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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금흔의 서재입니다.

무연무성(無硏武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류금흔
작품등록일 :
2013.04.16 22:07
최근연재일 :
2013.12.27 17:37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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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096
추천수 :
2,361
글자수 :
281,912

작성
13.05.25 10:56
조회
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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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7쪽

형문산의 은거고수-11

세상에 모든 행운을 다 가진 소년 홍무연. 세상에 모든 불행을 짊어진 소년 임무성. 세상에 모든 슬픔을 가지는 소녀 화소은. 세 남녀가 그려가는 무림이야기.




DUMMY

"이보게, 원규. 정말 이곳이 장군총의 입구가 확실한가?"

유건의 말에 임원규는 다시 한 번 손에 든 양피지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 장보도에 따르면 의심할 여지없이 이곳이 확실하네."

유건은 재차 동굴 입구를 확인하며 임원규를 향해 회의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정말 들어 갈 수 있을까?"

높이 삼척에 폭이 이척 정도밖에 개구멍이었다.

"여기가 사람이 다닐 만한 곳인가 말일세. 개가 드나들면 모를까."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의 뒤쪽에서 고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대가, 지금 저를 개라고 말씀하신 건가요?"

"아, 재수씨. 나는 그런 뜻이 아니고……. 그런데 대체 그 복장은 뭡니까?"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가 봐야죠. 단단히 동여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서화영의 모습은 실로 가관이었다. 나풀거리는 도복을 노끈으로 칭칭 묶어 온전히 몸에 착 들러붙는 옷으로 만들어 놨기 때문이었다.

그런 서화영을 보며 임원규가 걱정스레 물었다.

"사매 정말 괜찮겠어?"

"사형, 이런 일 어디 한두 번 이었나요? 이번에도 이 사매를 좀 믿어 보세요."

임원규는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만류를 했다.

"안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지 말고 다른 입구를 찾아보는 게 어때?"

서화영은 막 준비를 마쳤는지 대꾸도 하지 않고 개구멍으로 머리를 들이 밀며 말했다.

"줄이나 잘 잡고 계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당길 테니까……."

그 모습에 유건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재수씨의 그 고집은 염라대왕이라도 못 말릴 것이오."

서화영이 동굴 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두 남정네는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녀가 동굴로 들어가고 한 시진정도 지날 무렵이었다.

"으음……. 사매가 늦는군."

" 그러게 말일세. 설마 재수씨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꼭 그래야 하고……."

두 사람이 심각하게 걱정을 하고 있는 사이, 장군총으로 통하는 동굴에서 얇고 가는 팔이 불쑥 튀어 나왔다.

"뭣들 하시는 거예요? 어서 좀 잡아 주세요."

개구멍(?) 에서 기어 나온 그녀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삼단 같은 머리칼이며 몸에는 거미줄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온통 기어 다녔던지 무릎과 팔꿈치는 이끼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 모습에 임원규는 대번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사매,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앞장 설 테니 나서지 마."

서화영은 그런 임원규가 기꺼웠는지 생긋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앞으로는 사형께 맡길게요. 그보다 장보도는 정확한 것 같아요."

서화영은 품에서 온통 금장식과 보석으로 뒤덮인 소도를 꺼내 두 남자에게 내밀었다.

"이게 무엇이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 나가 보이긴 하는데……."

"후훗, 유대가 전설의 무상신도예요. 탁 보면 감이 안 오세요?"

"글쎄요. 제가 본래 강호사에는 젬병이라……."

별 관심없는 유건에 반해 임원규는 화영이 내민 소도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 화려한 칼집에서 천천히 칼을 배내었다.

샤라랑.

마치 은종 여러 개가 동시에 울리는 듯 한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 무상신도는 무려 수천 년이 지났건만 그 예기가 여느 보검에 못지않았다.

"과연 금강불괴를 깰 수 있는 최상의 보도라는 말이 전설은 아니었나 보군."

임원규는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인지 도로 칼을 갈무리하고 유건에게 넘겨주었다.

"이건 자네가 갖게. 언젠가 도움이 될 테니 말일세."

아득했던 시선이 본래대로 돌아오며 유건은 품에서 천에 감싼 물건을 꺼내어 무성에게 보여준다.

"이게 바로 그 물건이다."

