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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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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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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16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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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79. 이목을 끄는 사람

DUMMY

-세크매트에 대해서 알아본다는게 뭔 소리야. 무슨 일이라도 받았어?


“아니. 그냥 요새 하도 떠들썩하니까 그냥 뭐라도 알아봐야겠다 싶은거지.”


일단은 급한대로 둘러대었지만 과연 이런걸로 속여넘길 수 있을까 싶었다.


-너 제대로 말 안해?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어디서 그런 허접한 말을 하고 있어.


역시 안속나. 한세진은 생각보다 단순한 면이 있어서 잘만하면 속아줄수도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별거 없어. 요새 그 녀석이 하도 활개치고 다니니까 슬슬 잡으려고 각 좀 재고 있는거지. 나도 그 작전에 투입된거고.”


조금 장황하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찌됐든 간에 내가 세크매트를 잡는 작전에 포함되었다는 말을 들려준건 틀림없으니까.


-헤에. 그렇단 말이지. 과연 너가 그 무지막지한 살인마를 마주치면 어떻게 행동할지가 궁금하네.


“나도 이제 마냥 약하진 않아. 내 몸 하나 정도는 스스로 간수할 수 있다고.”


절대로 자만할 생각은 없지만, 이제 내가 적어도 각성자들간의 전투에 있어서 1인분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이건 그 디미타르 자식에게 그래도 내가 감사해야 하는 일이었다.


-퍽이나 그러시겠네. 됐고, 한번 만날래?


“어?”


-어차피 조사하러 다니는거면 사무실에 있지도 않을거고. 나도 요새 일이 없으니까 사람 만날 일이 없어서 좀 처지는 느낌이거든. 싫으면 말고.


강요하진 않았다. 이것이 한세진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뭣하면 내가 있는 곳으로 억지로 찾아온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그녀 나름대로 내 의사도 최대한 존중해줄 의사를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오늘 하루 계속 쫙 돌아본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게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이미 꽤 둘러보기도 했으니까.’


무작정 이 주변 일대를 둘러본지 벌써 5시간 가까이 되었다. 솔직히 이 이상 둘러보는건 시간낭비라고 여기고 있었던 찰나여서 한세진의 제안을 구태여 거절할 이유도 그다지 없었다.


“그래서. 어디서 만날건데?”


만나는 건 좋지만 만날 장소는 중요하다. 혹시라도 너무 먼 장소를 요구하면 귀찮으니 그냥 거부할 마음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음···홍대로 나올래?


“홍대?”


왜 하필 골라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놀 곳을 고르는거야. 가본 적도 별로 없는데.

그래도 편한 점이라면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을 보아하니 만나서 저녁을 먹으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홍대로 가지 뭐. 정확한 장소는?”


-가면 일단 9번 출구로 나와. 내가 도착하면 문자를 줄테니까 나보다 먼저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어.

“그래.”


그렇게 오늘은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던 사람과의 재만남이 성사가 되었다.


#


홍대역 9번 출구. 출구로 들락날락거리는 인파가 너무나 많아서 저절로 사람간에 부대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혼잡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주로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약간 옆으로 비켜나와서 자리를 잡은 뒤에 한세진이 미리 와 있나 주변을 살폈지만 한세진은 보이지 않았다.


‘한세진은 찾기 쉬워서 편하단 말이지.’


주변의 이목을 사로잡는 외모로 인해 한세진은 어디를 가든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특히나 홍대같이 여러 사람들이 한번에 모이는 이곳에선 한세진이 왔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한번에 전부 그쪽으로 쏠릴 수도 있었다.


“그럼 조금 기다리고 있을까.”


“기다리긴 왜 기다려.”


“어?”


나의 등 뒤에서 톡톡 치는 부드러운 느낌과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에 놀란 나는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한세진이 서 있었다.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한세진 맞아?”


“그새 사람 하나 못알아볼 정도로 눈이 퇴화됐어?”


“아니...”


