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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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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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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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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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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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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1. 디미타르 바벨

DUMMY

디미타르 바벨.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묻혔지만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과학자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았을 정도의 악마의 재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면서 불세출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는 과학자였다.


디미타르 바벨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 지 내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겉겉모습만 보기엔 외관이 아주 수려한 미남이었지만 난 이미 저 녀석의 본질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같은 인간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는 저 녀석을 난 이미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정말로 고대하던 순간입니다. 크라임. 지금 제 기분이 어느 정도로 벅차오르는지 가늠할 수 있겠나요!”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화면에서 보던 잔잔한 말투와는 달리, 고조된 기분을 한껏 강조하는 과장된 몸짓과 고양된 목소리. 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과하다는 느낌이었다.


“여러분들이 절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개하겠습니다. 이전에 디미타르 바벨이라고 불리던 미천한 과학자이자, 현재는 각성자들에 관한 연구를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굳이 소개 안해도 돼. 여기서 널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난 기분 나쁜 표정으로 디미타르를 흘기면서 조용히 앞으로 걸어가서 맞으편에 있는 의자를 뒤로 빼서 자리에 앉았다. 애들도 내 옆에 줄 지어있는 의자들에 차례대로 착석했다.


“흐음. 그렇군요.”


내가 디미타르의 자기소개를 만류하자 그는 과중되었던 텐션을 조금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아서 다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화가 난 나는 서둘러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대놓고 짜증을 내었다. 내 태도에 크라임이 잠깐 반응하는가 싶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요지부동의 자세로 나갈 수 있는 문 바로 옆에서 우리들과 디미타르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요. 그냥 충분히 감상하고 있을 뿐입니다. 고대하고 있던 남재현씨와의 만남이니 말이죠.”


“우욱...”


말하는 것도 그렇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히 동성애자처럼 느껴져서 괜히 헛구역질이 밀려 올라왔다. 소수의 취향을 나름대로 존중해준다고는 하지만, 그걸 나한테 강제로 적용시킨다고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아무리 얼굴이 잘생겼어도 아닌건 아닌거다.


“잡담은 때려치우고 슬슬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자고. 너도 그냥 나랑 농담따먹기나 하자고 여기로 부른건 아닐거 아니야?”


“확실히 그렇죠. 이곳까지 여러분들을 부른건 놀자고 부른 건 아닙니다. 그러면 우선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할만한 사실부터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죠.”


드르륵 소리와 함께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난 디미타르는 마치 강연을 하는 강사라도 된 것 마냥 자세를 잡았다.


“각성자. 세간에서는 평범한 인간이 사용할 수 없는 힘을 부리는 자들로 명시가 되어있죠. 가령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으로는 신체 강화 계열의 능력자부터 해서, 다소 희귀하다고 불리는 원소계열의 능력자라던지 그 종류와 위력들은 각성자별로 천차만별입니다.”


저런 정의쯤이야 각성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려고 한다면 모를 수가 없는, 아주 기초적인 것들이었다.


“아무도 이 힘의 근원을 밝혀낼 수 없고, 원리조차 알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돌연 생겨났다는 말을 쓰긴 하지만 이 세상에 갑자기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언가의 결과가 일어났다면 그것에 대한 이유가 있는겁니다. 인문적인 사회라면 간혹 이런 가설이 빗나갈 수 있지만, 자연적인 현상에 한해서는 이 공식이 깨지지 않습니다.”


저것도 어렴풋이 들은 기억은 있다. 학창시절에 자연 현상과 인문 현상의 차이를 나누는 기준이랬던가. 선생님이 화면으로 열심히 띄우면서 설명했었지만 막상 듣는 애들은 별로 없었더라지.


“그래서. 그런 것들이 네가 말하는 각성자들의 새로운 사실과 무슨 상관이 있는건데?”


“가만히 듣고 있어라. 박사님은 너 같은 바보도 충분히 이해하기 쉽도록 편하게 설명하기 위해 일부러 앞에 이야기들을 깔고 가는거니까.”


내가 중간에 딴지를 건 것이 못마땅스러웠는지 지켜보고 있던 크라임이 크게 한소리 했다. 직접 내 옆까지 걸어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크라임. 제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나서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남재현씨한테는 정중하게 대해야 된다고 이전부터 계속 말하지 않았나요?”


“....죄송합니다. 박사님. 주의하겠습니다.”


의외였던 것은 디미타르의 태도였다. 크라임은 자신의 부하, 그것도 가장 강한 전력이면서 최측근일텐데 나에게 잠깐 험한 말을 한 것 가지고 저렇게 꾸짗음을 받을 정도라면 그가 크라임에게 그다지 정 같은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면서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건 오늘이 처음인 나에게 부하보다 더한 대접을 하고 있으니, 정신병이라도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디미타르에게 한번 지적을 받은 크라임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다시 원래의 자세를 유지했다. 늘상 있는 일인건지, 이런 취급을 받아도 괜찮을 정도로 충성심이 넘치는건지.


“이야기를 계속하죠. 무슨 상관이 있었냐고 물어보셨던 것 같은데, 상관관계가 아주 큽니다. 각성자들이 지구상에 무수히 생겨나게 된 사건. 이게 자연적인 사건일까요?”


