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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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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3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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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95

작성
24.05.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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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3. 농사를 짓다.

DUMMY

세끼 하우스에 새로운 가족이 합류했지만 도진의 생활 패턴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나마 달라진 것이라고는 이전까지는 건들지 않았던 관사와 근처 텃밭을 정리하는 정도?


그그그극


“이제 끝!”

“오빠 수고했어”


잔디깎이에서 내려온 도진을 향해 도희가 아아를 건넸다.


“후아, 살 거 같다. 역시 더울 때는 아아가 최고네. 고마워 도희야”

“히히! 뭘 그거 가지고. 오빠가 사놓은 거 가져다준 거 밖에 없는데”


이 근처는 편의점이 없어서 뭘 사려면 차를 타고도 10~20분은 나가야 했다.

그래서 웬만한 음료나 생필품은 대량으로 주문한 도진이었다.


지금 도희가 가져다준 아아 역시, 도진이 쿠판으로 대량 주문한 제품이었다.


“도희 네가 가져다줬잖아. 그게 중요한 거지”

“우와 이 오빠. 어디 언변 학원이라도 다니는 거야? 내가 첫 여자친구라더니 완전 선순데”


퍽퍽!


“윽, 윽! 도희야 아파”

“거짓말 하지 마. 이제 안 속아”

“아, 그래?”

“이봐 이봐! 역시 선수라니까”


삐진 듯이 고개를 돌리면서도 도진과 낀 팔짱은 풀지 않는 도희였다.

귀여운 아내의 모습에 도진 또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그리워한 생활이 바로 이런 거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때 도진이 작업한 텃밭을 살피던 도희가 물었다.


“그런데 저기는 뭔가 다른 곳이랑 땅이 다르다?”

“아, 예전에 텃밭으로 쓰던 땅이라 그래”

“텃밭? 학교에 텃밭도 있었어?”

“응. 예전에는 학교에서 키우던 동물도 좀 있었거든. 토끼라던가 닭이라던가. 여기서 키운 옥수수랑 상추 같은 걸 먹이로 주곤 했지”

“여기도 동물이 있었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그랬는데. 그래서 막 당번이 먹이도 주고 그랬어”

“우리도 보통 당번이 줬어. 뭐, 나중에는 귀찮다고 빼먹는 애들이 늘어나서 수위 아저씨가 챙겨줬지만”

“헤헤, 그쪽도? 우리도 그랬는데. 이건 초등학교 국룰인가?”


사실 이건 특별한 것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먹는 모습이 귀여워 먹이를 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꾸준하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아이들은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도진은 굳이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이렇게 또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서 기뻐하는 아내를 보는 것만으로도 족했으니까


“그러면 여기는 키우던 동물들 전용 밭이었어?”

“아니, 그러기에는 밭이 너무 컸으니까. 보통은 수확한 날에 간식으로 나오거나 집에 싸줬지. 너무 작거나 벌레가 많이 먹은 것만 동물들 먹이로 줬어.”

“아하, 교장 선생님이 애들을 많이 이뻐하셨나 보다”

“그러셨지”


도진의 머릿속에 왕혜식 원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학교에 다닐 때는 고아원의 원장을 하고 있었으나 이런 전통을 만든 것은 그녀가 맞았다.


학교에서 수확한 작물을 나눠주는 일은 개교부터 폐교까지 유지됐는데 초대 교장이 바로 왕혜식이었다.


 “그럼 혹시 오빠도 여기에 농사를 지을 생각이야?”


도희가 도진이 걸고 있는 체스트 캠을 가리키며 말했다.

워낙 잡초 제거 영상이 많아서 그런지 도진은 이제 단순 제거 작업에는 액션캠을 챙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체스트 캠을 차고 있다는 것은 지금 작업이 단순 잡초 제거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도진은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다.


“땅을 그냥 놀리기도 뭐하고, 텃밭 만들어서 자급자족 하는 거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텃밭···"


도진의 말에 도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잡초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밭이 커도 너무 컸다.


수확해서 전교생에게 나눠줬다는 말이 이해될 정도였다.

그리고 이 말은 이 땅이 텃밭으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크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게 다 몇평이야?”

“글쎄? 토지 대장을 봐야 알겠지만, 아마 500평 좀 안 됐을걸?”


원래는 100평, 150평, 200평으로 이루어진 3개의 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밭끼리의 경계가 흐릿해져 하나의 거대한 밭처럼 보였다.