검은색 후드부터 시작해서 온몸을 검은색으로 깔맞춤 한 다음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썬글라스까지 하고 있으니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아봐. 내가 무슨 신내림 받은 무당이야?


“이러면 좀 알아보겠어?”


한세진은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벗어내리고 모자를 벗은 다음에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래. 이제야 제대로 알아보겠네. 얼굴이 흉한 것도 아닌데 왜 가리고 다니는거야 도대체?


“이런 곳에 맨 얼굴로 오면 너무 이목이 끌려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야. 하여간 남자들이란.”


사실 남자들뿐만이 아니고 여자들조차 한세진의 가히 사기라고 부를만한 외모에 혹해서 걸음을 멈추고 외모를 구경했던 광경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했다.


“그 정도로 불편하면 굳이 약속장소를 홍대로 잡을 이유가 있어? 그냥 다른데로 가도 되는데.”


“사람들이 재밌게 놀만한 곳은 어차피 다 똑같으니 이렇게 조금 가려서 인파속에 숨어들자는 느낌이지.”


그렇게 말하고서 한세진은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썬글라스를 착용했다.

확실히 이렇게만 보니 내가 아는 한세진이라는 생각은 안들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이렇게 있어도 쳐다보는 사람들은 꽤 있는거 같은데?”


시선에 꽤나 민감한 나는 알 수 있었다. 지나가다 말고 나와 한세진이 있는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 어째서지?”


“그야···”


나름대로 가리긴 가렸지만 오히려 이런 곳에서 썬글라스를 써서 이목을 끈다는 것이 첫째. 그리고 한세진이 입은 검은색의 스키니진은 비율이 좋고 쭉 뻗은 한세진의 다리 라인을 여감없이 드러내어 남자들의 혹한 시선을 받기에 아주 일품인 차림이었다.

얼굴을 가린 전략은 훌륭했지만 다른 곳을 가리지 못한 폐해라고나 할까.


“이, 일단 빨리 다른 곳으로 가자!”


더 시간을 끌면 사람들이 더 모여들 것을 예견한건지 한세진은 내 손을 잡아끌고 곧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뜬금없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세진과 별로 다른 모습이 아니어서 안심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한세진이 내 손을 무작정 잡아끌고 온 곳은 밥집이 아니라 조금 특이한 곳이었다.


“룸카페?”


“방 하나를 잡아서 그곳에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곳이래.”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나랑 둘이 들어가도 괜찮아?”


룸카페를 별로 가본 적은 없다. 마지막으로 갔던 때가 군대 막 전역하고 나서 친구들하고 한번 놀 때였나.

룸카페란게 말 그대로 방 하나에 모여서 노는거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좋다는 단점은 있지만 남녀가 둘이서 가는 경우는 모처럼 잘 없다. 커플 사이끼린 자주 간다고 하지만 한세진과 내가 커플 사이는 아닌데.


“별로 난 상관없는데. 싫어?”


“싫다기보단···아니다.”


애초에 상대쪽에선 아무런 의식도 하지 않고 있는데 내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더 바보같이 느껴졌다.

PC방 같은 곳보단 차라리 룸카페가 더 나을지도 모르고.

밥은 룸카페에서 조금 놀다가 먹으러 가도 괜찮겠지.


“괜찮은거지? 그럼 들어가자.”


다시 한세진의 손에 이끌려서 룸카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누가 이 애를 뒷조직을 이끄는 보스라고 생각할까.


“두 분이신가요?”


룸카페의 카운터를 보고 있는 직원이 우리 둘을 보고 친절하게 인원수를 물었다.


“두···두····”


한세진은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말을 떨었다. 들어오기 전까진 그렇게 당당하더니 왜 이러는거야?


“두 명 맞아요.”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세진 대신에 내가 대답했다.


“네. 1인당 8000원해서 16000원 결제 해드릴게요. 카드로 하시나요?”


“카드로 할게요.”