“.....”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이 질문을 들으면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증명할 방법 같은 것도 없고 원리도 모르며, 배후도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난 그런 의견들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밝혀지지 않은 익명의 단체가 사람들에게 능력을 지니게 하는 프로젝트 같은 것을 실행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확률이 가장 높은 단체는 굳이 다른 곳을 둘러볼 필요도 없었다.


“디미타르 바벨. 혹시 네가 세계 각국에 각성자들이 생겨나게 한건 아닌가?”


난 이때까지 품고 있던 의문을 그대로 토로했다. 그러자, 디미타르 바벨의 표정은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마냥 얼어붙어버렸다.


“푸흡...하하하하!”


방이 떠나가라 커다랗게 박장대소를 하는 소리에 난 그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나와 애들, 디미타르가 아닌 이상 어차피 범인은 한명밖에 없었다.


“어이. 지금까지는 그냥 마음에 안들어서 말한거였는데, 혹시 정말로 멍청한건가?”


여전히 헬맷을 쓰고 있어서 얼굴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었다는 반응이었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추론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봐. 우리가 그런 걸 할 생각이었으면 너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서 그걸 줄 생각도...!”


“크라임. 전 여러번 말하는걸 싫어합니다. 절 화나게 하지 마세요.”


“크헉!”


디미타르의 눈빛이 굉장히 무섭게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마치 유치원생 애들을 대하는 듯한 다정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냉철한 살인마에 가까운 눈빛이었다.


문을 지키고 서 있던 크라임이 땅에서 붕 떠올라 공중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죽일 생각까지야 없겠지만 자신의 아군에게 저런 이유 하나 때문에 저렇게 힘을 휘두르는 모습이 일반적인 폭군보다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얌전하게 있으세요.”


털썩! 크라임이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솔직히 내가 크라임의 입장이었다면 벌써 몇 번이라도 항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취급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원래 자신이 있던 위치로 돌아갔다. 정말 지독한 녀석이었다.


“제가 각성자들을 퍼뜨렸는지 아닌지가 궁금하신 것 같군요.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며 아닙니다. 예전부터 인체 공학에 관심이 있던 것은 맞지만 이런 발상에는 도달해본 적도 없죠. 그래서 전 각성자들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할 때마다 정말 엄청난 사실들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너도 각성자자잖아.”


“저도 제 의지로 각성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무엇 때문에 각성자가 되었는지 알고 있을 뿐이죠. 그래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탁! 디미타르가 양손으로 손바닥 박수를 치고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홀로그램 화면이 나타났다. 홀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처럼 말끔하게 보이는 기술력이 일품이었다.


화면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듯한 사람 신체의 투시도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것은 한 각성자의 몸을 그대로 투시 촬영한 장면입니다.”


각성자라고 해봤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딱히 신체가 비대해진 것도 아니었고 뇌가 빵빵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건 일반적인 MRI 방식이 아닌 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서 투시한 각성자의 몸입니다.”


처음 본 투시 장면과 비교해서 두 번째는 차이가 있었다. 뇌 주변을 감싸고 있는 흐릿한 파장들을 감지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화염 능력을 사용하는 각성자의 신체 내부를 가상 3d로 구현한 겁니다.”


“오.”


마지막은 꽤나 관심이 갔다. 내심 신체가 강화되는 능력자들이 아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각성자들의 능력은 무슨 원리로 발현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계속 피가 체내를 순환하고, 뇌에서 떨어지는 명령 체계가 각 신체로 전달되었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갑작스레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양이 더욱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뇌에서 불안정한 기류의 파동이 계속해서 방출되었다.


“저게 뭐야...”


“잠자코 계속 봐보세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체내 순환용이 아닌 여분으로 만들어진 피는 평범한 피들과 섞여 혈관을 타고 이동하다가 각성자가 화염을 방출해내는 신체부위에서 뇌가 방출한 파동의 영향을 받아 변화를 일으켰다.


저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는 차치하고서라도,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 상당히 고통스러워보였다. 저 방식대로면 힘을 남용한다면 그대로 혈액량이 부족해서 사망하는게 아닌가?


“각성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많은 혈액량이 분출되도록 신체가 변화되고, 그것을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합니다. 뇌에 관한 경우도 마찬가지죠. 자신이 평소보다 조금 더 뇌 기능이 활달해졌다고 긴가민가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세한 변화를 깨닫지는 못합니다. 혹시 깨달아서 병원에 간다고 하더라도 병원은 이 변화를 알아낼 수 없죠.”


“저런 일이 가능해? 피가 불이나 번개로 바뀐다는게.”


“당연히 평범하게 보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각성자들의 피가 저런 식으로 작용을 할 수 있게 변화가 된 이유는 남재현씨의 생각대로 외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본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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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1. 디미타르 바벨 +1 20.12.20 18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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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068. 전초전 +1 20.12.17 226 1 12쪽
69 067. 고위 인사(3) +1 20.12.16 196 2 12쪽
68 066. 고위 인사(2) +1 20.12.15 255 3 11쪽
67 065. 고위 인사 +1 20.12.14 214 3 11쪽
66 064. 기적의 치유사(4) +1 20.12.13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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