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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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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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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2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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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연락병 아돌프 히틀러

DUMMY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필요 없네. 현금은 조금 챙겨두게.”


“현금이라니 그게 무슨···”


“작전이 실패하고 자네 혼자 돌아오면 군사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높네. 내 곧이곧대로 말하자면, 탈영해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는 걸세.”


한스는 뮐러 병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등병이 혼자 돌아온다면, 독일군에서는 겁에 질려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군사 재판에서 이등병에게 사형이 선고할 것이 분명했다. 뮐러 병장은 한스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슈타이너 상병, 모리츠 상병과 합류하였다.


“잠시만, 담배 한 대만 피고.”


슈타이너 상병이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모리츠 상병도 불을 빌려서 담배를 피웠다. 뮐러 병장은 술병을 꺼내더니 한 모금 마시고, 다른 이들에게도 권했다.


“자네는 담배 필요 없나?”


슈타이너 상병이 한스에게도 담배를 권했다.


“괜찮습니다.”


한스는 거절하고, 담배 대신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뮐러 병장은 마지막 한 입까지 담배를 피우고 씁쓸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넷은 차례대로 참호 밖으로 기어 나갔다. 모리츠 상병과 한스가 가위를 들고 철조망을 잘랐다.


지난번에 지나갔던 길과는 다른 쪽이라, 새로 철조망을 자르며 길을 내야 했다. 철조망은 너무나도 촘촘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든 신병들은 참호 속을 지옥이라 느꼈다. 하지만 무인지대에 갔다 온 병사들에게, 참호 속 똥 냄새는 구수하고, 동료들과 즐기는 카드놀이는 최상의 여가이고, 점심마다 먹게 되는 양배추 수프는 다시 없을 진수성찬으로 느껴졌다.


‘저격수가 있으려나···’


지난 번 저격수가 있는 방향으로 포격을 한 이후, 상병들이 다시 허수아비를 세워서 저격수를 유인했지만, 더는 총알이 날라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떤 멍청이가 같은 수법에 또 속겠는가.


‘저격수가 있다면···나 말고 상병이나 병장을 먼저 노리겠지?’


순간 한스는 아차 싶었다. 지금 그들은 계급을 나타내는 표시를 모두 때버렸는데 어떻게 저격수가 계급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한스는 최대한 머리를 바짝 숙이고, 양 손만 올린 상태로 철조망을 제거해 나갔다.


“거 빨리 빨리 좀 해라.”


옆에서 모리츠 상병이 이야기했다.


“알겠습니다.”


한스가 속삭였다. 조금 더 서두르기는 했지만 머리는 절대로 위로 올리지 않았다.


‘지도 천천히 하면서···’


한스는 속으로 모리츠 상병한테 욕을 내뱉었다.


‘적군은 없는 건가···’


적군도 무인지대로 정찰을 나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아군 정찰대와 적군 정찰대가 무인지대에서 맞닥뜨린 적도 있다고 들었다. 그 때 양쪽 병장은 서로 고개를 흔들며, 교전을 하지 말자는 사인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양 쪽 다 긴장 속에서 안전하게 자기 진지로 돌아갔다. 물론 참호에 들어간 이후로는 서로 허공에 포탄을 쏘아댔지만.


“사르륵”


“헉···.”


쥐가 쪼르르 지나가는 사이에 넷 모두 숨을 죽였다. 한스는 군복에 손을 비벼 땀을 닦아내고, 다시 철조망을 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자르다 보니, 어느덧 적군 참호 근처까지 도달했다. 넷은 재빨리 적당한 포탄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뮐러 병장이 잠망경을 이용하여 적진을 살펴보았다. 두 시 방향에, 기관총이 있었다. 뮐러 병장이 한스에게 그 쪽으로 수류탄을 던지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한스는 손에 묻은 땀을 군복에 문질러 닦아냈다. 그리고 막대형 수류탄을 쥐어 들고는 격발끈을 잡아 당기고는 적진의 기관총이 있는 곳으로 있는 힘껏 던지고는 몸을 수그렸다.


