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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재벌 2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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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들
그림/삽화
선들
작품등록일 :
2024.09.02 13:20
최근연재일 :
2024.09.18 21:06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2,779
추천수 :
221
글자수 :
107,974

작성
24.09.09 21:05
조회
714
추천
11
글자
12쪽

강남에 땅을 사다

DUMMY

“허락해 주시는 겁니까?”

“오냐, 네 생각이 아주 기특해서 허락해 주마. 그런데 땅은 얼마나 사려고 하냐?”


허락해 준다는 소리에 기분이 너무 좋아 날아갈 것 같았다.


“땅은 얼마에 팔 건가요?”

“평당 2천 원은 받아야겠다.”


2천 원밖에 안 한다고? 아까 영동 부동산에선 한 평에 2만 5천 원을 불렀는데, 그렇다면 복부인이 10배나 뻥튀기를 튀겼단 말인가?

아니면 여기는 용도가 농지로 되어있어 당장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이라 값이 쌀 수도 있다.

어쨌든 영동 부동산 땅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깎을 생각은 하지 마라! 여기 땅값은 부르는 게 값이니까,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게 하도 기특해서 싸게 주는 거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논 5만 평을 사고 싶습니다.”


평당 2천 원에 1억 원어치 사면 5만 평이다.


“논을 5만 평이나 산다고?”

“네.”

“5만 평이 얼마나 넓은 줄 아냐? 난 그만큼 팔 땅이 없어.”

“그럼 몇 평을 팔 수 있는데요?”

“최대한 팔면 3만 평은 팔 수 있다.”

“네. 그럼 3만 평이라도 사겠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3만 평이 어디인가? 남는 돈은 또 찾아다니며 땅을 사면 된다.


“그래, 그럼 3만 평을 계약하자!”

“알겠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주시면 당장 계약하겠습니다.”

“내일까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할게.”

“부동산 업자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부동산 업자 필요 없어요. 요새야 부동산이 많이 생겨서 그렇지, 10년 전만 해도 여기선 다 당사자끼리 계약서 썼어요. 부동산 업자가 끼어봤자, 복비만 나가잖아요.”


할아버지 말이 맞는다. 전생에서도 시골에 땅 사는 사람들은 공인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법무사를 통해서 등기소에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부동산 업자 없어도 상관없어요.”

“그래. 몰라서 물어봤어.”


우리는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하고 할아버지 집을 나왔다. 3만 평을 사게 됐다고 생각하니, 무거웠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3만 평이나 사게 됐으니 땅은 그만 사는 게 어떠니?”

“안돼요. 어떤 일이 있어도 1억 원어치 땅을 사야 해요.”


어머니가 지친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난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 어떻게든 1억 원어치 땅을 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최대한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이 더 많으면 5만 평이 아니라 몇십만 평이라도 사고 싶다. 그러나 난 이제 겨우 9살이고 국민학교 3학년에 불과하다.

그러니 5만 평을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해야 한다.

우리는 정처 없이 동쪽으로 가며 다시 살 수 있는 땅을 찾았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땅을 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도련님!”


멀리 보이는 동네를 향해 가는데, 사택 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달려왔다.


“아저씨!”


난 반가운 마음에 아저씨를 외치며 다가갔다.


“마침 사모님과 도련님을 만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땅 좀 알아봤어요?”


어머니가 물었다.


“예. 하지만 대부분 서울 사람들에게 땅을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땅을 팔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가 겪은 일을 아저씨도 똑같이 겪은 듯하다.


“땅 팔겠다고 한 사람이 없나 보죠?”

“그런데 저 동네 너머에 김 부자라고 있는데, 논을 팔겠다고 했답니다.”

“땅은 얼마나 팔 수 있대요?”


옆에서 듣고 있다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건 모르겠고 땅이 아주 많아서 여기저기 합치면 10만 평은 될 거라고 합니다.”

“얼마에 판대요?”

“평당 2천 2백 원에 판다고 했습니다.”

“저 마을에선 평당 2천 원 하던데요.”

“무섭게 생긴 할아버지요?”

“네.”

“김 부자네 땅을 보니까, 지대가 더 낮고 양재천이 가까워 물 대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땅값이 더 비싼 것 같았습니다.”


동네 너머면,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있던 자리 같았다. 아니 매봉산과 거리를 보면 틀림없이 타워팰리스 자리가 맞다.

