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연극(戀劇)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미윤
작품등록일 :
2012.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2.02.13 16: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662
추천수 :
46
글자수 :
80,507

작성
11.12.03 21:54
조회
160
추천
2
글자
12쪽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DUMMY

“신 너는 왜 웃지 않아?”


“웃다니?”


임무가 끝났던 날. 세계수의 상층 부분에 있는 라이오네들의 은신처. 그곳의 발코니로 이어져 있는 세계수의 나뭇가지에 앉아 난 수도 세르벨리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대한 도시가 내 발밑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이렇게 미소 짓는 것 말이지.”


류에나가 입 고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일. 즉 미소라는 걸 얼굴에 그려 보인다. 난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난 미소 짓는 방법 따윈 모른다.”


“거짓말 마. 웃는 것을 모르는 녀석이 어디 있어. 너도 웃을 수 있다구. 자 해봐.”


더더욱 장난기 어린 얼굴로 나에게 대하는 그녀에게 나는 얼굴을 냉정한 어조로 말한다.


“웃음이란 건 즐거움이라는 감정에서 나오는 것. 임무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감정일 뿐이다. 나에게 웃음 따윈 필요 없어.”


그리고 다시 시선을 정면에 펼쳐진 새하얀 하늘. 그곳의 지평선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미 웃는 방법 따윈… 잊어버렸어.”



“신 군? 무슨 생각해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지금 우리는 그녀와의 약속대로. 마을의 진료소로 가고 있다. 이미 목발엔 익숙해져서 무리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예? 아, 아닙니다.”


“아니긴요, 벌써 3번이나 불렀다구요.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요?”


“그랬습니까?”


“그랬는걸요.”


그녀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쳤다.


“아! 알았다. 신 군. 진료소 간다니까 주사가 무서워 진거죠? 걱정 말아요! 로랜드 선생님은 주사도 하나가 안 아프게 놓는걸요.”


순간 휘청… 할 뻔했다.


“헤헤, 별일이네요. 신 군이 주사위를 무서워 할 줄은 몰랐어요.”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그녀는 납득을 하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아닙니다. 전 주사를 무서워하는 게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말이 더듬어졌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더 확신하는 표정을 지어 버리고 만다.


“괜찮아요. 비밀로 해줄게요. 주사를 무서워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마을의 행크 아저씨도 덩치는 산만하신데 늘 주사가 무섭다면서 진료소를 안가시곤 했거든요.”


“……”


더 이상 변명을 해봤자, 핑계로만 들릴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두고두고 놀려대는 그녀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해야만 했다.


어제의 약속대로, 난 지금 그녀와 마을로 향하고 있다. 이미 벌써 그녀의 집에 머문 지 3주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녀의 집 근처를 배회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멀리 나와 본 건 처음이다.


매번 걷는 길이기 때문일까. 시에의 걸음은 경쾌하기만 했다. 이미 계절은 늦여름에 다다르고 있었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매미소리와, 작열하는 태양이 길가에 아지랑이를 만든다. 그녀는 시원한 민소매의 담갈색 원피스에 왼쪽엔 월광초가 담겨져 있는 바구니를 끼고 있다. 난 오랜만에 내가 이곳에 입고 왔을 때 입은, 흑색의 상하의와 회색빛 망토를 둘렀다. 망토 안쪽에는 보자기가 어깨 쪽으로 감겨져 있다. 물론 허리에는 히요우가가 걸려있다. 이런 곳에서 검사를 보는 게 신기한지, 보는 사람마다 흘끗거리는 게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좋은 것 같군요.”


무심결에 꺼낸 말에 그녀가 하늘을 바라보며 마주 웃곤 말한다.


“네. 나들이하기 좋은 날이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르크=시아 산맥의 자락에 위치하고 있기에, 조금 덥긴 하지만 무덥다고 느낄만한 아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상쾌한 여름의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한동안 우리는 따뜻하게 충만한 공기를 느끼며, 조금은 수선스럽게 걸어갔다. 그래봤자, 그녀 혼자 말을 하고 나는 대답만 해주는 식이었다.


