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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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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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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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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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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0. 드디어 만난 그 녀석

DUMMY

“태블릿은 멀쩡해?”


디미타르 바벨과의 대면이 끝나고나서 난 다시 아야카에게 태블릿을 돌려주었다. 전혀 듣도보도 못한 방식으로 사용했으니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멀쩡해요. 고장난 부분이나 오류같은 것도 전혀 없이 자료들도 다 보존되어 있구요.”


“다행이다.”


자료가 날아갔다고 해도 미리 백업해둔 파일을 맹연이 가지고 있었으니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지만, 그래도 멀쩡한 물건을 못 쓰게 하는 것에 대한 화는 분명히 냈을 것이다. 난 합당하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단 말이지.


“그러면 작전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모든 팀들에게 전해. 그리고 우리는 따로 가자.”


다른 팀들에게 우리가 디미타르 바벨에게 따로 만나자는 제안을 들었다는 걸 말할까도 했지만, 괜한 판단으로 다른 팀들에게 큰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다른 팀들을 완전히 놀게 두는 것도 아니고 그저 디미타르 바벨의 별장에 있는 다른 전력들을 담당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알리지 않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오히려 말하지 않는 편이 앞으로 벌어질 싸움에서 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을지도 몰랐다.


디미타르 바벨은 샌프란시스코의 해안가에 간척을 진행하여 따로 인공섬을 만들었고, 본인이 직접 그 주변의 해로를 개척하고 공중 방비를 통해 허락없이 섬에 다가오는 존재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맹연이 설계도를 보여주면서 설명해줬다.


그 점이 걱정스러웠지만 윗선에 이야기 된 바에 따르면 디미타르 바벨은 우리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일부러 그러한 방비책을 전부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둔 상태였다. 우리들은 침입자가 아니라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이라나 뭐라나.


디미타르 바벨이 직접 초대하긴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한중일 연합의 그 어느 누구도 디미타르 바벨의 별장에 놀러간다는 기분으로 가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한 악명은 모두가 익히 들었을 것이고 위험도도 이미 재차 강조해달라고 내가 직접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 본인이 지니고 있는 힘이나 크라임, 그리고 크라임과의 대화로 미루어볼 때 제럴드가 이끄는 테러리스트 단체가 디미타르 바벨과 협력 관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까지 해봤을 때 이미 드러난 전력들만 해도 이미 평범한 범죄 집단을 아득히 초월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슬슬 이동하기 위해 해안가로 나온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원래라면 우리 팀이 디미타르 바벨에 이동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는 배가 있었을텐데, 그 배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고 물에는 배를 운전하는 사람들이었던걸로 추정되는 시체들이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남아있는 것은 꽤나 넓어보이는 커다란 요트와 그곳의 최상단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오토바이 헬멧을 쓴 남자, 크라임이었다.


“...이건 무슨 난리야? 나를 호의적으로 대한다더니.”


이건 호의적으로 대하는 수준이라기보단, 그냥 완벽한 적대가 아닌가?


“호의적으로 대하는거다. 배를 타고 느긋하게 오기엔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이 보트로 빠르게 너를 박사님에게 데려가기 위함이지.”


내가 당황스러워하면서 거는 말에도 전혀 아무렇지 않아하면서 크라임은 엄지 손가락을 보트의 뒤편으로 향하게 하면서 서둘러 보트에 타라고 재촉했다.


‘저게 정말 사람인지 싶다.’


차라리 감정없이 만들어진 기계 인간이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릴 정도로 아주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안올건가?”


크라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잠깐동안 보트에 타지 않자, 그가 다시 나와 애들이 있는 곳을 돌아보면서 약간 불만이 있는 듯이 팔짱을 껴보였다.


“...일단은 가자.”


지금 상황이 아직 이해도 잘 가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저 녀석을 따라갔다가 괜히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마치 사지로 걸어들어가는 꼴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선 어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 원래 이동할 수단은 이미 크라임이 망가뜨려버렸고, 다른 팀들은 이미 디미타르 바벨의 별장으로 출발한 상태였다.


이 단계에서 다른 팀들에게 편승한다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었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크라임을 따돌리고 다른 팀에게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녀석을 달고 갔다간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를 일이고,


지금은 일단 순순히 이 녀석을 따라가는게 맞을 것 같았다. 그래도 디미타르 바벨의 명령이라면 껌뻑 죽고 듣는 녀석인 것 같으니 설마 나와 애들을 죽이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다. 저번에도 공항에서 한번 우리를 지켜준 전적은 있고 말이지.


“알겠어. 따라갈게.”


결국 난 순순히 대답한 다음에 제일 먼저 크라임이 올라 타 있는 수상 보트 위로 올라탔다. 내가 먼저 올라타자 애들도 조금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뒤따라서 보트에 올라탔다.


“걱정하지 마라. 박사님은 너희들을 최대한 정중히 대하라고 했으니까. 박사님의 말씀을 어길 생각은 없다.”


‘그래. 이 녀석의 인간성이 어찌되었든 최소한 박사의 말은 듣는 녀석이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난 보트가 출발해 해안가에서 서서히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다른 팀들은 잘 도착했으려나.”


