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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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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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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19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1.01.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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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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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085. 다 됐는데

DUMMY

“너. 설마하니 능력이 2개야?”


세크매트가 쓰러진 바닥에서 다시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물었다.


“글세. 잘 모르겠는데.”


나도 어떻게 된 경위인지는 잘 몰랐다. 그때 디미타르가 나한테 먹게 했던 그 약물로 인해 무언가 크게 바뀌었다고 짐작했을 뿐이다.


“이거 재밌는 새끼네. 처음 능력을 얻을 때부터 2개인 녀석은 봤어도 후천적으로 2개가 돼? 그것도 내가 무슨 능력인지도 모르겠는걸로다가?”


“무슨 능력인지 몰라? 그러면 깨닫게 해줄게.”


난 다시 한번 오른팔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이미 한번 나에게 유효타를 맞은 세크매트는 나를 견제하면서 최대한 몸을 뒤로 후퇴시켰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내가 노리는 것은 직접적인 타격이 아니었으니까.


“뭐야. 별 거 없잖- 커헉!”


잠시동안 나를 경계하던 세크매트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경계심을 풀고 다시 칼부림을 일으키려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게 아니다.


세크매트 본인이 자각하는게 굉장히 늦었을 뿐이다.


“이 개새끼...무슨 짓을...한거...”


용서를 구하는 사람처럼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진 세크매트는 고통에 차서 두 눈을 뜨지도 못한 채 한쪽 눈만 번뜩 뜨고서 나를 노려보았다.


그 자체도 굉장히 힘든 것인지 손을 떨고 다리를 바닥에 부딪히는 둥 미세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꼴이 굉장히 웃겼다.


“나도 아직 이 능력을 확실히 모르겠는데.”


구태여 세크매트에게 능력에 대해서 말해주는 삽질은 하지 않았다.

나도 아직 내 새로운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괜히 말해서 세크매트에게 파훼할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


“하···”


쿠궁!


한숨을 쉬며 그대로 바닥에 완전히 붙어버린 세크매트는 이상한 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부들부들대는 손으로 계속 땅과 말도 안돼는 씨름을 벌이고 있다 싶었던 세크매트의 손이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그대로 쑥 들어갔다.


“그만둬!”


이 이상 세크매트를 방치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세크매트 주변의 공기 농도를 더욱 희미하게 바꿨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포장된 아스팔트가 아래에 있는 지반채로 뽑혀들어서 세크매트의 양손에 들려있었고 세크매트는 그 지반을 아무런 고민도 없이 나에게로 집어던졌다.


귀를 터뜨릴 것 같은 굉음과 함께 골목길의 양 벽을 긁으면서 나에게로 매섭게 날아오는 지반을 보니 순간 몸이 굳었다.


‘죽는다.’


저 지반에 아무런 대비도 없이 충돌했다간 죽는 것은 결정사항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숨을 겨우 몰아쉬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세크매트를 뒤로 하고 미친 듯이 내달렸다.


이쯤되면 멈출때가 되겠다고 생각이 들어도 지반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고 나와 충돌하겠다는 듯이 계속 압도적인 기세로 따라붙고 있었다.

순간적인 신체 가속으로 200미터쯤은 되어보이는 길이를 지반을 피해 도망오자, 지반은 결국 나에게 따라붙지 못하고 바스라진채 막히고야 말았다.


“지금 따라가면···늦었겠지.”


다시금 세크매트가 있었던 장소로 가볼까 했지만 그만두리고 했다.

그 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자리를 떴겠지.


“너. 지금 바로 죽을래?”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대로 골목길을 벗어나려던 나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그게 세크매트라는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뭐야. 뭔가 좀 다른데?’


방금까지 내가 마주했던 세크매트는 굉장한 근육질에 체구도 거대한 우락부락한 남성이었고, 목소리도 굉장히 굵었다.