“일단 둑을 좀 보강해야겠다. 이래서는 구분이 안 돼서 관리가 힘들겠어”

“그러게, 너무 넓으니까 뭔가 엄두가 안 나”


논농사를 짓거나 한가지 작물을 집중해서 키우는 농사라면 모를까

500평을 한 번에 사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컸다.


“뭐 심을지는 정했어? 혹시 브로콜리랑 시금치도 있을까? 나 그거 좋아하는데”


도희의 식성은 도진도 알고 있었다.

연애 때부터 아내는 브로콜리와 시금치가 들어간 것에 사족을 못 썼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던 도희의 입에서 유일하게 나오는 불평이 시금치와 브로콜리에 관한 것들일 정도였다.


“왜 당근 케이크는 있는데 시금치 케이크나 브로콜리 케이크는 없는 걸까?”


진심으로 불만이라는 듯이 말하는 도희를 보며 도진은 그저 쓴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 말을 하기 직전에 브로콜리 수프와 시금치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고 왔으니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행복해하던 그녀는 카페에 케이크 중 시금치와 브로콜리로 만든 게 없다는 사실에 침울해졌다.


‘덕분에 나중에 브로콜리 케이크를 물리도록 먹었지만’


사귀고 얼마 뒤

웰빙 열풍이 불면서 녹색 채소로 만든 케이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브로콜리와 시금치로 만든 케이크도 나왔는데 문제는 워낙 수효가 없다 보니 파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호텔 카페나 케이크 전문 카페같이 가격대가 좀 있는 곳에서만 팔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도희는 케이크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빠! 우리 저녁은 간단하게 김밥천국 어때? 나 치즈라면 먹고 싶은데”

“응? 나야 상관은 없는데, 저번에도 김천 가지 않았어? 그전에도 김천이었고. 혹시 내 지갑 생각해주는 거라면 괜찮아”

“그런 거 아니거든. 내 지갑 걱정하는 거야. 후식 먹으려면 조절해야 하니까”

“응? 후식 정도는 내가...”

“됐어요~. 내가 언제 오빠한테 돈 내라고 한 적 있어? 우리는 무조건 더치페이야. 더.치.페.이! 그렇게 돈 내고 싶으면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내던가”


당당하게 턱을 치켜드는 도희의 모습에 도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일방적으로 계산을 미룬 적이 없었다.


도진이 밥을 사면 꼭 그에 맞는 커피와 디저트를 샀고

데이트 비용을 도진이 많이 썼다 싶으면 반드시 다음 데이트는 그녀가 데이트 비용을 지불했다.


‘그나마 생일에는 얌전히 내가 하자는 데로 했지만’


곧바로 그의 생일에 똑같이 대접한 도희였다.

덕분에 도진은 여자친구가 생긴 것 치고는 지출이 그리 많이 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 가려고? 설마 또 거기?”

“응! 이번에 바질 페스토랑 브로콜리로 만든 식빵이 나왔다는데 그걸로 만든 샌드위치가 정말 끝내준대. 시즌 한정 메뉴라 금방 품절된다니까 빨리 먹고 가자”

“···.”


도희의 말에 도진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어렸다.

저 말은 예전에도 자주 들었기 때문이었다.


품절 대란, 시즌 한정 메뉴라는 말에 속아 카페에 도착하면 막상 그 빵만 재고가 가득 쌓여있었다.

그러나 도진이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그래, 가자. 우리 여친님께서 먹고 싶다는데 그 정도야”


그렇게 도진이 먹은 브로콜리와 시금치 케이크만 두 자릿수가 넘었었다.


‘으···그때 생각했더니 입에서 브로콜리 냄새가 나는 거 같네’


잠시 과거를 떠올리던 도진은 기대에 찬 눈빛을 보이는 도희에게 말했다.


"아쉽게도 그건 지금 못 심어. 그건 가을에나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거든“

“아, 그래? 아쉽다...”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침울해하는 도희를 보면서도 도진은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작기도 맞지 않지만, 만약 이곳에 두 작물을 심는 순간 이 밭은 브로콜리와 시금치 전용 밭이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일단은 지금 심기 적당한 작물 중에 고르고 있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들깨, 콩, 옥수수가 괜찮다고 하더라고. 상추랑 대파 고구마도 괜찮고”


그 외에 가지도 있었지만 도진은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

도희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작물이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말 꺼내자마자 펄쩍 뛰겠지’


도진도 딱히 가지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기에 굳이 심을 생각은 없었다.


