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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금흔의 서재입니다.

무연무성(無硏武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류금흔
작품등록일 :
2013.04.16 22:07
최근연재일 :
2013.12.27 17:3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65,100
추천수 :
2,361
글자수 :
281,912

작성
13.07.1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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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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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2쪽

강호의 이단아들 -14

세상에 모든 행운을 다 가진 소년 홍무연. 세상에 모든 불행을 짊어진 소년 임무성. 세상에 모든 슬픔을 가지는 소녀 화소은. 세 남녀가 그려가는 무림이야기.




DUMMY

소은 일행은 조용히 화산의 중심지역이랄 수 있는 서안을 벗어나 남하를 계속 해 하북의 초입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나마 소은보다 강호경험이 나은 경령은 서안으로 내려오자마자 싫다는 소은의 얼굴에 얇은 면상을 씌우고 그것도 모자라 커다란 창이 있는 죽립까지 억지로 씌워 고개만 살짝 숙여도 그녀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도록 만든 뒤에야 안심했는지 길을 떠났다. 그리고 벌써 엿새 째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채, 태평하게 관도를 걷고 있던 경령은 소은의 낮은 한숨을 들을 수 있었다.

"하아, 어떻게 강호에 나온 지 엿새나 지났는데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거지?"

"사매, 사건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발생되는 것은 아니거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은 그만큼 강호가 평화롭다는 반증이니 말이야."

임성일이 두 여인의 뒤를 졸졸 따르며 말했지만 소은은 그를 살짝 무시하며 긴 한숨만 내쉰다.

"하아아, 어떻게 산적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 건지……."

"산적? 산적이 우 리 세 사람의 옷깃이나 건드릴 수 있겠어? 적어도 하북삼괴정도는 되야……."

방경령은 말을 하다 말고 전방을 주시한 채 입만 뻐끔 거리고 있었다. 소은과 임성일은 경령이 말을 하다 말고 멍하니 전방만 주시하자 무슨 일이 났나 싶어 그녀의 시선을 따라 관도 저쪽을 살폈다.

말이 씨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소은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에 의거한 것인지 관도 저 앞쪽에 세 명의 험상궂은 사내가 제각각 병장기를 어깨에 걸치거나 품에 안거나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느릿하게 걸어오는 것이었다.

"사자, 저들이 누구이기에 그렇게 놀라시는 거예요?"

"으휴, 이놈의 주둥이는……. 저 자들이 바로 하북삼괴란 말이야. 어떻게 하북에 들어서자마자 공교롭게도 하북삼괴와 마주치게 되는 것인지……. 어쨌든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지나치는 게 신상에 좋아. 보기에는 저렇게 평범해 보이지만 무공은 일류와 엇비슷하다는 소리가 있어."

"에이, 설마 그럴라구요. 삼류나 넘어가면 다행인 걸로 보이는데……."

소은이 다가오는 하북삼괴를 훑어보며 쓴 웃음을 지어 보이자, 임성일이 그녀의 뒤로 다가와 조용한 소리로 말한다.

"사매, 무림이란 곳은 사람의 생김새나 옷차림과는 무관한 곳이야. 그 나름의 몸속에 지닌 무공의 차이는 겉으로 봐선 전혀 모르는 법이거든."

소은은 살짝 무시하는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나마 강호경험이 풍부한 두 사람이 그리 말하니 하북삼괴와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스쳐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자기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던가?

하북삼괴중에 둘째인 후청태는 셋 중에 무공도 가장 강했지만 대단한 호색가였고 미색을 보는 눈이 남달랐다. 그의 앞에서 다가오는 두 여인, 두터운 면사에 죽립까지 쓰고 있지만 후청태의 전신감각은 분명 그녀들이 상당한 미인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청태는 급히 형제들에게 귀띔을 한다.

[아우야, 형님. 앞에 오는 두 계집이 꽤나 미인인 듯하니 재미 좀 보고 가는 게 어떻겠수?]

[하하, 청태형님이 보증한다면 틀림없겠지요. 대형 어쩌시겠습니까?]

[확실하냐? 알다시피 나는 보는 눈이 높거든.]

[아따, 형님. 내가 언제 잘못 짚은 적이 있었수?]

[하긴……. 어찌할 계획이냐?]

[내가 저기 사내놈을 떼어 놓을 테니, 형님과 아우는 저 계집 둘의 면사와 죽립을 벗기고 꼭 붙들어 두시우. 사내놈을 처리하고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서 재미 좀 봅시다.]

전음으로 대화를 마친 하북삼괴는 바삐 걷던 걸음을 느긋하게 바꾸며 소은일행이 지나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행이 막 하북삼괴와 스쳐 지나치려 할 때, 후청태가 가슴에 끌어안고 있던 단창으로 일행을 앞에서 이끌고 있던 임성일과 소은, 경령의 앞을 척 갈라 막아서자 기다리고 있던 하북삼괴의 맏이인 저한평과 막내 송길춘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두 여인의 죽립을 탁 쳐서 벗겨 내고 면사를 잡아 뜯는 뒤에 저한평은 소은의 목에 단도를, 송춘길은 경령의 목에 아미자의 날카로운 끝을 들이밀자 두 여인은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이를 확인한 후청태는 당황하여 앞으로 나서려는 임성일의 목줄기에 단창을 들이밀며 말했다.

