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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연극(戀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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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작품등록일 :
2012.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2.02.13 16: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37
추천수 :
46
글자수 :
80,507

작성
12.02.05 17:00
조회
168
추천
2
글자
8쪽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3)

DUMMY

“신 군 다리 괜찮을까요…?”


“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친 게 아니니 곧 나을 수 있겠지요.”


“헤헷. 다행이에요. 참 좋으신 분이시죠? 원래 이런 마을에 있을 만하신 분이 아닌데. 자진해서 남으셔서 다친 사람들을 돌봐주고 계신걸요.”


확실히 이런 시골 마을에 있을만한 실력은 아닌 것 같다. 평범한 의술이 아닌 기나 마력까지 알고 있는 걸 보면… 대부분의 산간 마을의 의사들은 약초나 간단한 민간요법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저 정도의 능력자는 수도의 의원쯤 되어야 할 텐데.


“그런데, 시에님은 어디 불편하신건가요? 아까 얼핏 들으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까 얘긴 새로 약을 하나 만드셨다고 해서, 시범삼아 먹어보고 있거든요. 종합 영양제라고 할까요.”


“그렇군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한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 하는 게 좋을 듯싶다.


“네. 자 그럼 일하러 가볼까요. 오늘은 신 군도 같이 가요.”


“저는 방해만 될 텐데요.”


“방해는요. 가면 할 일이 있을 거에요. 자자 이쪽으로 가요.”


뭐 이렇게 말하는데 따라가지 않을 이유도 없기에, 내 소매를 잡고 끄는 그녀의 발에 맞추어 마을로 향했다.


몇몇 가게들이 모인 곳의 한 골목에 여러 노점상이 열린 곳이 있었다. 하지만 원체 작은 마을이다 보니 길거리 위에 나와 있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는 능숙하게 어떤 건물의 앞자리에 자리를 잡더니, 내게서 보따리를 건네받아 그곳에 펼쳐 보인다. 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 수제 곰 인형. 반지 귀걸이 등. 그녀가 주로 하는 일은, 손수 이런 액세서리들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시골 마을이다 보니, 조달 할 수 있는 재료가 한정 되 약간은 조악해보이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것이 많다.


하지만… 이런 마을에서 이런 걸 살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녀는 늘어놓은 물건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보자기 위에 앉았다. 나 또한 그녀의 약간 뒤에서 검을 가슴에 안고 건물의 벽에 기대 조용히 앉았다.


원체 말수가 없는 나였기에, 조용히 앉아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렸다. 지루하진 않을까?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손님하나 없다. 잠시 그녀의 얼굴을 흘끗 보았지만, 지루함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는 얼굴이다. 오히려 빛나는 얼굴로 파는 물건들을 조심히 다듬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의 첫 손님이 왔다.


“안녕 시에”


“칸나 언니 왔어요.”


웨이브 진 붉은 머리의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평범한 얼굴의 아가씨였다.


“오늘도 수고하네. 어때 오늘은 손님 좀 많았어?”


“아뇨. 언니가 첫 손님이에요.”


시에님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근데 뒤에는 누구?”


난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망토로 가리고 있기에 잘 보이지 않는다.


“저희 집에서 머물고 있는 모험가분이에요.”


별로 말을 섞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살짝 인사를 했다. 시에와 아는 사이인 듯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사 할 때 마주친 그녀의 얼굴이 동그랗게 커지며 빛나기 시작했다.


“신 에쉬오드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어머, 칸나에요. 시에와는 꽤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랍니다.”


“아, 예…”


“시에 너도 참. 이런 분이 있었으면 진작 소개시켜주지 그랬니.”


그 후로도 그녀는 물건을 살 생각이 없이 시에님과 수다를 떨기에 바빴다. 뭐… 수다라고 해도 그 아가씨가 하는 말이 90% 이상이긴 했지만 말이다. 마을 대장장이의 아들이 누군가랑 사귄다는 것. 다른 마을의 어떤 남자 녀석이 잘 생겼다는 등. 이런 저런 얘기만 늘어놓더니 결국 물건 하나 사지 않고 그 아가씨는 돌아 가버렸다. 그런데 얘기를 하면서 슬쩍슬쩍 나를 쳐다보는 게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첫 손님이 이 모양이니 기분이 안 좋을 만도 하건만, 시에님은 그 칸나라는 여자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며, 어떤 때는 호응해주고 결국 그녀가 갈 때는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줬다.


정말 대책 없이 착한 아가씨이다.


