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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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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1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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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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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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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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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72. 디미타르 바벨(2)

DUMMY

“혹시 애니메이션 좋아하십니까?”


“애니메이션?”


어릴 때야 TV 앞에 앉아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던 기억은 있다. 친구들과 놀고 집에 들어와서 엄마가 밥을 차려주기 전까지 씻지도 않고 TV를 그대로 보고 있으면, 엄마가 어서 씻으라고 호통 쳤던 추억들이 속속히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도 추억이라면 추억이고 나름 재밌었다는 기억들이 나지만, 나이를 점차 먹어가면서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졌다. 추억을 회상하는 용도 정도라면 자주 생각하는 편이긴 했지만 즐겨보거나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는 정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거 같은데.”


“일단 알고 계시다는거군요.”


“알기야 하지. 어릴 때 애니메이션 안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으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인들은 어릴 때부터 책에 빠졌다고 살았다고는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위인을 비교하는게 평범한 사고는 아니니까.


“사실 굳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만화나, 소설등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내용을 설명해드릴거니까요.”


무슨 이상한 말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되지는 않네. 이해나 제대로 할 수 있으면 다행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자주 기용되는 장르가 있습니다. 이세계라는 단어를 혹시 아실지?”


“아. 혹시 이고깽을 말하는건가요?”


이세계라는 말이 나오자 아야카의 입에서 이고깽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이건 또 무슨 뜻이지?


“이고깽이 뭐야?”


“일본에서 출판되는 이세계물 라이트노벨의 주인공들 대부분이 고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게 판을 치고 다녀서 붙여진 은어에요.”


“아.”


라이트노벨을 직접 봐본 적은 없지만 그런 단어를 몇 번 들어본 적은 있었다. 학교를 다녔을 땐 친구가 한번 읽어보라고 권유한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읽지는 않았다. 그걸 읽을 시간에 난 엎드려서 잠을 자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었다.


“반응들을 보아하니 옆에 있는 팀원분들도 조금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이세계란 말 그대로 지금 있는 이 세계가 아닌 또다른 세계를 말합니다.”


“그런데. 설마 이세계에 침략자들이 와서 사람들을 각성자로 만들었다. 뭐 그런 이야기야?”


“맞습니다.”


“그게 말이 돼...뭐?”


“완전히 맞는 추론은 아니지만 꽤나 그럴 듯한 말이었습니다.”


연구를 하다가 부하한테 뒤통수를 거하게 후드려 맞았나?


“이봐. 혹시 이 녀석 머리가 크게 다쳤다던가 그래?”


“....박사님은 멀쩡하시다.”


난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크라임에게 질문을 했지만 크라임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아주 짧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 기분이 언짢은지 이빨을 꽉 깨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살벌하게 느껴졌다.


“이해합니다. 당연히 이세계에 사람이 존재한다고 하면 그 누구도 믿지 않을겁니다. 저도 원래는 그렇게 생각했었구요.”


“하지만, 이걸 보고 생각을 다르게 바꿨습니다.”

디미타르는 허공에 떠있는 홀로그램 화면을 손으로 스윽 넘기며 다른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 화면에는 신소재, 각성자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된 자원들이 들어있었다. 각성자들에게서 방출되는 에너지 파동을 검출하거나 그들을 제압할 때 사용하는 자원들에 대해서도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의 교육과정에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이것들은 각성자들이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갑자기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그냥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뿌려둔걸 수도 있잖아.”


“당연히 그런 1차원적인 발상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


이 녀석 방금 나를 깐거 같은데? 의식하지 못하는걸 보니 저게 그 잘난 인간들의 특징이라는거렸다? 부들거리는 오른주먹을 왼손으로 진정시키면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지구상에서 에너지 발전이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주료 사용되는 자원들을 보기 쉽게 분석해놓은 표입니다.”


디미타르가 그 다음으로 보여준 도표에는 석유,석탄,천연가스 같은 자주 보이는 자원들이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편하게 여러 수치와 사용 분야. 발굴 장소 등 다양한 항목을 갖추어서 정리되어 있었다.


“이러한 자원들은 역사적으로 따져볼 때 대부분 그 근원을 찾을 수 있거나 지질학적으로 만들어진 원인들이 설명이 됩니다. 가령 석탄같은 경우는 고생대부터 있던 식물들이 땅에 퇴적되어 압력과 열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각성자들이 등장하고서 새롭게 발견된 저 자원들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어요.”


“그건 연구가 덜 된 걸수도 있고.”


“다음은 이겁니다.”


디미타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또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그곳에는 커다랗게 그려진 원형의 지구와 다양한 방향으로 숲, 바다, 동굴 같은 지형들의 그림이 나타나 있었다.


“남재현씨가 말한대로 아직 연구가 덜 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여러 기후와 시간대, 환경을 최대한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죠.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 것 같습니까?”


