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424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30 01:41
조회
177
추천
2
글자
12쪽

080. 남자의 로망

DUMMY

“으아....피곤하네.”


홍대에서 한세진과 저녁을 먹고 온 다음날. 오랜만에 논 것에 대한 후유증인지 일어나는 것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다.

의식을 차린지는 벌써 30분 정도가 지난 것 같은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계속 뒹굴거리게 되었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지.”


마냥 이렇게 누워있을 수도 없다. 슬슬 일어나서 오늘 하루를 보낼 준비를 해야했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기본적으로 업무는 쉴 수 있다. 내가 맡은 세크매트 수색 작업 또한 주말에는 의무가 아니라 당사자의 자율에 맡긴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다. 만약 세크매트 발견 소식이 들려오거나 지원 요청이 들려온다면 얄짤 없이 나가야 한다는 추가 사항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그 날이네.”


간단하게 아침을 준비하면서 캘린더 앱을 통해 날짜를 확인한 나는 오늘 메모해둔 글자에 주목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부터 했던 생각. 내 차를 뽑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자동차 매장에 간 나는 조금 고민을 하긴 했지만 고민 끝에 차 한 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자동차가 출고되는데까지 한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기다려졌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로 다가온 것이다.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가 출고 완료되었다는 확인 문자와 함께 오기전에 초기 계약을 할 때 적었던 주소에서 변경되지는 않았는지 최종 확인을 거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애초에 이 집에 살지 않았으면 차보단 집을 더 먼저 살 생각을 했겠지.”

최종 도착지를 확인하는 문자를 보내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딜러분이 알겠다는 확인 답장과 함께 도착하면 연락을 해주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동안 아침을 먹고 있으면 되겠구만.”


아침은 어제 집에 들어오는 길에 사두었던 식빵을 집어서 토스트기에 집어넣어 계란과 햄을 후라이펜에 구워서 안에 넣은 간단한 토스트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원래는 하나만 만드려고 했었는데 계란과 햄이 조금 남아서 그냥 하나를 더 만들었다. 아침 치고는 조금 과한 감도 있었지만 조금 든든하게 먹는다는 느낌으로 그냥 먹기로 했다.


“그나저나 의외였네. 설마 한세진이 협력을 해준다고 할 줄이야.”


난 토스트를 한입 베어먹으면서 어제 밥을 먹으면서 했던 한세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


“헤에. 그래도 완전히 바보들은 아니었나보네. 지금이라도 행동을 하려고 하는걸 보니 말이야. 이미 너무 늦어버린 감도 있지만.”


한세진은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상추와 함께 싸먹으면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가게 자체가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시끌벅적 했기 때문에 그럴 일은 별로 없었지만, 혹시나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갈까봐 일부러 작게 말하는 것이 꽤나 힘겨웠다.


“그 미치광이를 누가 말릴 수 있겠어. 인정하긴 싫지만 나도 그 녀석을 상대하라 그러면 못할 거 같거든.”


큼지막한 쌈을 꼭꼭 씹어삼킨 한세진은 상추에서 손으로 넘어간 물기를 툭툭 털어내며 감상을 늘어놓았다.


“혹시 너는 세크매트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거야?”


예전에는 그냥 한세진이 연쇄살인마라는 세크매트의 명성을 듣고 두려워하는건가 싶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이유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 다른 접점이라도 있는걸까?


“알고 있는게 있다고 할까. 한번 본 적이 있어. 그 녀석을 말이야.”


“뭐?”


한세진처럼 커다란 쌈을 하나 만들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집어넣으려던 나는 황당한 말에 그 행동을 멈추고 한세진을 쳐다봤다.


“뭘 그렇게 쳐다봐. 얼른 먹기나 하지.”


“아니...”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그 악명높은 살인마를 직접 만나고 왔다는데 지금 밥이 입으로 넘어가겠나?


“어떻게 그 녀석을 만나고 살아있을 수 있는건데? 도망이라도 친거야?”


단순히 내가 세크매트를 잡아야 해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것보단, 정말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궁금함과 걱정이 앞서서 한 말이었다.

한세진도 다행히 그걸 알아준건지 별로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고 말을 이었다.


“사실 봤다고 하기도 조금 애매하긴 해. 골목길이었나? 그날따라 잠깐 바깥을 걷고 싶어서 걷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골목길에서 인적이 느껴지더라고. 그리고 비명소리랑 다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그 골목안에서부터 누군가가 걸어나왔어. 회색의 후드를 얼굴을 가릴 정도로 푹 눌러쓰고 있었는데 조금 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경계하고 있었는데 그냥 나를 무시하고 지나갔어.”


