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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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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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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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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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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5. 최후(2)

DUMMY

파지직! 내가 내뻗은 칼이 미처 디미타르에게 닿기 전에 허공에서 생겨난 매서운 뇌전이 디미타르를 강타했다.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 디미타르가 제자리에서 쓰러질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헉...헉. 괜찮아요 오빠?”


전격을 쏘아댄 주인공은 역시 아야카였다. 디미타르가 나를 조종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있었기 때문에 아야카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이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에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갔다.


제아무리 디미타르라고 해도 저 정도의 전격을 수차례 말고 멀쩡한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응. 덕분에 괜찮은 것 같아. 고마워.”


아야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서 난 디미타르에 의해 억지로 집어들었던 칼을 이미 기절한 상태인 디미타르의 머리맡에 올려두었다.


디미타르를 죽이고 싶었던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죽이는 것은 원치 않았다.


이미 놀이공원에서 분노에 미쳐 살인마들을 무수히 죽였으니 살인이 무섭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디미타르를 죽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듯 했다.


“이만 가자.”


의식을 잃은 디미타르에게는 더 이상 볼일 같은 건 없었다. 이젠 이곳을 빠져나가서 연합의 다른 팀들과 합류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야. 이 골치덩이를 이렇게 무력화시켜주다니. 정말이지 좋은 녀석들이네.”


“누구냐!”


크라임이 이 방을 나간 뒤로 이 방에 남아있던건 나와 애들, 그리고 디미타르 정도밖에 없었다.

문은 카드키로만 열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다른 출입구 같은 것도 없으니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난 관찰자. 우리들의 목적을 계속 방해하는 눈엣가시같은 이 녀석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 이쪽 세계 인간치고 능력도 너무 강화됐고 머리도 너무 비상해서 굉장히 견제하고 있던 녀석이었는데, 다행히 이런 바보같은 짓을 벌여서 스스로 자멸을 했지. 지금 생각해도 전혀 이해가 안된다니까.”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디미타르의 신체 위로 검은색 망토로 온몸을 가리고 있는 의문의 인물이 주절주절 말을 내뱉고 있었다.


“흐응. 이런 걸로 죽으려고 했구나. 안돼지 안돼. 네가 지금까지 우리들을 방해한 걸 생각하면 절대 이렇게 편하게 죽게 둘 수는 없지.”


스륵. 검은 망토는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디미타르를 자신의 어깨에 둘러메었다.


“멈춰!”


이세계인이라는 말을 믿는 것은 나중 문제였다. 이대로 저자가 디미타르를 데려가는 것은 막아야만 할 것 같았다.


“어이쿠. 괜찮겠어? 함부로 움직이면 저 애들의 목이 달아날거야.”


내가 가까이에 다가서서 검은 망토의 인물을 막아서려 하자 맹화와 맹연의 목숨을 담보로 나를 협박했다.


저게 진심일지, 그냥 허세일지는 몰랐다. 다만, 디미타르가 이세계인들에 대해서 수없이 늘어놓았던 말들과 내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애들이 다칠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를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얼씨구나. 진짜로 안움직이네. 호구도 이런 호구가 다 없어요.”


“뭐?”


저 녀석이 그저 나를 놀렸을 뿐이라는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난 조금 늦었지만 최대한 몸을 가속해서 녀석에게 따라붙으려고 했다.


“이미 늦었어. 어차피 나중에 만날 기회가 있을거야. 그때 보자구.”


까악! 까악!


검은색의 망토가 나와 애들에게로 날아와서 전방의 시야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난 그 망토를 곧바로 옆으로 넘기면서 다시 앞을 바라보았지만 남아있는 것은 불운의 상징이라고 하는 까마귀 2마리뿐이었다.


“망했다.”


그야말로 망했다는 말이 더없이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이 조직의 중추는 누가 뭐래도 디미타르 바벨 본인이었다. 그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크라임도 결국은 디미타르가 하는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에 불과했고, 조직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이곳의 모든 권한은 디미타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가 사라진 지금 이 조직은 힘을 잃을 것이 자명했지만 가장 잡아야 할 인물을 눈앞에서 놓쳐버린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괜찮아요 형. 저런 사람이 갑자기 등장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잖아요. 그것보다 우선 여기서 나가요.”


디미타르라는 거물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잠겨있는 나를 맹화가 다가와서 위로해줬다.