그렇다면 50년 뒤에 저곳이 대박이 나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지대가 낮아서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길 것 같던데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선 모낼 때 논에 물을 대야 하는데 지대가 낮아야 물을 대기 좋은 땅이다. 그래서 지대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땅값이 더 비싼 것이다. 그러나 200원 더 비싸 봤자, 얼마 차이 나겠는가? 어차피 미래에는 논들도 다 매립되어 금싸라기 땅이 되는데.


“당장 땅 주인을 만나러 가시죠.”

“지금 주인을 만나기가 어려울 거 같은데요.”


아저씨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요?”

“지금 그 집에 상을 치르는 중이었습니다.”

“누가 돌아가셨나요?”


어머니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곤란하게 됐다. 상중인 집에 가서 땅을 팔라고 하기도 그렇다. 잘못하다가는 욕만 바가지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김 부자 땅을 어떤 일이 있어도 사야 한다.


“일단 최 부자를 만나러 가지요.”

“초상집에 가서 땅을 팔라고 하면 땅을 팔겠냐? 일단 집에 갔다가 장례식이 끝나면 다시 오자.”


어머니가 나를 말렸다.


“안 돼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간 다른 사람에게 팔릴 수 있다고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땅은 안 판다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집에 가자!”

“오늘 땅을 팔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요. 그래야 내일 와서 계약하죠. 난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누구 닮아서 고집이 그렇게 세냐? 하여간 네 고집은 아무도 못 꺾는다니까.”


어머니도 내가 완강하게 나오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따랐다.

우리는 무작정 김 부자 집을 찾아갔다. 오래된 기와집이었다.

아저씨 말대로 상중인 듯 김 부자 집 안에서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전생에서 상을 당한 집에 방문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남자 상제들은 삼베 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 서서 에고 에고를 반복했고, 여자 상제들은 삼베옷을 입고 웅크리고 앉아서 서럽게 울었다.

막상 참담한 분위기 속에 젖어 드니, 차마 집 안으로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어머님, 들어가시죠.”


내가 문을 열고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서 나도 따라 들어갔다.


“엉-엉-”

“으-흐흑-


대청마루에 아줌마와 아저씨가 쪼그리고 앉아서 서럽게 울고 있고 옆에는 어린 여자애들이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상갓집에 손님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왜 이리 한가한지 모르겠다.

아무도 맞아주는 사람이 없다. 우는 사람을 부를 수도 없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방에서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들고나와서 우리를 져다 봤다.


“어떻게들 왔소?”

“여기 주인아저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사택 기사 아저씨가 말했다.


“우리 아들은 무슨 일로 만나러 온 거요. 보시다시피 지금....”


서럽게 울던 아줌마가 갑자기 우리를 쳐다봤다. 아줌마의 눈동자가 곧 나를 향했다. 눈물범벅이 되어 나를 노려보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넋이 나간 채 쳐다보는 눈빛이 마치 귀신같이 보였다.


‘내가 뭘 잘못이라도 했나?’

“상식아!”


아줌마는 실성한 사람처럼 나에게 달려들었다.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거지?


“여보! 상식이가 돌아왔어요. 상식아! 돌아왔구나! 엉엉-”


아줌마가 나를 껴안고 마구 울어댔다.


“에그, 3대 독자가 갑자기 병으로 죽었으니....”


할아버지가 울상이 되어 아줌마를 보며 탄식했다.


“상식아! 얼마나 힘들었어? 응? 흑흑. 엄마는 네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 놀란 줄 아냐? 흑흑.”


아줌마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지금 나를 죽은 아들로 착각하고 있는 걸까? 아줌마를 보니,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할까?


“엄마! 어엉-”


나도 아줌마와 함께 울음을 터트렸다. 내 얼굴엔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가만히 고개 숙이고 있던 딸들도 일제히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러자 아저씨도 인상을 쓰며 소리 내어 울었다.

졸지에 땅을 사러 와서 땅 부잣집 식구들과 넋 놓고 울고 있다.

상갓집에서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한바탕 울음바다가 이루어진 후 아저씨가 거의 실신 상태가 된 아줌마를 달래서 방으로 데려갔다.


“우리 상식이하고 너무 많이 닮았네. 나도 처음에 상식이가 살아 온줄 알았어.”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상식이가 몇 살이었는데요?”