“쿠와왕!”


그리고 한스는 연이어 다른 수류탄도 격발끈을 잡아당기고 다시 던졌다. 적군 진영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악!”


적군의 호루라기 소리에 한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한스는 남은 수류탄도 차례차례 빠른 손놀림으로 격발끈을 잡아당기고 적진으로 던졌다. 뮐러 병장이 하늘을 향해 조명탄을 쏘아 올리고 외쳤다.


“돌격하라!”


뮐러 병장의 명령에 모리츠 상병, 슈타이너 상병이 구덩이 밖으로 뛰어 나갔다. 한스도 비명을 지르며 그들을 따라 갔다.


“우와와와!!!!!!!!”


뮐러 병장이 참호 안으로 뛰어 들어서 순식간에 젊은 영국군 병사의 복부를 총검으로 찔렀다. 모리츠 상병은 갖고 있던 커다란 삽으로 어떤 영국군 장교의 목을 후려치고 있었다.


“으아아!”


어떤 영국군 병사가 겁에 질린 얼굴로 한스에게 총검을 찌르려고 달려 들었다. 그 순간, 슈타이너 상병이 권총으로 그 영국군 병사의 가슴을 쏘았다.


“엄마!!!!”


권총을 맞은 영국 병사는 미친 듯이 소리지르며 울부짖었다. 참호는 지그재그로 되어 있었다. 한스는 권총을 들고 다른 곳으로 피하려고 하던 중에 앞에서 영국군이 튀어 나왔다. 그가 동료의 시신을 보고, 분노의 찬 눈빛으로 한스를 향해 총검을 휘둘렀다.


“우와와!”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영국군의 총검은 참호 벽에 박혔다. 영국군이 자신의 총검을 빼내려는 사이에, 한스는 그의 얼굴을 겨냥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참혹한 광경에 한스는 경악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뒤에서는 뮐러 병장, 슈타이너 상병, 모리츠 상병이 싸우고 있었고, 한스의 앞에서는 영국군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스는 남아 있던 한 발의 수류탄을 그 쪽 방향을 향해 던졌다.


“쿠와왕!!!”


귀가 멍했고 순간적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참호가 지그재그였기 때문에 이 쪽을 향해 오는 영국군이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스는 참호 벽에 몸을 기댄 채로 조심스럽게 적이 올 방향을 향해 왼쪽 코너 쪽으로 권총을 겨냥하고 기다렸다.


손에 식은 땀이 흘렀지만 양 손으로 권총을 세게 쥔 채로 적을 기다렸다. 오른쪽 방향에서는 뮐러, 슈타이너, 모리츠가 싸우고 있을 테지만, 혹시나 적군이 올 수도 있으니 가끔 그 곳을 곁눈질로 바라 보았다.


“쿠와와왕!!!!!”


아군이 적진 근처를 향해 포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적군이 걸어오는지 아닌지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포탄 파편이 한스가 있는 참호 근처에도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영국군이 아니라 독일군의 폭탄 파편에 죽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사르륵..”


왼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나는 것도 같았지만 확실치는 않았다. 하지만 한스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적이 오고 있다고.


“으아악!!!”


직감이 맞았다. 왼쪽에서 적이 소총을 든 채로 튀어 나왔다. 하지만 미리 겨냥하고 있던 한스가 한 발 빨랐다.


“타앙!”


영국군은 가슴에 총을 맞은 채로 쓰러졌고 그 뒤를 따라오던 다른 영국군도 그 위에 넘어졌다.


“타앙! 타앙!”


한스는 뒤에 있던 영국군에게도 총을 쏘았다. 쓰러진 영국군은 여전히 소총을 손에 꼭 쥔 채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으아악! 총 버려! 총 버려!”


영국군이 알아 듣지도 못할 독일어로 한스가 외치면서 발로 소총을 뻥 차 버렸다. 그리고 한스는 다시 구석에서 왼쪽 벽을 겨냥한 채로 기다렸다.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무수한 포탄이 쏟아졌다.