정말 보면 볼수록 어린아이 같지 않은 의엿함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모두 이곳을 이탈할거야. 아마 바깥에서 이곳 조직원들과 테러리스트들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테니까 조심해서 나가자.”


맹화를 보고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 안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움직이기로 마음 먹었다.


이대로 방을 나서기 전에 난 잠깐동안 이 방안 전체를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혹시라도 더 챙겨갈만한게 있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눈에 들어온 것은 최근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노트북이었다.


‘이건 가져가면 뭔가 쓸모가 있을 것 같은데.’


디미타르 같은 인물이 자신이 사용하는 방에 필요없는 물건을 배치해뒀을 리가 없다. 우리에게 직접 전달해준 연구 자료보다 엄청난게 있을거란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뭔가 도움이 되는 구석은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은 다행히 카드키가 없어도 안에서 열 수 있는 구조였기에 난 애들보다 한발짝 먼저 나가서 복도쪽을 살펴보았다.


바닥과 벽에는 여전히 기계회로가 흐르고 있었지만, 군데군데 깨져있는 바닥 타일과 주변을 순회하고 있던 경비 로봇이 몇 기 부숴져 있는 걸로 봐선 이 건물 안까지 침입해온 전력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곳도 안전하진 않을 것 같아. 최대한 빨리 나가자. 아야카는 뒤쪽에서 누가 오진 않나 감시해주고 맹화랑 맹연은 다른 팀들과 최대한 빠르게 연락을 취해줘.”


내 지시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난 최대한 주변을 경계하면서 왔던 길의 기억을 더듬어서 조용히 이 건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멀리서 사람들끼리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격렬한 목소리들이 들려왔지만 최대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 저 싸움에 휘말려서 좋을 것이 전혀 없었다.

“입구다!”


다행히 전투에는 한번도 휘말리지 않고 우리가 이 건물을 들어왔었던 입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디를 가시나.”


촤악!


날카로운 칼날이 내 얼굴을 가볍게 스쳐지나가고 가벼운 자상을 입혔다. 난 상처가 난 부분을 스윽 문대며 뺨을 타고 흐르는 피를 확인했다.


“제럴드 캐니언.”


“그 짧은 사이에 내 정보라도 조사했나보군. 잘 지냈나?”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의 테러리스트 대장. 크라임이 이를 갈면서 나가길래 이 자와 일기토를 벌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째서 이 자식이 여기에 있는걸까.


“다행히 그 녀석들이 목적은 잘 완수한 모양이군. 너희들이 급하게 꽁무니를 빼고 있는걸 보아하니 말이야.”


“너도 한패냐?”


이렇게 이 녀석을 맞닥뜨리고 나니 아까 디미타르가 했던 말이 다시금 생각났다. 제럴드가 이세계인들과 한패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군. 그리고 그런게 상관이 있나? 어차피 너흰 모두 여기서 죽을텐데.”


제럴드는 이전에 박성태를 압도할 때 사용했던 곡도롤 품에서 꺼내며 광소를 지어보였다.

우리를 처리하는 것도 이세계인들의 명령에 들어가는건지, 이전에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한 것에 대한 원한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건지는 모르지만 곱게 보내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혹시 몰라서 챙겨두길 잘했네.’


디미타르가 나를 이용해서 자신의 목을 긋는데 사용하려 했던 작은 단검. 싸울 일이 있을지도 몰라서 들고 와봤는데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맨손으로 싸우는 것이 더 편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내가 여러번 싸우면서 든 생각이었다.


“와라!”


하는 짓은 치졸하기 그지 없는 주제에 싸울 때는 혼자서 전쟁 영웅인 것 마냥 설치는 꼴이 굉장히 마음에 안들었다.


난 제럴드의 팔을 완전히 못쓰게 만들 생각으로 왼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느리다?’


제럴드와 내가 움직이기 시작한 타이밍은 비슷했다.

그리고 제럴드의 움직임은 공항에서 봤을 때 신체를 가속한 나의 속도를 살짝 더 웃돌 정도로 빠른 수준에 반사신경도 발군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모습은 무언가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모든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동안 나만 혼자 신체 가속을 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푸슉!


“으아아아악!”


야심찬 표정으로 곡도를 쥐고 있던 제럴드의 입에서 큼지막한 비명이 쏟아져나왔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내가 박아넣은 단검이 그가 곡도를 쥐고 있던 왼쪽 손등을 관통하며 손바닥까지 튀어나와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할...무슨 수작을 부린거냐!”


