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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공모전참가작 새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3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88,419
추천수 :
2,779
글자수 :
259,795

작성
24.05.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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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9
추천
77
글자
17쪽

3. 모교를 사다.

DUMMY

“2018 타파경 914건 낙찰되었음을 알립니다”


짝짝짝


경매장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작은 박수 소리를 들으며 도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됐어!’


충분히 가능할 거라 확신했지만, 막상 경매가 시작되니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살면서 이런 자리도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경매가가 높아져 낙찰에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도진의 단독 입찰로, 너무나 싱겁게도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낙찰자분께서는 이쪽으로 와주세요”


법원 경매 관계자의 호출에 도진이 재빨리 그쪽으로 향했다.

각종 주의사항과 잔금 입금 날짜를 받은 후 낙찰서를 받고 법원을 나섰다.


“휴, 이 종이 쪼가리가 7,900만원이구나”


폐교된 지 5년이나 된 낙후된 건물이지만 학교 부지가 넓은 만큼 경매 금액이 커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저 돈으로 총 8,500평을 산 셈이었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아무리 폐교의 위치가 경기도 외곽이라고 해도 원래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금액으로 구매한 것이니 말이다.


“시간이 애매하게 됐네. 이제 뭐 하지? ”


경매는 대부분 평일 오전에 하기에 도진도 오늘 연차를 썼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경매가 끝나버려서 시간이 붕 떠버렸다.


영상을 찍을 때 말고는 여가 시간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자는 도진으로서는 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음... 낙찰도 받았고, 이참에 모교나 한번 가 볼까?”


생각해보니 괜찮은 계획 같았다.

모교를 방문한 적은 중고등학생 때가 끝이었으니까


그의 기억과는 다른 모습일지라도 이 핑계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 * *


다행히 학교의 정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걸쇠가 걸려있긴 했으나 그 정도는 손을 넣어서 빼면 그만이었기에 도진은 손쉽게 정문을 열 수 있었다.


끼이익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탓인지 뻑뻑한 문을 밀고 학교로 들어간 도진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폐교됐다길래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학교의 상태가 생각보다 엉망이었다.


“남들이 보면 잔디 구장인 줄 알겠네”


한때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사람의 발길 대신 잡초들에 점령된 상태였다.


얼마나 무성하게 자랐는지 얼핏 천연 잔디라고 오해할 정도

도진은 잡초를 피해 보도블록을 밟으며 운동장을 돌았다.


그러다가 운동장 구석에 있는 작은 놀이터를 발견했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이 놀던 곳이었다.


“아, 정글짐이 원래 이렇게 작았나? 그네... 는 한쪽이 없네? 미끄럼틀은··· 저건 못 쓰겠다”


기구 하나하나를 보는 도진의 얼굴에 조금씩 그리움이 묻어나왔다.

요즘 만들어지는 놀이터와 비교하면 너무나 조악한 수준이지만 이때는 나름대로 낭만이 있었다.


도진의 시선이 놀이터 중앙에 자리한 기구로 향했다.

큰 공의 뼈대만 남겨놓은 듯한 기구로 일명 ‘뺑뺑이‘라 불리던 전설의 영혼 탈곡기였다.


이 기구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돌리느냐에 따라 그 위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가장 큰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애들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네. 왜 그때는 다들 쌔게 밀지 못해서 난리였을까?”


안에 있는 이들은 말 그대로 육신이 분리되는 압박을 느꼈을 텐데

확실히 그 시기는 약한 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야생의 시대가 맞았다.


끼익! 끽! 


도진이 쌩쌩이를 슬쩍 돌려봤지만, 너무 녹이 심하게 슬어서인지 구체는 꼼짝도 안 했다.


“음, 이것도 수명이 다했네. 치워야겠어”


손을 턴 도진은 다시 천천히 운동장을 돌았다.


늑쳘과 연결된 철봉

마찬가지로 장벽넘기틀과 연결된 구름다리

경계가 애매한 씨름장까지가 놀이터의 끝


어느새 운동장 반을 지나 교정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쪽은···주차장이었나?”


운동장과 달리 포장된 도로가 꽤 큰 것이 아마도 맞을 듯싶었다.

그렇게 마저 운동장을 다 돈 도진이 본관 앞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이곳은 정문과 달리 제대로 자물쇠가 걸려있어 들어가질 못했다.

할 수 없이 창을 통해 내부를 보았는데 본관의 상태는 도진의 예상과 달랐다..


