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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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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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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15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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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73. 디미타르 바벨(3)

DUMMY

“본론인가요. 좋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그것도 좋겠죠. 그러면 이 약물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디미타르는 본론으로 넘어가자는 내 말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이제 인정할 때도 된 것 같긴 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정말로 나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다.


디미타르가 봐달라는 말과 함께 꺼낸 약물은 이미 나를 포함한 우리 팀원 전체에게 굉장히 익숙한 약물이었다.


맹연이 그렇게 용을 써도 알아내지 못했던 그 약물. 차유성이 나에게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경고했던 약물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악착같이 달려들어도 그 약물의 정체를 알 수 없었는데. 그게 도대체 뭐야?”


“아. 역시 이걸 가지고 연구를 해보셨군요. 그 떨거지들이 있던 아지트에서 남아있는 걸 회수하러 갔더니 없어서 혹시나 했습니다만.”


“그 잔해더미를 뒤지러 갔다고? 내가 안가져갔으면 어차피 이미 사라져 있었을텐데.”


“아니요. 그 상자는 충격으로는 부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에 고작 무너진 것 정도로 망가질 리 없죠. 아마 코끼리 10마리에 달하는 생물체가 밟고 지나가도 끄떡없을 겁니다.”


그냥 평범한 잠금상자로 보였는데, 그렇게 대단한 상자였군. 역시 보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는것들이 많다니까.


“이 약물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한건 무리가 아닙니다. 이건 제가 만든 약물도 아니고, 이곳에서 만들어진게 아니니까요.”


“또 그 이세계 녀석들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은거야?”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효능이 아주 대단합니다. 일반인에겐 그저 치명적인 독극물밖에 되지 않지만, 능력을 각성하고 있는 각성자에게는 능력 향상의 기폭제가 되어주는 물건이죠. 물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리 권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약물이라...”


난 과학자가 제안하는 방법이라기에 내 몸에 수술이라도 해서 사이보그를 만들려는 심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수술같은 것도 아니었고 이번에도 그 이세계인가 뭔가하는 녀석들이 만든 거란다.


‘정말 믿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냥 약물하나를 임상실험 하는 것치고는 스케일이 너무 크긴 했다. 단순히 각성자한테 나타나는 반응자체가 궁금했던거라면 납치 사건을 벌였던 것처럼 아무 각성자들이나 납치하면 그만이다. 이 조직에 그 정도의 힘이 없을 리가 없다.


이렇게 번거롭게 나를 찾았다는 것에서부터 분명 나에게서 원하는 것이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면 널 그걸 어떻게 구한건데?”


“그들이 이쪽 세계로 넘어왔을 때를 노려서 그들을 습격해서 빼앗았습니다. 아쉽게도 생포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이 약물외에도 이세계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을 얻어서 연구할 수 있었던건 저에겐 아주 크나큰 행운이었죠. 보시겠습니까?”


디미타르는 관심이 있다면 얼마든지 보여주겠다는 의사를 내비췄다. 궁금한 마음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진짜건 아니건간에 이세계라는 주제는 꽤나 흥미롭게 비춰지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대가 절대 호인이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었다. 예정해두었던 이야기 외에 다른 이야기까지 퍼져나간다면 디미타르에게 휘둘릴 가능성마저 있었다.


“별로 보기 싫은 눈치인 것 같으니 서둘러서 진행해보도록 할까요.”


내가 잠시동안 대답을 하지 않자 디미타르는 그것을 거절의 의사로 간주하고 다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크지만 효과가 확실하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나, 저 뒤에 있는 크라임이 이 약물을 먹고서 능력의 비약적인 향상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너랑 크라임이?”


이건 끌리지 않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디미타르와 크라임. 두 사람 다 내가 몸소 그 힘을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저희도 처음엔 이것이 무슨 약물인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복용하는 사람은 일반인과 각성자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임상실험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전부 사망으로 이어졌죠.”


“...”


이제 저 녀석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인 일화를 풀어도 크게 놀랍지가 않다. 설마 저 녀석이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서 인도적으로 사람들을 실험대에 올렸을 리도 없고. 아니, 설령 본인들의 허락을 받았다고 해도 죽을수도 있는 실험을 여러번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약을 먹어서 안죽으면 강해지고, 죽으면 죽는거다. 뭐 그런건가?”


“대략 설명하자면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에요?”


이번에도 분개하고 일어난 것은 내가 아니라 맹연이었다. 디미타르에게 두뇌로 밀린다는 것에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은 점이 걱정됐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해진 상태였다.


“그게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독약을 먹고 죽으라는거랑 뭐가 달라요?”


“맞아요.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나 듣자고 저희가 여기까지 온게 아니라구요.”


이제까지 아무말이 없었던 맹화까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애들이 날 걱정해주는 상황이 나쁘진 않은데...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저런 미치광이에다 범죄자인 녀석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라고는 당연히 하지 않겠지만, 너무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도 곤란하다.


언뜻 보면 우리가 대등한 관계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디미타르의 기분이 수틀린다면 이 자리에 있는 우리팀 전원이 전부 몰살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맹화와 맹연은 전투적으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나와 아야카가 열심히 분전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볼 수 있겠지만 딱 그 정도다. 디미타르와 크라임이 마음먹고 나서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죽을 수 밖에 없다.


