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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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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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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42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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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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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7. 비밀리에 내려진 공문

DUMMY

한국으로 귀국하고서 다시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돌고 돌아서 나와 강민정은 다시 차소윤 지부장이 담당하고 있는 서울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의 남쪽 지부로 돌아왔다.

한세진의 부하들이 완전히 난장판으로 만들어놨던 사무실이 이제는 다시 원래대로의 모습을 되찾았고, 전에 봤던 사람들과 이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재현씨. 강남구에서 발생한 사건 파일 통계자료좀 저한테 보내줄래요?”


“알겠어요.”


원래 업무로 복귀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동안 전투에만 주로 익숙해져 있었던 나에겐 굉장히 골머리를 썩히는, 앉아서 하는 작업들이었다.

이따금씩 사건이 발생하면 각성자인 내가 불려나가긴 했지만 그것은 마치 동네 좀도둑 한명을 잡으러 가는 파출소 순경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굉장히 허탈하게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쯤되면 그때 강민정이 했던 말이 진짜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생기는데.’


우리가 한중일 연합에 의해 불려가기 이전에 강민정은 앞으로 국내에서 각성자들의 고삐가 풀려서 미친 듯이 활동하게 될거라고 했고, 실제로 그 테러 사건이 있던 뒤로 한동안은 그런 행보를 보였다.


지금은 그 테러 사건이 있던지도 벌써 반년이란 시간이 넘게 흘러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흘렀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각성자들이 다시 겁을 느끼고 숨은 것일까?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남재현씨. 잠깐 저 좀 볼까요?”


점심 먹고 업무에 복귀한지 얼마 안된 나를 차소윤 지부장이 불렀다.

최근에는 이런 앉아서 하는 사무 업무에도 꽤나 적응을 해서 지적을 받는 편이 적은 편이었기에 주로 나를 가르치는 담당이었던 강민정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재현씨. 혹시 내가 안본 사이에 졸려서 또 실수한거 아니에요? 어디 봐요.”


강민정은 내가 바라보고 있는 모니터 앞으로 상체를 쑥 들이밀어 내가 무언가 잘못 입력했는지를 점검했다.

스크롤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세심하게 바라본 강민정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입으로 쓰읍- 하고 소리를 내었다.


“이상한게 없는데? 전에 올렸던거에 잘못된게 있었나···”


“재현씨! 얼른요!”


내가 가지 않자 차소윤이 탕비실의 문을 열고 고개만 내밀면서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에게 모든 직원들의 이목이 끌리는 것이 기분이 영 이상했기 때문에 난 곧바로 자리를 이동했다.


“자. 재현씨도 한잔해요.”


차소윤 지부장을 따라 탕비실로 들어온 나는 그녀가 이미 타놓은 믹스커피를 멍하니 바랍왔다.


“안마실거에요?”


“아니요. 마시겠습니다.”


주는 것을 받지 않는 것은 직장에서 그리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믹스커피는 좋아하는 편에 속했다.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제가 무슨 이유로 재현씨를 불렀을 것 같아요?”


“실수한게 있다면 말씀만 해주시면···”


“아이 참! 제가 맨날 사람들 혼내기만 하는 사람으로 보여요?”


장난으로라도 차소윤 지부장이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실수를 여러번 했을때도 다음에는 그러지 않으면 된다면서 최대한 타이르는 방향으로 가르쳐줬을뿐, 화를 내거나 닦달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

그 외에도 다른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인망도 좋은 편이었고 자신이 맡은 바 일도 당연히 열심히 충실하는 그야말로 사회인으로서의 확실한 모범인이었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제가 마땅히 불릴만한 이유가 생각나진 않습니다.”


이게 논점이었다. 아무리 차소윤 지부장이 사람이 좋아도 기본적으로 직장은 직장이다. 이곳이 무조건적인 직급 체계로 운영되는 곳은 아니라고 해도 여러 사람들을 관리하는 입장에 있는 그녀와 내가 대화를 하는 접점이라곤 당연히 업무적인 문제밖에 없었고,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이제와서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한들 생각날리 만무했다. 그럴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일단 업무적인 볼일인건 맞아요. 단, 이때까지 계속 했던 사무 업무와는 조금 다른 일이죠.”


“사무업무와는 다른 일?”


현장에 나갈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드디어 이야기의 본질을 제대로 알게 된 나는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눈을 보다 총명하게 뜨고 다음으로 무슨 말이 나올지를 주목했다.


“재현씨. 혹시 세크매트를 기억해요?”


“세크매트요?”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원을 전혀 알 수 없는 살인마.

한중일 연합의 일로 오랫동안 외국에 있다가 왔었기 때문에 조금 망각하고 있었다.


“최근 그 세크매트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요. 아니, 단순히 시작했다는 정도가 아니에요. 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더 많은 살인을 일삼고 있어요. 전에는 뉴스에서 보도되던대로 정계의 고위인사들이 위주였는데 이제는 그 범주가 일반인들에게조차 확대대고 있는 것 같아요.”


“말 그대로 폭주군요.”


“맞아요. 사실 어제 하루만 해도 서울시내에서 접수된 살인사건이 30개가 넘어요. 그 전부가 세크매트가 연관되어 있지는 않을수도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를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거에요.”


무슨 말인지는 이해가 됐다. 이전에도 이미 심각한 살인마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정해진 층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하던 세크매트가무슨 연유에서인지 이제는 민간인에게까지 그 칼을 들이밀고 있다.

더는 간과할 수 없다는건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생각은 들지만···잡아야 하는건 맞지.’