그런데 지금 나를 붙잡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여자와 같은 미성에, 내 등에 느껴지는 미세한 감촉으로 여성에게만 있는 둔덕이 느껴진다는게 더욱 이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본 나는 엄청난 걸 확인했다.


보라색의 긴 머리카락에 사나운 인상이긴 하지만 남자와는 명백하게 다른 얼굴선.


확실했다. 세크매트는 여자였다.


“고개 안 돌려? 이 새끼가.”


내가 고개를 돌려서 얼굴을 확인하는 행동을 한게 세크매트의 분노를 자극했는지 내 목젖 바로 아래까지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었다.

이미 미세하게 닿은 칼날로 조금씩 생채기가 나기도 했다.


‘세크매트의 능력은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었던건가.’


이제야 설명이 됐다. 세크매트가 그렇게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전혀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세크매트가 계속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면서 도망쳐왔기 때문이었다.


“내 비밀까지 알아냈으니까 더욱 살려보낼 수 없겠네.”


세크매트가 머리를 한번 거세게 털었다.

긴 보라색의 머리카락이 내 볼에 닿으며 나를 간지럽혔다.


머리를 감지 않았을 때 나는 특유의 악취가 코끝을 더럽힌 것은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죽일거면 빨리 죽이던지.”



난 일부러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듯이 기운을 빼고서 말했다.

물론 이것은 한번의 페이크에 불과했다. 세크매트가 나에게 다시 공격을 넣으려고 할 때를 놀려서 이번에는 실수 없이 완전히 제압을 할 시간이었다.


‘내가 세크매트를 상대로 이런 작전을 구상할 수 있을 정도가 되다니.’


이전이었으면 절대로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마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 처음 입사할때의 나였다면 세크매트와 제대로 맞붙은지 5초도 안돼서 완전히 목이 썰렸을 것이다.


“····그냥 꺼져.”


금새 공격 태세로 전환해올 것이라 예상했던 세크매트가 나를 그대로 놓아주었다.

난 당혹스러움에 다시 고개를 돌려보았다.


단순한 검은색 후드티를 걸치고 있을 뿐이었지만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한 체격에 꽤나 곱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얼굴.


잔혹한 살인마라는 인상을 떼어놓고 보면 길가다가 마주칠 수 있는 여느 여자들과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안 가?”


“내가 뭐하러? 어차피 너랑 싸워서 별로 질 것 같지도 않은데.”


물론 지금 내가 한 말은 어찌보면 오만일수도 있었다.

수많은 각성자들을 쓰러뜨리고 살해해온 세크매트가 단순히 힘만 무식하게 쎈게 다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제대로 맞붙으면 지는건 내쪽이 될 수도 있었다.


“넌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을 죽였어. 한국에서는 더 이상 사형이 실시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너같은 놈은 잡아서 죗값을 치러야지. 그래야 죽은 사람들이 안억울해하고 산 사람들이 안심할테니까.”


이미 세크매트는 그 존재자체가 괴물이란 인식이 붙어버렸다.

붙잡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계속 마음 한구석에 공포라는 감정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난 그런 참상을 두고볼 수 없었다.


“···왜 얼마전부터 다 나한테 와서 지랄들인건데. 그 이상한 놈들은 사람들을 더 많이 죽이라고 하질 않나. 이제는 딱 타이밍 좋게 너가 나를 막겠다고?”


“다른 사람이 왔었다고?”


누가 왔었는지 같은 건 묻지 않았다. 이미 예상가는 바가 있었으니까.


‘그 이세계인들이 세크매트를 부추긴거겠지.’


이유는 보나마나 사회적은 혼란을 야기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어차피 넌 그 부탁을 듣기 전에도 잔뜩 사람을 죽여왔잖아. 이제 와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생각같은 건 하지 말라고.”


세크매트라는 살인마가 유명해진건 벌써 1년이란 시간이 넘게 흘렀다.