“아. 겉으로만 듣기엔 그렇게 들리셨겠군요. 확실히 이 약물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고, 저와 크라임도 사경을 넘나들었었죠. 하지만 남재현씨는 이 약물을 먹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게 없는 평범한 각성자에 불과한데. 각성자들도 먹고 나서 죽었다면서.”


“아니요. 당신은 그저 평범한 각성자가 아닙니다. 남재현씨는 이 세계에 발생한 수많은 각성자들중 유일하게 혼자 다른 특징을 한가지 지니고 있습니다. 그 특징 덕분에 남재현씨는 이 약물을 복용해도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특징이 있다고?”


나에게 다른 각성자들과 무언가 다른 점이 있었을까? 능력의 종류로 비교해보면 속도가 빨라지는 능력은 몇 명정도 더 있었다고 보고사례에 나와있었다. 발생시기도 추정할 순 없지만 그다지 큰 특징은 발견할 수 없었다.


“남재현씨는 이세계인들에 의해 변화된 각성자들중에서 유일하게 내성항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성항체?”


“아까전에 각성자들이 힘을 사용하는 원리에 대해서 보여드렸을겁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은 그 원리대로 능력을 계속해서 사용하게 되면 각성자는 체내에 지속적인 데미지를 축적하게 되고, 몸이 얼마 안 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그러면 각성자들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야?”


“그렇습니다. 원래라면 불가능했을 신체구조와 기능의 변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현대의학으로 고치기도 힘들겠죠. 물론 제가 나선다면 불가능하진 않겠습니다만.”


스스로 저런 말을 내뱉으니까 역시 굉장히 재수가 없다고 느껴진다.


“반면에 남재현씨는 유일하게 각성자의 신체 구조를 타고나서도 신체에 쌓이는 데미지를 스스로 수복하고 다시 재구성할 수 있는 항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그걸 잠깐 인공배양 해보고도 싶지만, 그러기엔 적어도 년 단위의 시간이 걸릴겁니다. 그다지 여유가 없는 상태죠.”


디미타르 같은 천재도 년 단위가 걸린다고 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일이다. 역시 이쪽 세계의 산물이 아니다보니 제 아무리 불세출의 천재인 그라도 꽤나 어렵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근데 좀 이상하잖아. 그런 것 치곤 난 저번에 체내에 데미지가 쌓여서 죽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안젤라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르고. 맞아. 너 안젤라씨는 어디로 데려간거야.”


적진 한복판에 들어와있다는 긴장감 때문에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안젤라가 운영하고 있는 수도원에 들이닥쳐서 그녀를 노리던 불온한 가면. 한중일 연합의 추측에 의하면 그 가면과 디미타르는 동일인물이었으니 분명 이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 안젤라라면 그 수도원의 치유사를 말하는겁니까? 전 최근 그 여자와 아무런 접점이 없었습니다.”


“야. 장난도 정도껏 해. 수도원에 네가 쓰고 다니던 가면을 쓴 남자가 똑같이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디서 발뺌이야?”


“그게 무슨...”


항상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하던 디미타르의 얼굴이 처음으로 당혹함으로 물들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걸까. 설마 정말로 디미타르는 모르는 일인 것인가? 하지만 그런 이상한 가면을 쓰고 안젤라를 데려갈 사람이 누가 또 있단 말인가.


“이봐. 박사님은 정말로 그 수도원에는 얼씬도 하신 적이 없다. 언젠가는 한번 그녀를 영입하려고 시도하신 적은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지켜야 할 곳이 있다면서 거부했었다.”


내가 말을 쉽게 믿지 않는 눈치이자 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크라임이 빠르게 보충설명을 했다.


“전 정말로 그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건 제 추측이지만, 아마 이제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일수도 있습니다.”


“그들이라니?”


“이세계 사람들 말입니다.”


“그 녀석들이 왜...?”


“아까전에 한번 물어보셨던 것 같습니다. 이세계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도 아닌데 왜 각성자들 같은걸 이 세상에 만들었나. 이건 제 가설이지만.. 그들은 지금 실험을 하고 있는겁니다. 자신들이 사는 세계와 다른 이곳 세상에서 능력이란게 생겨난다면 어떤 모습이 펼쳐지고, 사람들의 몸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아예 이 세계를 차지하기 위해서 총 공세를 펼쳐올지도 모를 일이죠.”


“전쟁이라도 하려고 한다는 소리야?”


“그 정도는 사실 과대해석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이세계의 사람들이 이 지구상의 수많은 국가에 각성자들을 생겨나게 한건 절대 선한 의도가 아닐거라는 점입니다. 제가 그들의 장비들과 자원들, 연구자료를 조금 탈취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캐내긴 했지만 곧 저를 제거하려고 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남재현씨를 최대한 빨리 부르고자 했습니다.”


디미타르의 표정은 아주 간절했다. 그냥 저 녀석이 재미를 위해서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인지, 정말로 긴박한 마음을 느끼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내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던가 하는 말도 개소리로밖에 안들린다. 그래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걸 마시면 된다고?”


나는 디미타르가 앞에 놓아둔 약병을 손으로 집어들었다. 여러 사람과 각성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약. 죽음의 대한 공포가 미약하게 남아있긴 했지만 난 약간의 손떨림과 함께 약을 그대로 목 울대로 넘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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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067. 고위 인사(3) +1 20.12.16 196 2 12쪽
68 066. 고위 인사(2) +1 20.12.15 255 3 11쪽
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4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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