“흠···내부는 생각보다 꽤 깔끔하네”


오래된 건물 특유의 페인트가 갈라졌다거나 바닥이 파인 곳이 좀 보이긴 해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꽤 양호한 상태였다.

창밖에서도 보이는 먼지들만 치운다면 당장에라도 아이들이 등교해도 좋은 정도였으니 말이다.


“기분이 미묘하네. 이렇게 관리를 잘 해놓고 왜 폐교를...”


도진이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학생 수가 부족하긴 했지만, 꼭 그것 때문에 모교가 폐교된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다 당시 이사장이 학교 운영을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에효, 이제 와서 생각해봐야 뭐가 달라진다고”


학교는 이미 폐교했고 이제는 자신이 이곳의 새로운 주인이었다.

과거를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이곳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를 고민하는 게 더 건설적이었다.


“다른 곳들은 어떠려나”


정아초등학교 건물은 본관이 끝이 아니었다.

따로 별관이 있고 창고와 급식실, 작지만 체육관과 강당, 시청각실도 각각 존재했었다.


도진이 다른 곳들도 살피기 위해 본관을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냐앙!


“응?”


갑자기 들린 고양이 소리에 도진의 발걸음이 멈췄다.

고양이는 도진에게 꽤 친숙한 동물이었다.


이 학교 부지에는 뒷산도 임야로 포함되어 있기에 어렸을 때부터 산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들린 고양이 울음소리는 근처에서 들린 것이었다.


“어딨니?”


포장된 길을 제외하면 죄다 잡초투성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저 앞에서 잡초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위치를 살펴본 도진은 그곳이 관사 앞 텃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는 상추와 파, 고추가 자라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잡초더미일 뿐이었다.


아니, 잘 관리된 곳이라 그런지 오히려 잡초가 더 무성했다.

그런데 쓰러지는 잡초의 방향이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냐아앙!


“오, 나왔다”


바로 앞의 잡초가 옆으로 쓰러지며 그 안에서 작고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왔다.

걷는 모습이 묘하게 뒤뚱거리고 아직 털도 솜뭉치 같은 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같았다.


그런데 잡초를 뚫고 나온 고양이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냐양!

냥~


“어, 어라?”


둘, 셋, 넷, 다섯


총 다섯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잡초를 뚫고 나와 도진의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기껏해야 한 마리라고 예상했던 도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제일 먼저 나왔던 고양이가 도진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냐앙~


“어, 어! 잠깐, 잠깐만. 이리로 오면 안 돼”


냐앙?


새끼 고양이는 뒤로 물러나는 도진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도진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 어린 새끼고양이가 다섯이었다.

분명히 이 근처에 어미 고양이가 있을 텐데 괜히 자신이 만졌다가 냄새라고 배면 어미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새끼냥이는 그런 도진의 배려를 이해하지 못했다.


냐아앙~


“어허, 오지 말라니까? 이러다가 너 엄마한테 혼난다? 엄마한테 냥냥펀치 맞고 싶어?”


슬쩍 다가오려던 새끼냥이는 도진의 거듭된 경고를 알아들은 건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았다.

다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계속해서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도진의 얼굴에 자기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귀, 귀엽다”


회색과 흰색 검은색의 삼색을 지닌 새끼냥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웠다.

특히 코와 입 주변만 하얀 털 색은 분홍색의 코와 입과 대비되어 한층 더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가오려는 고양이와 다른 새끼냥이들을 한번 살펴본 도진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잘 생겼네, 엄마나 아빠 둘 중의 하나가 엄청 잘생겼나 보다”


그만큼 새끼냥이들도 만만찮게 귀여웠다.

저마다 무늬와 색깔은 달라도 생긴 거나 하는 행동이 보통 요망한 게 아니었다.


냐앙~

냥!

후냐냐냐냥~


자기들끼리 놀거나 햇볕을 쬐며 잠들려 하는 녀석, 혼자 털 관리 하는 녀석들까지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아, 잘 찍히고 있나?”


말과 함께 도진은 가슴에 고정한 고프로를 확인했다.

다행히 녹화는 잘 진행되고 있었다.


나중에 너튜브에 올리려고 학교에 도착한 이후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제법 좋은 그림을 건진 것 같았다.


냥?


“어? 너 언제 이렇게 가까이 왔어?”


고프로를 확인하고 있던 도진은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언제 다가왔는지 아까 그 새끼냥이 앞발로 자기 다리를 건들고 있던 것이다.


