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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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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423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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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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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064. 기적의 치유사(4)

DUMMY

“....지나가십시오.”


내 말을 들은 남자는 더 이상 나를 막아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 탐닥찮게 여기는 눈치이긴 했지만 내가 윗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계단을 지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올라가시기 전에 한가지 말씀만 따로 드리자면, 그 가면 쓴 남자가 강한 능력자라고는 해도 절대 안젤라님에게 큰 해를 입힐 수는 없을겁니다. 안젤라님의 곁에는 늘 그분을 수호하는 강력한 인원들이 배치되어 있으니까요.”

“강력한 인원들이요?”


“남재현씨는 신성력이라는게 진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각성자들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신성력 같은 건 별개의 일이었다. 이곳이 정말 판타지 세계관이 아니고서야 그런 힘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들은 달라요. 단순한 눈속임도 아니고, 그렇다고 각성자들이 쓰는 능력과는 뭔가 미묘하게 다른 특수한 힘들을 사용합니다. 전투적인 능력은 거의 전무하신 안젤라님이 대외적으로 다닐때도 안전할 수 있는 이유는 그자들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죠.”


“흐음.”


안젤라를 지키는 사람들이 무슨 힘을 사용하는지는 내가 직접 봐야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우선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닌 인물들이 안젤라의 주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잘 알았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안젤라가 지니고 있는 능력은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탐을 내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엄청난 능력이었다.


더군다나 능력을 숨기려 한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저렇게 당당하게 다니고 있으니 그녀를 노리는 사람이 있는건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고 그녀도 그에 대항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생각해두었을 것이다.


안젤라라는 사람은 착하긴 했지만 절대로 바보는 아닌 인물이었으니까. 바보이긴 커녕 오히려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악한 인물이었다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위험했을 정도로 심계가 깊은 인물이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가면의 남자가 왜 이곳까지 찾아와서 안젤라를 노리는 지는 아직 확실한게 하나도 없지만, 절그녀가 절대 쉽게 당하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며 난 서둘러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


“원래 이렇게 높은가?”


밖에서 봤을때는 안젤라가 있다고 하는 최상층은 못해도 5층 정도의 높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난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적어도 20번 이상은 이용한 것 같다. 10번이 넘었을 때부터는 이상함을 느끼고 올라왔던 계단을 내려가보기도 했지만 수도원 사람들이 있던 2층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확실하네. 아마 3층에 의도적으로 갇힌 것 같은데.”


2층에서 올라왔으니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3층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고, 아까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이 3층을 빙 돌고 있었다.


“3층을 살펴보자.”


이대로 계속 계단을 올라가려 해봤자 시간만 허비할 것이 당연했다. 내가 무슨 원리로 이곳에 갇혔고,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방법을 찾는게 급선무였다.


전화라도 되나 알아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핸드폰은 놀이공원에서 완전히 망가졌고 새걸 사지도 않았으니 당연하게도 실험해볼 수 없었다. 무전기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고.


매일같이 청소를 하는 것인지 매우 깨끗한 바닥 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으로 가볍게 꾸며져 있어서 화려한 건물들과는 정말 대조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색다른 매력을 풍기는 느낌이었다.


“있는게 없잖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눈에 띄는대로 계속 문을 열어보면서 들어가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지만,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책이나 간단한 도구들은 비치되어 있어도 별다른 단서가 될만한 건 그 어느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차라리 방에 틀어박혀서 정말 기도라도 드려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단 내가 지금 3층에 갇혀있는 이 상황은 단순한 환각으로 보기엔 애매했다. 환각을 통해 보고 있는 허상이라기보단 정말로 내가 3층에 도착한 이후 누군가의 의도적인 행동으로 인해 마치 다른 공간에 격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 자의식까지 완전히 지배당한 고도의 환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그 정도의 환각을 내 스스로 풀어낼 자신은 전혀 없었으니까.


“아오...미쳐버리겠네.”


정말 이 공간 자체를 완전히 찢어발기고 싶을 정도로 답답한 심정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걸까. 가면의 남자일까? 아니면 안젤라를 지키고 있다는 그 수도회의 사람들일까?


일단 누가 한 짓이건 간에 정말 개같은 짓을 했다는 감상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파훼법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정말 이 짓을 한 사람이 풀어주기 전까지는 꼼짝없이 이대로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계속 뭐라도 하는 게 낫겠지.’


3층에 있는 모든 방들을 둘러보았지만 허탕을 친 나는 이대로 포기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계단으로 향했다. 그러자 아까와는 달리 윗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의 바로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안젤라?”


계단 앞에 무릎을 꿇고서 양손을 모아 기도를 모으고 있는 조금 나이 든 여성, 나를 치료해주었던 이 수도원의 지도자인 안젤라였다.


“재현씨가 여길 다 오실 줄은 몰랐네요.”


