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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연극(戀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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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작품등록일 :
2012.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2.02.13 16: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661
추천수 :
46
글자수 :
80,507

작성
11.11.14 13:03
조회
144
추천
2
글자
8쪽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DUMMY

부모님을 잃고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모든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만만한 릴. 조금 우유부단했지만 착하고 박학다식한 막스. 그리고 조금 드세지만 그 속에 상냥함이 담겨있던 리나. 그리고… 조용하지만 맑게 웃어주던 아리사.

어느새 이 아이들 그룹에 동화되어버린 나는 같이 사고를 치기도 하고, 맛있는 걸 구하면 나눠먹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시 찾은 즐거운 나날을 감사해하며, 하늘에 언제까지고 이 날이 계속되기를 빌었었다.


“아리사, 또 여기 있는 거야?”


마을의 귀퉁이에 있는 부서진 언덕. 그 곳에는 아리사가 몰래 가꿔둔 작은 화단이 있었다. 아리사는 늘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꽃을 돌보곤 했다.


“아, 신 오라버니 오셨어요.”


아리사는 말투가 어른스러웠다. 귀족 집안의 출신이라는 말을 얼핏 들었지만, 그런 아리사의 부드러운 분위기가 나는 왠지 좋았다.


그녀의 웃음에 나 또한 웃음으로 인사를 한다.


“응, 오늘도 한 건 해왔는걸. 자 사거리에서 파는 빵이야.”


난 자신만만하게 커다란 바게트 빵을 앞으로 내밀었고, 아리사는 그것을 보고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와, 신 오라버니는 정말 대단하신걸요.”


아리사가 기뻐해주자, 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아리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애써 구한 빵을 가지고 온 것이었지만.


“헤헷, 그럼 갈까. 다 같이 나눠먹자.”


“네. 잠시만 오라버니.”


그러면서 아리사는 나에게 살며시 다가왔다. 그리고는 손에 든 꽃을 내 머리에 꽃아 준다.


“예쁘네요. 오라버니.”


“아, 고마워…”


왠지 모르게 쑥스러웠지만, 기뻤다는 감정이 더 앞섰던 것 같다. 그 머쓱한 기분을 감추기 위해, 난 머리를 긁고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모두들 내가 가르쳐준 요령에 따라 이제 제법 먹을 것을 잘 구해오고 있었다. 요령 이래봤자 거의 다 도둑질이긴 했지만… 아리사와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우린 즐겁게 우리의 아지트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즐거운 기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져버렸다.


“이 자식. 여기 있었군.”


이 녀석은 겔크. 같은 버려진 아이들 중에 유명한 아이가 있었다. 바로 이 녀석이다. 동갑내기 꼬마 애들 치고는 덩치가 컸기에, 다른 아이들의 먹을 걸 뺏거나 때리고 하는 그런 애였다. 며칠 전에 길거리에서 내가 들고 있던 빵을 넘기라는 어이없는 말을 해서 거절하자, 시비를 걸어서 싸운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내가 이겼었다.


“또 너냐. 이제 그만 좀 하시지.”


아리사와 함께 있을 때는 별로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그 녀석은 거만하게 콧방귀를 끼더니, 내 말을 깨끗이 묵살했다.


“흥 그렇게 당하기만 하고 가만있을 줄 알았어? 얘들아.”


“아리사 뒤로 물러나.”


치사하게. 마을에서 제일 쌔다고 자랑할 땐 언제고 친구까지 데려오다니. 그나저나 3명인가. 조금 힘들 것 같은데. 수적 우위를 믿는지,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그 녀석들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어차피 싸움을 피할 수 없었기에 난 먼저 기합을 지르고 달려들었다. 차라리 선수를 치는 게 날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 조금 싸우다보니 일방적으로 얻어맞기 시작했다. 역시 3명은 무리였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그 목소리에 잠시 아이들의 발길질이 멈췄다. 바닥에 엎드린 채로 두드려 맞던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 쪽을 바라보았다. 언뜻 금발 머리가 보였다.


“릴…”


릴은 그 셋 사이를 뚫고 들어와 나를 일으켜 주었다. 그 뒤에는 막스도 같이 서 있었다.


“이 자식들. 감히 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화를 내는 릴에게 겔크는 비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흐흥. 전에 당했던 걸 갚아 준 것 뿐이다.”


난 입가에 난 피를 스윽 닦고서 겔크를 노려보았다.


“전세 역전인건가.”


“웃기지 마라! 이제 시작일 뿐이야”


그렇게 시작된 싸움. 난 겔크만 노려 열심히 때려주었다. 릴은 싸움을 잘했기에, 상대편을 열심히 때리고 있었고, 막스도 간신히 잘 싸우고 있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며, 싸우다보

니 아리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에요!”


