 소위의 전술을 따라 한다고 들었어.”


‘저런 천재가 나보고 영리하다고 했다고?’


한스는 그 날 야간 보초를 서면서, 또 헛된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병사보다는 천재적인 지략을 가진 지휘관에 어울릴 지도 몰라.’


한스는 보초에도 집중하지 않고, 실실거렸다.


‘루카스, 율리안, 막스, 핀 그 얄미운 새끼들을 몸빵으로 내세우고 돌격 명령을 내리는 거야. 개네들이 적군한테 죽을 때, 내가 아끼는 부하들로 측면 기습을 때리는 거지.’


“이봐 자네. 한 잔 할 텐가?”


니클라스가 술병을 건네며 말을 걸자 한스는 화들짝 놀랐다.


“아..아 응. 고맙네.”


한스는 니클라스가 주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보초에 집중했다. 한스가 제안한대로 무인지대에는 깡통 여러 개가 달린 긴 실이 설치되었다. 적군은 기어서 오던, 허리를 낮추어서 오던, 야간에 기습을 하게 되면 저 깡통이 움직이면서, 못이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이다. 그렇게 되면 독일군 진영에서는 박격포, 기관총 등으로 그들을 사살할 것 이다.


“자네 아이디어 덕분에 보초 일이 편해졌네.”


니클라스가 말했다.


“아니 뭐,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일세.”


한스는 니클라스의 말에 우쭐해졌다.


“아, 그래서 해주는 말인데, 자네 동창이라는 핀, 그 작자 조심하게.”


“응?”


한스는 순간 등에 땀이 한 줄기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한스는 태연한 척 물었다.


“핀 그 친구랑은 고등학교 때도 친하지 않아서 잘 모르네. 근데 무슨 일 있나?”


“그 자식이, 자네가 겁쟁이라는 헛소리를 하더라고.”


“뭐?”


니클라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계속 이야기했다.


“고등학생 때 자네가 겁쟁이였다는 거야. 나와 안톤, 요나스가 그 자식을 두들겨 패려다가 뮐러 병장이 와서 참았네.”


니클라스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계속 이야기했다.


“죽을 위기에서 몇 번이고 동료를 구한 자네한테 그런 소리를 하다니 원.”


“나는 핀 그 친구와 친하지 않아서 몰랐네. 뭐 딱히 악의가 있는 건 아닐 걸세.”


한스는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다.


“자네는 너무 남을 믿어서 탈이라니까.”


니클라스가 말했다. 한스는 속이 부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핀, 이 새끼를···기회만 생기면 당장!’


문득 한스는 핀이 요실금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걸 어떻게 까발리지?’


한스가 궁리하는데, 니클라스가 말을 이었다.


“아, 그 자식 매일 밤마다 오줌을 지리는 건 알고 있나?”


“뭐? 뭐라고?”


‘뭐야, 다들 핀이 요실금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아닌 척 하지만 매일 그 자식 근처에서 지린내가 진동하잖아. 모리츠 상병이 자기 근처에서 자면 죽일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네.”


한스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보초를 서는데, 니클라스가 철조망에 걸린 시체들을 바라보더니 이야기했다.


“한스, 우리가 적진을 공격한다면, 기관총 앞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나?”


니클라스의 말에 한스는 말문이 막혔다. 슈타이너 상병의 기관총에 죽은 병사들은 용기가 없거나 재빠르지 못해서 죽은 것이 아니었다.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다.


“그···글쎄···.”


한스는 말문이 막혔다. 니클라스는 한스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당분간 공격이 없기를 바래야지.”


‘만약 공격 명령이 떨어진다면?’


기관총의 위력은 누구보다 한스가 잘 알았다. 기관총이 고장 난다거나 하는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유산탄이야 운이 좋으면 맞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관총 사수가 다른 쪽 적을 조준하고 있더라도, 드르르륵 소리를 내며 총구를 내 쪽으로 돌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젠장···’


“혹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가 기관총을 향해 달려가 수류탄을 던지겠네.”


니클라스가 비장한 척 하며 말했다.


“아닐세.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한스가 대답하고 공격할 때 기관총을 맞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다. 그런데 고민하다 니클라스를 바라보니, 쳐 자빠져서 졸고 있었다.


‘아가리나 놀리는 병신 같은 놈···’


한스는 혀를 찼다. 그러다 문득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갈까?’


한스의 주머니에는 권총과 현금이 있었다. 아무 마을에나 들어가서 옷 한 벌만 훔치면 이 지긋지긋한 군복과도 끝이었다. 그러나 문득 한스는 부대 내에서 자신이 꽤나 인정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스는 여태 이런 믿음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해!’


갈등하는 사이, 졸고 있던 니클라스가 일어나서 눈을 껌뻑 거렸다.


“흐아암 별 일은 없지?”


다음 날, 롬멜 소위가 뮐러 병장과 함께 대피호로 들어왔다. 뮐러 병장이 말했다.


“정찰 임무를 수행할 인원을 모집하네. 지원자 있는가?”


당연히 지원자는 없었다. 그 때, 롬멜 소위가 한스를 보며 말했다.


“뮐러 병장, 모리츠 상병, 이등병 한스, 그 외에 한 명 추가로 가는 걸로 하세.”


‘아니, 내가 왜?’


한스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한 롬멜 소위를 동경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명령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지원자 없는가? 이보게 한스 이등병. 자네와 친한 병사 있는가?”


놀랍게도 롬멜 소위는 한스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었다. 한스가 분노를 억누르고 말했다.


“핀을 데려가겠습니다. 제 고등학교 시절 친구입니다.”

1744971_1606141415.jpg

삽화는 위생을 위하여 참호 안에서 이발병이 머리를 밀어주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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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운수 좋은 날 +9 20.11.25 4,759 109 11쪽
11 탱크, 그리고 엠마라는 여자 +10 20.11.24 4,662 110 11쪽
» 천재 전략가 롬멜 소위 +12 20.11.24 4,681 114 11쪽
9 반갑지 않은 친구 +9 20.11.23 4,878 114 11쪽
8 연락병 아돌프 히틀러 +11 20.11.23 5,032 121 11쪽
7 도려내기 작전 +7 20.11.22 5,236 123 11쪽
6 보복 +3 20.11.22 5,472 125 12쪽
5 방심하는 순간 +5 20.11.22 5,644 128 11쪽
4 참호전의 생존 기술 +12 20.11.21 6,048 112 12쪽
3 기관총에 왜 오줌이 필요하지? +11 20.11.21 6,471 129 11쪽
2 첫 전투 +12 20.11.21 7,537 124 11쪽
1 왕따 한스 1차 대전에 참전하다 +27 20.11.21 11,561 16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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