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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연극(戀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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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작품등록일 :
2012.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2.02.13 16: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26
추천수 :
46
글자수 :
80,507

작성
12.02.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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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 3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2)

DUMMY

그 진료소라는 것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겼었다. 시에님이 진료소라며 향한 곳은 바로 한 농가였다. 옆에 그럴싸한 농지에서,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고, 집 근처엔 닭장과 개집마저 있었다. 집 근처에 다가가자, 개가 시끄럽게 짖어대기 시작한다.


“여기가 진료소…입니까?”


반신반의하며 서있는 나완 달리, 그녀는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큰 소리로 불렀다.


“네 맞아요. 로랜드 아저씨이~”


밭을 갈던 농부가 그녀의 부름에 이쪽으로 왔다. 그는 개가 짖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햇살을 가리기 위해 두르고 있던 수건을 걷자, 그의 외모가 눈에 드러난다. 회색빛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그런대로 준수한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아 시에 양 왔군요. 이쪽은 저번에 말한 그 분?”


“네 이쪽이 제가 말한 신 군 이에요.”


그는 웃으며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손을 내밀었다.


“로랜드 피치아넨이라고 합니다.”


“신 에쉬오드입니다.”


그는 농기구를 자신의 집 문 옆에 세워두더니 말했다.


“이렇게 있는 것도 뭣하니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가자, 이제야 여기가 진료소라는 느낌이 든다. 벽에 걸려 있는 약초라거나, 방에서 나고 있는 여러 약초들의 향이 섞인 냄새들.


“선생님. 이거 월광초에요.”


그녀가 자신의 어깨에 걸려있는 바구니를 그 의사선생에게 건넨다. 그는 그 바구니를 건네받아 약초들이 늘어져 있는 곳에 꺼내서 늘어놓았다. 그리곤 하나씩 약초들을 살펴보더니 다시 바구니를 시에에게 건네줬다.


“이번에도 훌륭한 것들만 골라왔네요. 매번 수고가 많아요. 자 여기 대금.”


“고마워요 선생님.”


그녀의 부수입중 하나가, 이렇게 월광초나 산에 나는 약초들을 따서 진료소에 파는 것이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날도 분명 그녀는 월광초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한 밤 중의 산을 오르는 것은 위험한 일일지도 모르나, 마을 너머서는 오크들의 서식처이기 때문에, 위험한 동물은 이 마을의 근처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마을의 오크들은 온순한 부족이라 그들의 서식지를 무단침입하지 않는 한은 위험한 일을 겪을 일이 없다고 한다. 더욱이 월광초가 피는 날은 셀레느와 루나가 동시에 뜨는 날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신의 둥지에 틀어박혀 있는 날.


“자 그럼 이제 환자를 봐드려야겠군요.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커튼으로 가려진 침대가 있었다. 커튼을 치우고 그는 날 그곳에 눕게 한다. 뭐 해봤자 헛수고겠지만, 약간은 기대하는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 남자가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 일로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니. 로랜드 씨는 다른 방에 들어가 하얀 가운으로 옷을 갈아입고 왔다. 이제야 조금 의사답게 보인다. 그는 안경을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고쳐 쓰더니 입을 열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건 언제부터인가요?”


“아마 2주쯤 됐을 겁니다.”


“흐음. 아프진 않습니까?”


“예. 전혀”


그는 내 다리를 잡더니, 이것저것 하기 시작했다. 다리의 뼈를 살핀다던지, 여러 곳을 눌러본다던지. 통증이 있는지 없는 지 시험하기 위해 바늘로 찔러 보는 등. 그리고 뒤로 돌아눕게 하여 등 쪽을 눌러보는 등. 시간이 지나자 그는 심각한 얼굴을 했다.


“어쩌다 다리가 이렇게 됐나요?”


“높은 곳에서 추락이 있었습니다.”


마력의 폭발을 맞은 것도 있었지만, 그걸 말할 경우 빛의 탑의 일과 연관된 것을 알려주는 꼴이다. 그런 정보는 일개 시골의 의사라도 노출 시킬 수 없다.


“흠…”


그러더니 이내 물러서서 한숨을 짓는다.


“선생님 무슨 문제인지 아시겠어요?”


그는 안경을 고쳐 쓰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나의 뒤틀림과 기의 뒤틀림이 다리에 얽혀서 충돌 상태에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흘러야 할, 두 부분이 엉켜서 막혀있으니 쓸 수가 없는 것이지요.”


“에엣, 그게 무슨 말이에요 기(氣).. 마나(Mana)?”


“아, 시에 양은 모를 수도 있겠군요. 기라는 건 우리 몸속에서 흐르는 라이프스트림(Life Stream)이지요. 모든 생체 에너지가 전달되는 하나의 흐름이랄까요. 그리고 마나란 건 외부. 자연의 라이프스트림 같은 거에요. 마나(Mana)의 흐름이 신체로 들어와,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게 기(氣)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아주 간단하게 풀어놓은 말이지만, 그걸 듣는 그녀는 점점 복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사람의 경우는, 어떻게 된 건진 모르지만 외부의 마나가 그대로 내부로 전이되 버린 거죠. 그래서 충돌을 일으킨 거구요.”