크라임이 보트를 조종하고 있는 부하들을 보러 간 동안 우리는 보트 안쪽에 따로 구비되어 있는 방안에 머무르고 있으라고 권유를 가장한 반협박을 받았다. 괜히 밖을 나돌아다니다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크라임의 말이었지만 이 보트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크라임 본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아이러니한 말이었다.


“대부분 무사히 도착한 것 같아요. 따로 방법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별다른 방해도 없었을테고, 문제는 도착한 다음일거라고 생각해요.”


우선 디미타르 바벨 휘하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라고 점쳐지는 인물인 크라임은 나를 데리고 가느라 별장에 있지 않았다. 이로써 한중일 연합을 위협할 최대의 호적수 한명이 제외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는데 과연 또 어떠한 전력들이 그 미치광이 박사의 별장을 수호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거의 다 도착했다. 내릴 준비를 하고 있어라.”


보트에 탄지 30분이 조금 안지났을 무렵, 크라임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우리 팀 모두에게 내릴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정중히 모신다는 사람의 태도치고는 너무나도 강압적인 말이었다.


“정중히 모시라고 했다면서. 넌 정중하다는 말의 뜻을 모르나?”


“.....”


잠시 내 말을 듣고서 생각에 잠기는 크라임. 화를 내는 걸까. 아니면 공격적인 반응을 내비칠까.


“죄송합니다. 곧 있으면 도착할 예정이니 아무쪼록 준비하고 계셔주십시오.”


“....하?”


“완전히 도착하면 다시 부르러 오겠습니다. 편히 쉬고 계십시오.”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마치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 마냥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는 정중한 어투와 몸짓으로 돌변한 크라임은 허리를 90도 각도로 푹 숙이면서 나와 애들에게 인사를 한 뒤 방을 빠져나갔다.


‘내가 뭘 본거지?’


귀신에 홀린 것 같다. 방금 내가 본 것은 환상일 것이다. 이런 말들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 잘난 맛에 행동하는 줄 알았던 오토바이 헬멧 녀석이 저렇게 정중하게 행동한다고? 그래도 이로써 더욱 확실해졌다. 저 녀석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디미타르 바벨에게 거의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저 녀석이 디미타르 바벨을 배신한다는 것은 거의 상상하기도 힘든 행동이었고, 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에이. 모르겠다.”


지금 적군의 새로운 일면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중요한 건 드디어 내가 그 개자식과 직접 만나야 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보트가 잠시 크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일정한 흔들림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흔들림이 멈췄다. 보트가 어딘가에 정박을 했다는 뜻이었다.


다시 방문이 열리고 크라임과, 그를 따르는 부하들로 보이는 여러 외국인들이 살짝살짝씩 모습을 보였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크라임의 말을 듣고 방 밖으로 나오자, 별장과 커다란 연구 시설이 있다고 하기에는 다소 낯선 섬의 정박장에 보트가 세워져있었다. 정말 이런 곳에 그 디미타르 바벨의 별장과 연구 시설이 숨어있는건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지만 별 말은 하지 않고 이들을 따라갔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해봤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이 녀석들을 따라가는 것이 제일 합리적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섬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안쪽으로 걸어가자 학교 정도 되는 크기의 건물이 세워져 있었고 그곳을 지키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온몸을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슈트와 장비로 무장하고 있는 상태로, 언뜻 봐도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크라임을 보자마자 곧바로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지나가겠다. 이분들은 박사님의 손님이다.”


크라임이 잠시 사정 설명을 하는가 싶더니 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지나가는 절차가 워낙 간편하다 싶었지만 그건 디미타르 바벨의 최측근이 바로 크라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병사들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건물 내부는 내가 생각했던 낡은 폐교의 느낌이 아니라, 말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연구소의 느낌이 물씬 나기 시작했다.


바닥과 벽 타일에 흐르는 전자회로들과 복도를 주기적으로 돌면서 감시를 진행하고 있는 로봇 병사들. 그런 것들을 힐끔힐끔 구경하면서 크라임의 뒤를 따라 계속 나아가자 나는 어느 한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이곳은 나와 이 꼬마애들. 그리고 남재현만 들어간다. 너희들은 다시 각자 위치로 복귀하도록.”


크라임은 어느새 다시 보트에서 썼던 정중한 말투가 아니라 다시 원래의 말투로 돌아와 있었고 행동서니도 굉장히 깐족거리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역할은 다 끝났으니까 명령은 들을 필요가 없다 이건가?


‘상관은 없지 뭐.’


어차피 저 녀석이 친절하게 대해주는걸 그다지 바라고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같은 모습을 한 도플갱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크라임의 명령을 듣고서 다시 제자리로 복귀하는 부하들의 마지막을 확인한 뒤, 크라임은 먼저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때까지 보았던 무수히 많은 방들과는 조금 다른, 크라임이 가져다 댄 특수한 카드키를 인식하고 열린 방문이 열리고 크라임과 함께 방에 따라 들어간다.


“아. 오셨군요. 생각보다 오는 시간이 3분 정도 늦어져서 슬슬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하얀색의 말끔한 방의 책상에 엎드려 있던 남자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켰다.


‘디미타르 바벨.’


드디어 만났구나. 이 개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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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066. 고위 인사(2) +1 20.12.15 254 3 11쪽
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2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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