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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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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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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22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2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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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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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8. 오랜만이네

DUMMY

다음날부터 나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차소윤 지부장에게서 받은 세크매트를 잡는 작전에 포함되는 대신 사무업무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항이 작전 설명서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강민정이 내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걸 문제 삼고 전화라도 걸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지부장님이 어떻게 잘 말해준 모양이네.”


강민정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소리를 나에게 늘어놓은 것으로 보아 차소윤 지부장은 강민정을 개인적으로도 꽤나 걱정하고 있는 듯 했다.

괜히 내가 이 일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려서 걱정을 끼치는 것을 나도 원하지 않았지만, 차소윤 지부장 역시 원하고 있지 않다는 거겠지.


“그래서 일단 이렇게 나오긴 나왔는데···”


이렇게 나오고보니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지금 내가 나온 곳은 세크매트에게 살인당한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이동했던 곳이라는데, 피해자들간에 별다른 연관성도 없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살인 동기로 작용될지나, 그게 세크매트에게도 적용이 될지 등이 불분명해서 실상은 필요가 없는 자료들에 불과했다.


“러시아에서 탐문수사 할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천의 얼굴 조직을 조사하기 위해서 무작정 탐문수사를 진행할 때도. 최소한 그 근방의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럴듯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시민들한테 물어봐도 아는 사람들이 있을 리가 없고.”


요새는 CCTV가 아주 잘되어 있어서 범행을 저지르면 대부분 그 이동경로가 파악되고는 하는데, 이 세크매트에겐 그러한 상식도 적용이 되지 않았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간대의 그 주변 일대 CCTV를 다 돌려봐도 세크매트에 대한 행적은 발견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은신 능력이라도 있는건가?”


세크매트가 각성자인건 거의 기정사실화가 된 상황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특수한 능력을 쓰는 각성자가 아니고서야 이 정도로 찾는게 힘들지는 않다는 분석들이 많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일반인이 저렇게 아무런 정보도 남기지 않고 매번 사건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간다는건 권력가들의 뒷배가 있어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직접 그 손으로 수많은 권력가들을 잡았을테니 뒷배가 있다는 말도 신뢰성이 없었다. 그들 사이에서도 이미 최상위의 블랙리시트로 낙인찍혀 있을 것이다.


“아아. 미쳐버리겠다.”


나름대로 산책하는 느낌으로 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보이는 거라곤 이상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건물들과, 이따금씩 지나다니는 사람들 뿐이었다.

난 잠시 눈에 띄는 편의점 앞에 앉아서 음료수를 한잔 사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벌컥벌컥.


“캬~”


시원한 청량감이 목을 싹 쓸어내려가며 절로 입에서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청량감도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한 내 기분까지 쾌적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뭔 놈의 범인이 단서를 하나도 안남겨. 밸런스가 안맞잖아.”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범인도 결국은 무언가 단서를 남기거나, 실수를 해서 잡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세크매트란 녀석은 그런게 전혀 없단다. 피해자는 계속 늘어만 가는데 잡을 수 있는 단서는 하나도 없으니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도시괴담급으로 진화해버리고 말았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귀신같은게 어디있다고.”


내가 각성자들이랑 눈으로 봤으니 이세계인들까지는 용납해도 귀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 세상에 번듯하게 귀신까지 돌아다닌다면 이미 망한 세상일거야. 아무렴.

위이잉. 위이잉.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가 올 사람이 없는데. 설마 강민정이 뒤늦게 전화한건가 싶어 난 천천히 휴대전화를 열어보았다.


“모르는 번호인데?”


휴대전화에 찍혀있는 번호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번호였다. 원래 모르는 전화번호를 받는 성격은 아니지만, 망가진 핸드폰에서 이 핸드폰으로 바꾸게 된 뒤로 저장된 번호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혹시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예전 지인일지도 몰라서 전화를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오랜만이네? 그동안 외국 있다 왔다며.


“누구신데 초장부터 반말을...”


전화기 너머에서 들린 목소리는 기계음이나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아닌 꽤나 미성의 여자 목소리였다. 하지만 녹음되지 않은 여성의 목소리로 광고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의심이 거둬지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반말을 하는 것이 조금 특이하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날 기억을 못한다고? 오늘내로 한번 죽어볼래?


“누군데 말을 이렇게 험하게···어?”


목소리는 곱지만 매우 날카로운 어조로 날 죽일 듯이 힐난하는 이 사람은 나를 잘 알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인맥의 범위가 그리 넓은 편이 아닌 나는 나를 이렇게 대할만한 여성지인이 있었나 한번 머리를 굴려보고, 전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특정해냈다.

“한세진?”


-알아채는게 빠르네. 나 참. 사람 목소리를 벌써 잊어버려?


“워낙 많은 일들이 있었다보니···그보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아낸거야? 이 폰은 번호도 완전히 바뀌었는데.”


-우리쪽의 정보력을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니야? 사람 한명의 신상이나 핸드폰 번호정도야 알아내는건 일도 아니지.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마. 엄연히 불법이고 범죄니까.”


물론 나도 그렇게 떳떳한 사람이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범죄는 저지르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고는 하는 불법 웹툰이나 웹소설 사이트도 건드려본 적 없고 말이지.