“수작이라니...난 아무것도.”


난 그냥 내 눈에 보이는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제럴드는 이전에 비해 엄청 느렸고, 난 평소대로였다.


“죽여버리겠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왼손대신 이번엔 오른손으로 곡도를 들고 다시 나에게로 달려드는 제럴드.

잠깐의 실수였나 했지만 아니었다. 제럴드는 공항때와 비교해서 내 시야에 마치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는 것처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 난 그의 오른쪽으로 돌아가 어깨와 팔 부분을 잡고 반항할 새도 없이 꺾어버렸아!


“크아아악!”


“시끄러워 이 새끼야.”


파각! 왼손은 칼에 찔려 쓸 수 없는 상태에 오른손마저 완전하게 꺾여버린 고통은 특수부대원인 제럴드라고 해도 비명없인 견딜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딴 녀석에게 자비같은 걸 베풀어줄 내가 아니었기에 조용히 하라며 얼굴을 그대로 발로 걷어차버렸다.


“크윽...흐큭...”


소리를 너무 질러 목이 조금 아픈건지 고통에 찬 울음기가 섞인 신음만 이따금씩 내뱉는 제럴드.

난 이미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제럴드가 애용하는 곡도를 집어들었다.


날이 매우 날카로워 상대방의 목에 걸친 채로 그대로 당긴다면 마치 단두대처럼 쑤욱 잘릴 정도로 예리해보였다.


‘이 녀석은 이제껏 이 칼로 몇 명이나 죽여왔을까.’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의 잘난 사람이 어쩌다 이딴 꼴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동정해줄 생각은 1도 없었지만 이런 꼴로 누워있으니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 녀석을 정면으로 상대해서 이길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말이다.


잠깐 뒤를 돌아보니 애들은 말도 안되는 광경을 본 것처럼 휘둥그레한 눈빛으로 나와 쓰러진 제럴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안그러면 목을 그어버릴거니까. 너는 이세계인들하고 한패야?”


“병신...그냥 죽여 이 새끼야.”


그렇게 큰 고통을 느꼈음에도 제럴드는 이미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고통에 몸을 바르르 떨면서도 그 특유의 눈빛만은 여전히 나를 조롱하면서 죽일테면 죽여보라고 하고 있었다.


“그 바보는 내가 맡겠다. 너희는 서둘러 이곳을 나가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디미타르의 오른팔이었던 크라임. 꽤나 격렬한 싸움을 했던건지, 얼굴을 가려주는 유리 부분이 조금 깨져 그 사이로 샤프한 느낌의 눈빛이 드러났다.


“박사님이 납치당하신 것은 확인했다. 그 이세계인들이 박사님을 곧바로 죽이시진 않을테지. 이동수단은 부하들에게 말해뒀으니 그냥 나가기만 하면 된다.”


크라임은 나와 애들에게 아무런 미련도 없어보이는 눈치였다.

사실 이정도의 힘이라면 내심 크라임과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싸우지 않을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좋게 생각하는게 좋겠지.


긴 말은 하지 않았다. 난 곡도를 저 먼 곳으로 던져버리고 크라임에게 이 녀석을 인도한 뒤에 건물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크라임의 말대로 그의 명령을 듣고 대기하고 있던 부하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린 이 난장판 같은 섬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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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082. 위험한 사건 +1 21.01.01 171 2 11쪽
83 081. 이것이 권력의 힘? +1 20.12.31 16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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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078. 오랜만이네 +1 20.12.28 214 2 11쪽
79 077. 비밀리에 내려진 공문 +1 20.12.27 191 2 11쪽
78 076.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1 20.12.26 172 2 12쪽
» 075. 최후(2) +1 20.12.24 235 1 12쪽
76 074. 최후 +1 20.12.23 199 2 13쪽
75 073. 디미타르 바벨(3) +1 20.12.22 173 2 12쪽
74 072. 디미타르 바벨(2) +1 20.12.21 184 2 11쪽
73 071. 디미타르 바벨 +1 20.12.20 178 2 11쪽
72 070. 드디어 만난 그 녀석 +1 20.12.19 189 2 11쪽
71 069. 이젠 하다하다... +1 20.12.18 189 1 12쪽
70 068. 전초전 +1 20.12.17 225 1 12쪽
69 067. 고위 인사(3) +1 20.12.16 195 2 12쪽
68 066. 고위 인사(2) +1 20.12.15 254 3 11쪽
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3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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