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써걱써걱
채영의 말을 들은 병훈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미끼를 역할을 하겠다고요?"
"그래 네가 가진 망원경이라면 나 하나 찾는 거는 쉬울거 아니야"
"그거야 매일같이 보니까.."
"뭐!!?"
"아니예요!!"
채영이 차고 있던 귀걸이 하나를 빼더니 병훈에게 넘겼다.
"일단 가지고 있어."
"아..그래도 역시 동규님에게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영 불안해서..."
"그 녀석이랑 지내면서 못 느꼈어? 고지식의 대명사인데 허락하겠냐고"
위험한 일은 절대 나서지 않는 병훈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
"다시 말할게요. 2가지 조건이예요!"
"하...들어보자."
병훈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첫째. 주인님..아니 채영씨가 위험해 처했다고 판단될 시 바로 동규님에게 말씀드릴겁니다."
"둘째...저랑 데이트해주세요."
"하?"
채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늘이 월급날이라서 그런지 채영은 평소와 다른 선택을 했다.
"알았어. 대신 비밀 잘 지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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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병훈씨?"
"흐흐흐"
"병훈씨!!!"
이어코 동규가 병훈의 어깨를 쳤다.
"아 네?"
"병훈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불러도 대답도 없고"
"아 죄송해요..."
동규는 잠시 병훈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이내 본론을 말했다.
"이 밤에 부른 건 죄송합니다. 제가 알아보라고 했던 건 알아보셨나요?"
"네. 확실히 실종 건수가 많아요. 물론 동규님 말씀대로 청소년들 실종이 잦았습니다."
"찾으신 증거라도 있으신가요?"
병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도 요즘 실종 사건때문에 의뢰가 엄청 들어와서 이것저것 손대보고는 있는데...아마 능력자가 있는 것 같아요."
"능력자라.."
병훈은 자신의 망원경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자신의 눈에 가져다댔다.
망원경 안에는 채영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망원경 자체에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아무래도 능력을 차단하는 거 아닐까요?"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네요."
동규와 병훈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혜은이 말했다.
"제가 미끼가 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병훈이 흠칫했다. 불과 몇 분전 채영에게 들었던 소리였다.
"안돼요!!"
혜은의 제안을 들은 동규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말했다.
"혹여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런 생각을 하는겁니까!"
"죄송해요.."
처음보는 동규의 꾸짖음에 혜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죄송해요...그만 욱하고 말았네요.."
"아니예요!..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훈 역시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생각보다 동규의 반응이 너무 강했다.
"(X됐다...)
병훈은 채영과 만났던 불과 30분전으로 시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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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예요~~"
"아 혜은씨 오셨~? "
아침 8시 45분. 일찍이 1층 사무실로 내려와 커피를 내리던 동규가 두 눈을 의심했다.
"채영씨...? 채영씨 맞아요?"
"네~?"
"아니 그 복장이랑..말투는?"
채영이 짧은 주름 치마가 돋보이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어떠세요? 이미지 변신 좀 해봤는데?"
"조금이 아닌데요~?"
'끼익'
뒤이어 혜은과 병훈도 출근을 했다.
"어머? 이게 누구예요?"
"혜은씨 안녕하세요~"
"...하핫...조금 어색하긴 하네요!? 그냥 원래대로 반말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병훈씨???"
혜은이 뒤를 돌아봤을땐 병훈은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으...너무 귀여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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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혜은이 사무실의 침묵을 깨고 채영에게 말했다.
"채영씨는 어느 고등학교에 다녔어요? 교복을 보니 이 근처에서는 못 보던 교복인데요?"
"아 이거?"
채영은 본인도 답답했었는지 금세 원래 말투로 돌아와 있었다.
"그야 내 출신 지역은 따로있으니깐. 여기에 온 건 대학교 졸업하고 왔거든."
"어디서 오셨는데요?"
"강남"
"우와~"
혜은은 부럽다는 눈빛으로 채영을 바라봤다.
"전 서울 근처에도 못 가봤는데.."
"그리 대단한 곳도 아니야! 시끄럽고 사람도 많고 여튼 귀찮아!"
병훈이 대화에 껴들었다.
"주인...아니 채영씨 말이 맞아요."
"정말요?"
"네.."
병훈은 동규가 시킨 미친 양의 일을 처리하느라 혜은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말하고 있었다.
"직업 특성상 전국에서 탐정 의뢰가 들어오는 서울 중에서도 강남은 인구 밀집이 심해서..."
"병훈씨?"
"히익!"
동규가 병훈을 노려봤다.
"잡담할 시간이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빨리 하겠습니다.."
채영이 병훈 대신 말을 이었다.
"뭐 그런 귀찮은 것들이 있지만, 기회의 도시라는 건 인정이지."
"기회..?"
"반면 좌절의 도시이기도 하고.."
"그런데 채영씨는.."
혜은은 고민하다 참지 못하고 채영에게 물었다.
"채영씨는 왜 이 곳으로 내려오신 건가요?"
"...그야!"
채영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말했잖아! 귀찮은 것들 투성이라고! 그리고 아빠가 건물도 준다고 해서 그냥저냥 먹고 살 수 있으니.."
채영이 갑자기 가방을 챙겼다.
"어디가세요?"
"외근!!"
혜은이 책상 놓여져 있는 달력을 바라봤다. 채영의 외근은 잡혀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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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채영은 항상 자신을 따라다니던 구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다들 퇴근했으려나~? 설마 오늘도 야근은 아니겠지."
채영은 쉬지 않고 길거리를 걸었다. 하늘에서 해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터벅터벅'
채영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
"이 쯤이면 되잖아~?"
채영이 자신의 붉은 채찍을 꺼냈다.
누군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걸 알아챘지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진 못했다.
"평범한 고등학생은 아닌건가?"
가로등 너머로 누군가 머리를 긁으며 걸어왔다.
"부탁하는데 소리는 지르지 말라고~"
"가위?"
남자는 손에 거대한 가위를 들고 있었다.
"바라던 바다!"
채영이 채찍을 휘둘렀다. 좁은 골목에서 휘두른 채찍이 벽과 벽을 부딪치며 불규칙적으로 남자에게 날아갔다.
"어이어이~고등학생 실력이 아니잖아!"
'차왑 차왑"
'탁탁탁탁'
남자는 날아오는 채찍을 가위로 채냈지만 채영은 반동을 이용해 틈을 주지 않고 공격했다.
혹 왁벽히 쳐냈더라도 방향을 바꿔 곧바로 공격이 이어졌다.
'탁탁탁'
"읏차~호잇차! 혹시 그거 알아요?"
"??"
남자는 채영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채찍술은 사정거리가 길고 불규칙적이라..공격도 공격이지만 방어도 탁월하죠."
"그딴 건 내가 더 잘 알아!"
"그런데 공격에서 방어태세로 바꾸는 타이밍이 느리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금!"
"크으으으으"
"엇?"
채영의 뒤로 빠른 속도로 누군가 다가왔다.
"제길...끄으으윽"
뒤에서 접근한 그것이 채영의 팔과 함께 끌어안았다. 채영의 팔이 멈추자 채찍도 땅에 늘어졌다.
"이건 뭐야.."
목과 팔이 붙여진 것 마냥 개조되어 있었다.
'콰악!'
"무슨 힘이..."
"에휴...내 팔자야 언제까지 이런 귀찮은 걸 해야하는 지."
가위를 든 남자가 그것에게 붙잡힌 채영에게 다가왔다.
"자 끝내볼까요?"
남자가 가위를 양쪽으로 펼치며 들이댔다.
"그럼~"
'써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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