-애초에 이런 조직을 이끌던 아빠의 딸이었고 지금도 이끌고 있는 나한테 법을 운운하려는거야? 외국을 갔다왔어도 그 발상에는 변함이 없구나.


나를 아주 신랄하게 까대는 말재주를 보아하니 이제는 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한세진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처음 한세진이 나를 찾아왔을때도 이미 내 정보는 싹 알고 있는 상태였지. 이제와서 그런 짓을 한번 정도 더 한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건 없어.’


오히려 지금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대상이 한세진이 아니라 그녀의 사칭이라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더 무섭다.

한세진을 사칭해서 나와 이런 대화를 하려면 그녀와 나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런 인물이 도저히 평범한 인물일 리가 없다. 차라리 친분이 있는 편인 한세진이라는게 훨씬 마음에 안정감이 들었다.


“오랜만이네.”


-태평하네. 그래도 나름 친구라는 녀석이 전화도 한번 안하고. 내 번호 정도는 적어놨을수도 있잖아.


한세진의 목소리는 어딘가 뾰루퉁하게 들렸다. 설마 조금 삐진건가?


“한세진. 혹시 너 삐-”


-그 이상 나불댔다간 다음에 만나면 진짜 죽는다.


내 귀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오는 서늘한 음성에 난 온몸에 소름이 돋고야 말았다.

‘분명 난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는데 왜 한세진에겐 아직도 이 정도의 공포를 느끼는거지?’


디미타르 바벨을 통해서 정체불명의 약물을 접했고 그 때문에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스스로가 그걸 체감할 수 없다는게 조금 아쉬웠지만 제널드라는 최강의 호적수중 한명을 그렇게 쉽게 무력화 시킨 것부터 이미 내 몸에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아마 지금이면 한세진과 붙어도 쉽게 밀리지 않을거란 반확신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전에 한세진에게 당했던 경험들이 내 몸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는지 반사적으로 몸이 위축되게 되는 것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왜 전화 했어?”


장난은 이쯤 해두고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설마 한세진이 정말로 나를 친구로 생각해서 안부나 물어보자고 전화한건 아닐테고. 분명 뭔가 목적이 있을텐데.


-.....


전화기 너머에선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설마 정말로 그냥 안부 물어볼 겸 전화한거야?”


-꼬와?


‘꼽냐라.’


역시 한세진다운 직설적인 발언이었다. 어디 아픈가 했었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아니. 그런 이유로 걸어준거면 오히려 고마운데.”


이건 진심이었다. 어차피 번허도 사라졌겠다 이미 한세진과 나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런 접점도 없을 수 있었다. 한세진이 이끄는 조직의 아지트에서 빠져나왔을 때도 정신이 없었던 통에 위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 그 위치를 유지하지 않고 있을 확률도 높았다.


무엇보다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야 할 필요성이 그다지 없었다는게 제일 컸다.


‘그때는 잠깐 장난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한세진은 정말로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준 것 같네.’


계기는 정말로 말도 안되었지만 어쩌다보니 국내에서 나름 내로라 하는 뒷세계의 조직의 수장과도 친구가 되었다.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보다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성자가 되고 취업해서 이렇게 여러곳을 끌려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부터 이미 평범한 인생은 아니겠지.”


-혼자 뭐가 그렇게 신나서 혼잣말을 하는거야?


한세진은 자신을 내버려두고 혼잣말에 들어간 나에게 화를 느끼는지 언성을 높였다.

다행인 것은 아까처럼 등 뒤에서 오한이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가 아니라 그냥 친구들 사이에서 가볍게 하는 정도의 호통이었단 것이다.


“너는 잘 지내? 그쪽 일이라는게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상대쪽에서 내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고 하니 나도 상대방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뭐, 한세진 정도 되는 인물이 어디가서 당하고 살 성격은 아니고, 그 정도로 힘이 약하지도 않겠지만.


-아무일도 없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요새 그 망할 살인마 때문에 거래처도 대부분 끊기고 있어. 국내쪽 인사들도 그렇고 이제는 해외쪽까지 그 살인마가 좀 잠잠해질때까지는 되도록 계약은 미루자고 하더라고. 혹시 계약 장소에 그 녀석이 나타나면 말짱 꽝이라고.


지극히 맞는 말이긴 했다. 이제까지 사람을 무수히 많이 죽인 것이 전부인 세크매트라서 물질적인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가 저런 거래 현장에라도 나타난다면 분명 사람이 많아서 좋다고 난리를 칠게 분명했다.


“조심해서 나쁠건 없잖아. 너도 그 망할 살인마와 엮이는건 싫을거고.”


저번에 내가 거짓말을 하다 걸려서 목숨이 위험할뻔 하긴 했지만, 한세진이 세크매트를 두려워하는건 진실이었다. 국내에 있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내로라하는 강자일 것이 분명한 한세진을 공포로 몰아넣는 그야말로 천외천이란 느낌이 짙은 그런 인물이었다.


-당연히 엮이는 건 싫지.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 절대 내가 목숨을 위협당할까봐서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니까.


“네네. 그럼 나는 세크매트 흔적이나 좀 찾아보러 가야되니까 다음에 통화하자.”


-세크매트 뭐?


“앗차.”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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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4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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