"클클클, 어린놈이 욕심이 많구나. 네게 두 여인은 부담스러운 것 같아 보이니, 너는 그냥 곧장 네 갈 길이나 가거라. 그렇지 않았다가는 이 아가씨들의 목을 관통하는 아미자와 단도를 보게 될 것이야."

"하지만……. 이런 젠장.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더니만……."

임성일은 후청태를 한 번 노려본 뒤에 빠른 몸놀림으로 후청태의 단창을 피해 뒤로 훌쩍 물러서 거리를 벌린 뒤에 허리춤에 묶여 있던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지금 당신들이 인질로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아나?"

후청태는 고개를 뒤로 슬쩍 돌려 소은과 경령의 얼굴을 확인한 뒤에 임성일을 바라보며 입가에 조소를 머금는다.

"저 계집들이 누구든 아무 상관이 없지. 구미에 맞는지 안 맞는지 만이 우리 관심사니까 말이야. 척 보아하니 둘다 꽤나 미인이로군. 클클클. 아주 좋은 물건이 걸렸어. 처녀라면 더 바랄 나위도 없겠지. 반항하는 맛이 일품이거든. 클클클클."

후청태의 더러운 말에 임성일은 저도 모르게 가래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카악, 퉷. 입에 걸레를 물고 사는 군. 더러워서 토악질이 나려고 한다. 잘 들어라. 일괴가 붙잡고 있는 여인은 화산파 장문인의 금지옥엽이다. 그리고 삼괴가 붙잡고 있는 여인은 강호에서는 비천검선이라 불리는 방지탄장로의 여식이다. 화산파를 온전히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녀들을 놓아 주는 것이 좋을 것이야."

임성일은 그녀들의 신분을 낱낱이 밝히며 으름장을 놓자, 세 사람 모두 일순 멍한 표정을 지었다.

".... 크크큭, 크하하하하하. 아이고야 나 배꼽 빠지겠네. 우하하하."

이괴 후청태가 갑자기 앙소를 터뜨리자 뒤에서 살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일괴와 삼괴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그 와중에 약간 손이 느슨해진 것을 감지한 소은과 경령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다가 일괴와 삼괴에게 금나수법을 사용해 목에 겨눈 무기들을 치워 버리고 간신히 속박에서 벗어나 임성일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하북삼괴에서 무공이 가장 강한 이가 바로 후청태였으니 두 여인이 자신을 그냥 스쳐 지나가도록 둘만한 인내심을 그는 전혀 기지고 있지 못했다.

후청태는 갑자기 손을 등 뒤로 돌리더니 기다란 막대기 하나를 순식간에 꺼내 단창에 이은 뒤에 그의 곁을 멀찍이 돌아 지나치려는 소은과 경령의 복부를 냅다 후려쳐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고 말았다. 그의 동작이 너무 빨랐던 데다 당황한 소은과 경령은 저항도 제대로 못하고 다시 일괴와 삼괴의 손에 붙들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단 두 수만에 나름 무공 좀 배웠다는 여인 둘을 어린아이처럼 다루자 소은은 더럭 겁이 났다.

'아, 이러다 정말 큰 일 나겠구나. 어쩌지? 임사형의 무공으로 이 세 사람을 이기는……. 아니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도 버거워 보이는 데……. 어쩌지? 어쩌면 좋아.'

너무 당황하다보니 평소에는 그리 잘난 듯이 잘 돌아가던 머리도 그날따라 전혀 돌아주지 않는 것이었다. 소은이 하북삼괴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후청태는 귀찮은 물건을 치우겠다는 듯이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단창을 다시 분리해 임성일에게 다가들었다.

"어린놈아, 저 년들이 그리 대단한 인사들이라면 고작 호위무사 하나만 붙여 놓고 하산을 시켰겠느냐? 풍도 적당히 쳐야 믿어 주는 것이니라. 죽어라!"

어느새 단봉을 그의 등 뒤로 숨겨 놓은 채 반장짜리 짧은 단창으로 세차게 임성일을 밀어 붙이기 시작하는 후청태의 창술은 마치 전장에서나 사용하는 창술처럼 단조로웠지만 짧은 만큼 그 속도는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임성일이 연신 방어에만 치중하며 뒤로 밀리는 듯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저한평과 송춘길은 대뜸 후청태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멋진 창법!"

"뭘 그리 질질 끄느냐? 어서 끝내버려!"

형제들의 응원 소리가 들리자 후청태는 더욱 힘이 났던지 점점 단창의 속도를 빠르게 하며 연신 임성일을 몰아붙이니 임성일은 끝내 손발이 어지러워지며 후청태에게 왼쪽어깨를 내어 주고 말았다.

"크흑, 분명 황룡창법인데……. 어째서……."