계산할 타이밍이 되니 어느새 정신을 차린 한세진이 자신의 카드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계산이라도 자신이 해야되는 책임감이라도 있던건지 행동이 무척이나 재빨랐다.


“네. 시간은 무제한이시지만 대기 손님 있으면 퇴실 요청 드릴수도 있으니 알아주시구요. 과자나 팝콘 같은 것들은 셀프로 드실 수 있고 컵라면과 아이스크림은 1인에 1개씩 무료로 드실 수 있어요. 보드게임은 분실 위험이 있어서 하고 싶으시면 데스크에 둘 중 한분의 신분증을 맡겨주시면 이용가능하세요.”


“알겠습니다.”


난 망설임 없이 내 신분증을 내밀었다. 한세진이 지명수배중인 것도 아니니 신분증을 낸다고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에게 신분증을 내미는게 거부감이 들수도 있으리라. 아예 신분증을 안들고 왔을수도 있고.


“네. 보드게임은 저쪽 선반에 비치되어 있으니까 가져가서 즐겨주시면 되세요.”


모든 설명을 끝마친 직원은 우리에게 보드게임이 올려진 선반의 위치를 손으로 가리켜서 알려준 후 의자에 풀썩 앉았다.


“보드게임 할래?”


“둘이서 보드게임은 조금 그렇고 영화나 보자.”


보드게임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둘이서 하는 건 별로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영화나 한편 보는 편이 더 재밌을 것 같다.


“그래. 그러면 들어가자.”


우리가 배정받은 방의 열쇠를 가지고 가서 방으로 들어갔다. 두 명이기 때문에 방의 넓이는 그다지 넓지 않았다.

딱 나와 한세진이 자리를 잡아서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영화는 보고 싶은걸로 고르고 있어. 난 팝콘이랑 과자 좀 집어올게.”


한세진에게 영화의 선택권을 일임한 뒤에 난 방 밖으로 나와서 쟁반에 팝콘과 과자를 담았다.


“음료수가 빠지면 섭하겠지.”


이것들만 먹으면 목이 텁텁할 것 같아서 마실 것은 카운터에서 추가로 구매해사 담은 뒤에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영화 골라놨어. 이걸로 괜찮아?”


한세진이 이번에 고른 것은 액션 코믹 영화였다. 굉장히 무난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난 고개를 끄덕이며 한세진의 바로 옆에 앉았다.


‘의식을 안하기가 힘드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바로 옆에 붙어앉아있다보니 완전히 의식을 안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서 한세진과 나 둘다 영화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레 익숙해졌다.


나름 긴 시간의 영화가 끝나고 모니터엔 다시 바탕 화면이 보였다.


한세진은 어느새 미약하고 일정한 숨소리를 내면서 내 어깨를 베게 삼아 잠을 자고 있었다.

언제부터 잔거야?


“이만 일어나. 밥이나 먹으러 가자.”


팝콘이나 과자는 진짜 딱 입가심만 할 정도로 조금 가져왔기 때문에 배를 채우진 못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배가 고프겠지.


“으으음···”


한세진은 잠이 조금 덜깬 목소리로 눈을 비볐다. 그리고 내가 커다란 곰인형처럼 보이는 듯 내 품에 그대로 와락 안겨들었다.

솔직히 나쁜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남자로서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한세진과 그런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난 어떻게든 한세진을 깨워서 밥집으로 향했다.


저녁메뉴로 발탁된 것은 삼겹살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음식을 시킨 한세진의 눈은 아까까지 그렇게 잠꼬대를 부린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 똘망한 눈빛이었다.

“그러면 이야기해봐. 그 세크매트를 잡는 작전이란 것에 대해서.”


“····”


놀려고 왔다더니 역시 이걸 듣고 싶은 마음도 있던건가. 내심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느라 까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바로 화재를 꺼내니 다시 상기된다.


“그래. 밥이나 먹으면서 천천히 하자.”


어차피 오늘은 술을 먹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나 천천히 하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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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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