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는 능력치 부스터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예의와 타인에 대한 배려는 푼돈을 투자해 목돈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 토마스 소웰 -
“수고하셨습니다. 후보님.”
“사장님이 고생 많으셨어요.”
“이렇게 해보니까 좋네요.”
“뭐가요?”
송선자는 전민식 사장에게 묻는다.
“마무리한 느낌이 있어요.”
“다른 데는 어떻게?”
“캠프에 가져다주니까 이후를 모르죠.”
“아. 그렇군요.”
송선자가 말한다.
“수고 많으셨는데 점심이라도 같이.”
“아. 어차피 캠프로 가야 합니다.”
“그러세요?”
“서류를 마무리 해드려야 해서요.”
“서류요?”
전민식이 웃으며 말한다.
“사진과 영상 원본도 달라고 하셔서.”
“이메일로 보내시지.”
“마무리 인사도 할 겸. 직접 드려야죠.”
“마무리요?”
전민식이 의아해서 묻는다.
“선거 전날 철수한다고 들었는데요?”
“아. 맞다.”
“김지혁 대표가 그렇게 정하셨었는데.”
“그게 좋아요. 개표일 날 캠프 장터 돼요.”
“알죠. 호호.”
“같이 일단 캠프로 가시죠.”
“예.”
둘은 트럭에 올라타고 5동 주민센터를 나왔다.
불과 1시간 30분이 걸렸다.
오전 10시 30분에 모든 벽보와 공보물을 마무리하고 모두 1호 수령증을 받았다. 송선자의 트럭이 나올 때도 다른 트럭들은 보이지 않았다.
본선거 이전의 가장 컸던 장애물을 넘었다.
김지혁은 단톡방으로 소식을 접했다.
무탈하게 끝난 것은 다행이었다.
캠프에 한서연이 기다리고 있다.
“후보님. 라이브 준비하시죠.”
“예!”
“대본은 여기 있습니다.”
송선자도 이제는 이런 스케쥴이 이상하지 않다. 바로바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처음이다.
마휘찬은 요즘 추세에 맞는 썸네일을 준비했다.
시원한 사진에 간략한 글자.
‘공보물 1호 수령증을 보고합니다.’
단톡방으로 한서연에게 김지혁이 키워드를 보낸다.
전국동시지방선거
지방선거
지선
선거 공보물
공보물
선거 벽보
벽보
[라이브 온]
‘안녕하십니까? 송선자입니다. 시민 유권자 여러분과의 첫 대면을 위한 공보물을 오늘 제출했습니다. 기정시에서 가장 먼저 제출하고 ‘1호 수령증’을 받았습니다. 저를 위해 소중한 공보물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소중한 공보물이 되도록 현장에서 실천하겠습니다.’
- 중략 -
‘시민들과 마주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나 오늘처럼 1호로 달려가겠습니다. 늘 골목에서 볼 수 있는 의원이 되겠습니다.’
라이브를 마치고 한서연은 설정값을 조정한다. 키워드와 카테고리 등은 방송 후에 바로 입력해야 한다.
마휘찬은 대본을 가지고 웹자보를 만들고 스퀘어 사이즈의 추가 썸네일을 방송 중에 만들어 두었다.
나머지 SNS에 업로드를 마친 마휘찬은 곧바로 단톡방에 모든 SNS 링크를 공유한다.
한서연이 말한다.
“후보님 수고하셨어요.”
“제가 뭘요. 정말 너무 감사해요.”
한서연은 할 일을 끝내고 캠프를 나선다.
구미라는 전민식 사장의 핸드폰으로 자료를 받는다.
구미라가 말한다.
“핸드폰에 폴더별로 정리를 해 놓으셨네요.”
“왜? 문제 있어요?”
“아뇨. 오히려 너무 편해서요.”
“누가 시킨 건데.”
“누가 시켜요?”
“누구긴 누구예요. 김 대표지.”
“하긴. 호호.”
전민식이 말한다.
“아주 일할 때는 성격 칼이라니까.”
“저희도 다 알아요.”
“웬만하면 건들지 마세요. 하하.”
“인쇄소에도 자주 그래요?”
“아휴. 지랄도 그런 지랄이. 하하.”
구미라가 궁금한지 묻는다.
“선거 일 말고도 하세요.”
“김 대표 상사하잖아요.”
“그렇게 알고 있죠.”
“말도 말아요. 리플릿에 제안서에. 아주.”
“꼼꼼하죠?”
“너무 깐깐해. 하하.”
오전의 광풍이 지나갔다.
아니.
송선자의 미풍이 여운을 남겼다.
송선자는 변함없이 골목으로 나선다.
식사를 함께 할 만한 형편이 못 된다.
김지혁이 만들어 준 골목 식당 일정도 있다.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디테일이 없는 사람은 절대 계획을 끌고 갈 인내력을 가지지 못한다. 송선자 캠프의 구성원들은 디테일이 무엇인지 이번에 확실히 깨닫는다.
***
이들에게 선거는 선거가 아니다.
‘캠프는 인생의 한 기점이다.’
마케터들.
