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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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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3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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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55
추천수 :
2,785
글자수 :
259,795

작성
24.05.24 17:30
조회
3,029
추천
85
글자
12쪽

4. 너 해라

DUMMY

“우와 재밌었다. 승완아, 그치?”

“그, 그러네···되게 이색적이고 특이하네.”

‘전혀 안 재밌어 보이는데’


둘을 뒤따르던 도진이 두 사람의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딱 승완이 폐교를 질색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에 도희는 텐션이 최고조로 올라 있었다.


‘하긴, 예전에도 도희는 귀신 같은 건 안 무서워했었지’


동양의 귀신 영화는 물론 서양의 호러나 엑소시즘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이 일으키는 스릴러 장르는 누구보다 무서워했지만


연애 때는 그런 도희가 특이하다고 생각한 도진이었다.

그라나 결혼 후에 왜 그런지 알고 나서는 그 또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 귀신이 뭐가 무섭겠어. 사람이 무섭지’


누구보다 보호하고 응원해야 할 가족에게 매번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은 사람에게 사람은 항상 두려운 존재였으리라


“오빠 여기 리모델링 언제 한다고 했지? 우리 그 전에 또 오자!”

“이거 놓으시죠, 나도희씨”

“잉? 승완아 왜 그래?”

“절 아시나요? 전 당신을 모릅니다. 다음에는 혼자 오시죠”


자기 손까지 뿌리치며 앞으로 걸어가는 승완의 모습에 도희가 웃으며 따라갔다.

그녀 또한 승완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승완씨 한정으로는 악동이 된다니까’


받아온 상처 때문일까?


도희는 원래 사람과 벽을 치고 일정 거리 이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유이하게 도진과 승완에게만 거리를 허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진과 승완에게는 유독 짓궂은 장난을 많이 치던 도희였다.

도희의 장난을 받아줄 상대가 늘었다며 승완이 좋아할 정도였다


"오빠! 빨리 와!“

“응, 잠깐만. 문 좀 잠그고”


새로 사 온 자물쇠로 폐교의 대문을 잠근 도진이 승완의 차로 향했다.

그 짧은 사이에 두 사람은 이미 차에 들어가 있었다.


“우와 재밌었다. 그런데 저번에 말한 새끼 고양이들이 안 보여서 아쉬웠어.”

“그러게. 저번에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왔었는데.”

“야생에서 태어난 고양이들은 경계심이 강하니까요. 이번에는 사람이 셋이나 됐으니 안 나왔을 수도 있어요”

“오, 일리가 있네요.”

“어? 그러면 나 새끼 고양이들 못 봐? 나 엄청 기대 많이 하고 왔는데”

“어이구, 우리 도희! 냥이들이 많이 보고 싶었구나”

“헤헤헤”


도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이 도희가 해맑게 웃었다.

자연스럽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승완의 표정이 점점 기괴하게 번해가고 있었다.


‘아, 저 표정 오랜만에 보네’


그녀는 모르겠지만 과거 저 표정은 그들 부부에게 시그니처 표정이라 불렸다.

대략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봐서 좋긴 한데 눈꼴은 시려서 짜증이 난 표정이랄까?


미묘하게 여러 감정이 믹스된 그 표정이 재미있어서 더 그녀 앞에서 꽁냥거렸던 그들이었다.


“근데 진짜 관리는 언제 하실 거예요? 아까 보니까 운동장 상태도 그렇고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아 보이던데”

“그러니까. 돈 엄청 깨질 것 같던데··· 쉬는 날 와서 내가 잡초라도 벨까?”

“하하하, 괜찮아. 이 정도 돈은 있으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고딩 때부터 일해서 모아놓은 돈이 제법 되거든.”


당당하게 외친 도진이었으나 그를 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도진이 숨겨왔던 말을 꺼냈다.


“그리고 리모델링은 내 돈으로 안 해도 돼. 도와주실 분이 계시거든”

“오?”

“어? 정말? 완전 잘됐다! 나 진짜 정 안되면 퇴근하고 와서 제초기 돌리려고 했었는데”


도희가 정말로 안심했다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모습에 도진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라면 정말로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회귀 전 누구보다 도진을 믿고 사랑했던 아내는 회귀 후에도 변함없이 그를 믿고 따랐다.

그렇게 한참 도진이 감동을 하고 있을 때 두 친구는 평소와 다름없이 만담하기 시작했다.


“풋, 니가 회사 끝나면 몇신데 여기 와서 제초기를 돌려? 여기 경기도 외곽이라 버스도 잘 안 다니는데”

“당연히 내 단짝이랑 같이 오려고 그랬지. 그치~ 승완아?”