도진은 내심 깜짝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뒤로 물러났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급하게 움직이면 새끼냥이 놀랄 수도 있었기 떄문이었다.


아직 어린만큼 충격을 받으면 나중에 필요 이상으로 인간을 경계할 수도 있었다.


“음, 어디 보자, 뭐 줄 게 있던가?”


몇걸음 떨어진 도진이 가방을 뒤졌다.

덕분에 좋은 영상도 찍었으니 뭐라도 답례하고 싶었다.


다행히 가방에는 츄르가 몇 개 있었다.

공장 마당에서 사는 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주려고 미리 넣어둔 것이었다.


“아직 새끼냥이니까 이거 하나로 다섯이서 나누어 먹자”


말과 함께 도진이 츄르 하나를 뜯었다.

성묘면 괜찮지만 새끼냥이에게 츄르 하나는 양이 너무 많았다.


특히 지금처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이라면 더더욱


냥?

니야야

후냐냐냐냥


츄르의 냄새를 맡은 걸까?

뒤에서 각자 할 일을 하던 녀석들이 쪼르르 도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도진은 녀석들에게 닿지 않게 조심하며 조심스럽게 땅에 골고루 츄르를 짜줬다.

자기들끼리 싸우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새끼냥들이 츄르를 먹고 있는 동안 재빨리 자리를 떴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한 녀석은 츄르를 다 먹고도 쫓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휴우, 이쯤이면 되겠지”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이동한 도진은 처음의 계획과 달리 별관과 체육관 정도만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새끼냥들에게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하기도 했고 이대로 계속 돌아다니다가 또 녀석들을 만난다면 정말로 어미냥에게 버림받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머지는 잔금 지급하고 와서 확인해도 되니까”


마침 슬슬 해도 지고 있었다.

4월이라 겨울보다는 해가 길어지긴 했어도 아직은 낮보다 밤이 긴 시기였다.


차가 없는 도진으로서는 서둘러야 했다.

인적없는 곳에서 해까지 져버리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무서웠으니까


* * *


잔금을 치르고 난 후

도진은 이제 완전히 자신의 소유가 된 폐교를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기가 정말 오빠가 산 학교라고?”


도진의 옆에서 대문 너머를 본 도희가 꺅 소리를 질렀다.

눈까지 반짝거린 그녀가 학교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응, 마침 좋은 물건이 나와서 경매로 샀어”

“우와! 대박! 오빠 대단하다!”

“하하, 대단은 뭘. 그냥 운이 좋았지”

“그러면 여기서 이제부터 너튜브 찍는 거야?”

“응, 그럴 생각이야”

“내 남친 완전 멋져! 그치? 승완아”


도진의 한쪽 팔을 끌어안은 도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들의 뒤에는 한껏 짜증 난 모습의 승완이 있었다.


“··· 몰라, 그냥 둘이 꽁냥거릴것이지 난 왜 부른 거야”

“헤헷!”


띠꺼운 승완의 말투에도 도희는 뭐가 그리 좋은지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쉰 승완이 도희의 옆으로 다가왔다.


“아니, 보통 사귀고 첫 데이트는 좀 신경 쓰지 않나? 이건 좀··· 너무 특이한데?”


학교 부지를 한번 둘러본 그녀는 별종들이라는 시선으로 친구와 이제 친구 남친이 된 도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시선에도 두 사람은 그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별일이네. 도희 쟤가, 저렇게 남자를 금방 사귀다니’


이게 다 도진이 영혼을 갈아 넣은 결과였다. 


기본적으로 도진이 도희의 이상형에 가까운건 사실이지만

연애부터 결혼생활까지, 도희의 관심사를 기억하는 도진이  두 사람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버린 것이다.


덕분에 첫 만남이후 한달도 되지 않아서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까지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

아직은 조금 쭈뼛거리기는 하지만 도희 또한 하루가 다르게 도진을 편하게 대하고 있는 중이었고


“하아···정상이 아니야. 아니, 천생연분인가? 그냥 둘이서 결혼해서 백년해로해라”

“야, 넌! 벌써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 오늘 사귀고 첫 데이트인데 너무 빠르잖아”

“어? 나랑 결혼할 생각 없어? 난 도희랑 결혼할 건데? 그래서 첫 데이트도 여기로 온 거잖아. 나 이거 지금 재산 어필이다?”

“푸훗! 뭐래! 뭐···물론 결혼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하잇! 그러니까 난 왜 데리고 왔냐고? 솔직히 말해봐. 운전기사 필요해서 부른 거지?”


