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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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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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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2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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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글자
11쪽

기관총에 왜 오줌이 필요하지?

DUMMY

“흐이이익?”


적군이 참호 안으로 들어오려는데 재수없게 한스의 총검에 사타구니가 박힌 것 이었다.


“구웨웨웩!!!!!!!!!”


사타구니의 검이 박힌 적군 병사는 암소가 출산하는 것 마냥 기괴하게 소리질렀다.


“흐어어억! 흐어어억!”


아무리 적군 병사였지만 너무나도 보기 괴로운 광경이었다. 한스는 자신의 총검을 빼내려고 했지만 적군 병사의 골반 뼈에 걸린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 아무리 당겨도 빼지지가 않았다.


훈련소에서 한스는, 총검을 휘두르다가 갈비뼈에 걸려서 빼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적군 병사의 복부를 발로 차내어서 검을 빼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타구니에 뽑힌 상황에서는 그런 방법도 곤란했다.


“꾸웨웨웩!!!꾸웨웨웩!!!”


그 적군 병사는 계속 소리치고 있었다. 다른 적군 병사들도 이미 참호 속으로 들어와서 참호는 근접전으로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었다. 좁은 참호 안에서는 총검을 휘두르기가 매우 힘들었다. 옆에 있던 동료 일병은 단도를 이용해서 적군 병사의 어깨 사이로 있는 힘껏 찔러 넣었다.


적군 병사는 찔린 상태에서도 동료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동료 일병은 단도를 다시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힘들게 넣은 칼은 생각보다 쉽게 빠지지 않았다. 죽어가는 상태에서도 얼마나 세게 목을 조르는지 동료의 목에서는 피가 맺히고 있었다.


한스는 자신의 철모를 벗어서 있는 힘껏 적군 병사의 머리를 내려치자 그 병사는 기절했다. 동료 일병은 단도를 겨우 빼내었고 다른 적군에게 달려들었다. 옆에서는 한스의 총검에 찔린 적군 병사가 여전히 꾸웨웨웩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오른쪽에는 장교가 권총을 든 상태로 머리에 총을 맞아 죽어 있었다.


한스는 재빨리 권총을 들고 주변을 살폈다.


“으아아악!”


어김없이 적이 참호를 향해 뛰어들었다.


“타앙!”


한스가 허둥대며 적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으아악!”


적은 들고 있던 소총을 놓치고 비명을 질렀다.


“퇴각! 퇴각해!”


독일 장교가 병사들에게 뒤에 있는 참호로 퇴각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한스는 재빨리 적군이 떨어트린 소총을 들고는 참호 바닥에 뒹굴고 있는 적군의 시체를 밟고 참호 위로 올라갔다. 뒤를 돌아보니 정말로 많은 적군이 몰려 들고 있었다. 퇴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이다.


“우아아악! 우아아악!”


한스는 미친 듯이 달려서 다음 참호 안으로 뛰어 들었다.


“으악!”


한스가 무언가 데구르르 구르는 것을 밟고 미끄러져서 참호 바닥에 얼굴이 박혔다. 똥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자신의 발치를 본 한스는 충격을 받아서 똥 냄새조차 느끼지 못했다.


“으아아악!!!”


한스의 발치에 있는 것은 막대형 수류탄이었다. 다행히도 격발끈은 건드리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적군이 어김없이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한스는 격발끈을 당기고 있는 힘껏 적진을 향해 던졌다. 5초 후에 엄청난 폭발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쿠와왕!!!!”


“돌격하라! 돌격해!”


어느덧 그 무엇보다도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호루라기 소리가 다시 들렸다. 적군을 성공적으로 방어했을 때, 바로 다시 돌격해서 적진으로 향하는 전략은 그 당시 참호전에서 흔히 쓰이던 전략이었다. 왜냐하면 적군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 이 틈을 타서 적군 참호전까지 돌파하는 것은 상당히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기껏 살아남았는데 죽으러 가라고?’


참호전에서는 공격이 수비보다 압도적으로 불리하였다. 한스는 한 번 수비를 해 보았기 때문에 참호 안으로 달려오는 병사들이 얼마나 무력하고 쉽게 죽는지를 잘 알았다.


‘제..젠장···’


한스는 재빨리 엎드려서 죽은 척을 했다. 똥 냄새가 가득한 참호 흙 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우욱···.’


