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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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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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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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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
11쪽

탱크, 그리고 엠마라는 여자

DUMMY

핀이 사색이 된 얼굴로 한스를 바라보았다.


“그래. 자네들 모두 따라오게.”


롬멜 소위가 뮐러 병장, 모리츠 상병, 한스, 핀을 탄약고로 데리고 갔다. 한스는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굳이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탄약고에 도착한 롬멜 소위가 인근 지도를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적군의 참호로 곧장 가는 것이 아닐세. 이 쪽으로 우회해서 정찰만 하고 바로 돌아온다.”


롬멜 소위는 잠시 멈추고 말을 이었다.


“적군은 탱크라고 불리우는 총알도 뚫지 못하는 거대한 철갑으로 만든 전차에 기관총과 대포를 장착하고 아군을 공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네.”


“네? 탱크요?”


모리츠 상병이 물었다.


“총알이 뚫지 않는 거대한 트랙터 같은 구조라고 보면 되네.”


“아니···.그런걸 어떻게 이길 수 있습니까?”


모리츠 상병이 다시 물었다.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방향을 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유일한 약점으로 보인다는 말은 들었네. 아무튼 이번 정찰의 목표는 그 전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생존해서 돌아오는 걸세.”


“네. 알겠습니다.”


한스는 공포에 질렸다.


‘내 기관총은 무적이 아니란 말인가?’


지금 전쟁에서 박격포를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것은 자신과 슈타이너 상병이 다루는 기관총이라고 한스는 믿고 있었다. 그런데 총알로도 파괴할 수 없는, 기관총보다 강력한 무기가 존재한다니···인간은 창조적이면서 잔인했고, 강력한 살상무기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한스는 두려우면서도 호기심이 들었다. 그렇게 뮐러 병장, 모리츠 상병, 한스, 핀 네 명은 정찰 임무를 하러 참호 밖으로 나갔다.


‘캬, 이게 바로 맑은 공기구나.’


언제나 탄약 냄새, 똥오줌 냄새, 시체 냄새가 진동하던 참호나 무인지대와 달리, 숲 속에서는 나무의 향기만이 났다. 한스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한스는 핀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신 같은 놈···지가 어쩌려고.’


엄연히 부대에서는 한스가 더 인정받고 있음에도 핀은 주제를 모르고 나댔다.


‘뮐러 병장과 모리츠 상병만 없다면 넌 죽었어···’


한스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렇게 네 명의 독일군 병사는 좌우를 살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매복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게.”


뮐러 병사가 병사들에게 속삭였다. 한스는 양 손에 권총을 꼭 잡고, 언제라도 적이 나타나면 쏠 수 있도록 주위를 살피며 걸었다. 그 순간, 어디서 소리가 들렸다.


“푸드득”


새가 날아가는 소리였다. 병사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걸어갔다. 저 앞에 엄폐하기 좋은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뮐러 병장과 병사들은 바위 근처에 땅을 파고, 몸 위에 낙엽을 덮고 매복했다.


‘지루해 죽겠네.’


뮐러 병장과 모리츠 상병은 편히 낮잠을 자는데, 한스만이 잠을 못 자고 핀과 주변을 감시해야 했다. 핀은 반대쪽을 감시하면서, 한스에게 말을 한 마디도 걸지 않았다.


순간, 저 편에서 행군하는 소리가 났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였지만 분명히 그 소리는 이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병장님, 상병님”


한스는 작은 목소리로 뮐러 병장과 모리츠 상병을 깨웠다. 넷은 숨을 죽이고 바위 밑에 바짝 엎드려서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영국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고 있었다. 군가 소리로 추정하건데, 행군하는 인원은 그닥 많지 않을 것 이다.