직장인들.
창업자들에게.
김지혁의 선배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선거 캠프를 뛰어 봐라.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김지혁도 공감하는 말이다.
선명한 목표.
분명한 결과.
치열한 과정.
상세한 서류.
복잡한 관계.
이 모든 게 녹아 있는 것이 선거 캠프다.
더러운 업자들이 모여있는 쓰레기통이라고 혹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틀린 말은 아니다.
선거 판만 그런가?
인생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지 않은가?
지옥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만들어질 뿐이다.
알맹이들만 다를 뿐이다.
패턴과 구조는 정치판이나 어떤 판이나 대동소이하다.
쓰레기통의 쓰레기들을 압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깔끔하고 분명한 것은 ‘실력’이 전부다.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다면 선거 캠프에 뛰어들어 보면 알 것이다.
실력이 있다면 캠프를 제어할 것이다.
실력이 없다면 캠프의 쓰레기가 된다.
실력이 없는 자들은 어느 순간.
‘내가 사람을 볼 줄 모르는 건가?’
‘내가 체력이 안 좋나?’
‘내가 기획력이 없나?’
‘내가 인내력이 없나?’
스스로 자문하며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비난을 자신에게 쏟는 것이 아니라 선거와 정치인 그리고 캠프에 있는 업자들에게 쏟는다.
‘다 더러운 것들이야’라며.
실상은 더러운 것들에 밀려나는 존재인 자신을 망각해야 스스로 위안이 되는 것이니까.
생활의 여건.
경제적 조건.
등이 맞지 않아 캠프를 뛰어 볼 기회를 만들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허락된다면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압축된 인간 시장을 압축된 시간으로 겪는다’
구미라는 특히 이번에 많은 것을 겪는다.
뭔가 얻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얻는’ 느낌이 있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 선거판이다.
***
김지혁이 일을 보고 캠프로 돌아왔다.
구미라가 말한다.
“후보님이랑 합류 안 하셨어요?”
“예. 저는 캠프에 있다가 다른 곳에.”
“다른 일정이 있으세요?”
“예.”
구미라가 궁금해서 묻는다.
“친절이랑 배려랑 구별이 안 돼요?”
“예?”
“제가 좀 궁금해서요.”
“왜요?”
구미라가 말한다.
“전민식 사장님이랑 대화하면서 느꼈어요.”
“뭐를요?”
“배려받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요?”
“친절하게 해서 그렇게 할 리가 없잖아요?”
“전민식 사장의 일 처리요?”
“예.”
김지혁이 묻는다.
“친절과 배려는 다릅니다. 완전히.”
“그렇죠?”
“예.”
김지혁이 말한다.
“그런데 설명하시기 어렵죠?”
“맞아요. 애매해요.”
사람들은 헷갈리면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모르고 있어서 모호할 뿐이다.
친절 Vs 배려.
김지혁의 선거전략은 친절이 아니라 배려다.
김지혁이 묻는다.
“아들이 아버지한테 친절하다고 하나요?”
“아니죠. 호호.”
“우선 깊이에서 다릅니다.”
“깊이요?”
“친절은 깊지 않지만 배려는 깊습니다.”
김지혁은 차분히 설명한다.
“친절의 주체는 나입니다.”
“그리고요?”
“배려의 주체는 상대방입니다.”
구미라가 묻는다.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예. 사실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친절은 길을 가르쳐 주듯이.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 주면 친절이 된다.
본질은 상대의 상태나 상황을 몰라도 된다.
심지어 상대가 누구인지도 몰라도 된다.
배려는 어떨까?
배려는 상대를 깊이 알아야 한다.
같은 상대라도 상황에 따라 상대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
‘비 오면 파전이지.’
하면서 파전을 먹자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은 배려가 아니고 ‘강요’가 된다.
배려와 친절.
그 깊이의 차이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을 배려는 필수로 하고 있기에 차원이 다르다.
친절은 당연한 일이지만.
배려는 고마운 일이니까.
당연함과 고마움의 대결을 선거판에 적용한 김지혁의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선거판에서 일을 배우고 인생을 배웠기에 가능했다.
배려는 번거롭고 힘들다.
상대를 잘 알아야 하고.
상대의 상황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걸린다.
‘유권자를 배려하는 후보’
어떤 유권자는 조용한 후보를 원한다.
어떤 유권자는 부지런한 후보를 원한다.
어떤 유권자는 상냥한 후보를 원한다.
유권자를 깊이 알고 시간을 보내고 정을 느끼고 나서야 유권자에 맞는 배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선거 운용의 대표 정책은.
‘무소음 선거 운동.’
유권자에게 듣고 공감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을 ‘배려’로 느끼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나온 공약이.
‘외유성 해외 연수 금지 조례 발의’
유권자가 언제나 항상 원하는 것이었다.
오랜 묵은 숙원을 풀어주어야 그것이 후보다.
친절한 후보?
엿같은 소리다.
유권자를 배려하는 후보?
꿀 같은 소리다.
친절은 내가 중심이지만 배려는 상대가 중심이다.
‘선거의 중심은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