내가 안젤라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내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안젤라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병실에서 나를 보던 때와는 무언가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복장이 사복에서 완전한 수녀복으로 바뀐 것이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그것과는 또다른 감각이었다. 절박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지금 당장은 이야기를 해보는게 우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최상층에서 가면 쓴 남자를 만나지 않았어요? 벌써 돌아갔나요?”


그 녀석이 여길 왔는데 안젤라가 무사하다는 것은 목적이 안젤라를 데려가거나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뭣 때문에 여길 온걸까.


“재현씨. 지금 주어진 시간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자세하게 설명하진 못할 것 같고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설명할게요. 지금 그 가면의 남자는 저를 수호하는 기사단을 제거하고 저를 데려가려 하고 있어요.”


“데려가려고 한다고요? 그러면 전 왜 이 3층에 갇혀있죠? 역시 그 가면 녀석이 손을 쓴건ㄱ요?”


“아니요. 여긴 제가 의도적으로 격리해서 만들어 놓은 공간이에요. 조금 무리를 하긴 했지만요.”


“신성력으로 공간을 분리한거라고요?”


그 남자가 신성력 어쩌고 한게 정말로 사실이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면 안젤라는 치유사 능력을 지닌 각성자이면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란 소리인가.


“신성력은 대외적으로 발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능력인데다가, 쓸 수 있는 자들도 굉장히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르시는 것이 당연해요. 어쨌든 지금이야 그 남자가 눈치 못챌 수 있는 방법으로 이 방법을 택해두긴 했지만, 들키는 건 시간 문제일거에요. 기사단이 밀릴 일은 없을거라 생각해왔지만, 제가 실수를 한거였네요.”


안젤라는 자신의 선택을 굉장히 후회하는 양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역시 그 가면 쓴 남자의 저력은 수도원이 자랑하는 비밀 전력인 기사단을 상대로도 제대로 먹혀드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저랑 이러고 있는 것보단 빨리 도망가는 편이 낫지 않아요?”


“소용 없어요. 도망을 친다 해도 계속 쫓아올테고, 도망이 성공한다고 해도 수도원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니까요. 전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요.”


그렇겠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안젤라를 목적으로 찾아온 거라면 그 남자의 성격상 목적을 이룰 때까진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짓도 서슴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안젤라가 가만히 간과하지도 않을테고.


“맞붙을 생각입니까?”


“그래야겠죠.”


“힘들겁니다.”


이미 당해본 입장으로서 아주 뼈저리게 느꼈다. 지금도 그 자식을 죽일 기회가 온다면 얼마든지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단걸 이미 나 스스로가 잘 깨닫고 있었다. 그 정도로 그 녀석은 격이 다른 괴물이었다. 이때까지 봤던 수많은 강자들과 비교해봐도 가히 그 이상이라고 할만했다.


“믿음이 있다면 신이 도와주실겁니다.”


그놈의 신이 정말로 있다면 나도 부탁해보고 싶다.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면 강해지고 싶다고.


“그러면 저는 그냥 이 수도원을 나가라고 이곳에 부른건가요?”


“맞아요. 재현씨가 새롭게 사용할 수 있을만한 휴대전화와 자금, 도구들은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바로 옆 방 서랍에 준비해둔 상태에요. 이 공간은 앞으로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사라질테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이곳을 벗어나세요. 다행히 그 가면의 남자는 아직 이 수도원에 재현씨가 있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제가 이곳에 있는걸 몰라요?”


난 당연히 내가 이곳에 온 정보를 주워듣고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가면의 남자는 안젤라에게 볼 일이 있던 모양이었다.


“걱정마세요. 그는 어차피 제가 가지고 있는 이 힘에 목적이 있을 터이니, 저를 죽이진 못할테니까요.”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끌려갔다간 꽤나 힘든 경험을 하실지도 모를텐데요.”


“저 하나 살자고 다른 이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보단, 그러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보면 볼수록 정말로 선한 인간이었다. 내가 이때까지 본 사람중에서 가장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라고나 할까. 물론 안좋은 의미는 아니고 굉장히 좋은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저도 같이 싸우겠다고 하면요.”


“말리지는 않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마 재현씨도 그것을 원하지 않으시겠죠.”


‘...무섭네 이 사람.’


얼마전까지의 나였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돕겠단 말부터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사실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지금 내 생각은 안젤라의 제안대로 이 수도원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포함되어봤자 절대 그 가면 쓴 남자에겐 대항하 수 없을 거란걸 알고 있기 때문.


또하나의 이유는 나에겐 이 수도원보다 더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그렇고, 지켜야 하는 팀원들이 있는 점도 들 수 있었다. 안젤라가 나를 살려준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와 별개로 사람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존재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원망같은 건 하지 않을테니 걱정말고 빠져나가세요. 어차피 우린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구요.”


“....감사합니다.”


긴 말은 하지 않았다. 난 여러 의미에서의 감사함을 한번에 담아서 안젤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뒤 그녀를 뒤로 했다. 다시 한번 뒤를 흘겨봤을 때에는 이미 안젤라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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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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