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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연극(戀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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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작품등록일 :
2012.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2.02.13 16: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28
추천수 :
46
글자수 :
80,507

작성
11.11.24 20:57
조회
121
추천
2
글자
12쪽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DUMMY

천천히 암흑이 걷히고 빛의 장막이 눈가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희뿌연 풍경이 점차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한다. 눈이 뜨이고 나자, 보이는 건 한 오두막의 천장.


여긴?


생각이 재대로 정리되기도 전에, 누군가 나에게 손을 뻗는 게 느껴졌다. 그대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상대의 목을 향해 손을 날렸다.


여…자?


난 뻗던 손을 중간에 멈추었고, 그 여자의 목가에서 멈출 수 있었다. 여자는 손을 뻗은 채로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듯이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드디어 정신을 차리셨네요.”


정신을 차리다? 난 손을 내리고 한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 애썼다. 분명 주변의 풍경은 낯선 광경이었다. 구석에 작은 난로가 있는 작은 오두막집의 방. 몸을 돌리다 생긴 갑작스런 통증에,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으윽….”


“괜찮아요? 자리에 누우세요. 로랜드 선생님이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고 했는걸요.”


그 여자는 부드럽게 나를 다시 침대로 눕혔다. 그리고 난 천천히 상황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분명 빛의 탑에서 순수의 결정체를 막다가 폭발을 했지. 이 여자가 구해준 건가….


“실례했습니다. 은인에게 무례한 짓을 저지른 것 같군요.”


방금 전의 내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미소 짓는다.


“괜찮아요. 조금 놀라긴 했지만요.”


“죄송합니다.”


일련의 상황들이 머릿속에 정리되자, 무언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검…. 그러고 보니 내 검은 어디에 있는 거지?


“제… 검은?”


“아, 저쪽에 세워두었어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꼭 손에 쥐고 계시더군요.”


히요우가는 방 한 쪽에 세워져있었다. 그 검을 보고 나서야, 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렇습니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루디브 마을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당연한거죠.”


그래…. 여긴 루디브 마을이었지. 다행히 그 폭발로 엉뚱한 곳으로 튕겨나가진 않은 것 같군. 공간왜곡이 일어난 곳이니 만큼, 다른 곳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제 이름 기억하고 계세요?”


“예…. 시에 이스피나님이라고….”


“와,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때의 은혜를 이렇게 갚을 줄은 몰랐어요.”


그녀는 예쁘게 웃었다. 그때의 은혜라…. 먹을 걸 나눠줬던 일을 말하는 건가. 확실히 나도 이런 식으로 그녀와 재회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내가 얼마나 누워있었던 거지? 아직 해는 중천에 떠있는 낮이다. 임무를 수행 할 때는 이미 오후가 될 무렵이었는데.


“제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는지요….”


“3일이요. 3일 씩이나 안 일어나서 걱정 했는걸요.”


잠들어 있는지 3일이나 지난건가…. 하긴 그 폭발에 살아난 것만도 다행이겠지. 쓸모없는 목숨이 질기기까지 하군.


그렇다면 이세벨리움은 완전히 파괴 된 건가. 내가 살아날 수 있을 정도였다면, 다른 녀석들도 어떻게든 탈출 했을 것이다. 뒷일은 데메테르도 있고, 류에나도 있으니 어떻게든 마무리가 지어졌겠지.


간단히 생각을 정리하자 갑자기 급격히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상처가 다 완쾌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내 눈꺼풀이 자꾸 감기는 것을 본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피곤하신가보군요. 쉬세요. 제가 너무 붙잡았나 봐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조금 더 주무시는 게 좋을 듯 한 걸요. 그럼 푹 쉬세요.”


그녀가 나가자, 난 언제 잠든 지도 모르게, 빠르게 잠에 빠져들었다.잠이 든 내가 일어난 것은 다음날의 정오 무렵이었다. 평상시엔, 밖에서 돌아다닐 때엔 절대 깊게 잠을 잔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푹 잔건, 요 몇 년 간 처음 있는 일이다.


나태해져버렸군.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이렇게 푹 자버리다니….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어제보단 한결 나아진 걸 느낄 수 있었다. 햇빛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열자,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확실히 오랜 시간 빛을 못 본 듯 했다. 쏟아지는 햇볕이 따가워서 한참을 눈을 감고 있었어야 했다. 창틀 너머로 보이는 그 아가씨는 노래를 하면서 춤추듯이 돌며 빨래를 널고 있다.


어떤 의도로 나를 구해준 걸까…. 하지만 나를 죽이려 했다면…. 아마 이렇게 일어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정보를 캐기 위해서인가. 그렇지 않다면….

아니.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저번에도 바보 같은 생각이라 접지 않았던가.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본다.


어떤 의도를 가졌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평범한 아가씨였다. 물론 긴 생머리의 에메랄드 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귀여운 아가씨. 하지만 좀 발육부진이로군. 저번에도 나이보다 어려보이기에 놀랐었지.


일단 몸 상태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몸 전체에 집중을 해보았지만, 영력(靈力)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계치 까지 영력을 짜내어 쓴 부작용인가.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그리곤 왼손. 다리. 오른쪽은 괜찮은데 왼쪽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떨어질 때 다쳤나보군. 영력만 돌아온다면 괜찮을 텐데.


확인을 마쳤을 때 쯤 내가 있는 방의 문이 활짝 열리며 시에라는 아가씨가 들어왔다.


“어머, 일어나셨네요? 몸은 이제 괜찮으세요?”


“예….”


“에쉬오드씨는 몸이 참 튼튼한가봐요. 로랜드 선생님이 1달은 있어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습니까….”


“잘됐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식사 준비 중이었거든요.”


“아닙니다.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더 이상 신세를 질 순 없습니다.”

