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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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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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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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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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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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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87. 걸려든 함정

DUMMY

“여길 또 오게 될 줄이야.”


한중일 연합 작전을 진행할 때 강민정과 함께 왔었던 회의장에 다시 도착했다.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원들에게 총소집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그에 응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정말 너희들도 가도 괜찮겠어?”


이번 회의장에는 나만 오지 않았다.


맹화 맹연 남매와 아야카도 나랑 같이 이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요구했고, 그 요구는 윗선에서 곧바로 수락이 되었다.


‘한중일 연합 작전을 같이 해서 그런가? 아니면 중국과 일본이란 강대국이라서 그냥 편의를 봐준건가.’


어느 쪽이든간에 분명 이 애들이 평범한 애들이 아니기 때문에 통과가 된 건 분명해보였다.


애초에 일반인이라면 이 회의에 참석하려고 하는 이유도 없겠지만.


회의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한중일 연합 작전을 구상할 때와 분위기적으로 꽤나 차이가 났는데, 그때는 조금이라도 밝은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거의 초상집 마냥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라는 점이었다.


“분위기가 뭐 이래.”


아이들과 함께 앉을 수 있을만한 자리를 찾아보려니 한 책상에 유난히 의자가 많이 있는 자리를 발견했다.


나와 애들이 같이 앉을 수 있게 마련된 자리겠지 싶어서 자리를 잡아 착석하니,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잠깐동안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회의장에 어린애들이 온 것에 조금 놀라운 눈치로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관심이 사그라들어 각자 자신의 시야로 돌아갔다.


아마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름의 사유를 붙여서 관심이 떨어진 거겠지.


“재현씨!”


누군가 내 뒤로 다가와 등을 톡톡 두드렸다. 목소리가 익숙해서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민정씨.”


“요새 왜 그리 출장을 오래 가요? 지부장님이 너무 일을 막 시키는거 아니에요?”


역시나. 강민정은 내가 세크매트 포획 작전에 투입됐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아. 그래도 나름 보람찼던 시간들이었던거 같아요.”


“그래요? 제가 소윤 지부장님하고는 일면식이 있으니까 혹시 힘들면 말해요. 제가 재현씨가 이제 사무실로 복귀하면 안되냐고 말해볼테니까요.”


“신경써주셔서 고마워요.”


아마 내가 올린 보고서가 제대로 받아들여졌다면 오늘 세크매트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총소집에서 다뤄질 것이다.


그러면 강민정도 내가 했던 일이 무슨 일인지를 알게 되겠지.


그걸 알고 있던 나는 일부러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일행분들 같은데 앉으시죠.”


“아. 굳이 안비켜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는 다른 일행들과 앉기 전에 잠깐 앉아있었던거니까요.”


우리의 옆에 앉아있던 중후한 인상의 남자는 나와 강민정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강민정이 한차례 만류했지만 다른 일행이 있다면서 금새 자리를 피하자, 강민정은 지는 척 빈자리를 채워서 우리의 옆에 앉았다.


남아있는 몇몇 빈자리들도 서서히 채워지고, 이번에는 전에 이야기를 진행했던 경찰청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등장했다.


“저분은 누구야?”


“저분은···이전에 국무총리를 역임하셨던 한석균씨네요. 아마 지금은 이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를 관리하시는 총회장이신걸로 알아요.”


“엥?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는 경찰청장님이 사실상 관리하시는거 아니였어요?”


“아니에요. 경찰청과 연계해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경찰측에서 인력을 충원한 경우가 많아서 재현씨가 그때 청장님을 만나뵌거지, 원래 이곳을 운영하는건 저기 있는 총회장님이시죠.”


이때까지 일하면서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물론 상관이 누구던간에 내가 하는 일이 달라지는 점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어찌보면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한석균 총회장이 단상에 서서 마이크가 잘 작동되는지 확인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이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를 총괄해서 운영하고 있는 총회장 한석균이라고 합니다.”


한석균의 인상은 딱 봤을 때 굉장히 화가 많아보이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얼굴을 찡그린 적이 많으면 벌써부터 얼굴 곳곳에 주름기가 보일 정도였다.


“바쁘신 여러분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아서 이야기를 드리게 된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는 말은 나름대로 경어체였지만 그 말투에서부터 나 하기 싫어요란 인상이 드러났다.


내 개인적인 주관에 불과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어딘가의 단체를 이끄는 리더에 적합한 상은 아니었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한가지의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특히나 각성자 여러분들이라면 꼭 들어주시는게 좋은 정보이죠.”


“각성자들을 위한 정보?”


이건 꽤나 솔깃했다.


무슨 대단한 정보를 가져왔길래 저렇게 생색을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두면 충분히 도움은 되겠지.


“여러분들은 혹시 이걸 알고 계십니까?”


한석균은 질문을 한 뒤에 단상 아래의 발치로 손을 뻗어서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저건···”


한석균이 들어서 모두에게 보여준 것은 다름 약물이었다.


디미타르의 권유에 내가 먹었었고. 아야카가 자신도 먹을까 고민했던 바로 그 약물고 흡사한 약물.


“다들 이 약물이 무엇인지는 일괄적인 보고를 통해서 대충 알고 계실겁니다. 그 미치광이 박사에게서 얻어냈던 그 약물을 토대로 저희가 추가 양산을 해본겁니다.”


“뭐라고?”


그 디미타르 바벨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구조의 약물을 양산해냈다고?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약물은 대놓고 조작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정말로 그 약물이었다.