‘난 죽을 거야. 난 죽을 거야.’


한스는 순간적으로 적군이 오기 전에 권총으로 머리를 쏘아 자살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일 뿐 몸은 그대로 적군이 올 수 있는 코너를 겨냥한 채로 대기했다.


“이 멍청이! 뭐 하는 거야!”


모리츠 상병이 한스를 밀치고는, 윗 쪽으로 손을 내밀어, 왼쪽 방향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철모와 함께 알 수 없는 파편들이 참호 밖으로 사방 팔방 튀었다. 뮐러 병장이 손에 권총을 든 채로, 한스와 모리츠 상병보다 앞서서 왼쪽으로 걸어갔다.


“허억···”


수류탄을 몇 번 맞은 참호의 풍경은 참혹했다. 영국군의 참호는 독일군 참호보다 상당히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나름 참호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이었다.


뮐러 병장은 코너를 돌 때마다 적군이 나올 수 있는 방향을 권총으로 겨냥하며 서서히 앞으로 걸어갔다. 뮐러 병장, 모리츠 상병, 한스, 슈타이너 상병의 순서대로 그들은 걸어갔고, 슈타이너 상병은 뒤에서 올 지 모르는 적에 대비한 채로 그들을 따라갔다.


“타앙!”


부상을 당해 소총을 든 채로 주저 앉아 있는 적한테 뮐러 병장은 총을 쏘았다. 그 적은 푹 고개를 떨구었다. 이 곳에 살아남은 영국군은 더 이상 없었고, 뮐러 병장은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해 조명탄을 쏘았다.


“아직 살았어.”


슈타이너 상병이 경계를 늦추지 않은 상태로 중얼거렸다.


“죽어도 이건 다시 못해.”


모리츠 상병이 말했다. 15분 뒤에 독일군 보병이 참호에 몰려왔고, 그들은 200m의 땅을 더 차지했다는 것을 자축하며 즐거워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승리였다.


“한스! 정말 대단해! 철십자 훈장을 받을 지도 몰라!”


요나스가 말했다.


“한스는 정말 용감해.”


안톤이 한스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축하하네.”


니클라스도 한스에게 이야기했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


한스는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렸고 손이 부들거렸지만, 태연한 척 하고 대답하였다. 굳이 동료들에게 겁쟁이로 보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 때, 저 쪽에서 영국군 시체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검은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병사가 있었다. 뮐러 병장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봐, 그만 두게.”


뮐러 병장의 말에,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죄송합니다.”


“자네는 이름이 뭔가?”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연락병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스는 아돌프 히틀러의 스케치북을 흘끗 바라 보았다. 그림 솜씨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한스는 아돌프 히틀러를 처음 보았지만, 그 또한 자신처럼 내성적인 부류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참호 정비를 좀 도와주게나.”


“알겠습니다.”


뮐러 병장의 명령에 의해 아돌프 히틀러는 한스, 요나스, 니클라스, 안톤과 함께, 이번에 차지하게 된 영국군 참호를 정비하였다.


“어후, 여기서 어떻게 사냐?”


안톤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영국군 참호는 독일군 참호보다 저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바닥은 질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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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운수 좋은 날 +9 20.11.25 4,762 10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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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병 아돌프 히틀러 +11 20.11.23 5,041 121 11쪽
7 도려내기 작전 +7 20.11.22 5,238 123 11쪽
6 보복 +3 20.11.22 5,474 125 12쪽
5 방심하는 순간 +5 20.11.22 5,648 128 11쪽
4 참호전의 생존 기술 +12 20.11.21 6,052 112 12쪽
3 기관총에 왜 오줌이 필요하지? +11 20.11.21 6,476 129 11쪽
2 첫 전투 +12 20.11.21 7,542 124 11쪽
1 왕따 한스 1차 대전에 참전하다 +27 20.11.21 11,580 16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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