4시간이라는 시간이 경과 됐을 무렵. 찾아온 손님은 몇 명 더 있었지만, 물건을 사간 건 3명뿐이었다. 그녀가 물건을 하나 팔 때마다 남는 돈은 대략 8페니(peny) 정도라고 한다. 이 돈이라면 3-4개를 팔아야 간신히 빵을 살 돈이 나온다. 하루 종일 이곳에 앉아 있어야 그야말로 하루치 식사를 할 돈이 생기는 것이다.


새삼 그녀에게 미안해졌다. 불만이 있을 법도 하건만 아무 내색조차 하지 않았기에, 난 이대로 머물러도 되는 줄 알고만 있었다.


아니… 왜 난 그녀의 곁에서 떠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걸가. 아니야. 떠나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니다. 다리가 낫지 않았으니까… 영력이 돌아오지 않는 한 이렇게 한 곳에서 머물며, 라이오네 중 누군가가 나를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니. 그 이유 뿐.


그래 그런 거야.


“신 군. 지루하지 않아요?”


생각에 빠져 있던 내 모습이 지루해 보였던 건지, 그녀가 그렇게 물었다.


분명 지루하긴 했다. 이렇게 하릴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시간을 보내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이 싫거나 하진 않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보단 시에님이 지루하시진 않으십니까? 매일 이런 일을 하실 텐데.”


“전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앉아서 사람들을 보다보면 시간이 금방금방 가요. 그리고 제가 파는 물건을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 사가지고 갈까 이런 걸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 있구요.”


밝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이렇게 긍정적일 수 있는 그녀가 조금은 부러웠다. 그녀를 보면 세상을 이렇게 살아온 내가 바보 같다고 여겨진다.


“시에님은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시는군요.”


“물론이죠. 헤헷.”


날이 저물어 갈 무렵에 온 한 손님. 아빠의 손을 잡고 온 꼬마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안녕, 리에. 또 왔구나.”


“응 언니. 오늘은 곰돌이 사려고 왔어.”


그러면서 그 꼬마는 아빠의 팔을 잡아당기며, 한 쪽에 놓여있던 곰돌이를 가리켰다.


“아빠 저거, 저거.”


“그래 알았다. 알았어. 이스피나 양 저걸로 주게나. 원 2주전부터 계속 노래를 불러대더니 그렇게 좋으냐.”


“응!”


“30페니만 주세요. 아저씨.”


“그럴 순 없지. 여기 앞의 표에는 분명 35페니라고 쓰여 있는 데, 이스피나 양도 어려운데. 자자 깎아줄 필요 없네. 정가 그대로 받게나.”


“괜찮아요. 리에는 단골손님인걸요. 그리고 아주머니가 얼마 전에 자리에 누우셔서 돈도 별로 없으시잖아요.”


“아니야. 집 사람은 3일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네. 여유가 돼서 이렇게 사러 온 거니까. 깎아 줄 필요 없어.”


서로 한사코 돈을 더 주고, 덜 받으려고 조금은 실랑이를 하지만 결국 그녀가 이겨 조금은 할인된 가격으로 돈을 받고 만다. 머쓱한 듯 웃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 아저씨는 떠나갔다.


받은 순간부터 기뻐하며, 그 곰돌이를 꼭 끌어안고 떠나는 그 아이. 웃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곰돌이지만… 실제로 그 아이의 품에서 따스하게 미소 짓는 듯이 느껴졌다. 그건 아마 그녀의 정성과 저 아이의 기쁨이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걸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정말 중요시 하는 건 돈이 아니라 저렇듯 기뻐해주는 사람들을 보기위해서 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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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4) 12.02.13 103 2 9쪽
»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3) 12.02.05 169 2 8쪽
20 # 3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2) 12.02.04 86 2 8쪽
19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11.12.03 148 2 12쪽
18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0) 11.12.02 234 2 14쪽
17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9) 11.11.30 148 2 10쪽
16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11.11.25 114 2 3쪽
15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11.11.24 122 2 12쪽
14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6) 11.11.22 134 2 4쪽
13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5) 11.11.18 165 2 10쪽
12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4) 11.11.17 128 2 8쪽
11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11.11.14 130 2 8쪽
10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2) 11.11.12 194 2 6쪽
9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 11.11.11 255 2 4쪽
8 #1 빛의 탑 공략 - (7) 11.11.10 228 2 13쪽
7 #1 빛의 탑 공략 - (6) 11.11.09 190 2 3쪽
6 #1 빛의 탑 공략 - (5) 11.11.08 174 2 6쪽
5 #1 빛의 탑 공략 - (4) 11.11.08 184 2 9쪽
4 #1 빛의 탑 공략 - (3) 11.11.08 213 2 9쪽
3 #1 빛의 탑 공략 - (2) 11.11.08 303 2 12쪽
2 #1 빛의 탑 공략 - (1) 11.11.08 380 2 9쪽
1 # 프롤로그 # +1 11.11.08 526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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