"오오, 보는 눈은 있는 놈이로군. 그래봐야 이미 늦었지만……. 칭찬을 해 주고 싶다만 내가 여유가 없구나."

후청태의 머릿속에는 이미 일괴와 삼괴가 잡아두고 있는 여인들과 뒹구는 음흉한 상상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눈앞에 있는 임성일은 눈엣가시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클클클, 어떤 몸을 가지고 있는 지 어서 보고 싶구나. 척 보기에도 발육이 잘 돼있단 말이지. 클클클.'

살짝 흘러내린 침을 스윽 닦아낸 후청태는 단창을 재차 꼬나 쥐고 죽일 듯 한 기세로 임성일의 명문혈을 향해 창촉을 찔러 넣었다. 아무리 한 쪽 어깨에 상처를 입었다고는 하나 임성일은 대 화산의 이대제자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기세를 바꾸더니 후청태의 단창을 힘겹게 쳐내고 낙영검법의 변초인 가영파화를 시전하며 검극을 비틀어 후청태의 곡지혈을 노리자 후청태는 급히 단창을 세로로 세워 임성일의 검을 튕겨내고 단창의 가운데를 잡아 돌리며 임성일의 복부를 재차 가격하기 위해 힘을 주었지만 어느새 몸을 바짝 밀착한 임성일은 이미 후청태의 팔꿈치를 막고 있었다.

"놈, 제법이로군. 하지만 거기까지다."

후청태는 강하게 힘을 주어 임성일을 뒤로 밀쳐냈다. 그리고 곧 손을 등 뒤로 돌려 능숙한 동작으로 단창을 장창으로 만든 뒤 임성일을 향해 크게 내려찍었다. 임성일은 후청태의 동작이 커지자 약간 여유가 생겨 장창을 피해 살짝 물러 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속으로 찔러 들어오는 창촉을 이러 저리 피하기 바빴다.

"크흐윽, 젠장. 이번에는 양가창법인가?"

하다못해 삼류 잡배도 할 줄 안다는 양가창법이지만 후청태는 양가창법의 오의까지 익힌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하나였다. 임성일이 미꾸라지처럼 피하기만 하자 미간을 살짝 찌푸린 후청태는 급히 장창을 회수해 창극을 바짝 몸 쪽으로 붙였다가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창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젠장, 벌써 오십합이 지났는데 아직도 승기를 잡지 못한 것인가?'

후청태는 슬슬 약도 오르고 이런 애송이를 상대로 아직도 승기를 잡지 못한 자신에게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후청태는 몰아치듯 휘두르던 창을 다시 갈무리 하더니 두 손으로 끝부분을 잡고 마치 흑룡 한마리가 먹이를 향해 공격하듯 상하 좌우로 세차게 쓸어 임성일에게 짓쳐 들었다.

임성일은 크게 당황하여 뒤로 물러서며 방어초식을 전개하려 했지만 후청태의 창이 훨씬 빨랐다.

슈아악, 푸욱.

이내 임성일의 오른쪽 대퇴부에 꽂혀 든 장창은 사정없이 돌아 들어와 임성일의 복부를 세차게 강타한다.

"쿠어억."

"클클클, 좀 버티긴 했다만 거기까지다. 나와 일백 합을 나눈 기념으로 목숨만은 살려주마."

후청태는 그 말만 남기고 임성일에게서 멀어져 멀찍이서 그를 환대하고 있는 저한평과 송춘길에게 돌아가 버렸다.

"아... 안 돼. 소사매를... 방사매를.... 이런 곳에서……."

풀썩.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그 동안 흘린 피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마지막에 어떻게 복부를 때린 것인지 아직도 내기가 진탕되어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임성일의 흐릿한 시선이 멀어져가는 하북삼괴와 소은, 경령을 쫓았다.

'사... 부님. 죄.. 죄송합니다. 제자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임성일은 마치 어두운 밤에 밝혀 놓았던 희미한 촛불이 팍 꺼지듯 정신을 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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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강호의 이단아들 -7 +4 13.06.27 1,905 39 14쪽
40 강호의 이단아들 -6 +5 13.06.24 2,379 38 16쪽
39 강호의 이단아들 -5 +2 13.06.19 2,663 33 17쪽
38 강호의 이단아들 -4 +3 13.06.16 2,851 37 21쪽
37 강호의 이단아들 -3 +3 13.06.13 2,820 39 17쪽
36 강호의 이단아들 -2 +2 13.06.11 2,900 34 14쪽
35 강호의 이단아들 -1 +2 13.06.08 4,510 42 19쪽
34 형문산의 은거고수-16 +2 13.06.04 4,021 42 22쪽
33 형문산의 은거고수-15 +3 13.06.01 4,434 46 14쪽
32 형문산의 은거고수-14 +7 13.05.30 3,782 49 15쪽
31 형문산의 은거고수-13 +3 13.05.28 4,516 54 16쪽
30 형문산의 은거고수-12 +1 13.05.26 5,024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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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형문산의 은거고수-6 +5 13.05.15 6,340 5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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