“끼이이익 카가가가각 끼이익 카가가가각”


네 명의 독일군을 공포에 질리게 한 것은 행군하는 영국군들의 노래 소리가 아니었다. 가만히 있으면 어차피 그들은 알아서 지나갈 터였다. 하지만 도대체 이 소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카가가가가가가가각 카가가가가가가가각”


뮐러 병장, 모리츠 상병은 박격포 소리, 유산탄 소리, 기관총 장전 소리 등을 구분할 수 있었다. 장전 소리만 듣고도 영국군인지, 프랑스군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규칙적이고 소름끼치는 금속 소리는 난생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소리는 그들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뮐러 병장은 떨리는 손으로 잠망경을 서서히 위로 올렸고, 그 거대하고 무거운 괴물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아···아니?’


거대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그 무엇도 뚫지 못 할 것처럼 단단해 보이는 탱크는, 양 쪽에 금속 사슬로 만들어진 두 개의 거대한 벨트가 돌아가면서, 무심하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뮐러 병장은 공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저 탱크는 철조망, 각종 엄폐물도 가볍게 뚫을 수 있을 것 이다.


일반 차량은 포탄 구덩이에 빠지면 다시는 기어나올 수 없을 것 이다. 하지만 저 탱크 밑에 달린 금속 벨트는 땅에 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어지간한 포탄 구덩이에도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기관총만 있으면 어지간하면 쉽게 적을 몰살할 수 있는 참호전은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갈 것 이다.


적군 부대는 탱크를 5대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 2대는 기관총이 달려있었고, 3대는 전차포가 달려 있었다.


뮐러 병장의 잠망경은 모리츠 상병, 한스, 핀에게 차례대로 전달되었다. 다행히 영국군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모리츠 상병이 재빨리 전차의 구조를 종이에 스케치하면서 말했다.


“수류탄으로는 파괴할 수 있을까요?”


“기관총도 있지 않습니까?”


한스가 말했다.


“그건 모르지.”


뮐러 병장이 대답했다.


“그래도 약점은 있어 보이네. 방향을 전환하는 속도가 느리네. 탱크 내에서는 시야 각이 좁을 거야.”


탱크의 소리는 쥐가 끽끽대는 소리와도 기묘하게 비슷했다. 그 소리는 차츰 한스 일행으로부터 멀어졌다. 뮐러 병장은 잠망경으로 전차 부대가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이제 돌아가지.”


돌아가는 길, 한스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부대에 도착하고 나서 뮐러 병장이 한스를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내가 그 동안 자네에게만 과하게 임무를 맡긴 것 같군. 좀 쉬다 오게.”


“감사합니다.”


맨날 한스에게만 위험한 정찰 임무를 맡기는 염병할 뮐러 병장이 생색이라도 내듯이 잘난 기차표와 휴가증을 주었다.


‘어디로 가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끔찍했다. 한스는 고향이 아닌 다른 아무 마을이나 가서 여관에서 잠도 자고, 식당에서 소세지나 먹다가 복귀하기로 결심했다.


“엄마!”


“팀! 내 아들!”


한 기차 역에 한스가 내렸다. 그 곳에는 많은 군인이 내렸고, 자신의 아들, 남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들을 포옹했다. 군인들은 아내를 껴안으며 키스했다.


‘망할 것들···’


그들은 적이 얼마나 강한 무기를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르면서 오늘의 행복만을 누리고 있었다. 한스는 그들을 뒤로 하고 아직 포탄을 맞지 않은 도시의 길거리를 걸었다. 한스는 제법 근사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소세지와 맥주를 주문해서 맛 보았다.


‘이따가 뭐 하지···’


한스는 아무 여관이나 들어가서 실컷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길을 걸었다. 그 때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돈 좀 주시지 않을래요?”


한스가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곱슬 머리에, 작은 키에 마른 여자가 한스에게 구걸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초중반 정도 되어 보이고, 제법 귀여운 얼굴이었다. 그 여자는 갈색 눈으로 한스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스가 얼 탄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배가 고파서 그래요. 먹을 거라도 좀 주세요.”


‘정신이 이상한가···’


여자는 뻔뻔스럽게도 난생 처음 보는 한스에게 음식과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한스는 한 손에 배급 받은 군용 빵이 들어 있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었다.


“이거라도.”