대강 이해가 갔기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나를 보더니 눈에 뻔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만, 머리가 앞뒤로 크게 끄덕여졌다.


“향방성의 문제 인 거 같은데, 저로서는 그 이상은 모르겠군요. 내부의 사이클과 외부의 사이클의 타협점을 찾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 같은데… 제 수준으로는 조금 힘든 문제입니다.”


음… 역시 무슨 말인지 전혀 몰라 했지만, 마지막 말만은 이해를 한 모양이었다.


“그럼… 설마 못 고친다는 얘긴가요?”


“아니요. 저로선 고칠 수 없지만 이런 문제는 대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 마련입니다.

너무 걱정 하실 것 없어요.”


“정말요?”


“예. 아마 계기만 있으면 금방 나을 겁니다.”


계기라… 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목발을 짚고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진료 끝난 겁니까?”


“예. 별 도움이 못 되어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무료로 진찰도 해주셨는데,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혹시나 해서 무료라는 말에 엑센트를 주었다. 돈을 달라고 하면 곤란하니 말이다. 그녀에게 더 폐를 끼칠 수도 없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 의사는 이내 뭔가를 떠올린 듯 말한다.


“아. 빛의 탑- 이세벨리움에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제가 미약하나마 그쪽과 친분이 있으니, 소개장을 써드리겠습니다. 외부인의 통제가 엄격한 곳이지만, 그 곳에 가면 치료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씁쓸했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내 손으로 파괴한 그곳의 이름이 나오다니. 아직 이세벨리움의 사건이 밖으로는 새어나가지 않은 듯 하다. 하긴… 현재 같은 전시 상황에서 그런 곳의 파괴 사건이 이런 시골마을이라도 그리 쉽게 퍼질 리는 없다. 애초에 이런 의사가 아니라면 빛의 탑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 사람들이니까.


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폐까지 끼쳐드릴 순 없습니다. 그리고 이세벨리움과는 약간의 악연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흐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러더니 그는 약방에 들어가더니, 녹색의 어떤 약을 만들어 삼각의 플라스크에 담아왔다.


“자. 혹시 모르지만, 만들어 봤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는 약초랑 뼈를 좋아지게 하는 약초 등 몇 가지 넣어봤습니다. 식 후 30분에 한 숟가락씩 따라 드세요.”


상당히 친절한 의사로군. 하지만 이런 걸 받을 때 당연히 물어야 하는 게 있다.


“아, 이런 것까지. 이것도 무룐가요?”


내 물음에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핫. 치밀하신 분이시군요. 물론 무료입니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 그에 대한 사죄의 표시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진료소에서 나오자, 그 개가 또다시 시끄럽게 짖기 시작한다. 침입자 방지용으론 훌륭하다고 생각 할 때, 로랜드 씨가 이번엔 시에에게 말을 걸었다.


“시에 양. 불편한 일은 없나요?”


“예… 괜찮아요. 저야 늘 건강한걸요.”


“꼭 잊지 말고, 먹도록 해요 알았죠?”

“물론이에요. 맛있게 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그녀는 무언가 나에게 들키기 꺼려하는 눈치였다. 인사를 하고 그 진료소에서 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꽤 멀어질 때까지 로랜드 씨는 집 앞에서 우리를 지켜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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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4) 12.02.13 103 2 9쪽
21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3) 12.02.05 168 2 8쪽
» # 3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2) 12.02.04 86 2 8쪽
19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11.12.03 148 2 12쪽
18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0) 11.12.02 233 2 14쪽
17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9) 11.11.30 148 2 10쪽
16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11.11.25 113 2 3쪽
15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11.11.24 121 2 12쪽
14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6) 11.11.22 134 2 4쪽
13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5) 11.11.18 165 2 10쪽
12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4) 11.11.17 128 2 8쪽
11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11.11.14 130 2 8쪽
10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2) 11.11.12 194 2 6쪽
9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 11.11.11 254 2 4쪽
8 #1 빛의 탑 공략 - (7) 11.11.10 227 2 13쪽
7 #1 빛의 탑 공략 - (6) 11.11.09 189 2 3쪽
6 #1 빛의 탑 공략 - (5) 11.11.08 174 2 6쪽
5 #1 빛의 탑 공략 - (4) 11.11.08 183 2 9쪽
4 #1 빛의 탑 공략 - (3) 11.11.08 213 2 9쪽
3 #1 빛의 탑 공략 - (2) 11.11.08 302 2 12쪽
2 #1 빛의 탑 공략 - (1) 11.11.08 379 2 9쪽
1 # 프롤로그 # +1 11.11.08 525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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