 “아, 그러니까 아줌마 누군데요! 이거 놔요! 놔!”

“아이잉! 우리 사이에 왜 그랭? 내가 오빠 생겼다고 이제 나 버리는 고야?”

“닥쳐라, 이 끈끈이 같은 뇬아! 그렇게 기사로 부려 먹을 거면 기름값이라도 뱉던가!”

“아잉! 기름값은 당연히 주지! 내가 언제 안 준 적 있어? 기름값에 서비스로 볼 뽀뽀 해주까? 일롸 자기야. 내가 간만에 쪽 해줄 게 쭈쭙!”

“아! 저리 가! 더러워! 불결해! 가서 네 남친한테나 하라고!”


두 사람의 만담을 즐기며 도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참에 조금 전 교장실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 * *


“후우”


짧은 심호흡을 끝으로 도진은 망설임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


기본 컬러링이 몇초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곧바로 푸근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도진아. 오랜만이구나. 무슨 일이니?]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가자 도진의 얼굴이 조금 더 편안해졌다.

너무 오랜만의 통화라 긴장했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전화 목소리에 긴장이 풀린 것이다.


덕분에 도진의 입에서도 예전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녀석, 그냥 예전처럼 원장님이라고 부르라니까. 나야 늘 똑같지. 너는 좀 어떻니?]

“저도 늘 똑같죠. 사장님 덕분에 한 사람 몫은 하고 살고 있습니다”

[흘흘흘, 인사치레인걸 알면서도 그 말은 언제 들어도 참 듣기 좋구나.]

“그럴리가요. 늘 진심입니다”


손주의 재롱을 받아주는 듯한 상대방의 웃음소리에 도진도 평소보다 조금 더 익살스럽게 말을 보탰다.

그러나 사실 지금의 말은 진심이었다.


고아로 세상에 나온 도진에게 있어 상대는 부모도 주지 못한 온정을 베풀어준 은인이었으니까

전화 너머의 인물도 그것을 느꼈는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 인사는 이쯤 하면 충분할 거 같고.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했니? 네 성격에 단순히 안부 인사만 하겠다고 전화를 한 건 아닐 테고]


인제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상대의 말에 도진도 얼굴에 짓던 미소를 지운 채 진지하게 말했다.


“사장님, 저 이번 달까지만 하고 퇴사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왜 갑자기 상관없는 노인에게 퇴사를 얘기하나 싶겠지만 사실 이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가 다니는 공장의 현재 대표가 바로 그녀였으니까


[흘흘흘! 일개 과장이 중간 관리자 다 뛰어넘고 사장한테 다이렉트로 퇴사를 통보하는 거냐?]

“퇴직서는 정상적으로 부장한테 제출할 겁니다. 그냥 사장님께는 따로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서 연락드렸어요.”

[어이구, 말은 잘하지. 고아원에 있을 때는 애가 참 순수했는데 크더니 능글맞아졌어]

“하하하...”


노인의 말에 도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은 사장이지만 그녀는 한때 도진이 속한 고아원의 원장이기도 했다.


고아원과 공장은 모두 복지재단 다움의 소유였고

이사장인 그녀는 몇 년 주기로 소속 부서의 대표를 맡아왔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에 도진이 일하던 공장의 대표로 온 것이다.


[박 부장 속이 아주 쓰리겠어. 개인적으론 나도 많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도진이 너라면 차기 공장장까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그건 솔직히 무리에요. 제 위로 경력자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푸훗, 그 쭉정이들이 퍽이나 공장장까지 버티겠다. 그래서, 할 말은 이게 끝인 거야? 내 생각에는 아직도 본론이 안 나온 거 같은데]


자신의 내심을 꿰뚫는 노인의 말에 도진도 더는 빼지 않고 말을 뱉었다.


“사장님. 아니, 원장님. 정아초등학교부지, 제가 샀습니다”

[···네가?]


전화를 건 이후, 처음으로 노인의 말이 잠시 끊겼다.

그만큼 도진의 말은 그녀에게 충격이었다.


[그걸··· 왜 샀니? 폐교된 지 5년이라 관리비가 더 나올 텐데]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런데 폐교시기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경매에 참여 안 하셨다길래 완전히 관심 끊으신 줄 알았는데”

[흘흘, 그게 끊는다고 끊어지누. 내가 고아원 다음으로 세운 학교가 정아국민학교였는데.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 그 모습이 선명하단다]

“근데 왜 다시 구매를 안 하셨어요?”


사실 도진은 예전부터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학생이 없어서 학교를 운영 할 수 없다면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되니까’


선례도 많다.

카페, 펜션, 캠핑장, 각종 교육장까지


학교 부지를 매입해 운영하는 곳은 많았으니까

하지만 원장은 정아초등학교를 구매하지 않았다.