“그래서 이번에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세크매트를 잡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인력을 풀 예정이에요. 재현씨는 거기에 들어갈거구요.”


“제가요?”


“네. 그리고 원래는 민정씨를 같이 붙여주려고 했지만 민정씨는 다른 일을 좀 맡겨야 할 것 같아서요. 우리 사무실에서는 아무래도 재현씨가 혼자서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해줄 수 있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최근 안좋은 소문들이 들리다보니 다 현장직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있어요. 각성자 출신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사무실에 각성자는 재현씨뿐이니까요.”


차소윤 지부장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짝 피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벌서 사람을 몇 명 죽였는지도 세기 힘들 정도의 극악무도한 살인범. 심지어 각성자들까지 그의 손에 걸리면 허무하게 죽어나갈 정도다.

그런 자와 맞서려고 한다는 건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재현씨가 이 일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은 조금 힘들고···제가 힘을 좀 쓴다면 최대한 세크매트의 동선과는 겹치지 않는 곳으로 순찰만 하게 해드릴 수는 있어요. 불안하시다면 다른 사무실에서 인력지원을 요청해서 붙여드릴수도 있구요.”


이 정도면 굉장히 파격적인 대우였다. 일개 한명의 각성자이자 직원에 불과한 나에게 관리자 직급에 있는 사람이 대우해주는 것치곤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재현씨가 한중일 연합으로 외국에 나가서 한 고생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요. 이 정도의 혜택은 드려도 되겠다는 생각도 있고, 저 개인적으로도 재현씨는 마음에 들어요. 각성자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냥 한명의 사람으로서요.”


내가 차소윤 지부장에게 잘 보일만한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봤다.


‘오히려 반대 아닌가? 내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무실도 엉망이 됐었오. 나를 원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사람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다. 내가 먼저 은혜를 베풀었거나 좋은 사이였던 사람이었다면 몰라도 그리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였기 때문에 더욱 의구심이 들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해야할 일이니 온전하게 맡는게 낫겠다고 생각이 들고, 모르는 사람들과 하는 것보단 차라리 혼자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아···그래요?”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하자 차소윤 지부장은 조금 무안해졌는지 커피를 다 마시고 남은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더니 어쩔 줄 몰라했다.


“그래도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요. 재현씨가 힘든 일이 있으면 힘이 되어주고 싶으니까요.”


“굳이 그렇게 챙겨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일을 잘한 것도 아닌데요 뭘.”


“아니에요. 재현씨가 이곳에 와서 열심히 노력한 것은 저도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분이세요.”


나름대로 많은 말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나 왜 그러는지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냥 평소에 강민정씨와 잘 지내고 있는 재현씨의 모습을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제가 이전에 나름대로 민정씨와 친분이 있거든요. 민정씨가 겉으로는 아무 사람이나 다 잘사귀는 것 같지만, 가까이 하는 사람과 멀리하는 사람은 명확히 구분해요. 그런면에 있어서 재현씨는 아주 믿을만한 사람이에요.”


“민정씨가요?”


그런 줄은 몰랐다. 사람들과 안면을 꽤나 튼 지금도 민정씨를 포함하여 이 직장에서 그나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한손에 꼽을 정도인 나와 달리, 강민정은 이 직장에 있는 사람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와 다 친하게 지냈다.

겉으로만 봐서는 딱히 사람을 가려사귄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예전에 있던 어떤 일 때문에 생긴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할까요. 어쨌든 재현씨와 같이 지내게 된 뒤로 민정씨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괜히 제가 더 기뻐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도 민정씨한테느 도움을 받은게 많이 있기도 하고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일에 투입되어 나갔을 때도, 업무를 볼때나 말동무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준 사람도 생각해보면 전부 강민정이었다.


무엇보다 강민정도 지시를 받은 사항에 불과하긴 하지만 편의점 알바만 하던 나란 사람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고 진지하게 같이 고민해주기까지 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친절을 베푸는 일이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니까.’


강민정에게는 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중일 연합에 의해서 만난 아야카와 맹화,맹연과 이제는 좋은 곳으로 갔을 케롤라인 이전에 강민정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다.


“어쨌든 그 작전은 저 혼자서 하달받겠습니다. 구체적인 작전에 대한건 저한테 파일로 보내주세요.”


“정말 도움을 받으실 생각은 하나도 없으신거네요. 재현씨의 의견이 그렇다고 하니 최대한 존중해드릴게요.”


내가 거듭해서 도움을 받는 것을 거부한다고 하자 차소윤 지부장은 나에게 더 이상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거절하더라도 임무 수행중 도움이 필요하거나 물어볼 사항이 생긴다면 저에게 말하세요. 재현씨가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이곳을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담당자는 바로 저니까요.”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잊고 살았던 세크매트라는 살인마와 다시 정면으로 맞붙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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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083. 과열되는 살인행각 +1 21.01.02 150 2 12쪽
84 082. 위험한 사건 +1 21.01.01 170 2 11쪽
83 081. 이것이 권력의 힘? +1 20.12.31 164 2 11쪽
82 080. 남자의 로망 +1 20.12.30 176 2 12쪽
81 079. 이목을 끄는 사람 +1 20.12.29 173 2 12쪽
80 078. 오랜만이네 +1 20.12.28 2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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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076.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1 20.12.26 172 2 12쪽
77 075. 최후(2) +1 20.12.24 234 1 12쪽
76 074. 최후 +1 20.12.23 19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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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066. 고위 인사(2) +1 20.12.15 254 3 11쪽
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2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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