“신고라도 하지 그랬어.”


“내가 미쳤다고 신고를 해? 경찰하고 내가 엮여서 좋을게 뭐가 있다고.”


“뭐 익명으로 할 수도 있고 방법은 여러 가지잖아.”


“····따져보면 그렇긴 하겠지만 어차피 신고를 해도 그 녀석을 잡을 방법은 없었을거야. 한번 내가 작정하고 뒤쫓아볼까도 했는데 곧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거든. 마치 귀신에 홀린 것 마냥 말이야.”


한세진은 네일아트가 되어있는 예쁜 손톱이 두드러지는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바득 이를 갈더니 갑자기 잔에 담겨있는 물을 끊지도 않고 한번에 넘겨버렸다.


“어차피 나도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살고 있으니 그 녀석을 뭐라 할 처지는 못되는거잖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뭐라 딱히 해줄 말은 없었다. 장황하게 말해봤자 괜히 동정을 해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한세진의 과거가 어쨌건 간에 지금도 그 조직에 몸 담아서 불법적인 일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친구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옳지 않은 일을 옳다고 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너는 그 망할 살인마보단 훨씬 낫지. 그건 확실해.”


간혹 사람들은 죄에는 경중이 없다고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빵 하나를 훔친 사람과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인 사람이 같은 취급을 받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 형량이란게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게 기운없이 있으니까 전혀 한세진 같지 않잖아. 좀 더 팍팍 먹어.”


난 자칫하면 탈 수도 있었을 고기들을 한세진이 앞에 있는 접시에 조금씩 담아주면서 말했다.

한세진은 그런 나를 보면서 조금 어이가 없어졌는지 피식 웃더니 고기들을 집어서 양념이 잘되어있는 파채와 함께 폭풍흡입하기 시작했다.


“그 세크매트 잡는다는거. 도와줄게.”


“그래. 고마···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기에 나는 무심코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그대로 입 밖으로 뿜을 뻔했다.

재빠르게 진정한 덕에 그런 참사가 벌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놀라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도와준다고? 어떻게?”


“여러가지로? 우리 애들을 쓰고 싶으면 써도 되고. 정보를 구해달라고 하면 구해줄게.”


“한세진. 너 어디 아파?”


절대로 이렇게 호의를 베풀만한 애가 아닌데. 분명 또다른 목적이...


꽈당!


갑작스레 맵디 매운 꿀밤이 날아들었다. 분명 한세진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아프게 때릴 수 있다니.

그새 능력이 더 쎄졌나?


“그냥 도와준다는데도 뭐래. 싫으면 말던가.”


내가 한세진의 호의를 의심하자 한세진은 됐다는 듯이 그대로 제안을 철회하려 했다.


“아니. 그렇게 해주면 나야 좋지만. 힘들지 귀찮지 않겠어?”


“귀찮다면 귀찮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로서도 그런 살인마가 활개치고 다니는건 별로 좋지 않고. 거래 자체도 막혀버렸으니까. 나로서도 필요한 일이거든.”


의외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한세진 정도 되는 인물이 도와준다는 말을 하니 마음 한편으로는 아주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심해. 모자를 푹 눌러쓴 그 녀석의 얼굴에서 잠깐 눈동자를 봤었는데···절대로 평범한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어. 애초에 사람을 그렇게 거리낌없이 죽이는 녀석이 평범한 녀석일리도 없지만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란게 없는 것처럼 보였어.”


“그래. 그럴 것 같아.”


따뜻한 고기와 함께 공깃밥 하나를 시켜먹으면서 나는 막막했던 세크매트 수색 작업이 조금 원활해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에. 앞으로 내가 연락하면 잘 받아야 돼. 번호도 등록해놔.”


한세진은 자신의 폰을 나에게 내밀었다. 아마도 번호를 입력하라는 것이다 싶어서 곧바로 바뀐 내 핸드폰의 번호를 입력했다.

번호를 다 입력하기가 무섭게 핸드폰을 잽싸게 채간 한세진은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러서 나에게 전화가 오게 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알았지?”


내 핸드폰에는 잊고 있었던 한세진의 핸드폰 번호가 찍혀있었다. 가족정도 빼고는 핸드폰 번호를 외우지 않는 나였지만 오늘 본 한세진의 핸드폰 번호는 어쩐지 새롭게 외울 수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그랬더랬지.”


아침밥을 다 먹고서 간단하게 설거지를 하며 난 다시 핸드폰을 확인해봤다.