그 뒤로 도진과 도희는 한동안 삐진 승완을 달래줘야 했다.

커플의 꽁냥거림에 질린 그녀가 차를 끌고 집에 가려 했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폐교 투어 시작합니다!”


본관 앞에 도착한 도진이 자신 있게 일행을 안내했다.

그의 손에는 이전과 달리 본관 자물쇠 열쇠가 들려 있었다.


잔금을 치르고 각종 보안키와 열쇠를 받아온 것이다.


철컥, 끼이익


비교적 새 제품인 자물쇠와 달리 본관 문은 녹이 슬었는지 약간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문이 열리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도희가 승완에게 말했다.


“우와 나 이런 거 처음이라 엄청나게 두근거려”

“··· 혹시 뭐 귀신이나 이런 거 나오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귀신이 여기 왜 나와? 걱정하지 마 나오면 내가 다 처리할게!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무섭나”


말뿐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도희는 당당하게 본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말한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 아는 도진으로써는 쓴웃음이 지어지는 장면이었다.


“자, 우선 복도 끝에서부터 시작하자. 우선은 1학년 교실이네”


그렇게 시작된 폐교 투어는 1학년 교실을 지나 행정실, 교무실, 교장실, 양호실 순으로 진행되었다.


아이들이 많았던 지역이라 그런지 본관의 크기가 생각보다 컸다.

층수만 무려 3층이었다.


 결국 1층까지만 둘러본 일행은 밖으로 나와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어? 휴대폰 놓고 왔다. 미안한데 밖에서 잠깐만 기다려줄래?”

“응? 어디다 놓고 왔는데?”

“글쎄? 아마 교무실이나 교장실 중의 하나일 거야. 그때 문자 확인을 했으니”

“그럼 같이 갈까? 이 넓은데 혼자서 찾으면 시간도 걸리고 무섭잖아”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도희의 모습에 도진이 피식 웃으며 도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괜찮으니까 승완씨부터 좀 챙겨줘. 아까부터 표정이 너무 안 좋다”

“어? 정말이네? 승완아, 괜찮아?”

“괘, 괜찮아. 그냥 조금 으스스한 것 같아서”

“으이그, 이런 쫄보! 무서웠으면 빨리 말하지. 나가자. 밖으로 나가면 괜찮아질 거야. 오빠 빨리 찾고 나와”

“응”


승완을 이끌고 밖으로 향하는 도희를 지켜본 도진은 그대로 교장실로 향했다.

그의 얼굴은 어느새 꽤 진지해져 있었다.


사실 그는 휴대폰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저 혼자서 교장실에 들어갈 명분을 얻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을 뿐이었다.


드르륵


빠르게 교장실로 들어선 도진은 방안에 남아있는 유일한 책상을 옮겼다.

미래에 뉴스에 나왔던 내용대로라면 이 아래에 그가 찾던 물건이 있었다.


그그극


꽤 무거운 원목 책상이라 옮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피지컬이 좋은 도진이었기에 조금의 수고로 책상을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책상이 옮겨진 공간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도진은 지체 없이 그 문을 잡아 열었다.


드득드드득


꽤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지 문은 꽤 무서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비닐로 포장된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딸깍


휴대폰 플래시를 비춘 도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비닐에 들어가 있는 것들은 전부 만 원짜리 현금이었다.


80억

회귀 전에 봤던 뉴스에서는 이곳에 묻힌 현금이 무려 80억이라고 했었다.


처음 이 현금을 발견한 이는 이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펜션으로 운영하려던 사람이었다.

공사 전에 답사를 온 그는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그 대가로 로또를 맞았다.


[유실물법이 찾은 물건의 5~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던가요? 그러면 신고한 분에게 20%를 건네주시고 나머지는 제가 운영하는 복지재단으로 넣어주세요]


80억의 20%

신고 하나로 졸지에 16억이라는 거금을 얻은 그는 졸지에 폐교를 산 금액과 리모델링 비용을 모두 벌어들인 행운아가 되었다.


그리고 도진은 이번 생에 그 행운을 본인이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것도 패션업자보다 더 큰 행운으로


“이제 왕 할머니에게 전화할 타이밍인가?”


이 폐교의 원주인이자 이 돈의 주인

도진은 그런 사람에게 거침없이 전화를 걸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페이소입니다.

오후에 한편 더 업로드 하겠습니다.

공모전의 최소 요건을 맞출 때까지는 당분간 부지런히 연참으로 따라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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