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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연극(戀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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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작품등록일 :
2012.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2.02.13 16: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33
추천수 :
46
글자수 :
80,507

작성
11.11.08 17:17
조회
525
추천
4
글자
4쪽

# 프롤로그 #

DUMMY

너무나 어렸을 적의 희미한 기억.


난 시골의 한 농가에 사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아침엔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돕다가, 오후가 될 때쯤 아빠가 주는 용돈을 받아 친구들과 놀러나가며 기쁨을 느끼는… 저녁때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우리 가족은 웃으며 얘기했다. 너털웃음을 자주 지으시는 아빠와, 늘 상냥했던 엄마. 밤이 깊어지면, 따뜻한 촛불 아래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자장가 삼아 행복하게 잠들었다.


그때는 그랬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넉넉하진 않지만 언제나 웃음이 가득했던 어린시절.

언제까지나 이런 날이 계속 될 거라 믿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너무나 간단히 파괴해버린 어느 날.


그 날 세상은 온통 흑색의 먹으로 칠해진 듯 검었다. 평화롭던 일상의 고요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고통에 휩싸인 비명과, 절규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늘 근엄한 모습을 보여주던 어른들도, 그리고 친구들도 다들 겁에 질려 달아날 뿐이었다.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혼란 속에서 나를 이끄는 거대한 손, 나는 그것에 이끌려갔다. 아픔에 그 손을 놓으려 하지만 평소엔 한 없이 부드러웠던 그 손이 나를 더 거세게 이끌 뿐이다. 그리고 이윽고 뒤에서 들려오던 수많은 말발굽 소리가 점차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아빠…. 아파!”


아빠에게 투정부려보지만, 내 말에 반응조차 하지 않은 채 아빠는 더 나를 잡고 더 빠르게 달려갈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뒤에 그 무서운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기만 했다. 이윽고 그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린다고 생각했을 때쯤, 뒤돌아 봤을 때 나는 악마들을 보았다.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그들. 태양 밑으로 그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를 드리웠을 때, 아빠는 나를 감싸 안으며 주저앉았다.


따뜻하다…?


그렇게… 내 몸 위로 흐르는 따스한 무언가를 느꼈을 때, 걱정스레 나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흐르는 붉은 빛…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났을 땐, 아까와 같은 소란스러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황량한 바람만이 불어오고 있었다. 어느새 날아온 까마귀 떼들만이 나무 위에 걸터앉아 기분 나쁘게 울어댈 뿐이었다.


“엄마…? 아빠…?”


일어선 내 밑으로 엄마, 아빠는 분명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붉게 물든 부모님은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부모님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움직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 없이 두근거리는 두려운 마음에 엄마 아빠를 흔들어 보지만, 미동조차 않은 채 그저 내 손에 흔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질퍽한 느낌에 손을 들어봤을 때, 내 손은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엄마… 아빠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나는 더 급하게 아빠를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 다시 엄마를 흔들어 보았다.

늘 인자한 웃음을 지어주시던 아빠… 그리고 늘 꾸중을 하지만 꾸중만큼이나 자주 안아주셨던 엄마. 아무리 흔들어도 아빠와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나 무섭고, 처음 겪는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큰 소리로 우는 것 뿐이었다.


“엄마… 아빠… 으아아아앙!!!!”


하지만 아무리 큰소리로 울어도, 붉어져가는 하늘과 황량한 바람만이 내 곁에 남을 뿐이었다.


난 그 이후로 세상에 혼자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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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4) 12.02.13 103 2 9쪽
21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3) 12.02.05 168 2 8쪽
20 # 3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2) 12.02.04 86 2 8쪽
19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11.12.03 148 2 12쪽
18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0) 11.12.02 234 2 14쪽
17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9) 11.11.30 148 2 10쪽
16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11.11.25 114 2 3쪽
15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11.11.24 122 2 12쪽
14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6) 11.11.22 134 2 4쪽
13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5) 11.11.18 165 2 10쪽
12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4) 11.11.17 128 2 8쪽
11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11.11.14 130 2 8쪽
10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2) 11.11.12 194 2 6쪽
9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 11.11.11 255 2 4쪽
8 #1 빛의 탑 공략 - (7) 11.11.10 227 2 13쪽
7 #1 빛의 탑 공략 - (6) 11.11.09 189 2 3쪽
6 #1 빛의 탑 공략 - (5) 11.11.08 174 2 6쪽
5 #1 빛의 탑 공략 - (4) 11.11.08 184 2 9쪽
4 #1 빛의 탑 공략 - (3) 11.11.08 213 2 9쪽
3 #1 빛의 탑 공략 - (2) 11.11.08 302 2 12쪽
2 #1 빛의 탑 공략 - (1) 11.11.08 380 2 9쪽
» # 프롤로그 # +1 11.11.08 526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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