“9살, 꼭 너만 했어.”

“저도 9살입니다.”

“에그, 너를 보니까, 자꾸 상식이 생각이 나는구나. 그놈이 아주 똑똑했었는데.”


할아버지는 담배 대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연신 빨아댔다.


“상식이가 왜 죽었는데요?”

“콜레라에 걸려서 죽었어. 밤새도록 설사하고 토하더니, 그만.....에그.”


할아버지도 어느새 눈물을 훔쳤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들 왔어?”

“땅을 판다고 해서 땅을 사러 왔어요.”


할아버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리 땅을 사러 왔다고?”

“예.”

“누가 땅을 사겠다는 거야?”


할아버지가 어머니와 사택 기사 아저씨를 보며 물었다.


“제가 살 겁니다.”

“넌 아직 어린 애인데 무슨 돈이 있다고 땅을 사?”

“아버지가 주셨어요. 제가 여기 땅을 사서 먼 미래에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를 지을 겁니다.”

“주상복합단지가 뭐 하는 데야?”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와 일할 수 있는 오피스텔을 짓는 겁니다.”

“여긴 논밭 천지인데 그런 걸 지어서 뭘 할지 모르겠구나. 하여튼 우리 기다려 보거라! 아들 며느리하고 의논해보마!”


할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저씨 아줌마와 의논해보려는 것 같다.


“지금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구나!”


어머니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할아버지가 아저씨와 아줌마하고 의논하러 간 것 같아요.”


잠시 기다리고 있자, 할아버지와 나왔다.


“우리 며느리가 너한테 땅을 팔라고 하는구나! 며느리는 상식이가 죽은 후 다시 살아 돌아 온 줄 알았대. 그래서 너에게 땅을 팔면 죽은 상식이에게 땅을 준 것 같아, 마음이 편할 거라는 구나.”

“감사합니다. 저도 평생 상식이 마음을 생각하며 이 땅을 지키겠습니다.”

“그러면 땅은 몇 평이나 필요하냐?”

“땅은 한 평에 얼마나 하나요.”

“한 평에 2천 2백 원에 팔려고.”

“2만 평을 사려고 하는데 평당 2천 원에 팔면 안 될까요?”

“그렇게 많이 산다고? 그러면 깎아주긴 하는데 2백 원씩이나?”

“예.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알았어. 우리 상식이를 생각해서 특별히 2만 평을 2천 원에 팔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난 너무 기뻐서 계속 허리를 숙여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은 일이 너무 잘 풀렸다. 이런 일들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젠 드디어 미래에 사업 밑천을 마련할 계기가 됐다.



***



다음날 땅 주인들과 약속한 대로 1억 원어치 땅을 사게 됐다.

전찬수의 땅 3만 평과 김 부자의 땅 2만 평을 각각 2천 원에 샀다.

1억 원어치의 땅을 사고 나니 기분이 무척 홀가분했다.

이 땅은 앞으로 10년간 내버려 둘 것이다. 그리고 유학 갈 때 땅을 팔아서 미국 가서 사업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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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국민학생이 사업을 한다고? +2 24.09.17 315 8 12쪽
17 국민학생이 사업을 한다고? +2 24.09.16 418 9 12쪽
16 일산에 땅을 어떻게 살까? +2 24.09.15 487 11 12쪽
15 여기에 신도시가 생긴다고? +2 24.09.14 540 10 12쪽
14 사우디 왕자를 이용하라! +2 24.09.13 566 12 13쪽
13 사우디 왕자를 이용하라! +2 24.09.12 619 10 12쪽
12 이제부턴 중동 진출이다 +1 24.09.11 641 10 12쪽
11 이제부턴 중동 진출이다 +1 24.09.10 712 10 13쪽
» 강남에 땅을 사다 +1 24.09.09 715 11 12쪽
9 강남 부동산 +1 24.09.08 720 11 12쪽
8 강남 부동산 +1 24.09.07 744 12 12쪽
7 복수 +1 24.09.06 777 14 13쪽
6 석유 파동의 대처 방법 +2 24.09.05 776 14 13쪽
5 강남과 중동에 진출해야 합니다 +1 24.09.04 816 15 12쪽
4 아버지가 내 말을 들을까? +1 24.09.03 857 15 13쪽
3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1 24.09.03 904 13 14쪽
2 배신자 +1 24.09.02 922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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