분명 밤임에도 불구하고 달빛을 받은 것인지 약한 빛을 뿌리고 있었고 예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과... 과연, 이것이 금강불괴로 뚫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맞다. 아직 써 본 적은 없지만 네 아버지의 말이라면 신뢰할 수 있지. 그동안 아무도 찾지 못한 장군총을 발견한 사람이지 않느냐?"

무성은 무상신도를 다시 원래대로 해두고 유건에게 말한다.

"그렇군요. 그래서 그 다음은 어찌 되었습니까?"

"네 어머니는 안으로 들어가 증거물로 그 무상신도를 가지고 나오는 동시에 또 다른 입구를 찾았다고 하더구나.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또 다른 입구를 찾아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지. 헌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란다. 분명 아무도 알지 못할 줄 알았던 것이 어느새 소문이 쫙 퍼졌던 모양이다. 우리가 입구를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각 문파에서 속속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어."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개방이었다. 무려 삼십 만에 달하는 방도가 존재하는 개방은 그 정보력도 엄청나서 임원규나 서화영이 아무리 조심을 하고 단서를 남기지 않았다 해도 아주 작은 의심만으로 그 뒤를 따라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소림이니, 청성, 점창, 아미 등이 속속 도착하게 되자 서로 경계의 빛을 띠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세 사람의 행동에도 상당히 제약을 많이 받게 되었지만 근 한 달의 조사 끝에 세 사람은 끝내 장군총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 할 수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했지만 그들의 앞은 벌써 수천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작동하는 기관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제가 들어간 곳은 환풍구였나 봐요. 길이도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고 말이에요. 기관이 이정도 상태라면 앞으로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겠는 걸요?"

서화영은 기관을 통과하며 꽤나 지쳤던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말하자 임원규는 스스로 자책을 하며 말했다.

"내가 이 장보도를 가지지만 않았어도 사매를 이리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사형, 괜히 자책 말아요. 제가 사형을 따라 나선 거잖아요."

"그래도……."

임원규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지 손에 들고 있던 장보도를 땅에 내팽개치고 말았다. 그것을 얼른 주워 든 유건이 색다른 제안을 했다.

"이렇게 되면 조금 빨리 들어갈 방법을 찾아 보는 게 어때?"

"어떤 방법이 있단 말인가? 장보도에는 기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어. 그런데 어찌 이 보다 더 빨리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느냔 말일세."

"나도 기관진식이라면 까막눈이지만 아마 그들이라면 이 정도 기관쯤은 눈 감고도 해체할 수 있을 걸?"

"그들이라니?"

"그들이라니요?"

서화영과 임원규가 동시에 묻자 유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두 사람에게 지어보이며 말했다.

"내가 듣기로 제갈 세가가 뒤늦게 합류했다더군. 이참에 이걸 그들에게 주어서 쉽게 장군총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

회상에서 다시 돌아온 유건은 탁자위에 술병을 집어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크으으, 사실 말이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그 행동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지 전혀 알지 못했거든……."

"유대형 아니 유숙부님, 진정하십시오. 이미 지난 일이지 않습니까?"

무성이 부드럽게 얘기하자 유건은 대뜸 탁자에서 내려와 세차게 무릎을 꿇으며 무성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무성아, 내가 그 짓만 하지 않았어도 네 부모는 아직 살아 있을 지도 몰랐을 것인데……. 정말 미안하구나."

유건이 그리 나오자 무성은 얼른 유건을 일으키며 말한다,

"유숙부, 대체 어떤 일이 벌어 졌기에 이러십니까? 마저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유건은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술을 몇 모금 벌컥ㅋ벌컥 마시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심사숙고 끝에 내 말대로 할 것을 받아 들이고 장보도를 나에게 넘겨주었지. 나는 그 날로 평소에 친분이 있던 제갈유에게 달려갔단다."

************

"자.. 자네 이 물건은 어디서 난 것인가?"

장보도를 확인한 제갈유는 놀란 눈을 들어 유건을 쳐다보았다. 유건은 그저 빙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출처야 상관없지 않은가? 그보다 내 오랫동안 조사하여 입구를 찾을 수 있었네. 그런데 말일세. 그곳에는 기관이 엄청나게 깔려 있더란 말이지."