아리사가 어른들을 데려온 모양이었다. 그러자 겔크는 싸움을 멈추고 혼자 달아나버리기 시작했다.


“너희들 가만 안 놔둘 거야!!”


그렇게 뒤뚱거리며 겔크는 달아났고 그 녀석의 친구들도 눈치를 보더니 도망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우리는 어느새 손을 부딪치고 있었다.


“이겼다!!”


온 몸이 흙 투성이에 아픈 것도 잊은 채, 우리는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야… 살살 해. 리나.”


“너무 엄살 부리지 마요 릴 오빠. 신 오빠는 잘 참고 있잖아요!”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잖아.”


다행이 아까 우릴 구해준 어른들이 나눠준 약들을 다친 상처에 발랐다. 입 안도 터지고, 온몸이 아프지만 우리들은 웃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오라버니?”


“응. 이 정도야.”


확실히 아팠지만 난 왠지 아리사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다행이에요. 하지만 싸움은 옳지 않아요.”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조금 아리사는 왠지 조금 화가 난 듯 보였다. 왠지 모르게 풍겨오는 엄한 분위기에 아리사가 조금 무섭게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이겼는걸. 너무 신한테 뭐라구 하지 마. 아리사.”


그런 나를 구해준 건 릴이었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릴은 즐겁게 웃고 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이참에 우리가 이 마을을 접수해버릴까? 겔크도 이겼으니까 마을에서 아마 우리가 제일 쎌걸!”


그러자 릴은 흥분해서 소리를 높였다.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인데. 일단 힘으로 이 마을을 정복하는 거야. 그 다음에 내가 시장이 돼서 우리 같은 애들에게 다 맛있는 걸 사주는 거야!”


“좋아 릴이 시장이 되면, 난 근위대 대장 할래! 난 싸움엔 꽤 소질이 있잖아.”


점점 흥분해서 소리를 높여가는 나와 릴 사이에서, 이미 치료를 다 끝낸 막스는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 그럼 난 뭐하지…”


“다들 꿈 깨시라고요! 동네 친구와의 다툼에서 이겼다고 시장까지 되면 나중에는 우주 정복까지 꿈꾸겠어요. 저처럼 현실적인 목표를 가져야지요.”


우리는 동시에 리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게 뭔데?”


리나는 그런 우리의 궁금증 어린 시선을 받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불끈 지며 외쳤다.


“전 연극배우가 될 거에요!”


나름대로 장엄하게 외쳐보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릴은 크게 웃었고, 우리들도 숨죽여 킥킥 웃었다.


“푸하핫. 그거야 말로 무리 같은데.”


“뭐라구요!?”


그러자 리나의 눈 꼬리가 올라가며 손이 거칠게 움직였다.


“아.. 아얏 아퍼. 잘못했어! 미안해!”


“하핫.”


모두들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살아가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것조차 즐거웠다. 그들과 있으면 늘 웃게 되었다. 늘 사고도 많이 치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함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모든 걸 이겨낼 수만 있을 것 같았던 그 시절.


하지만 그 시절의 행복마저도 오랫동안 내 곁에 있어주진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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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4) 12.02.13 113 2 9쪽
21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3) 12.02.05 180 2 8쪽
20 # 3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2) 12.02.04 95 2 8쪽
19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11.12.03 160 2 12쪽
18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0) 11.12.02 248 2 14쪽
17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9) 11.11.30 157 2 10쪽
16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11.11.25 120 2 3쪽
15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11.11.24 130 2 12쪽
14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6) 11.11.22 142 2 4쪽
13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5) 11.11.18 174 2 10쪽
12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4) 11.11.17 138 2 8쪽
»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11.11.14 145 2 8쪽
10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2) 11.11.12 203 2 6쪽
9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 11.11.11 266 2 4쪽
8 #1 빛의 탑 공략 - (7) 11.11.10 239 2 13쪽
7 #1 빛의 탑 공략 - (6) 11.11.09 202 2 3쪽
6 #1 빛의 탑 공략 - (5) 11.11.08 181 2 6쪽
5 #1 빛의 탑 공략 - (4) 11.11.08 197 2 9쪽
4 #1 빛의 탑 공략 - (3) 11.11.08 220 2 9쪽
3 #1 빛의 탑 공략 - (2) 11.11.08 312 2 12쪽
2 #1 빛의 탑 공략 - (1) 11.11.08 388 2 9쪽
1 # 프롤로그 # +1 11.11.08 542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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