“우와와와!!!!”


“빨리 나가! 모두 나가!”


다른 병사들이 돌격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한스는 절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포탄 소리, 기관총 소리, 수류탄 소리가 뒤섞여서 귀를 아프게 때렸다. 포탄이 날라오는 소리는 제각기 높낮이가 다른 휘파람 소리 같았다. 오케스트라의 타악기와 현악기가 괴상하게 어우러져서 죽음의 진혼곡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한스는 차라리 의식을 잃렀으면 했지만, 귀는 태어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예민하게 주변에서 들려오는 정보들을 모으고 있었고, 뇌는 빠릿 빠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동안 근처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한스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저 편에는 참호 벽에 기대어 죽어있는 적군의 시체가 있었다. 징그러운 생쥐들은 벌써 얼굴에 붙어서 시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도저히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에 한스는 재빨리 고개를 다시 바닥에 쳐 박았다.


온갖 오물과 똥 오줌이 섞였을 흙이 입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스는 그렇게 바닥에서 한 시간쯤을 가만히 버텼다. 그제서야 한스는 자신의 바지가 축축하고 아까 오줌을 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1분이 마치 일주일 같은 한 시간이었다. 다시 병사들이 이 쪽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군이 퇴각하고 있는 것 이다.


한스는 눈치를 보다가 다시 총을 꺼내어 들고 참호 밖에 광경을 살펴보았다.


“퇴각! 퇴각이다!”


그렇게 아군은 다시 참호 안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중에서 한 어린 독일군 병사가 제일 먼저 앞서 달려오고 있었다.


“이봐! 이 쪽이야!”


한스는 왠지 모를 반가움에 그 병사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하였다.


“슈욱 쿠와왕!!!!”


그 순간, 독일군 쪽에서 무인지대를 향해 박격포를 발사했고, 달려오던 그 병사는 포탄 파편을 맞고 순식간에 쓰러졌다.


“저런! 멍청한 새끼들!”


한스는 아군 포병들을 속으로 저주하며 다시 참호 속으로 들어가서 엎드려 있었다.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던 그 날의 전투는. 그 어느 쪽에게도 이득을 가져다 주지 않고, 무수한 포탄 자국과 부상자들만 남긴 상태로 끝맺음 되었다. 한스는 은근슬쩍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가서 바지를 벗고, 오줌을 지린 팬티를 벗었다.


벗어보니 팬티에는 똥도 지려져 있어서 도저히 재활용 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한스는 팬티를 벗어서 참호에 버리고 다시 바지를 입었다.


“한스 살아있었구나!”


안톤이 한스를 반기며 말했다.


“너가 나를 구했다고 들었어! 고마워!”


“천만에.”


한스가 이야기했다.


“한스는 정말 용감해. 앞으로도 잘 해 보자.”


이마에 붕대를 감고 있는 요나스가 말했다. 한스가 요나스, 안톤, 니클라스를 이끌고 참호 속으로 돌아왔고, 안톤을 구했다는 것은 이미 병사들 내에서 소문이 퍼져 있었다. 한스는 제법 우쭐해졌다. 그러고 보니 첫 전투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스는 적 병사도 몇 명 죽이고, 동료들도 구했다.


‘어쩌면 나는 전쟁에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 첫 전투 때도 이렇게 해냈으니 나중에 전쟁 영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 두려움에 참호 바닥에 얼굴을 쳐 박고 있었던 것은 잊어버리고, 한스는 헛된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진급을 하게 되면 이거보다 훨씬 좋은 옷을 입겠지? 장교가 되면 전술만 짜면 되니까 안전할지도 몰라. 루카스, 막스, 율리안은 지금쯤 살아있을까? 그 자식들뿐만 아니라 내 교실에 있던 새끼들 모두 죽었으면 좋겠어. 아니, 죽는 것 보다는 다리 한 쪽이 불구가 되는 것이 좋겠어. 나중에 고향에 돌아갔을 때, 병신이 된 그 자식들을 보면서 제대로 비웃어 주는 거야. 오늘 포탄 파편에 맞은 그 병사는 너무 불쌍했어. 그 사람이 아니라 루카스가 뒈졌어야 하는 건데.’