애초부터 이세계인들이 세크매트라는 존재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풀어놓은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디미타르의 말을 들어봐서 아마 그런 것은 아니라고 추정되었다.


“왜? 사람도 동물들을 죽여서 먹잖아. 사람이 같은 사람을 죽이는게 이상한거야?”


“무슨····”


저것은 흔히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없이 나왔었던 수많은 궤변들의 대표적인 예시였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같은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이미 아주 먼 옛날부터 금지되어 온 일이다.

저딴 말도 안되는 말로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있었다면 진작 이 세상의 질서는 무너졌을 것이다.


“그딴건 됐고. 이제 슬슬 끝내자. 지겨우니까.”


이런 살인마랑 잡담이나 계속 섞고 있을 정도로 난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었다.일순간에 신체를 가속해서 바로 세크매트의 뒤를 점거했다.

조금 당황하는가 싶더니 세크매트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던 나이프를 바닥으로 떨어뜨렸고, 땡그랑 소리가 골목길로 쭉 울려퍼졌다.


‘왜 이렇게 순순하지?’


이상했다. 이미 다시 나한테 돌아와서 내 목숨을 노린 것은 그렇다 치고, 그 뒤에 보이는 행보가 너무나도 미적지근했다.


난 어떻게든 내 목숨을 취하기 위해 미친 듯이 치고 들어오거나, 끊임없이 반항을 해올 줄 알았는데 이제야 이렇게 쉽게 잡혀준다는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 붙잡은 세크매트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땅에 붙게 했다.

그리고 팔이 완전히 꺾이지는 않을 정도로 고통을 느끼게 꺾어보았다.


“아악!”


고통스러워함과 동시에 발작을 일으키는 세크매트. 그러나 역시 무언가 부자연스러웠다.


난 아까 세크매트가 떨어뜨려서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나이프를 그대로 집어들었다.


본인 몸은 제대로 씻지도 않으면서 나이프는 잘 닦는건지 아까 나를 찌를 때와 그 전에 남자를 찌를 때 묻은 피를 빼면 딱히 다른 피가 찌들어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난 그 나이프로 기어서 도망을 가고 있는 세크매트의 손등을 그대로 나이프로 찍어눌렀다.


이번엔 팔을 꺾였을 때보다 좀 더 격정적인 비명을 지르면서 날뛰는 세크매트였지만 난 못 움직이게 한 채 계속해서 손등을 등, 어깨죽지 등을 무수히 나이프로 찔러댔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머리의 중앙 부분에 마치 열쇠 구멍을 한번에 꽃아넣듯이 칼로 쑥 찔렀다.


쑤욱.


파고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완전히 세크매트의 머리통을 꿰뚫었고, 피가 울컥 분출되었다.

하지만, 난 당황하지 않았다.


“역시. 가짜였네.”


피를 내뿜으면서 죽어가는 세크매트의 신체는 비정상적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이 빠진 풍선인형 마냥.


“움직임이 영 이상하더라니···이걸로 시간을 끌고 확실하게 튀려고 했던거군.”


확실히 아까 지반을 피해 도망을 친 직후였다면 내가 신체 가속을 써서 따라가려고 작정했다면 따라붙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크매트는 그런 사소한 가능성마저 남기고 싶지 않아서 이런 수작을 부린 듯 싶었다.


“오빠! 괜찮아요?”


완전히 쪼그라들어 이제는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게 바뀐 풍선인형 옆에 주저앉아 쉬고 있던 내 귓가에 아야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야카의 뒤편으로는 긴장한 모습으로 뒤따라 걸어들어오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마 아야카가 세크매트일수도 있다고 짐작하고 미리 이야기를 한거라 짐작은 됐지만 건장한 경찰관들이 여자 한명의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는 모습이 꽤나 웃기면서도 한심해보였다.


온몸의 긴장이 단번에 풀리는 느낌과 함께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오고 눈이 감겨왔다.


“재현 오빠!”


결국 내 고개는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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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4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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