둥글게 이어지는 산길을 천천히 내려간다. 저 멀리 산간마을답게, 마을 곳곳은 밭농사용 농지가 계단식으로 늘어서 있는 마을의 풍경이 드러난다. 그리고 산을 내려온 우리들은 숲 사이로 향하는 길을 통과하자, 작은 냇가가 눈앞에 나타났다. 소박한 목조 다리를 건너, 오솔길을 따라 길을 걸어간다. 슬슬 내 기억에 담겨져 있던 루디브 마을의 풍경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약간의 가파른 언덕. 그녀의 부축 하에 조심스럽게 내려오자, 예전에 노숙을 하기 위해 산길을 택할 때 가던 그 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길을 묻기 위해, 한 노인에게 길을 물었었는데…


그쪽 방향으로 나아가자 오늘도 그 노인은 평상에 나와 있었다. 다만 복장이 약간은 화려한 장식을 자수로 새긴 흰 로브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중앙에 푸른 보석이 박힌 떡갈나무 지팡이도 들려있다. 그녀는 그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클리프 할아버지 저 왔어요.”


그 할아버지도 시에를 보며 인자한 웃음을 띠며 인사를 받는다.


둘이 아는 사이인가?


“그래 그래. 오늘은 한층 더 예뻐 보이는구나. 신경 좀 쓴 거 같은데? 모르난논 녀석이 보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구나.”


“할아버지도 참! 평소의 그대로인걸요. 그리고! 그 모르난논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거 아시면서.”


“허허… 원래 아름다운 꽃엔 벌들이 꼬이는 법이란다. 그 벌들 중에 가끔가다 지가 벌 인줄 착각하는 똥파리가 낄 수도 있는 법이고.”


그러더니 이번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나저나, 이 청년은 누구신고?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아. 허리의 그 칼은, 일전의 모험가 아니신가?”


난 가볍게 목례를 했다.


“예. 일전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어, 할아버지 신 군을 아세요?”


“허허헛. 전에 잠깐 마을 안내를 해주었지. 특이한 칼을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했지. 그땐 새까맣게 칭칭 감고 다니더니, 이렇게 보니 꽤나 미남이시구먼. 마을 여자아이들이 좋아하겠어.”


노인은 잠시 내게 돌린 시선을 다시 시에 쪽으로 옮긴다.


“시에. 넌 이 청년과 어떤 사이인고?”


“아, 지금 신 군이 저희 집에 머물고 있어요. 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나을 때 까지 만이긴 하지만요.”


그러자 노인은 다시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는 내 다리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래? 다리는 어쩌다 다쳤는가?”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런. 역시 모험가는 언제나, 위험과 맞닿아 사시는구려. 빨리 몸 쾌차하길 빌겠네.”


“예… 감사합니다.”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팡이를 땅에 꽂으며, ‘에헴’하는 기침을 했다. 그리고 근엄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려 한 것 같지만, 하나도 그렇지 보이지 않았다.


“어떠냐. 시에야. 오늘은 이 할애비도 제법 폼이 나지 않느냐.”


“네 멋져요! 그런데… 이 옷은 저번에 켈리안 할아버지가 입던 옷 아니었어요? 그때 켈리안 할아버지가 부럽다고 하시더니, 뺏어 오신 거 에요?”


“그럴 리가 있겠느냐. 이 옷은 마을 정기회의 의식복이지. 이래 뵈도 이 할애비도 이 마을의 원로 중 한명이란다. 오늘 개회 의식이 내 차례여서 이 옷을 받은 것이지.”


그러더니 다시 ‘에헴’하는 기침을 하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앞으로 내민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는 되물었다.


“어라? 이번엔 핀 할머니께서 차례 아니셨어요?”


그러자 클리프 노인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 그걸 네가 어찌 아는 거냐?”


“핀 할머니한테 들었었는걸요. 꽤 기대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허허허, 집 사람이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내가 하기로…”


그때 집안의 문이 벌떡 열리면서 누군가가 문 밖으로 나왔다.


“안 좋기는… 이 영감탱이가. 하도 하게 해달라고 치맛자락을 붙잡고 사정을 해서 양보해줬더니만.”


클리프 노인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노인이었다. 그 노인의 집 사람인 듯하다. 그 할머니는 클리프 노인을 보며 혀를 쯧쯧 하면서 찼다. 그러자, 클리프 노인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얼버무리려 했다.


“허허 할멈. 그런 건 비밀로 해야 하지 않겠소. 내 체면도 있는데…”


“나도 하고 싶은 걸 양보해 준건데. 고맙게 여겨야지. 애한테 사기를 칠 생각을 하니 그러지요.”