“아, 그리고 캣닢도 좀 심으려고”

“캣닢? 아···"


도진의 말에 의아해하던 도희의 얼굴에 순간 알았다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굳이 캣닢을 키우고자 하는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삼색이 형제 때문에 그렇지?”

“그치...”


언젠가부터 도진과 도희 얼굴에 씁쓸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은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본관 끝, 삼색이들이 지내고 있는 고양이 방을 보고 있었다.


지금 그 방안에는 승완이 열심히 어미 냥이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 많이 슬프겠지?”

“그렇겠지.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새끼 시체를 봤으니...”


도진의 말에 도희가 밭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진이 잡초를 제거하기 전, 무성한 잡초에 뒤덮여 있던 밭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깜짝 놀랐어. 설마 새끼가 더 있었을 줄이야”

“나도···길냥이는 많아도 5마리 이상 잘 낳지 않는다고 해서 녀석들이 끝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평소에는 도진과 승완이 뭘 해도 크게 반응이 없던 어미냥이 도진이 잡초들을 제거하기 시작하자 발작을 시작한 것이다.


냐아아아!

니야야앙!


“어머, 보리야 왜 그래? 진정해”


보리는 승완이 어미냥에게 붙인 이름이었다.

저마다 무늬가 뚜렷한 새끼들과 달리, 어미냥은 전체적으로 옅은 갈색이라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 이름인 줄 모르던 보리는 도진이 부르고 나서야 이름이란 걸 알았는지 최근에는 반응하기 시작했었다.

그 모습에 이제 완전히 마음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날뛰고 있으니 승완으로서는 당황스러웠다.


“오, 오빠! 잠깐만 이리로 와봐”


결국 도희가 작업하던 도진을 불러왔다.

복도에서 승완과 보리의 실랑이를 지켜보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었던 것이다.


보리는 도진의 곁에 있으면 얌전했으니 도진만 오면 진정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니야야앙!

이야옹!


“보리야, 왜 그래?”


자신이 안고 있음에도 진정하기는커녕 더욱 적극적으로 발버둥 치는 보리를 보며 도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도진은 뭔가 이상함을 발견했다.


보리의 시선이 아까부터 밖을 향해 고정되어 있던 것이다.

다시 길냥이로 돌아가고 싶은가 했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앞발과 머리는 계속해서 발버둥 치고 있지만 정작 안겨있는 몸통은 얌전했다.

그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도진이 승완에게 말했다.


“밖에 뭔가가 신경 쓰이는 모양인데, 일단 케이지에 넣고 밖으로 데려가 보죠”

“네? 아, 네”


도진의 말대로 케이지를 가져온 승완은 이어지는 보리의 행동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듯 발버둥을 치던 보리가 케이지를 보자 그 안으로 뛰어든 것이다.

심지어 문을 닫지도 않았는데 밖으로 나올 생각도 없어 보였다.


“어머...”

“확실히 평소랑은 뭔가 다르네요. 일단 같이 나가보죠.”


도진의 말에 일행은 보리가 든 케이지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도진은 보았다.


삼색이와 형제들이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뭔가 이상한데?’


보리뿐만 아니라 모든 고양이가 이상행동을 하자 도진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더욱더 확실해졌다.


냐앙, 냐앙, 냐아앙


밖으로 나오자마자 한쪽을 보며 우는 보리의 모습에 일행은 누가 자연스럽게 보리가 우는 방향으로 향했다.


“이쪽? 이쪽 맞아?”


냐앙···


“조금 더 가야 할 거 같아”


니야앙...


“아, 조금 더 왼쪽이야 오빠”


냐! 냐!


“음, 이번에는 오른쪽인 거 같은데요”


냐!


“응? 또 왼쪽? 뭐지?”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가 지나친 거 같은데?”


보리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도진의 말에 일행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보았다.


무성한 잡초로 가려져 보이지 않던 두 마리의 시체를


“이건···"

“잠깐!”


케이지를 내려놓은 도진이 황급히 두 여자 앞을 가로막았다.


동물 사체를 봐서 좋을 게 없었다.

이미 스쳐가듯 봤겠지만 기억에 남지 않게 둘을 돌려세우는 도진이었다.


두 사람이 확실히 돌아선 것을 확인한 도진이 그제야 사체를 살폈다. 


“삼색이···형제들인 거 같네”


체구는 훨씬 작았지만 무늬가 뚜렷했다.