한스의 허황된 망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참호 속을 걸어가다가 문득 아까 전에 한스의 총검에 의해 사타구니가 찔려있던 적군을 보았다. 그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어 있었다. 아마 아군이 사살했을 것 이다.


아니면 적군의 오인 사격으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한스는 적군 시체의 허벅지를 발로 밟고, 힘을 주어서 자신의 총검을 빼냈다. 검 끝에는 적군 사타구니에서 나온 피가 검붉게 묻어 있었다.


“우웩···.”


한스는 토를 하고 싶었지만 속에서는 신물 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저리 비켜!”


뒤에서 의무병이 들것들 들고 부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부상자는 복부에 총을 맞았고 스스로 지혈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멍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한스는 질겁을 하며 대피호로 들어갔다. 그 때 모리츠 상병이 한스의 허리띠에 걸려있는 권총을 보고 물었다.


“이건 장교용인데, 자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지?”


“참호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을 주웠습니다.”


“이리 줘보게.”


모리츠 상병은 권총을 살펴보더니 자신의 가방 안에 넣었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겠네.”


‘젠장!’


한스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대피소 구석에 가서 앉았다. 참호 내부는 공간이 좁아서 길다란 소총을 휘두르기 어렵고, 소총은 장전 시간이 길기 때문에 권총이 매우 유용했다. 그런데 이 귀중한 권총을 모리츠 상병에게 빼앗기고 만 것 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것이 어디인가. 한스는 가방을 베게 삼아 한 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 그 때, 뮐러 병장이 모리츠 상병과 함께 대피호로 들어왔다.


“지금 급한 일이 있는데 혹시 지원자 있나?”


한스는 당연히 계속 눈을 붙이면서 자는 척을 했다.


“이보게 모리츠 상병! 저 이등병을 깨우게.”


모리츠 상병이 한스를 흔들어 깨우자 그 때서야 한스는 눈을 떴다.


“이등병 한스입니다!”


“잠깐 따라오게.”


한스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뮐러 병장의 뒤를 따라갔다. 뮐러 병장은 기관총이 있는 곳으로 한스를 데리고 가서, 슈타이너 상병에게 소개해주었다.


“이 이등병을 부사수로 쓰게나.”


그리고 뮐러 병장은 떠났다. 슈타이너 상병은 갈색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땅딸막한 남자였다.


“음, 자네 기관총 사용법은 배웠나?”


“배우지 못했습니다.”


“내가 기관총을 쓸 때 자네는 옆에서 이렇게 탄띠를 잡아주면 된다네. 혹시나 내가 쓰러질 경우 바로 나를 치우고 자네가 기관총을 쏴야 하네.”


슈타이너 상병은 몇 번이고 자신이 쓰러질 경우에 한스가 기관총을 쏘아야 한다고 말했다.


‘탄띠만 잡으면 된다고? 엄청 쉽네?’


한스는 속으로 아주 기뻤다. 기관총은 참호 전에서 가장 막강한 무기 중에 하나였다. 슈타이너 상병 옆에서 탄띠만 잘 잡고 있으면 적들이 거의 이 쪽으로는 오지 않을 것 이다. 아군들도 대체로 기관총 사수들을 보호하려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앞으로 적군이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았다. 슈타이너 상병은 한스에게 기관총 장전, 조준법 등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미리 이 병에다가 소변을 받아두세.”


“네? 소변이요?”


“기관총 열을 식히는데 필요하다네. 식수를 쓰기에는 아깝지 않은가? 기관총을 쓰고 나면 엄청나게 뜨거우니 절대 맨 손으로는 만지지 말게.”


슈타이너 상병이 건네어 준 병은 이미 다른 부사수에 의해 여러 번 사용되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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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데뷔 전투 +6 20.11.25 4,442 111 11쪽
12 운수 좋은 날 +9 20.11.25 4,763 10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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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방심하는 순간 +5 20.11.22 5,648 128 11쪽
4 참호전의 생존 기술 +12 20.11.21 6,052 112 12쪽
» 기관총에 왜 오줌이 필요하지? +11 20.11.21 6,477 129 11쪽
2 첫 전투 +12 20.11.21 7,542 124 11쪽
1 왕따 한스 1차 대전에 참전하다 +27 20.11.21 11,580 16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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