“허허 사기라니… 이건 다 당신의 평안한 안녕과 보장된 노후를 위해서…”


애써 항변해보려는 클리프 노인을 무시한 채, 핀 할머니는 시에에게 말을 걸었다. 순식간에 나와 클리프 노인은 화제 거리에서 멀어져갔다.


잠시 안 좋은 모습을 보인 클리프 노인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머쓱했는지, 잠시 어깨를 으쓱 해 보인다.


“여하튼 귀염성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할망구라니까.”


“……”


“자넨 참 말수가 적구만. 남자란 자고로 말이 너무 많아도 안 되지만, 말이 너무 없어도 안 되는 법이라네. 나도 우리 할망구를 잡을 적에 내 화려한 말 빨로 붙잡았거든.”

말 빨은 몰라도 말이 많은 노인이란 건 잘 알 수 있었다.


난 그의 말에 단지


“그렇습니까.”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내 반응에 노인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시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난스러운 눈매의 표정이 지워지고, 그 자리를 인자한 눈빛이 대신했다.


“좋은 아일세.”


그리고선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시에는 여전히 할머니와 얘기에 빠져 이쪽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난 별 생각 없이 노인의 말에 대답했다.


“예… 좋은 분이십니다.”


“그래. 좋은 아이고말고. 늙은이의 장난에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늘 상대를 해주지. 그래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아.”


그녀라면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밝은 저 미소 하나만으로도.


“자네 저 아이에게 반했나?”


노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 5초 걸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그녀에게 반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얘기?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연관되기 싫어하던 내가?


“허허… 농담일세. 하지만 같이 지내다보면 누구나 반할만한 아이지. 끌끌 내가 젊었을 때 시에 같은 아이만 있었다면 저딴 할망구하곤 결혼 안 했을 텐데.”


“예…에…”


그래. 그럴 리가 없다. 왜 한낱 노인네의 농담에 왜 이리 흔들렸던 거지… 하지만 이어진 노인의 농담에 난 다시 흔들리고 말았다.


“그래. 반하면 안 된다네… 자네만 슬퍼 질 걸세. 쯧쯧… 저리 좋은 아이가 왜 그런 운명을 타고 났을꼬.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게 무슨…?”


“신 군. 이제 그만 가요.”


노인의 말에 반문하려던 순간, 시에가 이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한다. 다시 말을 꺼낼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방금 지었던 안타까운 표정을 어느새 없앤 노인은 다시 인자한 얼굴로 웃으며 말한다.


“허허 그래. 노인네들이 젊은 사람들을 너무 붙잡고 있었구만. 다음에 보자꾸나. 시에야.”


“네. 오늘 잘하셔야 해요. 실수하시지 마시구요.”


“허헛. 그 정도도 실수 할 만큼 늙진 않았단다. 그래. 자네도 잘 가시게 모험가 양반.”


“예…”


결국 노인의 마지막 말을 묻지 못하고 그녀를 쫓아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앞서 걸어가는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밝기만 하다. 그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 별 의미 없던 말이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극(戀劇)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인사말 11.11.08 227 0 -
22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4) 12.02.13 113 2 9쪽
21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3) 12.02.05 180 2 8쪽
20 # 3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2) 12.02.04 95 2 8쪽
»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11.12.03 161 2 12쪽
18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0) 11.12.02 248 2 14쪽
17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9) 11.11.30 157 2 10쪽
16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11.11.25 120 2 3쪽
15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11.11.24 130 2 12쪽
14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6) 11.11.22 142 2 4쪽
13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5) 11.11.18 174 2 10쪽
12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4) 11.11.17 138 2 8쪽
11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11.11.14 145 2 8쪽
10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2) 11.11.12 203 2 6쪽
9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 11.11.11 266 2 4쪽
8 #1 빛의 탑 공략 - (7) 11.11.10 239 2 13쪽
7 #1 빛의 탑 공략 - (6) 11.11.09 202 2 3쪽
6 #1 빛의 탑 공략 - (5) 11.11.08 181 2 6쪽
5 #1 빛의 탑 공략 - (4) 11.11.08 197 2 9쪽
4 #1 빛의 탑 공략 - (3) 11.11.08 220 2 9쪽
3 #1 빛의 탑 공략 - (2) 11.11.08 312 2 12쪽
2 #1 빛의 탑 공략 - (1) 11.11.08 388 2 9쪽
1 # 프롤로그 # +1 11.11.08 542 4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