"기관이라?"

유건은 제갈유가 기관 진식이라면 식음을 전폐할 정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제갈세가는 무가였지만 특출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머리만 좋은 선비에 불과했기에 무가로써의 성장을 유지할 수 가 없었다. 대신 이 제갈유처럼 그 몇몇에 포함이 안 되는 다수는 그 좋은 머리를 이용해 어떻게든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갈유가 기관이라는 말에 관심을 보이자 유건은 자신이 경험했던 몇 가지를 얘기해 주었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면 요즘시대에도 구사할 수 없는 것을 상고시대에 이미 만들어냈단 말인가?"

"자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그게 맞겠지. 내 능력으로는 더 이상 전진을 할 수 없어. 이렇게 자네에게 부탁하는 걸세."

"알겠네. 내 사람들을 이끌고 가보도록 하지."

"난 그저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테니 잘 부탁함세."

유건이 다시 임원규와 서화영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 왔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 뒤였다.

"대체 어디로 간 것이지?"

이곳저곳 찾아보았지만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던 유건은 돌아오겠지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사흘이 되도록 두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유건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군총의 입구로 가보았다.

"헉! 이.. 이게 대체... 무슨……."

유건은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남자건, 여자건, 승려건, 도사건 상관없이 수백 명이 장군총의 입구에 죽어 나자빠져 있는 것이었다.

상황이 그러하니 덜컥 겁이 난 유건은 활짝 열려진 석문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수장도 그런 아수라장이 없었다. 서로 치고 받고 싸운 듯한 흔적이 수도 없이 보였고 가는 곳 마나 시신이 즐비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원규와 재수씨도 이 중에 포함 된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내려가 보니 흐릿하게 연녹색의 비단장삼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유건은 서둘러 그쪽으로 가보았다.

"이보게. 유,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자신이 장보도를 맡겼던 제갈유였다. 그는 이미 온 몸에 지독한 검상을 입고 있었다. 다 죽어가던 제갈유는 유건은 보자 마치 지옥의 괴물이라도 본 듯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 이... 죽일 놈. 이게 다 네가 만들어 놓은 참상이다. 어째서 그런 저주받은 물건을 나에게 넘긴 것이냐?"

무방비로 있던 유건은 갑자기 제갈유가 목을 조르자 고스란히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커헉, 이.. 이보게. 대체... 왜 이러..는.. 가?"

"들어오면서 보지 않았느냐? 이 씹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지옥에나 가버려."

하지만 목을 조르는 제갈유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져 나가고 있었다. 제갈유는 마지막으로 거센 저주를 유건에게 퍼부으며 힘이 다한 것인지 푹 쓰러지고 말았다.

"크으으... 회광반조였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하지만 유건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제갈유가 그쯤에서 멈춰 섰다는 것은 앞쪽에 있는 기관은 해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어쩌지? 원규나 재수씨의 시신은 없는 것 같으니 돌아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돌렸을 때, 유건은 마치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것처럼 골이 지끈 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 자신은 이미 허허 벌판에 서 있었고 그를 향해 수천의 기마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놀란 유건은 그것들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내달렸다. 마치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는 듯이 기마대는 그의 뒤에 바짝 붙어서 달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될 바에야……."

유건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무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치 허상이라도 때린 듯 그의 주먹이 통과해 버리는 것이었다.

"이... 이건 대체……."

이해가 가능한 것도 이미 한계에 이를 때 쯤 다시 그는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굴에 즐비하게 쌓인 시체들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허상을 본 것인가? 단지 그것들과 싸우려 했을 뿐인데 그것이 사람을 상처 입히게 되고 가뜩이나 의심 많은 무인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운 것이로구나.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사건이었다. 무림인들이 저희들끼리 치고받고 싸운 것이니 사상자가 그렇게 나왔음에도 관아에서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고 당시 겨우 틀만 잡혀 있던 무림맹이 억지로 일을 떠맡아 조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무림맹의 감찰관들이 맹탕은 아니었던지 사건의 원흉으로 유건을 쏙 뺀 임원규와 서화영을 지목했다.

그 소식에 놀란 유건은 당장 임원규를 찾아갔다. 그들은 이미 사문을 나와 따로 살림을 차리고 있었기 때문에 종남이 개입되는 일은 없었다.