내 말에 그녀는 눈을 잠시 동그랗게 뜨더니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상하다.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닐 텐데… 아프지 않아요?”


“이 정돈 괜찮습니다.”


매일 겪어왔던 상황이니. 몸이 움직일 수만 있다면 이 정도 통증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아무래도 다른 동료들과 빨리 합류하는 게 좋을 듯도 하고.


“정말로요?”


다리야 한쪽을 못 쓰는 것이 조금은 걸리지만 일단은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아까까지 밝게 웃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진지함으로 뭉친 얼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묻는 거지?


난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한걸음 내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에잇.”


내 옆구리를 검지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크어어억”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헉. 아… 프다….


“거봐요. 안 괜찮잖아요. 이런 몸으로 어딜 가시려구요. 혹시…. 돈이 없어서, 그러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돈 받을 생각은 없는걸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그녀. 그녀가 찌른 부분의 격통이 심해서 말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봐… 아가씨…. 멀쩡한 사람도 그렇게 푹 찌르면 아플 텐데…. 더군다나 환부를….


“자자,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금부터 요리를 할 생각이거든요. 헤헷.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요리는 꽤 잘하거든요. 맛있을 거에요.”


평온한 그녀와는 반대로 난 끔찍한 고통에 휩싸였다. 간신히 격통이 진정 된 후에 난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이런 마을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아무리 부상당했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차 거부하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음, 정말이죠?”


다시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그녀.


“아… 저… 그게.”


내가 다시 말을 하면 찌를 거야. 라고 눈빛으로 말하는 그녀.


난감했다.


“…….”


내가 말없이 있자, 그녀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손가락을 내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 그녀가 찌른 곳은 급소였다. 몸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런 곳을 찔린다는 건 정말 아팠다. 순간 할 말을 찾지 못하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꺼내고 말았다.


“안… 괜찮습니다.”


그제야 손을 멈추고 다시 웃는 그녀.


“그렇죠? 그러니 좀 더 쉬고 계세요. 헤헷.”


“…….”


그리곤 그녀는 부엌으로 가 흥얼거리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꽤나 괴팍한 아가씨로군. 그러고 보니… 분명, 산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상당히 특이한 아가씨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행동은 참 과격하지만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아이라고 느껴진다. 약간 장난기 어린 말투이지만, 환하게 웃는 얼굴과 잘 매치가 된다고 해야 할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웃음.


시간이 지나자, 제법 맛있는 냄새가 방 안을 메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스프를 담아 가지고 왔다. 난 당연히 그 스프를 건네받으려 했지만, 그녀는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 드세요. 아….”


그러면서 그녀는 스프를 한 숟가락 떠서 내 입가 쪽에 댄다.


“제가… 먹겠습니다.”


“안돼요. 팔도 조금 다쳤다고 했단 말이에요. 이럴 땐 절대 안정이 중요하다고요. 자 ‘아’ 하세요.”


“…….”


“어서요!”


뭐랄까…. 원래 말수도 없는 나지만….


기가 막히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더 이상 말을 하는 건 내 성격상 맞지 않기에 그저 그녀의 말대로 따라 입을 벌렸다. 그녀는 웃으며 한 숟가락씩 만든 스프를 내 입에 떠 주었다.


“맛있죠?”


확실히… 맛있다? 어지간한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아가씨가 누군지 조금은 궁금해졌다. 난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예. 감사합니다.”


“많이 드세요. 그리고 몸이 다 나을 때 까지는 괜찮으니까 푹 쉬다가 가세요.”


몇 번이나 재차 말했던 것을 다시 말해본다.


“그렇게 폐를 끼칠 순 없습니다.”


“아니에요. 저희 마을엔 속담이 하나 있는걸요. 누군가를 도울 땐 확실하게 도와주고, 그러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도와주지 말라는 말이요.”


확실히 지금 이 상태로 떠나기엔 여러 가지 무리수가 많다. 일단 영력이 돌아올 때까진 연락을 취할 방법조차 없다. 웨스탈리카의 최후방에 위치한 이 마을에서 수도까지 회복도 안 된 이 몸으로 떠날 수도 없고….


차라리 이곳에 머무르면서, 다른 누군가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그래도 되는 건지.


“하지만, 전 어제 당신과 처음 본 낯선 사람입니다. 제가 누군지 알고 이곳에 머무르게 하시려는 건지요. 제가 나쁜 사람 일거라곤 생각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낯선 모험자가…. 갑작스럽게 피투성이가 되어 나타났다. 이러면 누구라도 의심하거나 기피할 텐데 말이다.


“에… 그럼 나쁜 사람이세요?”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럼 문제없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나쁜 사람이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으음… 그럼 에쉬오드 씨는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했으니, 나쁜 사람이로군요.”


“…….”


“괜찮아요. 전 나쁜 사람도 좋아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웃음과 닮아 있었다.


할 말이 없다…. 정말 대책 안서는 사람이로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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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11.12.03 148 2 12쪽
18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0) 11.12.02 233 2 14쪽
17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9) 11.11.30 148 2 10쪽
16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11.11.25 113 2 3쪽
»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11.11.24 122 2 12쪽
14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6) 11.11.22 134 2 4쪽
13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5) 11.11.18 165 2 10쪽
12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4) 11.11.17 128 2 8쪽
11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11.11.14 130 2 8쪽
10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2) 11.11.12 194 2 6쪽
9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 11.11.11 254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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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 빛의 탑 공략 - (5) 11.11.08 174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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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빛의 탑 공략 - (3) 11.11.08 213 2 9쪽
3 #1 빛의 탑 공략 - (2) 11.11.08 302 2 12쪽
2 #1 빛의 탑 공략 - (1) 11.11.08 380 2 9쪽
1 # 프롤로그 # +1 11.11.08 525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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