[내가 그곳을 어찌 다시 구매하누. 내 아들 때문에 애들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내가 양심이 있으면 그곳을 다시 사면 안 되지. 흘흘흘]

“···”


자조 섞인 원장의 목소리에 도진도 할 말을 잃었다.

그도 원장의 아들이자 당시 이사장이 학교에서 뭔가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 문제가 얼마나 컸냐면 당시 재학 중이던 아이들을 모두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야 할 정도였다.

원장은 그떄의 일에 죄책감을 가지고 학교 부지를 포기한 모양이었다.


[흘흘흘, 그래도 네가 샀다니 다행이구나. 그래도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졸업생인 네가 낫겠지]

“...”

[그래도 한때는 내가 그 학교 이사장이었는데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야겠지. 듣자 하니 학교 상태가 엉망이라던가? 조만간 사람 보내서 정리 한번 싹 해주마]

“아니에요, 그건 제가 하면 돼요. 그거부터 찍을 예정이니까 절대로 건드시면 안 돼요”

[응? 흘흘흘 너도 그 너튜버인가 뭔가 하는 게냐? 그게 요새 젊은 애들에게 인기라고는 들었는데 도진이 네가 할 줄은 몰랐구나]


노인이 아는 도진은 개미 같은 타입이었다.

한눈팔지 않고 하나하나 착실히 준비하는 아이라 생각했는데 불확실한 너튜버를 한다니 꽤 신선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도진의 말에는 오랜 경험을 가진 그녀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잔금을 치르고 학교를 둘러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교장실 바닥에서 돈뭉치를 찾았어요”

[···]

“이거... 아무래도 전 이사장님이신 아드님이 묻어놓은 거 같은데...”


이후 도진은 돈의 액수를 말하고 노인에게 회수하라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노인의 반응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만! 되었다. 아마 그 망할 놈이 묻어 놓은 돈이 맞겠지. 예전에 내 금고에서 빼간 돈 중 얼마일 게다. 그거 그냥 도진이 너 해라]

“네? 이걸 전부요?”


생각지도 못한 노인의 말에 이번에는 도진이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무려 80억이었다.


아무리 노인의 자산이 많다지만 이 정도 액수라면 그녀 또한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 코딱지만 한 방에 숨겨봐야 얼마나 숨겼다고. 내 마음속 짐을 하나 덜어준 보상이라고 생각하려무나. 학교 매입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되고. 원래 부동산을 사면 주변 친인들이 선물 하나씩 주는 거거든“

“아니, 그래도··· 우선 액수라도 들어보시고..”

[됐다니까 그러네. 정 뭐하면 그냥 경찰서에 신고하거라. 내가 유실물 비용은 최대로 지불할 테니]

“...정 그러시면 감사히 받을게요. 원장님 나중에라도 딴소리 하기 없으시기에요”

[흘흘흘. 거기서 천억이 나온다고 해도 무를 일 없을 테니 안심하려무나.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통화를 하는 도진의 목소리가 순간 떨렸다.

무려 80억짜리 부탁이었다.


아무리 평소에 무던한 그라도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노인의 말은 생각보다 별것 없었다.


[퇴사하고 나서 나 한번 찾아오거라. 간만에 얼굴도 좀 보고, 학교로 뭘 하려는지 좀 듣고 싶구나]


작가의말

옛다 선물 (8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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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어그로의 효과가 너무 쎄다 +2 24.06.15 1,732 6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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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교육하는건 내가 아닐테니까 +8 24.06.11 2,071 79 22쪽
25 24. 좋은 말로 할때 꺼져 +1 24.06.10 2,112 77 20쪽
24 23. 운동장 폐장 +5 24.06.09 2,120 80 16쪽
23 22. 사라진 세번째 소원 +10 24.06.08 2,111 72 15쪽
22 21. 새로운 연적 +4 24.06.07 2,169 78 15쪽
21 20. 또랑이 +2 24.06.06 2,173 82 14쪽
20 19. 도서관과 영화관 +1 24.06.05 2,293 80 19쪽
19 18. 신고받다. +1 24.06.05 2,304 70 18쪽
18 17. 폐쇄해주세요 +4 24.06.04 2,292 76 12쪽
17 16. 왕 원장과의 약속 24.06.03 2,329 73 17쪽
16 15. 마스크를 벗고 +1 24.06.02 2,401 69 14쪽
15 14. 삼색이야 +5 24.06.01 2,471 69 16쪽
14 13. 농사를 짓다. +3 24.05.31 2,552 73 17쪽
13 12. 초호화 놀이방 +7 24.05.30 2,593 8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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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부적 +1 24.05.28 2,623 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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