“이 약물에는 각성자들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키워주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반인에게도 그 효과가 있다고 하죠. 그 효능을 제대로 본 사람이 바로 저기에 있죠.”


한석균의 손가락은 한 사람을 뚜렷하게 가리켰다.


그 손끝이 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저기 있는 남재현씨는 기존에는 평범한 각성자였고, 평균 C급 정도에 해당하는 신체 가속계 능력자들 중에서도 딱 평균정도였습니다. 그런 인물이 이루어낸 것 치고 업적이 꽤나 엄청난 편이라는건 여러분도 인정하실 겁니다.”


솔직히 이건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디미타르의 약을 먹어서 실질적인 덕을 본 건 제널드와 싸울 때, 세크매트와 싸울 때 두 차례에 불과했다.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은 순전히 내가 몸으로 뛰어가면서 이뤄낸건데 누가보면 내가 처음부터 약을 먹은 약쟁이인줄 알겠다.


“이걸 보시면 여러분들의 이해가 편하겠죠.”


한석균은 나를 가리키던 손가락을 내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단상 뒤편에 있는 스크린을 주목하게끔 했다.


그 스크린에는 내가 세크매트와 교전을 펼친 것에 대해서 올린 보고서가 드러나 있었다.


이봐요. 이곳은 프라이버시라는 것도 없습니까?


“보시다시피 그 악명 높은 살인마와 교전을 벌였고 거의 승리까지 끌고 갔다고 본인이 직접 진술했습니다. 물론 본 목격자가 없어서 진위파악은 확실하지 않지만···혹시 그 옆에 있는 분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한석균은 이번엔 내가 아니라 맹화랑 맹연 그리고 아야카에게 질문했다.


한중일 연합 작전때 같이 작전을 수행한 이들이 직접 증언한다면 그래도 발언에 신빙성이 더해진다는 뜻이겠지.


“지금 남재현씨 옆에 있는 분들은 전부 한중일 연합작전에서 같이 작전을 수행했던 분들입니다. 이분들이라면 남재현씨의 전력을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계실거라 사료됩니다.”



한석균의 질문에 애들은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대답을 해도 되는지 아닌지를 망설이고 있는 듯 했다.


잠깐동안 고개를 들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들에게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제가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대답을 위해 나선 것은 맹화였다.


맹화가 지니고 있는 그 특유의 자신감은 이 자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안면식도 거의 없을 성인들이 주변에 즐비하고 있는데도 위축된다는 느낌 전혀 없이 말할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먼저 제 소개를 드리자면 중국 공안 특수사령부의 특별 작전참모 맹화라고 합니다.”


중국 공안의 이름이 나오자 회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겠지. 아무리 각성자들이라고 해도 그런 곳에서 일하는 것은 절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닐테니까.


“저와 뒤에 있는 제 동생 맹연은 같은 팀원으로서 남재현 대장을 뒤에서 보조하고 작전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작전 수행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재현 대장의 행적을 바로 옆에서 관찰한 바도 있죠.”


말을 적당히 끌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능력도 역시 훌륭했다.


커서 뭐를 하든 정말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녀석이다.


“원래 남재현 대장은 저기 총회장님이 말하신대로 확실히 한계점을 겪고 있는 각성자였지만, 디미타르 바벨과의 총 결전전까지는 약의 도움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돌파해오셨습니다.”


내 억울한 부분까지 풀어주다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른쪽 손으로 슬며시 엄지를 척해주는게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실제로 약물을 먹은 뒤에 남재현 대장은 능력의 비약적인 상승을 이뤄 제널드라고 하는 테러리스트 대장, 전직 특수부대원 각성자를 어렵지 않게 제압했고 이번에 세크매트와의 결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들었습니다. 단, 여러분이 한가지 간과하고 계시는게 있습니다.”


“저 약물은 언뜻 보기엔 꽤나 좋은 효능을 지니고 있지만, 위험성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약물을 복용했던 남재현 대장도 안전에 위험성을 느꼈고, 이 약물을 맨 처음 공개했던 디미타르 바벨 또한 이 약물을 복용해본 자로서 죽음의 위기를 겪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일반인, 각성자가 모두 동일합니다.”


“이봐. 그 미치광이 박사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을건가? 이건 강해질 수 있는 천고의 약이라고!”


한석균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꼬맹이나 다름없는 맹화가 자신보다 말을 훨씬 잘해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공식석상에서 유지하는 선의의 가면을 완전히 깨부수고 본래의 성격을 발동하고야 만 것이다.


“그래요? 그러면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그 약을 직접 마셔보세요. 그걸 마셔서 안전에 위험이 없다는걸 증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에?”


걸려들었다. 한석균은 맹화가 던진 수에 제대로 휘말리고야 말았다.


“저는 굳이 강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분들이 드시면 강한 힘을···”


“강해질 필요는 없지만 증명은 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안전에 자신이 있다면 스스로 드셔보셔야죠.


맹화는 한석균이 도망칠 구멍 같은건 전혀 만들어주지 않았다.


저기서 거절하면 스스로가 약에 위험성이 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약을 직접 마시면 분명 나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지겠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으으....이익!“


한참동안 자신이 들고 있는 약물을 바라보며 고민을 하던 한석균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쨍그랑!


자신이 들고 있는 약병을 그대로 바닥으로 내던져버린 것이다.


병 안에 들어있는 약은 단상 아래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렸고, 회의장 안에는 망연자실한 총회장의 모습을 비롯해서 적막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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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067. 고위 인사(3) +1 20.12.16 195 2 12쪽
68 066. 고위 인사(2) +1 20.12.15 254 3 11쪽
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2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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