난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가는 답변이 있긴 했지만 디미타르가 훨씬 정확한 답변을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전부 다 평범한 지구상의 조건들로는 나오지 않는다였습니다. 각성자들의 등장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자원들은 원래였다면 지구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자원들이란 이야기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디미타르 바벨이 지금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자신들이 한 짓을 덮어버리기 위해 고생을 해서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 역시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다. 디미타르는 본인은 물론이고 그 부하들과 아직 밑천이 드러나지 않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해있다. 미국 정부의 고위인사들에게도 보호를 받을 정도이니 도망쳐서 은거해서 사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사실상 나와 애들에게 이런 노력을 들여가면서 거짓말을 해봤자 그에겐 전혀 이득이 되는 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세계에서 만들어진 작물이 그들의 의도에 의해서 이쪽 세계에 심어졌다. 라고 해석하라는건가?”


“그렇습니다.”


“아니, 그러면 말이 안되잖아. 이세계 사람들이 우리들한테 말도 안되는 각성자 능력도 주고, 그것과 관련된 자원들까지 준다는게 말이야. 그 녀석들이 무슨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그들의 목적이야 저도 완전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행동거지나 패턴등으로 분석을 할 수는 있죠.”


“분석? 너는 그 이세계인들을 본 적이 있다는건가?”


지금까지 디미타르가 하는 말들을 반쯤은 개소리로 여기고 들었지만, 물증이 있다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애초에 각성자라는 말도 안되는 것이 생겨난 이후부터 평범한 고정관념을 탈피했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들의 흔적이나 영상등을 수집한 적은 있습니다. 그들의 기술은 지금 이 세계보다 굉장히 진보되어 있어요. 저조차도 이따금씩 놀라게 할 기술들마저 몇가지 보이더군요.”


디미타르 같은 격이 다른 천재가 놀랄 정도의 경지라면 분명 이 세계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사는 세계가 아닐까 싶었다.


“그 잘난 두뇌로 한번 말해줘보세요. 그 이세계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이 세계에 뭐하러 왔을지.”


이번에 말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맹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디미타르에게 물은 것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디미타르에게 한번 무시당한 전적이 있어서언지 그를 문책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음. 제 기준에서 생각해보자면 약 3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3가지...?”


3가지란 말에 맹연의 기가 조금 죽었다. 아마도 디미타르가 말하지 못하는 그 이유를 자신이 말해서 명예를 회복하고자 했던 모양이지만, 그를 따라갈 순 없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정말 천재는 천재네. 맹화랑 맹연은 어리다곤 하지만 붙어있으면 뇌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활성화되는게 각성자로서의 능력인데도 불구하고, 남매중 더 똑똑하고 일처리가 빠른 맹연보다도 압도적이라는게.’


이쯤되면 사실 디미타르의 능력은 그 망할 염동력 비슷한 능력과 함께 맹화 맹연처럼 뇌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기엔 이미 어릴 때부터 벌여온 행적들이 너무 엄청나다는 점이 그의 명석함을 드러내주기 때문에 사실 이런 의문은 그저 뇌내망상에 불과했다.


아 맞다.


“그 이유들이란 것도 궁금하긴 한데. 아까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안해줬잖아.”


“각성자들이 피와 뇌의 파동을 이용해서 능력을 쓴다는 것 말입니까?”


“그래.”


“보통 우리들이 이세계라고 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까?”


“어...”


뭘 떠올릴까. 나름대로 여러 가지가 생각나긴 했지만 뭐 하나 콕 집어서 말하기가 애매했다.


“마법?”


대충 던져봤다. 그래도 이세계에 간다면 과학과 대비되는 마법이란 요소에 눈을 뜨는 경우가 많고 워낙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하니까.


“맞습니다. 그 마법이란겁니다.”


“....그러면 각성자들이 다 마법이라도 쓴다는거야?”


갑자기 세계의 모든 각성자들을 마법사로 생각하려하니 현대의 탈을 쓴 판타지 세상이라는 느낌이 확 들기 시작했다.



내 물음에 디미타르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마법과 그 원리 자체는 비슷하지만, 개념은 다릅니다. 마법이 체내나 대기중에 있는 마나라는 것을 대가로 해서 에너지로 변환하여 술식을 통해 영창하는 개념이라면, 각성자들은 그 개념을 피와 뇌의 파동으로 대신하는 겁니다.”


“아.”


대략 이해는 했다. 이세계인들의 수작으로 몸이 바뀐 각성자들은 피와 뇌 작용을 이용해서 능력을 쓴다는 말인가?


“그래서 각성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모두 기존보다는 조금씩 뇌의 능력 향상을 보인다는 겁니다. 물론 그 정도는 다릅니다. 뇌가 새로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개편되는 과정속에서도 여전히 굳은 뇌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허다하죠.”


뇌의 기능 향상이라. 돌이켜보면 나도 막 각성자가 되고 나서 조금은 기억력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편의점 알바를 할 때 재고수 외우기라던가 담배 이름 외우는게 어느날부터 나름 수월해졌던 적은 있으니까.


“그래. 뭐 그런 부분들은 그렇다고 하자.”


이세계인들이 있건 없건, 적어도 아까 크라임이 말했던대로 디미타르와 그의 부하들은 이 세계에 각성자들을 잔뜩 만들어내서 이득이 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각성자들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고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하는 디미타르에게 제대로 된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본론이나 꺼내. 나를 강해지게 해준다며. 어떻게 하는건데?”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괜히 다른 사담으로 미룰 생각같은 건 전혀 없었다. 할 일이나 빠르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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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066. 고위 인사(2) +1 20.12.15 255 3 11쪽
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4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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