핸드폰에는 어제자로 찍힌 한세진의 핸드폰 번호가 찍혀있었다. 아직 내가 주소록에 제대로 저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이 아니라 그냥 번호만 떠 있었다.


한세진의 이름 석자 그대로 저장한 다음 잠시 설거지를 끝낸 나는 잠시 거실에 앉아있는 소파에 몸을 눕혔다.


그러자 정말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남재현씨 되십니까? 말씀해주셨던 도착 장소의 주차장으로 현재 왔습니다만, 나와주시겠나요?”


“아. 금방 나갈게요.”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온 자동차 딜러의 전화를 끊으며 난 급하게 옷을 챙겨입었다.

집 앞에 바로 나가는 거라서 그냥 완전 가볍게 입을까 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만나는 거라서 조금은 신경써야 할까 싶어 손에 잡히는대로 거울에 맞춰보고 무난한 룩을 완성해 밖으로 나섰다.


“아. 여기입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간 나를 자동차 딜러분이 알아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셨다.


“차에 대한 설명은 1차적으로 계약하실때도 한번 들으셨던 것 같은데. 한번 더 해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처음 사는 차라서 나름 심사숙고하면서 샀지만 사실 차에 대한 여러 부가적인 기능들을 말해도 나는 잘 몰랐다. 그저 차에 탔을 때의 시승감과 외관,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차의 가격과 연비 정도만을 고려해서 구매를 했던 것 같다.

그때 차를 사고 돌아올때는 솔직히 내심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이렇게 눈앞에 두고 보니 굉장히 만족감이 들었다.

남자의 로망중 하나를 자동차라고 하는 이유를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최종 계약서에 사인해주시겠습니까?”


자동차 딜러는 들고 있는 밝은 갈색의 봉투에서 흰 서류들을 꺼내서 다른 손에 있는 파일철에 끼워 내가 보고 사인하기 편하도록 들어주었다.

평생 무언가를 사면서 이렇게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 그것을 실감하는 것 같았다.


“계약 완료되셨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시면 저희쪽 매장으로 문의 주시면 빠르게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종적으로 계약을 완료한 딜러는 서류를 챙겨들고 주차장을 떠났다.


”좋아. 이제 나는 주말을 만끽하러 가볼까.“


집에서 편안하게 쉴 생각이었던 나는 주차장에서 위쪽으로 올라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불안한 진동이 내 주머니에서 울려대기 시작했다.


”편한 주말 보내기는 글렀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자 수난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작품의 연중은 없습니다 +6 20.11.06 515 0 -
공지 짤막한 캐릭터 이미지(스포주의) 20.10.31 799 0 -
공지 표지 원본 20.10.26 498 0 -
92 090. 마지막. 그리고.... +2 21.01.09 233 3 16쪽
91 089. 의외의 조합 +1 21.01.08 155 1 11쪽
90 088. 믿기지 않는 정보 +1 21.01.07 157 2 11쪽
89 087. 걸려든 함정 +1 21.01.06 159 2 12쪽
88 086. 총소집 +1 21.01.05 159 2 11쪽
87 085. 다 됐는데 +1 21.01.04 154 2 11쪽
86 084. 이젠 안 당해 +1 21.01.03 183 2 11쪽
85 083. 과열되는 살인행각 +1 21.01.02 152 2 12쪽
84 082. 위험한 사건 +1 21.01.01 173 2 11쪽
83 081. 이것이 권력의 힘? +1 20.12.31 167 2 11쪽
» 080. 남자의 로망 +1 20.12.30 178 2 12쪽
81 079. 이목을 끄는 사람 +1 20.12.29 175 2 12쪽
80 078. 오랜만이네 +1 20.12.28 216 2 11쪽
79 077. 비밀리에 내려진 공문 +1 20.12.27 192 2 11쪽
78 076.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1 20.12.26 173 2 12쪽
77 075. 최후(2) +1 20.12.24 237 1 12쪽
76 074. 최후 +1 20.12.23 200 2 13쪽
75 073. 디미타르 바벨(3) +1 20.12.22 175 2 12쪽
74 072. 디미타르 바벨(2) +1 20.12.21 186 2 11쪽
73 071. 디미타르 바벨 +1 20.12.20 181 2 11쪽
72 070. 드디어 만난 그 녀석 +1 20.12.19 191 2 11쪽
71 069. 이젠 하다하다... +1 20.12.18 190 1 12쪽
70 068. 전초전 +1 20.12.17 226 1 12쪽
69 067. 고위 인사(3) +1 20.12.16 196 2 12쪽
68 066. 고위 인사(2) +1 20.12.15 255 3 11쪽
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4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9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