잘 보니 얼굴에서 삼색이들도 보이는 것 같았다.


“···잡초가 햇빛을 다 막아준 건가”


생각보다는 부패가 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보기 끔찍한 건 사실이었기에 구토가 밀려 나왔지만 도진은 최대한 참고 참았다.


아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냐아...


옆에 내려놓은 케이지 안에서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죽은 새끼를 지켜보고 있는 어미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냐아··· 냐아...


보리를 만나고 난 이후로 가장 작으면서도 애달픈 울음소리였다.


“보리야...”

“어떻게...”


몸을 돌린 사람도 보리의 울음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어느새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흐느끼는 둘이었다.


“...잠깐만 기다려. 삽 좀 가져올게”


말과 함께 삽을 가져온 도진은 관사 입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작업 때문인지 순식간에 잡초를 정리한 도진은 적당한 위치에 땅을 파기 시작했다.


푹! 푹! 푹!

냐아··· 냐아...



삽질 소리와 구슬픈 보리의 울음소리만 울리길 10여분

구멍이 적당히 깊어지자 삽을 내려놓고 돌아온 도진이 보리에게 말했다.


“보리야 잠깐만. 이제 곧 끝나. 조금만 기다려”


그 말과 함께 도진은 박스에 사체를 담아 방금 판 구멍에 넣고 그 위에 흙을 덮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고양이 두 마리의 무덤이 생겼다.


케이지를 들고 온 도진은 아이들의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


“각자의 무덤은 만들어주지 못헀지만, 그래도 버려지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냐아아아아···


목소리가 쉰 건지 보리의 울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때 도진이 뭔가를 느꼈는지 천천히 케이지 문을 열었다.


끼익

사박사박


문이 열리자 보리가 천천히 걸어 나와 무덤으로 다가갔다.

힘이 다 빠진 건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무덤을 한 바퀴 돌아본 그녀는 그대로 무덤에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냐아, 냐아, 냐아아아아..


“보리야...”

“흑흑...”


언제 왔는지 둘이 이미 보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을 무덤에 몸을 비비던 보리가 도진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냐아···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보리가 도진의 다리에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말과 함께 도진이 보리를 쓰다듬자 도진을 한번 올려본 보리가 도진의 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세끼 하우스에 온 이후에도 누구의 품도 허락하지 않은 보리가 처음으로 자의적으로 도진의 품에 안긴 것이다.


“그래그래, 힘내자. 아직 너한테는 아이가 다섯이나 있잖아”


냐···


그날 이후 보리의 행동이 많이 바뀌었다.

승완이 다가오기만 해도 하악질을 하며 도망가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제법 스킨쉽도 받아들이며 삼색이들을 돌보고 있다.


도진은 그런 보리와 삼색이들을 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분위기를 보면 아예 정착할 것 같긴 한데, 또 모르잖아. 언제 다시 길냥이로 돌아갈지. 그 전에 녀석들에게 직접 재배한 캣닢을 주고 싶어서”

“오빠, 너무 멋지다”


냐!


도진의 말에 도희가 감동했다는 얼굴로 도진을 껴안으려 할 때였다.

그들 앞에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

“뭐야? 삼색이? 어떻게 밖으로 나온 거야?”


도진의 발밑까지 다가온 삼색이는 울음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더니 그대로 도진의 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흡사 캣타워를 타고 오르듯 순식간에 도진의 어깨 위까지 올라온 삼색이는 그대로 반대쪽 어깨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진의 팔을 껴안고 있는 도희의 이마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앗! 야, 너 삼색이! 너 뭐하는거야?”


냐!


“어어? 야, 오빠는 내꺼거든? 이거 안 치워? 콱 물어버린다?”


냐아!


“어쭈? 해보자는 거야? 이게! 아아! 잠깐만, 이건 반칙, 반칙이잖아”


앞발로 아무리 밀어도 도희가 비켜날 생각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그대로 도희 머리 위로 올라간 삼색이가 사정없이 정수리에 냥냥펀치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새끼 고양이가 때려봐야 고통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문제는 발톱에 엉킨 머리였다.

냥냥펀치를 휘두를수록 엉키는 머리에 결국 둘을 구경하던 도진이 나서서 삼색이를 떼어내야 했다.


“이씨, 삼색이 너! 힝, 머리 아파”


도진의 손에 붙들린 삼색이의 앞발에는 한 움큼의 머리카락이 뭉쳐 있었다.

그 머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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