“어머, 고마워요. 잘생긴 군인.”


여자는 뛸 듯이 좋아하며 그 자리에서 상자를 열고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어찌나 급하게 먹었는지, 여자는 목이 막힌 듯 보였다. 한스는 한숨을 나왔다.


“맥주 한 잔 사 줄 테니 따라 와요.”


한스는 방금 자기가 식사했던 식당으로 들어가서, 맥주를 한 잔 주문했다. 여자는 벌컥벌컥 맥주를 마셨다.


“정말 친절한 군인이네. 고마워요.”


여자는 천진난만하게 생글거렸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것 같은데···’


한스는 얼마 전 20살이 되었고, 여자는 23살, 24살 그 정도 되어 보였다. 여자가 입고 있는 원피스는 낡아 보였다. 아마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한스는 여자에게 측은지심을 느꼈고, 군용 빵과 맥주를 준 것을 뿌듯하게 느꼈다. 한스가 말했다.


“아가씨 그럼 나는 이만.”


“왜? 어디 가?”


여자가 맥주를 들이키면서 한스에게 물었다.


“난 잠시 휴가 나온 거야. 근처 돌아다니다가 여관에서 푹 잠이나 자고 싶어.”


“여관? 우리 집에서 자.”


여자의 말에 한스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사실 한스는 군대에 가기 전에 엄마를 제외한 여자와 대화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한스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모르는 군인이 집에서 가면 너희 가족이 불편할거야.”


“내 가족? 다 죽었어. 나 혼자 살아.”


그 후 식당을 나왔다. 여자는 한스의 한 쪽 팔에 팔짱을 끼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한스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한스와 여자를 쳐다보는 것 같았고, 한스는 약간 우쭐해졌다.


‘사람들이 보기엔 우리가 커플같이 느껴지겠지?’


“너는 이름이 뭐야?”


“한···한스 파이퍼. 너는?”


“엠마라고 불러!”


어느덧 둘은 작은 집에 도착했다. 여자는 남은 군용 빵을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아까는 몰랐는데, 여자는 말랐지만 제법 몸에 굴곡이 있었다. 발목은 가늘었다.


“넌 여기서 자. 내 남동생이 쓰던 침대야.”


“고···고마워.”


한스는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아, 군복 말고 입을 옷은 있어?”


“응? 없는데.”


“이거 입으면 되겠다.”


여자는 서랍을 뒤져서 오랫동안 손도 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옷을 꺼냈다.


“남동생이 입던 거야. 내가 입을 수도 없잖아.”


“고마워.”


여자가 방 문을 닫고 나가자, 한스는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었을 뿐인데도, 전쟁의 피로가 싸그리 가시는 것 같았다. 한스는 털썩 침대에 드러누웠다.

1744971_1606142036.jpg

삽화는 1차대전때 참호에 있던 독일군을 공포에 질리게 했던 마크 전차가 참호에 빠진 모습입니다. 마름모꼴에 차체 전체에 궤도로 둘러쌓여있는 특이한 모습이었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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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운수 좋은 날 +9 20.11.25 4,763 109 11쪽
» 탱크, 그리고 엠마라는 여자 +10 20.11.24 4,665 110 11쪽
10 천재 전략가 롬멜 소위 +12 20.11.24 4,683 114 11쪽
9 반갑지 않은 친구 +9 20.11.23 4,880 114 11쪽
8 연락병 아돌프 히틀러 +11 20.11.23 5,041 121 11쪽
7 도려내기 작전 +7 20.11.22 5,238 123 11쪽
6 보복 +3 20.11.22 5,474 125 12쪽
5 방심하는 순간 +5 20.11.22 5,648 128 11쪽
4 참호전의 생존 기술 +12 20.11.21 6,052 112 12쪽
3 기관총에 왜 오줌이 필요하지? +11 20.11.21 6,476 129 11쪽
2 첫 전투 +12 20.11.21 7,542 124 11쪽
1 왕따 한스 1차 대전에 참전하다 +27 20.11.21 11,580 16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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