"이보게, 원규. 큰 일이 났네. 어서 피하게."

"대체 왜 그리 호들갑인가?"

"무림맹에서 들이닥칠 걸세. 어서 피해야 해."

"허허, 이 친구. 그리 호들갑 떨지 말고 차근차근 말해 보게."

임원규는 급하지도 않다는 듯이 유건에게 차를 따라 주며 말하자, 유건은 차를 단숨에 비워 버리고 말했다.

"개방에서 정보가 흘러 들어간 것인지 저번 호남혈사의 원흉으로 자네와 재수씨가 지목이 되었네."

"뭣이라? 그게 왜 나와 화영의 잘못인가? 저들이 제대로 조사도 해 보지 않고 들어간 것이 잘못인 것이지……."

"그렇긴 하지. 하지만 사람의 심리가 어찌 그런 가 말일세.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자네를 무림공적으로 선포해 버렸다네."

임원규는 화가 났던지 눈앞에 보이는 탁자를 일 권에 박살을 내버렸다.

"내 당장 무림맹으로 가야겠네. 이보게, 건. 화영이를 부탁하네."

임원규의 눈빛이 얼마나 단호했던지 유건은 그를 말릴 수 없었다. 당당하게 무림맹을 찾아간 임원규는 변명도 해보기도 전에 수백 개의 화살을 몸에 꽂고 죽고 말았다.

그 때, 이미 서화영의 뱃속에는 무성이 들어앉은 상태였다. 서화영은 아기를 낳기 위해 도망을 다녔다.

겨우겨우 무성이 태어나고 두 해가 지날 무렵, 서화영은 유건의 도움으로 잘도 무림맹의 추격을 피하다가 도저히 힘들었던지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유건과 함께 종남산에 올랐다.

그리고 학선충의 손에 무성을 맡기며 말했다.

"사부님, 제자가 문파에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학선충은 무성을 받아 들며 말을 받았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그랬느냐? 그랬다면 이런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사문에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임사형의 뜻대로 무성이라 이름을 지었어요."

"무를 이루라는 뜻이로구나. 걸맞은 이름이로다."

서화영은 학선충의 품에서 조용히 잠든 무성을 슬픈 눈으로 한 번 내려다보고는 등을 돌렸다. 그 모습에 안타까웠던지 학선충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내가 더 도울 것은 없느냐?"

"무성이를 잘 부탁드려요. 사부님, 그거면……. 그거면 충분합니다. 무성이를 제 아비와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서화영은 말을 마치고 전음으로 학선충에게 무언가를 부탁했다. 그녀가 다시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유건이 서화영을 재촉했다.

"재수씨, 어서 갑시다. 추격이 벌써 쫓아온 모양이……. 윽!"

유건은 온 몸이 감전 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순간 몸을 경직시키고 말았다. 그의 눈에 한 손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손은 검지를 바짝 세운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학선충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하네. 영아의 마지막 부탁이었네. 자네를 더 이상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다더군.”

학선충이 말을 마치자 서화영은 그에게 삼고구배를 정성스럽게 올린 뒤에 말했다.

"그럼 소녀 이만 가보겠어요. 부디 불효를 용서하세요."

학선충은 그저 가만히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유건이 마지막으로 본 서화영의 뒷모습은 그렇게 위풍당당할 수 없었다.

"그리고 네 어머니는 무림맹의 멍청이들 손에 검하고혼이 되고 말았다."

이야기를 마친 유건은 어느새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있었다.

"다 내 잘못이다. 내가 그 당시 장보도를 제갈유의 손에 맡기지만 않았어도…….크흐으윽."

유건의 긴 이야기를 다 들은 무성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먼 산만 바라 본 채 잔 떨림이 일어나고 있는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릴 뿐이었다.




감상평,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질타도 감사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작가의말

무성의 부모가 나왔네요. 조금 안타깝게 해 보이려고 노력은 했는데 뜻대로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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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강호의 이단아들 -6 +5 13.06.24 2,379 3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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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형문산의 은거고수-16 +2 13.06.04 4,021 42 22쪽
33 형문산의 은거고수-15 +3 13.06.01 4,434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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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문산의 은거고수-11 +4 13.05.25 4,579 4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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